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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에서 마법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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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4.07.08 06:32
최근연재일 :
2024.08.25 02:15
연재수 :
8 회
조회수 :
184
추천수 :
1
글자수 :
51,334

작성
24.07.14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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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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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4쪽

1. 적혈파

DUMMY

“생각보다 쉬웠어.”


흠.


감사하게도 그가 묵는 방은 1인용 독실이었다.


지곤 말이다.


벽지곤은 하루의 일과를 모두 끝마치고 미지근한 물로 몸을 씻어내고, 실내용복으로 갈아입은 뒤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저 딱딱한 나무틀에 짚 따위를 질낮은 자루 안에 가득 넣은 것이기는 했는데. 어느 야산에서 노숙을 하는 일에 비한다면 아주 최상의 잠자리라고 할 수 있었다. 딱딱한 목침에 뒷목을 갖다대고, 천장의 무늬를 바라보는 중이었다.


보통 견습생원들은 적어도 서넛 정도가 같은 방을 쓰는 모양이었는데. 간혹 생활용채의 방 중에 용적이 애매한 것이 있으면 이처럼 1인실도 나오는 듯했다. 마침 비어있던 방 하나가 있었기에 지곤이 들어와 차지할 수 있었다.


덕분에 다른 생원들과 마주치지 않은 것이었다. 지난 밤에는.


“후우······.”


저녁은 든든하게 먹을 수 있었다. 적혈파의 구호가 든든한 식사라도 되는 것인지. 신원도 불분명하며 고작 어제 들어온 생원에 불과한 그였지만. 나름 육류도 포함된 식단으로 배부르게 먹은 것이다.

관영 시에서 이런저런 이권을 차지하고 있는 방파였고, ‘대형’이라는 수사를 붙이기에는 부족했지만. 그래도 이런 식의 생원 제도를 굴릴 수 있을 만큼은 여유가 나는 모양이었다.


혹은 겉으로 보기에는 알 수 없는 뒷돈 구멍이 있을지도 몰랐고.


저녁은 간장에 졸인 돼지고기와 잡곡밥. 그리고 시원하게 끓인 배추 생선 뭇국이었다. 하루종일 사람의 한계를 시험하는 듯한 일정이기는 했는데. 지곤의 입장에서는 그리 어려운 종류가 아니었다.


지곤 뿐만이 아니라, 나름대로 무림인으로서 체격을 잡아가는 아이들이라면 다른 생원들도 그 정도는 아니리라. 충분히 배겨냄직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어디까지나 강인하게 단련된 무림인 기준으로.


만일 아무런 무술적 배경이 없는 아이가 이런 곳에 들어온다면 필시 도중에 나자빠졌을 훈련 양이기는 했다. 하루 일정의 백미는 저녁에 있는 ‘주악산珠岳山’에서의 산행과 사냥이었는데. 생존 능력을 시험하기라도 하는 양 깊은 산골에 생원들을 던져놓고 사냥감을 잡아오도록 시켰다.


지곤을 제외한 아이들은 익숙한 상황이라는 듯 각자의 방법을 사용해가며 사냥감들을 추적했고, 일정 크기 이상의 사냥감을 잡지 못한 아이들은 아주 호되게 혼이 나기도 했다.

보통 교관에게 적당한 칭찬을 듣고 부드럽게 넘어가기 위해서는 작은 늑대라도 잡아야 하는 모양이었다.


예전부터 이런 일을 계속해서 시켰던 듯, 아이들은 어느 정도 노련한 사냥꾼의 흉내를 내며 맹수나 그 외 산짐승들을 잡아오며 훈련을 치러냈다.


지곤은 적당히 눈치를 보다가 홀로 빠져나가 작은 사슴 한 마리를 잡아 왔었다. 활과 살도 지급을 해주고. 해체용 단검이나, 본격적인 냉병기들도 모조리 지원을 해주었기에 근성과 지식이 있다면 가능은 한 일들이었다.


지곤의 경우에는 어린 날부터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산야에서 지낸 세월이 깨나 길었고. 야산에서 사냥감을 잡아 목숨을 연명하는 방법 역시 인이 박히도록 훈련을 받아 잘 알고 있는 부분이었다.

