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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에서 마법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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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4.07.08 06:32
최근연재일 :
2024.08.25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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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334

작성
24.07.28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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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 적혈파

DUMMY

*


“지곤이라는 놈이 그렇다고.”

“예, 장문인.”


고개를 푹 숙이며 대답하는 자는 작비였다.


불같은 성정을 가진 인물이었다. 그리고 그런 인물들은, 적혈파에 알맞은 인재들이다. 또한 걸맞다. 사파란 모름지기 튀어나가는 성질이 있어야 한다. 누르면 반발하고, 전통이라는 허울로 얽어매는 자들에게 본때를 보여줄 수 있어야, 정파의 반대편에 설 수 있는 것이다.


그저 묻혀 사라진다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집단도 내세울 수 없다. 기세라도 없다면 무인은 죽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


왕직枉直, 별호를 가진 무림인 ‘양무영’은 그런 생각을 늘 하고 사는 사내였다.


사십대 정도는 되어 보이는 얼굴이었고, 검은 수염을 덥수룩하게 길러 턱 부근을 옆머리와 연결되게끔 채웠다.


뒤로 넘긴 머리는 조금 길어서 뒷목을 가린다. 사내다운 인상이다, 라고 할만했다. 양무영의 생김새는.


대개 적혈파에 있는 작자들은 그러하다. 사내다움이라는 걸로 따지자면 어딜 가도 빠지지 않는 인물들이다. 앞에 선 작비도 그러했다.


적미 적염을 가지고, 민둥산같은 머리. 울그락불그락 한 생김새를 한 인간이었다. 형형한 눈빛이 꼭 곰이나 호랑이같은 맹수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작비도, 주군이라 할만한 양무영의 앞에서 굳이 기세를 내세우지는 않았다. 적敵이나, 혹은 부하들의 앞이라면 모를까.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어 좋을 게 없다는 건, 조금만 집단을 경험해본 인간이라면 모두가 알 수 있는 일이었다.


“흐음.”


지곤池丨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에 대한 것은, 교관을 넘어. 적욱을 넘어서, 이제사 적혈파의 수장 양무영이란 사내에게 전달이 되었다.


소년이 이미 견습생도의 생활에 한참이나 적응을 하고. 달이 지나간 무렵의 일이었다. 보통 모든 아이들에 대해서 양무영이 신경을 쓰지 않는다. 기껏해야 적욱이나, 마식의 선에서 정리되는 일이었다.


인사를 주로 담당하는 행정관인 마식은 적혈파의 사정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고. 또 오래 조직에 몸을 담은 인물로서. 어지간히 골치아픈 일들에 관하여도, 장문인 근처 인사들의 심기가 거슬리지 않게끔 잘 처리하는 재주가 있었다.


‘적욱’은 또한 적혈파가 자랑하는 고수이자, 돌격조의 한 명으로서. 만일 적혈파가 무력을 사용해야 하는 일이 있으면 선두에 설만한 인물이다. 실제로 일을 하며 힘쓰는 말단들의 대부분의 사정은 적욱을 통하면 거의 알 수가 있었다.


장문인 ‘양무영’의 직속 수하이자 문파의 전각주를 맡고 있는 작비를 통해 견습생의 일이 올라오는 건 흔치 않은 일이었다.


“감울이가 한 번도 이기지를 못했다고.”

“예. 그렇습니다. 거기에 적욱 놈도 그 정확한 경지를 모르겠다고 하는 걸 보아···. 확실히 내력을 숨기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재능이 있는 놈은 있을 수 있지만. 이미 무공을 오랜 기간 배워온 녀석이라면 나이가 어릴 뿐···. 적혈파에 대한 어쩌면 다른 곳의 첩자가 아닐런지···.”

“하하하.”


양무영은 작비의 진중한 말에 그냥 웃어보였다. 제 수염이 떨렸다. 그는 호쾌한 인상을 갖고 있는 사내였다. 어떤 문제에 대해서 끙끙거리며 대답하지 못하는 꼴이, 잘 상상이 가지 않는.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곤 한다. 양무영은.


이번 문제에 대해서도 그러했다. 그는 지곤에 대한 보고를 이리저리 들었을 때부터 과하게 고민하지 않았다. 적혈파에 관한 것이라면 이미 그가 중요한 부분을 모두 잡고 있었다.


문제가 터질 것이라면, 양무영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부분에서 터지는 게 순서가 맞다. 다른 곳은 굳이···.


“적호전주.”

“예.”


작비의 문파에서의 직책은 적호전주寂虎殿主였다. 그가 처소로 삼는 목제 건물의 이름이기도 하다. 4층짜리 전각으로, 수십 여 명이 편히 생활할 수 있을만치 넓이가 된다. 아랫것들의 생활에 관해 신경쓰지 않는다고 하면, 그 배나 혹은 배의 배 정도까지 넣을 수도 있으리라.


“적혈파의 적이랄만한 게 어디 있겠나.”

“그야···.”

“명운, 가두, 그리고 정씨세가···. 거기에 금호단 정도가 있겠지.”

“······예.”


