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Slow fantasy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새글

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3.03.11 07:32
최근연재일 :
2024.07.07 04:58
연재수 :
362 회
조회수 :
9,545
추천수 :
774
글자수 :
3,432,795

작성
24.05.04 20:32
조회
13
추천
1
글자
28쪽

300. 나무 위의 사색

DUMMY

*


한참을 걷다가 마주한 건, 운이 좋게도 몬스터였다.


그냥 몬스터는 아니고, 보스 몹들.


보스 몹에게는 보스 몹 끼리의 룰이 있는 법이었다.


어둠숲의 최심부. 몬스터들이 살기 좋은,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보스 몬스터들. 그것들은 비슷한 경쟁의 대상이 될만한. 거대한 체격이나 강력한 마기를 보유한 다른 보스 몬스터들을 배척한다.


그러나 아예 경쟁의 대상이 아닌 약한 몬스터들은 그저 주변을 돌아다니는 동물과 똑같이 취급을 하고. 일부러 쫓아내지는 않았다. 어느 정도 그런 몬스터들이 있어야. 또 잡아먹으면서 살지 않겠는가. 몬스터들도 육신이 존재하는 이상. MP만으로 먹고 살 수는 없었다. 실제 동물이나 식물 등 음식물을 섭취해야만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그 비율이 일반적인 동물에 비해서 낮을 뿐이다.


몬스터들 간의 영역 분쟁과 다른 위상位相에. 보스 몹들 간의 영역 분쟁의 세력도가 있었다. 강한 놈들끼리 싸운다는 말이다.


최심부는 그런 와중에 자리가 비어 있어도, 바깥에 있는 놈이 함부로 들어오지는 않고. 공석으로 비어 있을 때가 많았다. 보스 몹을 딱 발견할 수 있었던 건, 분명 운이 좋은 일이리라.


제냐는 멀리에서 몬스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나무 위였다.


최태현에게 연락을 할까, 생각을 많이 하기도 했다.


몬스터가 다소 세보였기 때문이다.


스치는 나뭇잎들 사이로, 원시遠視를 가동한다.


기력감지술이 발전하다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누구나 발전할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고수급 이상이 되면 기력술사라고 하더라도 먼 거리를 정탐하는 일 정도는 가능했다.


간단한 방법으로는 캐릭터의 눈에 MP를 집중하고, 강화시켜서 망원경처럼 쓰는 방법이 있었고. 다른 방법으로는 가상의 시야를 만들어 그것으로 멀리를 바라보는 방법이 있었다. 후자는 기력술사보다는 초상술사에 가까운 방식이기는 했지만. 궁술 따위를 사용하는 기력술사들은 흔히 사용하는 방식이다.


초상술에서의 감지보다는 범위가 훨씬 좁았다. 정확히 정해진 핀포인트의 상황만을 감지할 수 있을 뿐이니. 넓은 범위를 색적하는 데는 시간이 조금 걸리기도 하고. 상대의 정확한 위치를 알아야만 제대로 탐색이 가능했다.


시각적으로 상대의 동태를 정확히 살피기 위해서는. 사냥꾼들 따위가 갖고 있는 ‘추적술’을 익혀 상대방을 먼저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숲에 남아있는 동물의 발자국. 그것들의 생태의 흔적들. 여러가지 단서들로 사냥감의 위치를 먼저 특정한 뒤에. 포인트를 잡아 그 근처를 기력 감지술로 더듬어 살피다가 사냥감을 발견했다.


최심부에 있는 괴물은 조금 더 독특하게 생긴 것 같았다. 단순히 제냐의 기분 탓일수도 있었겠지만.


제냐는 높은 나무, 거목이자 고목인 곳의 거의 끄트머리에 올라와 있었다. 대강 높이를 가늠하자면, 30여 미터는 훌쩍 넘는 것 같았다. 어지간한 고층 빌딩의 높이다. 최상부는 아니었고 조금 아래 즈음이다. 그 정도 위치만 되어도 주변의 상황을 살피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딛고 있는 발판은, 나뭇가지이다.


굵은 나뭇가지는 제냐의 체중을 안정적으로 버텨주고 있었다. 극단적으로 군다면, 사실 나뭇가지가 없어도 괜찮기는 했다. 기력을 사용한 보법 중에는. 흡착력을 발휘하는 보법이 있었으니까. ‘수직 보행’이라는 스킬은 고수급이 되었어도 유용하게 사용하는 기술이었다.


