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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Slow fant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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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3.03.11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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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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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279. 날벼락

DUMMY

ㅁ자로 되어 있는 것 중 한 면이었고, 다른 3채의 건물을 막아주는 역할을 했다고 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건물 하나를 날려버리고도 구부러진 팔의 에너지는 잔여력이 남았고. 화석 연료처럼 주변의 폭발로 인해서 연쇄적으로 터지는 종류가 아니었다. 여력이 남은 팔들은 그대로 폭연을 뚫고 ㅁ자 건물의 빈 광장으로 들어섰고.


6개의 팔 중 1개 반이 사라졌다. 나머지 4개는, 각기 다른 세 방향으로 공터에서 갈라져 건물들의 내벽 쪽을 두드렸다.


각기 검 두개와 방패 하나였다. 모양에 큰 차이는 없었다. 이렇게 사용한다고 하면 말이다. 검을 든 것들은 소환된 골렘이나 정령의 팔처럼, 그것을 휘둘러 상대를 공격할 수 있기는 하다. 방패는 말 그대로 상대의 공격을 막을 수 있고.


릿샤의 의도에 따라서 공방 일체의 움직임이 가능한 소환 정령이라고 볼 수 있다. 정령보다도 더 간단한 소프트웨어 메커니즘을 가진 녀석들이기는 하지만.


‘정령’이라는 건 완성된 AI였고, 소환만 해두면 자동적으로 움직이며 소환자의 안위를 위해서 힘을 발휘한다. 릿샤의 그것은 그보다는 기계팔에 가까웠고. 구체적인 명령을 그녀가 내려야만 움직였다. 정령술사보다 훨씬 더 만들어진 스킬에 신경을 많이 써야 했다.


그러나 스킬 하나로 중, 근거리 상황에서의 공방을 모두 담당할 수 있으니 제법 괜찮은 스킬이라고 볼 수 있었다. 릿샤 애드윈은 드문 트리플 캐스터였고, 구부러진 팔로 주변의 적들을 견제하고, 이동기로 거리를 확보하고.


그렇게 시간을 번 뒤에 멀리서 투척류의 스킬을 써먹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원래는 그렇게 사용할 의도로 만들어낸 스킬이었는데. 생각보다 스킬을 구성하는데 MP가 다량이 들어갔고. 그것을 단숨에 폭발시킬 때의 위력이 예상을 훨씬 웃돌았다. 덕분에 이렇게, 미사일처럼 써먹고 있는 중이다.


자신의 근처에 소환시켜 번견番犬처럼 써먹다가, 마지막 순간에는 깜짝 투척기로 변용이 가능한 좋은 스킬이었다. 모든 스킬은 결국 MP로 이루어지게 되어 있었다. 단단하게 고정이 되어 있느냐, 무른 성질을 갖고 쉽게 흐트러지고 불안하냐, 의 차이였는데.


고체와 같은 물성을 갖게끔 스킬을 만들어내고, 거기서 다시 흐트러뜨려 폭발물로 써먹는 등의 변형은 쉬운 기예는 아니었다. 그녀가 타고난, 또 탁월한 워메이지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건물의 안쪽 공터에서 그림처럼 갈라져, 세 방향으로 나뉜 팔들이 건물을 터뜨렸다.


콰아아아앙-!


다시 한 번, 먼 폭음이 들렸다. 제냐 일행은 대공이 거주하는 본택을 향해 질주하면서, 먼 곳에서의 폭발을 흘끗 돌아봤다.


비명 소리조차 없었다. 근처에 있는 이들은 비명을 지를 정신도, 겨를도 없었던 탓이고. 내부에 있던 이들은 지르고 싶어도 지를 수 없었으리라.


기사단의 병영 건물에는 보통 ‘기사’만이 머무르게 되어 있었다. 고용인들이 가끔 들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전투력에 포함되는 인원들만이 지내는 장소이다. 아직 기사단에 정식으로 들지 못한 이들이 ‘종자從者’의 역할을 하면서 허드렛일을 한다. 어느 기사단을 가던 그건 마찬가지인 일이었다.


아마 그런 이들은 대개 죽었으리라. 초보 급 정도의 능력을 가진 기력술사였다고 한다면 말이다. 실제로 보인 건, 목조 저택의 건물이 화려한 폭발력으로 날아가버린 모습이었지만. 그 내부에는 릿샤 애드윈의 MP가 휘몰아치면서 보이지 않는 폭풍을 만들어냈고. 칼날처럼 내부에 있는 것들을 갈아버렸으리라.