맹수를 잡아온 아이들 중에는 작은 상처를 입은 놈이나, 혹은 옷이 엉망이 된 녀석들도 있었는데. 지곤은 적당히 그들 사이에서 튀지 않도록 자신의 옷을 더럽혀야 했다.


아이들의 수준은 대충 삼류 무림인, 이거나 혹은 그 간당간당한 수준이었다. 내공內功에 대한 개념을 뚜렷이 알고 다루는 아이들은 소수였고. 보통은 그것을 확실히 깨우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으며. 대신 전반적으로 외공外功의 수준이 상당했다. 어지간한 성인 군병이라 할지라도 생원들을 이기기 어려워 보일 정도로 말이다.


“일단은···.”


생각을 정리할 때 혼자 중얼거리곤 하는 건. 최근에 생긴 습관이었다. 지곤은 서두를 혼자 내뱉어 중얼거리면서 생각을 곱씹었다.


‘마법魔法을 쓰지 않고 어디까지 할 수 있을런지···.’


그것이 지곤의 고민이었다. 대부분의 상황은, 보통 마법을 쓰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잭 매니어’라는 발음도 어려운 이름의 양반으로부터 기인하는 법술은 상당히 깊은 공부였고. 또 익히면 익힐수록 사실은 대단한 위력을 발휘하는 기술이었다. 지곤 역시 어린 시절부터 무공에 할애하는 시간보다, 마법을 더욱 익히며 더 많은 시간을 보내왔다.


일반적인 무림인 기준으로 ‘어지간하지 않은’ 상황이라 할 지라도 마법을 쓰면 아마 해결은 될 터였다.

그런고로 나름대로 출도를 결정한 것이었고.


그러나 지곤이 가는 길에 ‘어지간하지 않은’ 상황이 얼마나 많이 닥칠지는 영 알 수가 없다. 평범한 무림인의 기준으로 잴 수 없는 상황이 닥쳐올 지도 모르는 것이었고.


늘 실력의 몇 할은 숨기는 게 생존성을 높이는 철칙이었는데. 가능하다면 더욱 많이 숨기는 편이 좋다. 가능하다면 말이다.


지곤은 그래도 나름대로. 첫 날 정도는 가뿐하게 넘겼다고 생각을 했다. 아이들도 둘러보며 몇 마디 말을 나눠보았는데. 사파 무림에서 키우는 아이들이라 그런지 조금 사납고, 적자생존의 법칙 따위에 연연하는 듯한 모습을 빼면 심성은 괜찮은 녀석들이었다. 으스대는 사내놈 몇을 적당히 건드려준 것도 나쁘지 않은 처사였던 것 같고.


교관들에 대해서는 다 파악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 방파의 장문인에 대해서도 말이다.


결국 지곤이 관심이 있는 건 그쪽이었다.


아버지,


‘벽자욱’이 걸었던 길을 그대로 걸어보려는 것이 목적이었으니까.


아버지는 젊은 날 적혈파에 들어와 무림인으로서의 행보를 시작했고. 몇 년 정도 적혈파의 문파원으로서 움직이다가 나중에는 독립적으로 움직였다.

아마 독립을 한 이후에도 관영 시에서 계속 일감을 맡아 움직인 걸로 안다. 그런 사정에 관영 시 수위의 문파인 적혈파가 아예 관계가 없지는 않으리라. 완벽하게 혼자 의뢰 따위를 맡아 일을 처리하고, 재물을 번 것이 아니라. 적혈파의 관계자를 통해서 외부 의뢰자와 연락을 주고 받았다거나 했을지 모른다.


아버지가 있던 시절의 장문인과, 지금 적혈파의 장문인은 다른 인물이었다.


전대 장문인인 ‘소교룡 임우’는 수 년 전 다른 문파와의 분쟁에서 부상을 입고 뒤로 물러났다고 알고 있었다.

지금 적혈파의 장문인인 ‘양무영’은 임우라는 인간의 수제자였고, 그 스승의 경지를 반 발짝이나마 뛰어넘었다고 평가를 받는 자였다.


견습생원들과 일반적인 문파원들의 행동 반경은 대개 분리가 되어 있는 듯했고. 더욱이 문파의 간부, 중진들과는 만날 일이 보다 없었다.