발전을 하면 이와 같은 계열의 스킬들이 여럿 파생되기도 한다. 보법 계열의 여러 무술 스킬들이었는데. 일단 기본은 수직 보행이었다. 입체 기동이나, 전투 따위의 스킬들 또한 있었다. 지형지물이 복잡한 숲이나 건물이 늘어선 시가지 따위에서 수직 보행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이곳저곳을 날듯 뛰어다니며 싸우다보면 얻게 되는 스킬이었다.


숲은 제냐가 이 세계에 와서. 아니. 로그인을 해서 가장 많이 싸우는 전장 중 하나였다. 그만큼 익숙하고. 어느 정도 어드밴티지가 있기도 하다. 아예 숲 속에서 살아가는 몬스터들에 비한다면 조금 부족하겠지만.


제냐는 눈매를 조금 찡그리며, 먼 곳을 보고 있었다. 캐릭터의 눈으로는 그저 나무로 뒤덮인 어둠숲의 머리 뚜껑이 보일 뿐이었다. 제냐가 올라온 거목은 다른 나무들에 비해서도 키가 컸다. 주변의 유일한 거목은 아니었다. 듬성듬성, 제냐가 올라탄 녀석과 비슷한 나무들이 있기는 했다. 그래도 평균보다는 아득하게 컸기에 시야가 개방적이다.


침엽수림의 머리 뚜껑 위는. 하늘 위의 태양빛이 내리쬐고 있는 광경이었다. 어둠숲이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밝음이 있었다. 그러나 나무들의 평균적인 높이 아래로는 다시 어둠이 있어서. 짙은 장막이라도 불투명하게 쳐진 게 아닐까, 싶은 광경이다.


제냐는 눈살을 찌푸리면서 가상의 시야와 캐릭터의 눈으로 인한 시야 두 가지를 모두 바라보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시야의 중앙 상단에, 추가적인 화면이 하나 더 떠 있었다.


그 화면으로 상대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고.


‘늑대’의 모습이었다.


이 근처에 늑대형 몬스터나 아니면 실제 늑대들이 많은 것 같았는데. 보스몹의 외형을 따라가는지도 모른다. 저 보스 몬스터들에게, 늑대 계열의 짐승들에 대한 어떤 동질감이 있는지는 잘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


숲의 한복판. 제법 거대한 공터가 있었다.


그 공터를 제 집처럼 삼아, 태평하게 누워서 잠을 자고 있다. 야행성일 지도 몰랐다. 낮 시간에 저렇게 누워서 뻗어있는 걸 보면.


최심부에서 다른 플레이어들의 흔적을 마주하기도 했지만. 실제 플레이어를 만나지는 못했다. 아마 다른 플레이어들 역시 근처를 헤매고 있을지도 모른다.


최심부를 헤매고 있다는 건 그들 역시 상당한 레벨의 플레이어들이라는 말이었고. 제냐보다 먼저 늑대를 발견했다면 미리 토벌을 했을 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 있어서도 운이 좋았다. 일단 지금, 근방에는 플레이어가 없었다.


제냐는 원래 솔로 플레이어였고. 근, 중, 원거리 모두 공격이 가능한 전투직 캐릭터였다. 비스트 슬레이어는 허리춤에 채웠다.


그는 언제나 그러하듯. 나뭇가지의 가장 뿌리 쪽에 서 있었다. 가장 굵은 부위에 발을 두고 있었고. 뒤로는 나무의 몸통을 지지대삼아 등을 붙인다.


안정적인 자세에서 좋은 공격이 나오는 법이었다.


만일 나뭇가지가 없다고 한다면. 그대로 나무의 몸통에 수직으로 붙어 서서. 머리 위로 공격을 날리는 방식으로 팔을 뻗어 상대를 칠 수도 있기는 했다. 보기에는 좀 우습겠지만. 어차피 상대방의 위치 좌표야 눈으로 보는 것도 아니었고. 기력 감지술에 의지하는 바가 크니 별 상관이 없었다. 전투력적인 측면에서는.


뭐가 조금 더 편하냐고 묻는다면, 평범하게 선 자세로 공격을 하는 게 약간 더 편하기는 했다만. 신경쓸 것이 줄어들기에.


