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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에서 마법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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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4.07.08 06:32
최근연재일 :
2024.08.25 02:15
연재수 :
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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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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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8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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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 출도出道

DUMMY

*


아버지는 마법사였다.


마魔법사.


마귀 마자가 들어간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그리 좋은 취급을 받을 수 있는 존재는 아니다.


마법사라는 것이 무엇인가.


기이한, 사이한. 사술을 사용하는 존재들을 의미하며, 기존의 무림武林이라는 세계관에서 이해할 수 없는 법술을 사용하는 작자들을 뜻했다.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배척한다. 마법사는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따지자면 가장 극점에 있는 존재들이었고.

그들은 ‘이형異形’의 인간들이었다. 백목인, 회회인이라고 부를만한 모습이었고. 그들이 입는 옷과 하는 말은 기존의 이 세계에서는 도무지 볼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들’은 자연스레 이 세상에 침투를 했고. 많은 것들을 알려주기도 했지만. 종래에는 결국 섞이지 못했고, 배척당했다.


마법사를 배척하는 무림인들의 반발이 커졌고, 그것은 깊은 증오로까지 이어졌다.


무림은 이질적인 것을 결국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들을 모조리 죽였다.


대부분의 마법사는 이제사 볼 수 없게 되었다. 죽거나, 도망치거나, 혹은 어딘가 깊은 곳에 감금되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아버지’는 살아남았다. 마법사임에도.


태어날 때부터 마법사가 아니었던 게 아마 주효했으리라. 마법사라는 종족들은 모두 사멸되어갔지만. 그들 중에서 명맥을 남기고자 했던 이들이 많이 있었다. 대부분의 시도는 물거품이 되었으나, 몇몇은 성공하기에 이른다.


그런 명맥으로 이어지는 것이 부친이었다.


부친은 평범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북부 지방에서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인물이었다. 도시는 물론 관官의 지시와 영향을 받지만. 세상은 흉흉하고, 또한 넓은 대륙은 관군들이 모조리 다루기에 어려운 면이 있었다.


그런 빈자리를 무림의 인사들이 채운다.


협俠심을 품고 살아가는 인물들 말이다. 그런 인사들 중에서 모두 좋은 인간들만 있는 건 아니었고. 또한 크게는 정파와 사파, 두 갈래로 나누인다.


‘마魔’도는 그 두 갈래에도 들지 못하는 이단이었고, 양측과 또한 관군에게까지 좇기는 신세가 되었었지만.


아버지가 살아가던 도시는 사파의 땅이었다. 협의를 말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름의 전통과 질서가 있는 인간들이었다. 강남 지방에 비해 북방은 대륙에서도 조금 거칠고, 작물들을 잘 키워내는 일이 어려운 땅이기는 했다.


작물이 잘 자라지 않고 먹을 것이 부족하다면. 사람들은 쉽게 협의, 정의 따위를 버리게 된다. 그런 땅에서 만들어진 사파 무리들은 조금 더 강퍅해질 수 밖에 없었고. 혹은 더 잔인해지곤 했다.


아비는 평범한 농민, 무림의 관점으로 보자면 사파무림에 속한 도시의 인물이었고. 우연히 모습을 감춘 ‘마법사’의 눈에 띄어 마도의 전인이 될 수 있었다.


거기에 무림인으로서의 재능 역시 갖추고 있어, 열 서너살이 되었을 무렵 제법 그럴싸한 칼놀림을 보이기도 했다.


아버지는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마법사로서 살아갔고. 모습을 감추었던 마법의 스승, ‘잭 매니어’가 죽을 때까지 그의 기술들을 전수받았다.

몸이 자라난 이후부터 사파무림에 속한 무도관에 수학을 하러 다니며 무술을 익혔고. 나름의 특출남을 인정 받아 사파의 무객武客으로서 나름의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그래봐야 일개성 지역도 아니고. 그저 도시 하나에서 알아주던 이름일 뿐이었지만. 그것만 해도 어디라는 말인가.