일단은 그들과의 접점을 만들고. 최대한 많은 이야기들을 케내어보는 게 당장의 계획이었다. 괜히 벌집을 들쑤셔서 좋을 일은 없으며. 제 나름대로 천재라 여기는 지곤 역시 천하제일이라는 건 보이지도 않는 수준의 일이었으므로 최대한 교묘하고 조심스레 구는 게 중요했다.


이들의 호의를 사고, 의심을 사지 않고. 자연스럽게 움직이면서 지난 일들을 알아보는 것이 당면한 과제다. 사람의 마음을 사는 일이었기에 몇 개월, 혹은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바였으나. 가장 중요한 건 ‘아무렇지도 않게’ 구는 일이다.


그것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다.


아버지 벽자욱이 늘, 지곤을 가르치며 ‘이 속모를 놈’이라며 핀잔을 주곤 했으니 말이다. 표정을 가리고 정반대의 행세를 하는 건 단련이 되어 있는 부분이었고.


덕분에 남다른 내력을 가지고도 그럭저럭, 장수長壽를 꿈꿔볼 수 있기도 했다.


현재 연나라에서 ‘마도’라는 건 그야말로 극악무도한 취급을 받고 있는 종자들이었다. 지금에 와서는 모조리 사라져버린 이름들이었고. 그 흔적조차 남은 것이 별로 없었다.

무림인들이 정사파를 가리지 않고 들고 일어나 마법이라는 것을 적대하고, 지워버리기 위해 애썼다는 사실을 지곤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직접 겪은 건 아니었지만 자욱을 통해서 어릴 적부터 뼈에 새겨지도록 들었으니까.


“크흠.”


침대 옆에는 적당한 수납장도 하나 있었다. 개인 물품을 넣음직한 투박한 나무상자였는데. 그 위에 자리끼를 두고 있었다.


지곤은 누운 채로 있다 건조한 김에 둔 자리끼를 일어나 홀짝이며 마셨다. 물이 들어가니 좀 낫다.


“후우우우우우···.”


괜히, 혼자서 깊게 숨을 내뱉어보았다.


긴장이 되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지곤은 이제 고작해야 열 다섯이다.


아비를 잃은지 얼마 되지 않았고.


어린 시절부터 ‘마도’의 법술을 익혀 몸에 재주로 가지고 있다.


누군가에게 들키면 안된다는 강박이 늘 머리 한 켠에 부담으로 자리잡고 있었고. 지금은 그런 부담이나 머리굴림이 몇 배로 더 드는 환경이다.


지곤은 편히 잠에 들기 위해 마음을 가다듬었다.


“훅.”


잠시 더 누워 있다가. 등불을 불어 끄며 잠에 들려 애를 썼다.


낯선 환경.


나름대로 자신은 있었지만. 마음마저 완벽하게 제어하는 건, 아직은 불가능했다. 지곤은 이제야 초출을 한 애송이였다. 아무리 대단한 재능과 나이에 비해 남다른 성취를 이미 이루었어도 말이다.


앞으로 겪어야 할 많은 일들을 가늠하며 쿵쾅대는 심장을 누그러뜨리며, 끝내 잠에 들었다. 그렇게 지곤은.


*


“벽지곤!”


크게 소리를 치는 교관의 말투는 참으로 엄하다.


군대를 방불케하는. 아니, 그보다 지독한게 아닐까 싶은 분위기였고, 장소였다. 적혈파는 말이다.


그러나 지곤이 견디지 못할만한 환경은 결코 아니었다.


아비를 잃은 슬픔을 제거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면. 여태껏 그가 겪어왔던 조기 교육과 훈련의 나날들이 곱절은 더 빡셌다.


“옙.”


지곤은 가볍게 대답하며 앞으로 뛰쳐나갔다.


언제나와 같은 연무장이었다. 적혈파에 들어오고, 일상이라고 할만한 날들을 보냈다. 벌써 보름 정도가 지난 뒤의 아침이었다.


보통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오전은 장원 내에서 체력과 각종 무술, 기술 훈련을 하고. 오후에는 그것들을 발휘할 수 있는 응용 훈련을 한다. 도시 바깥 산야에서 맹수를 상대하거나. 아니면 상황을 꾸며서 특정한 뒤. 실제 무기를 들고 조금 날 선 전투 훈련을 한다거나 하는 식이다.