지금도 수직 보행 스킬은 계속해서 발동 중이었다. ‘흡착공’이라는 이름의 스킬이 따로 파생되었으니. 그것 역시 쓰이고 있으리라. 직관적인 이름 그대로, 어딘가에 붙을 수 있다는 의미였다. 원래는 수직 보행 스킬로 발바닥에 흡착력을 생성해 붙을 수 있었는데. 이후부터는 몸 전신에 그런 성질을 부여할 수 있었다. 다만 발바닥에 부여하는 게 가장 익숙하기도 하고. 나머지는 아직 조금 더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아마 꼭 필요하다면 그렇게 써먹기는 하겠지만. 지금은 완벽하게 선先을 잡은 상태에서 공격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여유가 있다는 말이었고. 모든 컨트롤 능력을 한 방의 공격에 집중해야하는 때다. 쓸데없는 곳에 여력을 낭비할 게 아니라.


“흠.”


작게 소리를 낸다.


군소리 정도는, 들리지도 않을 테였다. 중요한 건, 놈이 방심을 하고 있냐, 아니면 경계태세냐 하는 것이다. 어차피 초인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 생물이었다. 자신을 노리고 있는 사냥꾼이 근처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면. 저리 태평하게 누워있다가도. 초감각 따위를 발휘해서 주변에 있는 제냐를 찾아낼 지도 몰랐다.


그러나 지금 제냐는 놈이 경계를 하기 전에 찾아낸 상황이다. 아마 리젠이 된 이후에 사냥을 당해본 적이 없거나. 혹은 최근에 평화로웠거나. 뭐 아무래도 좋다. 경계하지 않는 사냥감은 사냥꾼에게 있어서 가장 상대하기 좋은 적이다.


직선 거리로 따지자면 2, 3km정도 되는 듯했다. 까마득한 거리였다. 그 정도 거리를 완벽하게 감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제냐의 역량이 비약적으로 늘어났다는 뜻도 된다. 어차피 맨 눈으로는 시력을 아무리 강화를 해도. ‘투시透視’ 따위를 익히지 않는 한 볼 수가 없는 상황이다. 기력 감지술에 거진 전적으로 의지를 해야 할텐데.


아무리 반경 12, 3미터 즈음에 달하는 범위라고 하더라도 그 정도 먼 거리의 상황을 완벽하게 체크할 수 있다는 건. 상당한 위력의 기술이었다.


기력술사는, 레벨이 올라가고 강해질수록 결국 초상술사에 가까워진다. 반대로, 초상술사도 기력술사에 가까워지고.


정확히 말하면 각 분야의 단점이 점점 상쇄되는 셈이다. 어차피 두 가지 종류의 능력의 뿌리가 한 갈래였다는 점 또한 영향을 미친다.


늘어지게 잠을 자고 있는, 검은 털의 늑대.


시커먼 색깔의 털이었다. 어둠숲이라는 이름의 숲에 참으로 잘 어울리는 짐승이라고 할 수 있었다. 크기는··· 대강 십 여 미터 정도 될까.

솔직히 말해 일반적으로 짐승이라고 부를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어지간한 건축물 정도의 체적이다.


십 여 미터 정도의 길이를 가지고 있는 악어나 뱀이 있다고 해도. ‘괴물’이라는 이름이 붙을텐데. 늑대의 몸 길이가 십 여 미터였다. 아래로도, 그 너비로도 만만찮게 두텁다.


저만한 놈이 자유자재로 움직이면서 들이박는다면 그야말로 건물이 날아오는 느낌이리라.


그러나 크기만으로도 그 강함을 다 설명할 수 없었다. 단순히 크기만 따진다면 어둠숲의 다른 지역에 더욱 큰 놈들이 많았고. 비슷한 크기를 가진 몬스터들도 즐비를 했다.


프린스 오브 고블린처럼. 단지 크기에 한하지 않는 강력한 힘이 내재되어 있으리라. 그렇기에 최심부에서 보스 몹이 저렇게 태평하게 누워 잘 수 있는 것이겠지. 보스몹이라고 분류가 되는, 특출나게 강력한 개체라고 한다면 이 근처에 발을 디디는 순간 다른 최심부 보스몹들의 견제를 받아 쫓겨날 텐데.


다른 놈들의 견제를 이길 정도라는 말이고. 곧 레벨 100대 중후반 이상의, 사냥 난이도를 가진 괴물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저런 보스 몹들을 제대로 토벌하지 않고 장시간 지나면. 결국 마기는 계속해서 증가하게 될 테였다. 흑마력이 계속해서 증가해서, 최심부에 한했던 ‘특수 구역’이 점점 더 넓어지면. 더 여러 마리의 보스몹들이 해당 지역에서 살 수 있을 테였고.


여러 마리 보스몹들이 더욱 짙은 농도의 마기에 계속해서 노출이 되면, MP를 축적해서 몬스터들이 보다 강해질 테였다.