스물 몇 살 즈음이 되었을 때, 아비는 마을에서 고운 처자 하나를 색시로 삼아 결혼을 했고, 나를 낳았다.


그 때부터 내 삶의 고비가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이미 정해진 운명, 따위의 문제로 말이다.


아버지는 나름대로 명성이 있는 검객이자 권술가였고. 도시 외곽에 자그마한 무도관 하나를 차려 농민의 아이들을 가르쳐주며 푼돈을 받아 사업을 이어나갔다.

생계를 유지하는 가장 큰 수단은 사실 도관의 일은 아니었고. 도시의 고관들이나, 혹은 그들을 통해 오는 여러 지방에서의 의뢰를 도맡아 해결해주는 것이었다.


아비는 무림의 일원으로서도 상당한 실력을 갖추었지만. 마도의 전인이기도 했으므로. 아무도 알지 못하는 곳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던 모양이다. 아버지의 일에 대하여 말하기에 부끄러운 부분이지만. 암살 따위의 일이라고 한다면 목격자가 없으니. 마법을 발휘하던 말던 상관이 없지 않겠는가.


아버지는 많은 여행을 했고, 실력을 쌓았다.


그리고 자신의 인생이 깨나 특별하다고 생각을 했고.


그 근거와 기반이, ‘마법’에 있다고 여긴 모양이었다.


좋은 것을 주고자 하는 아비의 마음은 이해를 한다.


아버지는, 내게 ‘마법’을 가르쳤다.


어린 시절에는 멋모르고 배웠고.


그나마 대가리가 커서 글을 쓰고 읽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시장의 소문을 듣고 다닐 무렵에 그 ‘마법’이라는 게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에 대해 인지하게 되었다.


아버지 역시 아들을 그저 죽이고자 했던 건 아니었고. 마법의 전수는 철저히 비밀리에 이루어졌다. 아무도 없는 도시 밖, 황무지를 지난 야산 따위에 초가집을 짓고 년年에 몇 개월씩 나를 가르친 것이다.


마법과 같이, 무공도 물론 배웠다. 아비가 익히고 있는 건 ‘흑수심공黑手心功’과 ‘적수신공赤手迅功’. 그리고 ‘흑웅검법黑雄劍法’이었다.


심공은 대자연의 기력을 받아들여, 내공을 심후하게 만드는 심법이었고. 적수신공은 형식을 파괴한, 실전적인 느낌의 권법 총체였다. 흑웅검법은 아버지가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익힌 검법을 스스로 개량한 사파의 검법 한 갈래였고.


나름대로 일류를 지향할 수 있는 무술들이었고. 그 아비의 아들이었던건지. 내게도 잘 맞는 무술들이었다.


나는 아버지와 함께하는 시간들이 멋모르고 즐거웠고, 또 나름대로 충실했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아버지는 내게 이야기를 했다.


입에서 피를 토한 몰골을 차마 들키지 않으려고 했지만. 검은 피가 계속 흘러 어쩔 수 없는 꼴을 하고서 말이다.


아버지는 내가 14살일 때 돌아가셨다.


‘지곤아.’

‘예, 아버지.’

‘네게 많은 것을······ 알려주지 못해··· 미안··· 하다.’

‘······.’

‘···다만 당부하···마.’

‘······.’

‘···마··· 법을 계속··· 익히···거··· 라······.’

‘······.’

‘······아무···에게도··· 보이지 말고······ 너만···의 ······비장의 기술······로 감추어 두어······.’

‘······예.’

‘···원수···를 갚을······ 생각···은··· 말······고······. ······.

···

······마···도···의···종···사가··· 되어라······.’

‘······.’

‘···네··· 어···미를··· 잘······ 보···필···해···라.’

‘······예.’


그 날은 머릿속에서 영 지워지질 않는다.