양무영이 읊은 것은, 관영 시市 내에 있는 무림 집단의 호칭들이었다. 명운파, 가두파. 금호단, 그리고 정씨 가문이 주축이 되는 정씨세가. 중앙을 적혈파가 먹고 있었고. 시 외곽지의 각 서, 남, 동부를 맡은 녀석들이었다. 북부는 관官의 시설이 모여 있다. 시를 다스리는 지주 어른의 거처가 있기도 하고.


자잘한 문파 따위가 북부에 모여 있지만 그다지 신경쓸 바는 아니었다.


관영은 제법 넓은, 아니 아주 큰 대도시였고. 그 도시에서 나오는 생산물을 받아먹는 무림 문파가 여럿이었다. 가장 큰 것만 찾더라도 적혈, 명운, 가두, 정씨세가, 금호단의 다섯 이름이 나온다.

이들 끼리의 협약과 관례가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면 엉망이 되었을 수 있겠지만. 혼자 먹기에는 큰 도시였고, 각 조직간 힘의 균형이 나름대로 잘 잡혀 있어서 지금껏 큰 싸움은 적었다.


“견습생도로 위장해서 보낼만한 어린 무림인이라···. 그런 존재를 키워낼만한 문파가, 이 관영 시에 있는가?”

“······없습니다.”


작비는 제가 말을 하고도, 말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안다는 듯 고개를 조금 숙였다. 양무영이 따져 묻자 굳이 할 말은 없었다.

적호전주, 작비도 사실 그리 생각은 한다. 거듭되는 보고 탓에 특이점을 알려야 하기에, 부러 입을 연 것에 불과하다. 작비도 그런 대단한 음모가 있으리라, 진지하게 믿거나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들의 촉각이 곤두서는 부분은 다른 곳이었다. 적혈파에는 굳이 잠입을 해서 들어와 탐할만한 대단한 보물이 없었다.


“대문파나 가능하겠지. 적어도 관영시에는 없네.

······.

관官을 통하여서 다른 지방에서 그런 수작을 벌인다면 혹 가능은 하겠지만.

······지주 어른이나 그 외 연 황실의 의도가 있다면 과연 아래에서 오겠는가.”

“······.”


작비는 꿀먹은 벙어리처럼 답이 없었다. 양무영이 현실을 일렀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자연히.


“적혈파에 위압을 가할 셈이었으면 대놓고 말을 했겠지. 우리보다 큰 자들이 우리 눈치를 볼 리는 없네···. 그쪽은 내가 잘 보고 있고···. 적호전주의 일은 주변과의 상생이 지금처럼 잘 이루어지도록 신경을 써주면 될 뿐이라네.”


허허허,


하고.


양무영은 웃으며 고급 목조 책상을 툭툭, 두드렸다. 웃을 때 주변 물건이나 사람을 건드리는 건 사내의 습관이었다. 청록색의 비단 옷을 걸치고 있는 인물이었다, 무영은. 무림 문파의 장문인 치고는 세속적인 꼴이었는데. 그건 이들이 관영 시에서 세를 떨치며 많은 재화를 모으는 이들이기에 그렇다.


그렇다고, 아주 대단한 재물을 얻은 것도 아니었다. 그냥 이 도시 내에서 저들끼리 호식好食을 하고 지낼 정도. 큰 집단이나 권력자에게 낙인이 찍혀 미움을 살 만큼은 결코 아니었다.


그 정도의 재력이나 보물을 얻게 된다면, 양무영은 필사적으로 감추고 없앨 인간이다. 그만치의 영리함은 있었다, 무영도.


“그저 관영 내에서 잘 교육받은 무가의 자손이겠지. 아비가 어딘가에서 온 무림인일지도 모르고. 이곳에 와서, 사파의 도리를 따르겠다고 최고의 문파를 찾아온 것 아니겠는가···.”

“······.”

“재능이 좋고, 능력이 뛰어나다면 훗날 우리가 잘 쓰면 될 일이야. 엇나가지 않도록 자네가 잘 말해서, 아랫것들이 특히 잘 키우게끔 하게.”

“······예, 장문인.”


작비는 그 외 더 이상 말을 하지는 않았다. 아직 보고하지 않은 특이점들이 몇 있기는 하지만. 여태 올린 것에 비해 대단한 부분들은 아니다.

이미 양무영이 쓸데없는 보고라고 일축한 것이나 마찬가지였기에. 작비는 더 이상 말할 의지를 잃었다.


사내는 공손함을 보이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작비, 말이다.


*


한 달 반.


어느새 적혈파에 들어온 지도 깨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무식하게 반복되는 일상이었고, 이곳에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상황에 관하여 적어도 한 번씩은 다 겪었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어이.”


오늘은 조금 특별한 날이었다. 달에 한 번 있을까말까한.


본디 오전에 적혈파 건물 내에서 체력 단련을 하고, 오후에 외부 활동을 한다.


외부 활동은 시내를 둘러보고 경험하는 것이나. 혹은 도시 밖 산야에서 구르고 대인 전투를 하는 것.