아주 강력한 몬스터의 뒤를 좇아, 일반적인 보스몹들의 수준이 상향되고. 그것들은 다시 마기를 북돋는 기폭제로서 더욱 기능을 한다. 그렇게 되면 보다 빠르게 마기에 물든 지역의 범위가 넓어질 테고.


어둠숲 전체의 마기 농도가 짙어지게 되리라 최종적으로는.


짙은 마기의 농도로 이루어진 어둠숲 전체는 몬스터들에게 있어서는 특별한 영지靈地 따위가 되어서 전체적인 흉폭함, 전투력이 또 높아지고.

그렇게 몬스터들의 수준이 높아지면 그것들을 인류 캐릭터들이 토벌하지 못할 테니, 몬스터들의 개체수는 자연스럽게 늘어날 테였다.


지역의 마기 농도는 몬스터의 리젠률에도 영향을 주는 요소였다.


과밀해진 몬스터들은, 결국 어둠숲 바깥으로 넘쳐 나오게 되리라.


어둠숲의 강력한 몬스터들이 바깥으로 흘러가면서. 바깥 지역의 몬스터 평균 레벨도 높아질 테였고. 마기는 전염이 되듯 점차 그 범위가 넓어지며 종래에는 인간들이 살고 있는 영토를 침범하리라.


그것을 막기 위해서 플레이어들이 투입된 상황이었다.


NPC들은 딱히 알지 못하고. 플레이어들도 자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밸런스를 위해서, 그렇게 설정되어 있었다.


만일 모든 플레이어가 몬스터 사냥을 하지 않는다고 하면. 인류 전체의 영토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결국 도시까지 몬스터들이 침범하는 사태가 벌어지게 되리라.


몬스터 아웃브레이크Outbreak라고 NPC 전문가들이 일컫으며 경계하는 사태이기도 했다.


플레이어들은 경험치라는 보상을 위해서. 또 그 외 여러 가지 보상치를 위해서 게걸스럽게 몬스터들을 토벌한다. 그 자연스러운 행위 자체가 콘란드 대륙의 안정성을 높이고.

전투직이 아니며, 몬스터 토벌에 힘을 쏟지 않는 다른 플레이어와 캐릭터들이 안정적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또한, 전투직 플레이어가 아닌 이들이라고 해도 몬스터-인류 간의 전쟁에 전혀 기여를 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결국 정치, 경제, 문화, 공업, 여러 가지 분야의 기술들이 동시에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안정적인 정치가 이루어진다면, 나라의 발전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테였다. 국치가 순항하는 방향으로 흐른다면. 그 나라 내에서 여러 가지 기술, 문화 예술, 경제적 발전이 가속도를 얻을 테였고.


결국 원활한 물류 유통과 다양한 분야에서의 건설적인 노력들은. 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전투직 플레이어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전쟁은 결국 나라의 ‘돈’으로 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는가. 보급선Line이 끊긴 전투 부대는 얼마 가지 않아 궤멸되게 되어 있다고들 하고.


후방에서 다양한 물건들을 만들어내는 기술직은. 넓게 보면 결국 전선에서 싸우는 이들의 무구를 더 좋은 질로 바꾸어주는 일을 하는 셈이었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아이템이나 아티팩트들의 공법들이 발전을 할수록. 인류 캐릭터들의 전체적인 전투력이 높아지리라.


이 콘란드 대륙의 ‘끝’을 볼 수 있는 메인 스토리의 갈래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이건 생존 게임이면서, 액션 게임이기도 하고. 다양한 제작 스킬들을 깊이 있게 파고들 수 있는 제작 시뮬레이션 게임이기도 하고. 상업, 농업, 정치, 여러 가지 분야를 맛볼 수 있는 다종多種 일체一體의 구조였으니까.


전투직 플레이어라고 한다면, 가장 단순한 상상으로. 끊임없이 전투와 전쟁에서 이겨서. 거대한 정복군을 이끌어 전 대륙의 통일을 이루어낼 수 있을 테였다.


정치 시뮬레이션 게임으로써 게임을 플레이하는 플레이어라고 한다면. 정치가로서 끝자락에 닿아서. 왕국을 경영하고, 나라를 거대한 제국으로 만들어 대륙 일통을 일구어낼 수 있을 테였고.


상업에 발을 디딘 플레이어라면. 거대한 물류 유통, 경제의 흐름을 손아귀에 쥐어서 전 세계를 장악할 수도 있을 테였다.