가혹한 날이었다. 그럭저럭 대가리가 굵어진 다음의 일이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성인식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고. 아비의 죽음을 보기엔 지나치게 이른 날이었다.


그럼에도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사파무림의 일원으로서. 지방 통관이 얽힌 의뢰를 수행하다가 말이다.


많은 것을 이루셨다고 생각을 했다. 죽기 전까지.


불혹不惑의 나이는 참으로 젊은 나이였다.


······.


아들이 장성하는 것을 보지도 못하고 돌아가시기에는 말이다.


아무튼.


나는 많은 것을 받았고. 살아남았다.


아비의 죽음에 대해서는 많은 것을 모른다.


아버지의 명령은 단순했다.


어머니를 잘 뫼셔라.

마법을 계속 익혀라.


······.


한 가지 들어주지 못할만한 부탁을 하시기는 하셨지만.

이미 들은 것을 듣지 않았다고 할만한 성품은 아니다. 나는.


죽은 아비의 눈이 바로 앞에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바라보며 대놓고 거절을 하면 했지.


······.


마도의 종사가 되라는 게 대체 무슨 말도 안되는 말이란 말인가.


······.


이 시대 관과 정사파 무림 모두가 배척하는 길을 가라는 건가.


그런 길을 아들에게 가라고 강요를 하다니.


마도종사의 길은 당연히, 죽은 사파무림인 일개인의 사연을 파헤쳐 복수극을 벌이는 것보다는 훨씬 거대한 이야기이리라.


나는 그런 이야기를 들어줄 생각은 전혀, 조금도 없었다.


마법사는 내 길이 아니다.


이미 배운 것이었으니 어느 정도는 익힐테지만. 아비와 같이 위험스런 길을 갈 생각은 없었다.


‘얘야··· 갑자기 떠난다니 그게 무슨···.’


다만 해야 할 것이 한 가지 있기는 했다.


나는,


관영 시市의 사파 무림의 깊숙한 곳을 찾아 들어갔다.


15살 생일이 지난 다음의 일이었다.


어머니가 여행길이라도 떠나듯 비장한 각오로 집을 나서는 나를 보고 묻고 만류를 했지만. 들어줄 수는 없었다.


아비의 유언과 어미의 말을 모두 어기는 천하의 불효막심한 놈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만.

어쩔 수는 없었다.

내가 가야할 길은 알아서 가야지 않겠는가.


아비가 젊은 시절 연을 맺었었던, 사파邪派 적혈파에 들기 위해 그들의 장원을 찾아 들어갔다.


약관의 나이를 넘기지 않은 어린 것은 정식 단원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나름대로 사파 무림에서 중견의 역할을 맡고 있는 중형 단체였고. 그들이 나름대로 꾸리는 견습 단원들의 교육 과정또한 있었다.


아비 역시 그 길을 거친 것으로 안다.


나는 일단은,


그 예전의 길을 똑같이 걸어보기로 했다.


예전의 아비보다는 훨씬 더 빠르게 지나갈 수 있을 테였다.


아버지는 농민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마법의 천재였고, 무공의 수재였다.


그러나 ‘재才’라는 것이 어떤 기이한 법률로 만들어지고 사람에게 부여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아비보다 아들에게 더 나은 것이 주어졌다.


나는 마도에 있어서 불세출의 기재였고, 무공에 있어서도 천재적인 자질의 소유자였다.


더욱이 어린 시절부터 양종의 능력을 빠르게 습득했고, 열 다섯의 생일이 지났을 때.


나는 사파 무림의 언저리에서 활약을 해도.


또한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 펼쳐져도.


내가 죽을 자리 정도는 스스로 정해볼 수 있겠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다.


무슨 일이 벌어져도 죽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아니었고. 그저 묫자리가 펴지는 곳을 골라볼 수는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그 정도 확신이면 충분했다.


나는 봇짐과, 썩 좋지 않은 칼 한 자루를 들고 적혈파의 대문을 두드렸다.


*



작가의말

잘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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