야영, 노숙을 하거나. 혹은 산에 들어가 맹수를 잡아오는 훈련도 있었다.


여러가지 극한의 상황에 노출시키면서 담대함을 기르도록 하는 게 외부 훈련의 의의가 아닐까 싶었다.


주에 건너 한 번은. 그래도 자유롭게 관영 시 내에서 시간을 가지는 게 허락되었다. 꼭 나갈 때 적혈파의 당직자에게 허락을 맡고. 어디를 가는지 고하고, 움직여야 했다. 한 번에 모든 인원이 나가는 건 안되고. 인원을 반으로 나누어 격주로 나가는 식이었다.


군대보다도 더하다, 싶었지만. 간혹 외부 활동을 할 때 교관을 잘 만난다면 은근히 자유 시간처럼 즐길 때도 적잖게 있었다.


만일 함부로 도망가는 이가 있다면, 적혈파의 무림인들이 추격을 해서 잡아온다. 견습생원으로서의 약조를 어기고 그만두고자 한다면, 정식으로 소를 올려 허락을 받을 수 있었다. 다만 여태까지 먹고 입은 것들에 대해 빚을 지게 되는데.


의외로 사파라는 이름답지 않게 대단한 고금리 이자를 붙이지는 않았다. 상당히 합리적인 가격으로 갚으면 되었고. 나이가 어린 견습생도들의 사정을 감안해서, 몇 년 안에 천천히 갚으면 되기도 한다.


생각보다 도리가 있게 돌아가는 집단이었다. 적혈파라는 이름과는 다르게.


자진해서 나가는 놈은 별로 없었고. 도망가는 놈들도 그리 많진 않았다. 한 때의 치기나 우발적인 생각으로 그런 녀석들이 많았고. 잡혀 오면 호되게 훈련을 더 받고 정신을 차리기가 일쑤이다.


지곤은 자유 시간이 주어져도 밖으로 나가질 않았다. 아직까지는 말이다. 그런 행동이 적혈파 내부에서 굳이 눈에 띌 것 같다면 하지 않는 게 낫긴 하다만. 조금 더 문파 내부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었던 게 사실이다.


그리고 지금은, 그런 여러 일정들과 다른 ‘특별 일정’이 있는 날이었다.


오전의 정기 교육이 없이. 곧바로 도시 밖으로 나가 하루를 통으로 외부 활동에 쓰는 날 말이다.


‘외부 활동’이란 야전 훈련이라는 뜻이었고.


교관에 따라서 그 훈련의 난이도가 천차만별이다.


지곤으로서는 아이들에게 말로만 들었고 처음 해보는 것이었는데.


교관을 맞는 운이 이번에는 썩 좋지 못했다고 한다.


‘이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사나운 교관이 이번 훈련의 지휘관으로 붙었고.


아침 일찍부터 지곤을 비롯한 모든 아이들은 야산 깊은 곳에 머물러 있어야 했다.


“······야.”


지곤은 마치 단짝인 마냥, 근처에 있게 되는 녀석을 불렀다.


“······왜.”


투실하게 생긴 놈. 소년 치고는 체격이 크고 고집이 세게 생긴 녀석.


감울이었다.


지곤은 적당한 관목 사이에 몸을 누이고, 안보이도록 엄폐를 한 뒤 속삭이듯 말을 했다.


마침 근처에 숨은 감울은 여러 관목과 나무가지 따위를 잔뜩 모아와서 큰 더미를 만든 뒤에야 제대로 숨을 수 있었다.


빠르게 땅을 파면 그러지 않아도 되기는 하는데···. 감울은 지곤보다는 땅을 파는 요령이 없었고. 부리나케 움직여 버려진 가지나 풀들 따위를 잔뜩 모아와 제 자리를 만들고는 조용히 있는 와중이었다.


둘 사이의 거리는 걸음으로 서너 걸음 정도이다.


주변은 다행히 고요했고.


교관, 이리라고 불리는 사내 ‘고영식’은 아이들이 잘 숨었는가, 검사를 하기 위해 눈을 부라리며 산을 돌아다니고 있을 것이다. 지금쯤.


“······배고프지 않니.”

“······조금 고파.”


허허.


지곤은 볼을 떨면서 말을 하는 녀석이 조금 귀여워 보이기 시작했다.


답이 없는 놈이라고 생각을 하기도 하고, 귀여워도 하고.


아무튼 지곤은 천천히 아이들에게 친근감을 느끼고 있었다.


“육포 남은 것 좀 줄까?”

“······응.”


감울은 지곤이 쉽사리 호의를 베풀 녀석이 아니라는 걸 안다는 듯. 눈을 좁게 흘겨 뜨면서 의심을 한다. 그래도 대답은 곧잘 하고 끄덕거린다.


지곤은 피식 웃으며, 품에 챙겨온 육포 주머니 중 작은 것을 꺼내어 휙, 던져주었다.


풀들 사이에 묻힌 팔이 움직였고.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것이 감울의 이마에 꼭 맞게 떨어졌다.


“큭.”


일부러 맞췄다는 걸 아는 감울은 눈알을 부라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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