혹 기술직 플레이어라고 한다면. 끝없이 주어지는 스킬로 인한 아이디어와. 또 현실 세계에서 이미 알고 있는 다양한 지식들을 배합하여 이곳에 없던 신기술을 만들어내어서. 다른 나라들을 압도하는 기술을 가진 국가로 본인이 플레이하고 있는 거점국을 발전시켜. 기술 강국으로서 전 세계를 지배할 수도 있을 테였고.


무엇이든 강력한 무력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점만은 동일했다.


여러 각 분야에서 애쓰고 있는 플레이어들은. 결국 누가 먼저 메인 스토리에 닿느냐, 를 두고 경쟁을 하고 있는 셈이었다.


어떤 분야이든 랭커들은 그러한 경쟁의 최선두를 달리고들 있는 입장이었고 말이다.


제냐는 아직 랭커에 닿기에는 까마득한 지점이었지만.


성장세로 본다면 그리 멀지 않을 수 있는 위치의, 플레이어다.


아마 지금과 같은 속도로 계속해서 발전을 한다면 정말로 최선두에서 메인 스토리급 경쟁을 펼칠 수도 있을 테고.


크흠.


제냐는 작게 헛기침을 했다. 목을 가다듬고 정신을 집중한다.


그리고 자신의 미간을 조금 문질러서 인벤토리를 열었다.


자연스럽게 손이 움직였고, ‘활’과 화살을 꺼내들었다.


태현과 같이 플레이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후위와 전위가 정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 때문에 혼자서 사냥을 하러 온 것이기도 했다.


역할이 고정되다 보면, 다양한 종류의 능력을 배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 게임은 플레이어의 경험이 곧 능력치가 되는 구조를 갖고 있었으니까.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여러가지 능력들을 한 번에 사용하면서, 갖은 고생을 결국 다 해야 하는 것이다.


솔로 플레이어라고 한다면. 산전수전을 다 겪어야 한다. 숲에서의 싸움이었지만. 중, 근, 원거리 모든 상황에서의 싸움을 할 줄 알아야 했다.


붉은 기운이 도는, 나무로 이루어진 활이었다. 큰 활이다. 최태현이 쓰는 것보다 조금 더 길다. 움직이면서 쏘기에는 거추장스러울지 모르겠지만. 초인적인 힘을 갖고 있는 물리 계열 플레이어라면 그다지 어렵지는 않았다. 순발력이 있고, 몸이 어느 정도 유연하며 다양한 패시브 스킬을 갖고 있다면 말이다.


붉은 기운의 나무. 그러나 나무만으로 이루어진 활은 아니다. 여러 종류의 소재들이 당연히 배합되어 만들어졌고. 스킬을 부여하거나, MP를 쏟아넣거나 하는 과정에서는 릿샤 애드윈의 솜씨 또한 들어간 아이템이었다.


릿샤 애드윈은 이미 쉽게 보기 어려운 지경의 초상술사였다. 마스터 마기아의 위位에 오르고도 계속해서 발전을 거듭했으니. 레벨 100만 넘는 수준이더라도. 수도 사르삿과 같은 대도시에서 나름대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자신의 분야와 시장에서 큰 소리를 낼 수 있는 터줏대감이었다. 그러나 그 위의 실력자라고 한다면.


고수들 중에서도 고수들. 극히 소수의 인원들이며 이제 찾아보기도 어려운 수준이 된다. 제냐가 자주 찾는 드워프 장인, 단테스 할아범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 레벨일지 가늠이 잘 되지 않았다. 확실한 건 제냐보다는 레벨이 높은 모양이었다.


사르삿에서도, 산슈카 왕실에 물건을 납품하는 위치이기도 했고. 제냐가 그 경지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다는 건. 적어도 제냐보다 아래의 경지라는 건 아니었으니까.


제냐가 대장장이로서 플레이를 해 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대략적인 감은 있지 않겠는가. 어차피 단테스 도노반도 MP를 다루는 특수한 장인이었는데 말이다. 대장장이로서 기술을 파악할 수는 없어도. 단테스 도노반이 MP를 컨트롤하는 모습을 보고 대강 짐작은 해볼 수 있었는데.


그렇게 가늠을 해보려고 해도 영 확실한 수준을 알 수 없었다. 제냐는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노인장을 더더욱 인정하게 되었다. 그래보아야 NPC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극劇 속에 있는 처지 아니던가. 제냐가 단테스 도노반을 보면서 실제 사람처럼 여기지는 않는다. 다만 그와 같은 인격을 가지고 있는, 가상의 인물을 상정하며 대하고 있을 뿐이다.