아침 햇볕이 지붕에 막혀있지만. 벽은 휑하니 뚫려 있어 그늘이어도 빛은 충분했다. 지곤은 늘상 그들을 교육시키는 비쩍 마른 적혈파의 삼류 무인. 영도의 옆에 빠르게 선다.


퀭한 인상이지만 형형한 눈빛을 가진 영도의 키는 제법 큰 편이다. 지곤 역시 아이들 중에서는 큰 편인 체격인데도 그보다 눈으로 보기에 확연히 더 컸으니.


영도는 지곤이 나와 그의 옆에 서자 아이들을 바라보고 말했다.


“감울! 나와라!”

“예!”


영도의 말에 모여 있는 삼십 여 명의 아이들 중. 덩치가 큰 청소년 하나가 뛰쳐나왔다.


헐렁한 무복의 소매를 황색 천으로 잘 묶은 차림새의 아이였다.


감울, 위로도 옆으로도 큰 체격을 가진 사내아이였다. 투실한 볼을 갖고 있고. 눈빛이 부리부리하다. 아이들 중에서 체술로 따진다면 맞상대를 할 녀석이 별로 없는 놈이었다. 힘도 생긴대로 센 편이고.


영도는 두 생원이 앞으로 나오자 이어 말했다.


“···그 동안 지곤에게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또 누구 도전할 놈 없나?”

“···있습니다!”


아침 수련은 개인적인 체력 단련과 무기술. 그리고 목검과 맨손 등으로 하는 대련 훈련이 주를 이룬다.

매일 대련을 하면서, 지곤은 적당히 상대를 했지만 져주지는 않았다. 그 정도의 실력은 발휘해도 될 것 같아서였다. 그래봐야 삼류 무림인을 크게 뛰어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내공을 대단히 쓰지도 않았고. 그저 조금 노련하게 움직이며 아이들을 체술로 이겼을 뿐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교육을 담당하는 영도의 눈에는 띄는 수준이었다. 얼마 전부터 감울이 자존심을 앞세우며 계속 지곤에게 달려들었고. 다른 몇 놈들도 마찬가지였다. 영도는 아예 지곤에게 덤빌 녀석들을 줄세운 뒤에 한 번 이겨보라며 부추기는 식으로 대련 훈련을 진행하고 있었다.

오늘처럼 대련 훈련을 조금 일찍 하는 날도 있었고.


“······자신 있나!”

“예!”


마지막으로 튀어나온 녀석은 여자 아이였다. ‘아이’라고 하기에는 다들 완숙한 체격과 생김새이기는 했지만. 자세히 처다보면 어린 티가 조금씩은 난다. 서른 명 정도 되는 견습생원들 중에 여자 아이는 셋 뿐이었다. 조금 날카롭게 생겼지만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미인상인 아이로.

이름은 ‘주슬혜’였다.

팔 다리가 길며 검술을 장기로 한다.


“그래. 오늘도 지곤을 넘어뜨리지 못한다면 특별히 조금 더 힘든 훈련을 시켜주마. 너희가 자처하는 바니까 불만은 없겠지!”

“예!”


아이들이 기세등등하게 외쳤다. 가만히 있는 녀석들은 그게 재밌는 구경거리라도 되는 것처럼 처다보는 부류도 있다.


영도의 말에는 뼈가 있었다. 지곤을 이기는 건 아예 바라지도 않고. 제대로 한 번 넘어뜨려 보기라도 하라는 것이었다. 지곤은 슬슬 아이들의 눈빛이 더 따가워지고, 호승심이 일기전에 적당히 당하는 척을 해주거나, 몇 번 져주어야 하나 고민을 하기도 했다.


너무 쉽게 져주는 건 여태 보여준 수법의 수준이 이미 있어서 티가 나고. 체력이 달리거나 방심을 해서 넘어지고, 몇 대 얻어맞는 모습 정도가 좋을 것 같았다.


짹짹.


아침 나절. 목재 지붕 위에 앉은 듯한 새가 울었다. 날씨는 좋았다.


아직도 관영 시였고.


어머니는 보름 째 보지를 못했다. 잘 지내시겠지.


지곤은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맹한 표정을 짓고 턱을 쓰다듬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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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0. 출도出道 24.07.08 5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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