혹은 그 모습에서, 아버지라거나. 선생님이라거나. 살면서 마주쳤던 여러 어르신들을 떠올리고 있을 지도 모른다.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은 시뮬레이션 게임이며 현실과 닮았다. 여러 사람들. 현실의 삶에 장애를 겪고 있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전쟁으로 인한 트라우마 때문에 정상적인 평온과 침묵을 견디기 어려워하는 호아킨 피닉스에게. 충격 요법으로 아이러니한 안정감을 주고 있기도 했고.


사람과의 관계를, 그토록 나이를 먹어서도 조금 어려워하는 제냐에게 연습의 대상을 제공하면서 도움을 주고 있기도 했고.


현대인들의 대부분이 미약한 정신병력을 가지고 있다는 어느 석학의 말을 생각해보면. 작금에 현대인들에게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어떤 컨텐츠는. 반드시 치료에 목적을 두고 있는 물건이 되어야 할 지도 몰랐다.


적어도, 비련의 시나리오 개발진들은 그런 의도를 염두에 두고 게임을 만들기는 했다. 세부적인 데이터 가공이나 여러가지 잡무들을, AI인 ‘만물박사’가 했다고는 하더라도. 실제적으로 그 AI에게 명령을 내리고 어떤 상想의 작품을 만들어낼 지, 아이디어를 제공한 건 개발진들이었으니 말이다.


그들이 바라는대로의 무엇을 만들어주었을 뿐이었다. 만물박사萬物博士는.


개발진들은 진실로, 이 게임을 진지하게 대했다. 온갖 군데에서 그들의 마음이 느껴지기는 한다. 플레이어들이 악의적인 구성이라고 느끼는 서바이벌 게임으로서의 요소들에서도 그러하고. 일일이 선정적인 요소들에 모자이크를 집어넣은 지점이라거나.


최대한 사용자의 정신적, 그리고 신체 건강적 요소를 생각해서 개발을 한 셈이었고. 그런 노고와 마음 씀씀이가 아니었다면 아마 거대 기업의 전폭적인 후원을 받지도 못했을 테였다. 단순히 기술력이나 아이디어만 가지고 있는 천재들이었다고 한다면. 아무리 좋은 기술력이더라도, 의도가 불순하다면 누군가에게 해악이 될 수 있었으니까.


시간이 지나 그 의도라는 건 점차 선명하게 드러나게 마련이었는데. 10년, 20년. 그 이후를 바라보아야 하는 거대 기업의 입장에서 검증되지 않은 이들을 후원하는 건 분명 어려운 일이었다.


제냐는 게임을 통해서 현실을 어느 정도 도피하고 있기도 했고.

동시에 마주하고 있기도 했다. 자신의 마음가짐에 달린 일이었다. 장소나, 환경이 중요한 게 아니라 말이다.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은 계속해서, 사용자에게 현실을 일깨워주게끔 작동하고 있는 프로그램이었고.


가장 정밀하고 구체적인 판타지 월드를 그려내고 있는 게임의 의도가 그러하다는 점에서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그러나 실로 사실이었다.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판타지’라는 건. 결국 현실을 자각하게끔 하려 만들어진 셈이었으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발을 딛고 있는 하나의 세상 뿐이었다. 어디로 도망칠 수도, 데도 없는.

삶과 죽음. 자신이 여태까지 살아온 이력 모두가 현실이며, 그것으로 또 내일을 살아가야 하는 처연하기도 하고. 핍진성이 넘치는. 살갗에 와닿는. 그것이 온전한 현실이었다.


때로 지나치게 큰 정신적 충격이나, 고통. 뭐 그런 것들을 당한 이들은 도피처를 찾기도 하고. 그것이 나쁘다고만 할 수도 없지만. 그래도 먼 길을 돌아서라도. 긴 사색의 끝에서는 결국 사람은 현실에서 자신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덤덤하게 인정해야만 했다. 그건 도망칠 수 있는 사실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현실에 대한 경의를 그러모아.


제냐는 화살을 겨누었다.


툭, 하고 발치에 전통이 걸렸다. 벨트에 끈을 달아 연결해서 전통을 늘어뜨렸다. 나뭇가지 위에 안정적으로 두기는 했는데. 혹시 떨어지더라도 아예 쏟아지거나 손이 닿는 거리를 벗어나지는 않았다. 허리 벨트에 연결되어 있었으니까.


짙은 갈색의 전통 안에는 여러 종류의 화살들이 모여 있었다. 최태현같은 경우에는 다양한 화살들을 종류별로 정리를 해둔 뒤. 한 개 전통을 꽉 채우는 모양이었는데. 제냐는 적당히 짚이는 것을 쓰는 편이었다.


궁술사로서 디테일이 조금 떨어진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고. 아니면, 그저 즉흥적인 방식으로 싸우는 걸 좋아한다고도 할 수 있으리라.


이번에 걸린 것은 적목시였다. 강도는 최상급에서 조금 모자라지만. MP에 대한 반응성은 아주 좋은 녀석이었다.


강력한 강도와 경도를 지니면서 동시에 MP반응성 역시 아주 높은 소재들도 있기는 하지만. 가격이 참으로 만만찮았다. 현재 고수급을 넘는 전투 클래스인 제냐 일행에게도 말이다. 최태현은 슬슬 그런 소재에 손을 대는 것 같기는 하던데. 마음 놓고 소모할 수 있을 정도의 가격은 아니었다. 이대로 계속해서 성장을 해서, 안정적으로 레벨이 올라 200대, 300대에 달한다면 혹시 모르겠다.


물리적 강도와 MP 적응성 중에서. 어느 한쪽이 높고 다른 쪽이 다소 부족한 소재를 쓰는 것이. 훨씬 경제적인 선택이기는 했다. 어차피 큰 차이는 아니었고. MP를 많이 쏟아부어서 날리면 강력한 공격이 되기는 한다. 보다 개인의 기량이 많이 올라간다면. 사소한 아이템의 차이만으로도 최종적인 위력의 변화폭이 더 커지게 되니까. 그 지점에 있는 고수들은 곧 죽어도 조금이라도 좋은 소재로 만든 무구들을 쓰겠지만.


아직 제냐 일행은 그 정도 수준은 아니었다. 약간 아래라고 보는 게 더 좋으리라.


적목시만으로도 충분하다.


거대한 늑대의 형상은 계속해서 원거리 감지 스킬로 바라보고 있었다. 매의 눈을 비롯해서 여러가지 감지 스킬들은 여전히 제냐에게 남아 있었다. 초보자 수준일 때 얻었던 여러 종류의 스킬들은 이제 거진 10레벨에 다다랐다. 아무리 낮은 레벨일 때 얻을 수 있는 기초 스킬이라고 하더라도.


스킬 레벨의 마지막을 보는 건 지극히 어려운 일이었다. 보통 스킬에 매진하는 이상한 플레이어들의 경우에도. 스킬 레벨 10 정도를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었으니까.


기초 계열 스킬의 다음 스텝이 열리는 기준도 아마 그 즈음일 테였다.

‘기본기를 탄탄하게 다진다’라는 말이 어울리는 성장 방식이기는 했다. 기초 계열 스킬을 계속해서 얻어가면서 수련을 하는 것은. 일반적인 플레이어들은 기초 스킬을 어느 정도 레벨로 높이고.


싸움의 수준을 높여가면서 중급, 고급 단계의 스킬들을 얻는다.


그러나 결국 플레이어 레벨로 고수급이 넘고. 그 이상을 바라볼 때는 다시 기초급의 수련으로 돌아와야 하는 일이 빈번했다.


고레벨을 노리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는 제법 알려진 사실이었고. 그렇기에 애초에 초기부터 기초 스킬 수련에 매진하는 경우가 많았다.


기초 스킬을 수련하기 위해서는, 해당하는 스킬을 계속해서 사용하는 게 중요하다.


스포츠 따위에 비유를 하자면. 화려한 응용기에 주력하는 것보다는. 기초 스킬만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초적 기술들에 집중하며 그것의 원리를 파헤쳐 가는 것이다.


어쨌건 연구와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게 되어 있었다. 고작 게임이라고 하더라도.


깊은 고찰과 이해가 없다면,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은 다음 씬Scene을 플레이어에게 제공하지 않는다.


서바이벌 게임은 가차없이 플레이어들에게 고난을 부여하고.


운이 좋은 플레이어들. 철저하게 안전주의로 게임을 즐겼던 플레이어들은 낮은 수준으로도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결국 그 운이 다해서 피할 수 없는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는. 얼마나 몰입감 있게 게임에 집중을 했고. 자신의 시간과 신경을 투자했는가, 가 대답으로 나와야만 했다.


고작 게임인 주제에, 바라는 게 더럽게 많다고 할 수도 있었다.


비련시의 개발진들은 그것을 의도한 바이기도 했고.


누구나 고레벨이 되고, 고난을 이겨낼 필요는 물론 없었다.


그러고자 한 소수의 인원들을 위해서 길을 만들어둔 것일 뿐이다.


그저 한적한 곳에서, 꽃과 바람, 들풀이 바람에 따라 움직이는 경치를 즐기는 것도 비련시 온라인을 즐기는 훌륭한 플레이 방법이기는 했다.


대신 인생이 언제나 그러하듯. 그렇게 살다가도 갑작스러운 재앙으로, 게임 오버를 당할 수도 있는 법이었고.


그런 이들은 게임에 대해서 ‘타자’라고 할 수 있겠다.


비련시 온라인을 운영하는 이들에게는. ‘주인공’을 찾고자 하는 의도가 한 가지 있었다. 그것만이 이 게임을 서비스하는 모든 의도는 아니었지만. 주요한 의도 중 하나임은 분명했다. 이 게임의 환경이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에게 부여하는 갖가지 고난을 이겨내고, 레벨링을 끝까지 해내는 이.


불가능에 가까운 온갖 퀘스트들을 깨고, 기어코 메인 스토리에 닿는 이.


메인 스토리의 주도적 플레이어라는 말은.


바꾸어 말해서 ‘비련의 시나리오’의 주인공Hero이라는 이야기도 되리라.


어쨌건 이야기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흘러가게 되어 있었다. 서사의 구조라는 게 그런 법이었으니. 옴니버스 식의 이야기도 있을 수 있었고.


다양한 사람들이 나와서 날뛰는. 군상극의 형식도 있을 수는 있겠지만. 명목 상으로라도 일단은, 주인공이 있는 법이었다.


“후우우우우.”


제냐는 적목시를 건 활 시위를 끝까지 뒤로 당겼다. 몸의 반신, 오른쪽 상반신을 비롯해서 절반 정도에 힘이 가해진다. 팔을 뒤로 당기는 오른쪽 반신 외에도 다른 쪽에도 물론 힘은 들어간다.


대포가 포탄을 날릴 때, 포신 역시 상당한 충격을 받으니까 말이다. 지지해주고, 버티는 곳의 힘이 없다면 무엇이든 제대로 쏘아낼 수 없는 법이었다.

vitto-sommella-CrDnEQE_9vY-unsplash.jpg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Slow fantasy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3 302. 앞니와 검날 24.05.05 16 1 20쪽
302 301. 눈알 24.05.05 11 1 15쪽
» 300. 나무 위의 사색 24.05.04 14 1 28쪽
300 299. 걸음(2) 24.05.04 10 1 14쪽
299 298. 걸음 24.05.04 11 1 15쪽
298 297. 어지러운 생각 24.05.03 11 1 15쪽
297 296. 제냐의 경우 24.05.02 14 1 21쪽
296 295. 세이드 소마 24.05.02 11 1 17쪽
295 294. 이슈칼의 경우(2) 24.05.02 12 1 16쪽
294 293. 이슈칼의 경우 24.05.02 10 1 19쪽
293 292. 벨케임의 고뇌(2) 24.05.01 14 1 22쪽
292 291. 벨케임의 고뇌 24.05.01 11 1 19쪽
291 290. 길드원員의 회의 24.04.30 11 1 26쪽
290 289. 사막민民의 회의 24.04.30 13 1 19쪽
289 288. 궁리 24.04.26 14 1 14쪽
288 287. 광자포같은 24.04.25 13 1 25쪽
287 286. Forest orb 24.04.25 13 1 18쪽
286 285. 도망을 잘 친다는 건 24.04.24 14 1 25쪽
285 284. ㅌㅌ 24.04.24 15 1 17쪽
284 283. 매달린 사내의 시점2 24.04.24 12 1 21쪽
283 282. 매달린 사내의 시점 24.04.23 13 1 13쪽
282 281. 기사A의 시점 24.04.22 13 1 13쪽
281 280. 방호 결계 24.04.21 16 1 15쪽
280 279. 날벼락 24.04.21 12 1 17쪽
279 278. 마른 하늘에 24.04.21 10 1 28쪽
278 277. 월담 24.04.19 16 1 16쪽
277 276. 담벼락 앞에서 24.04.19 10 1 16쪽
276 275. 회담장의 변變3 24.04.19 13 1 12쪽
275 274. 회담장의 변變2 24.04.19 12 1 12쪽
274 273. 회담장의 변變 24.04.19 12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