끔찍한 전쟁 병기라고도 할 수 있었다. 단련된 워메이지라는 건 애초에 그런 의미이기도 했고.


병영 건물이 날아갔고. 수 초 정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빠른 속도로 날듯이 질주하고 있는 제냐 일행이었고. 다시 몇 초 정도 뒤에.


불타 떨어진 잔해 더미에서 십 수 명의 인형人形이 뛰쳐나왔다. 잿더미 속에서 나타난 인물들이었다. 햇볕보다 훨씬 더 뜨거운 불길을, 휴식하던 중에 맛 본 작자들이었다. 기사단의 인원들이라 하더라도 휴식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평소에 혹독하게 굴려지기 때문에, 병영 내에서 쉼을 갖는 시간은 무엇보다 소중한 시간이었다.


살기殺氣를 잔뜩 머금은 인간들이, 제대로 갑옷도 걸쳐입지 못하고. 제 나름의 무기라고 할 수 있는 검이니 하는 것들만 꼬나쥐고.


맨 발로 미친 듯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투사체가 날아온 방향을 알고 있었으므로 그 방향으로 우선 튀어나온 것이었고. 그 다음에 멀리서 움직이고 있는 제냐 일행을 발견해 직진해 쫓아온다.


릿샤가 일행에 날아들어 합류하며 이야기했다.


“웁스.”

“팔팔한 친구들이로군.”


호아킨이 사자의 음성으로 말을 했다. 평소 호아킨의 말투나 목소리 그대로였는데. 어딘지 울림통이 다른 느낌이었다. 달리고 있는 사자의 몸 속에, 발화 기관만 사람의 것과 비슷하게 잠시 바뀌었으나. 그 외의 몸통이니 하는 부분들이 달라 그런지도 몰랐다.


창대를 물고 있어서 어딘가 어눌한 발음이기는 했다. 릿샤는 그런 호아킨의 근처에서 날며 답했다.


“기세가 심상치 않은데.”


릿샤는 허공에서 유영을 하듯이 자세를 날기 편하게끔 바꾸었다. 아까는 저택 쪽을 겨누며 흑각을 휘두르고, 조금 꼿꼿이 서있던 자세였는데.


제냐도 달리고 있는 사자와 박자를 엇갈리게끔 뛰어, 사자의 몸통에서 가리는 시야를 벗어나 저택 쪽을 본다. 태현도 마찬가지였다.


성난 황소와 같은 기세였다. 아주 먼 거리였지만, 물리 스텟을 높이다보면 감각 기관의 기능 역시 높아지게 마련이었다. 망원경처럼 자세히 보이지는 않으나 저들의 기세는 정확하게 보고 느낄 수 있었다.

미치광이같은 놈들처럼 거칠게 달려오고 있었다. 오버 페이스이리라. 그러나 붉은 늑대단 중에, 가장 빠른 자라고 하더라도 이들보다 빠를 수 있을까.


아마 간부급이 아니면 달리기를 쫓아오는 것도 힘들 테였다.


제냐는 달리면서 웅얼거린다.


“썬더 스피어.”


달리고 있는 제냐의 앞, 허공에 번개가 생겨난다. 파지직, 하면서 공기를 태우는 소리가 났고. 열 에너지가 모여들었다. 푸른 빛이다. 번개의 창이라고 할만치, 길다란 형태의 번개였다. 방전하는 번갯줄기들이 주변으로 조금 뻗쳤다. 주변으로 튀는 줄기들이 그리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진 않았기에.


태현이나 호아킨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고 계속 달렸다.


수 키로미터 정도 되는 거리였다. 대공가의 중심부까지. 일반적인 경우라면 어지간한 자동차나, 질주하는 말의 속력으로 몇 분 여를 달려야 한다. 지금 이들은 보통의 말이나 도심지에서의 자동차보다 훨씬 더 빠르게 뛰고 있었다. 두 발 만으로. 라이엔이나 릿샤의 경우에는 날고 있었지만.


그리 오래지 않아 대공가의 중심에 닿을 테다.


그 전에 여기저기서 방해가 들어오게 될텐데. 하나 둘씩 꽁지를 달기 시작하면 나중에 감당이 되지 않을 수 있었다.


이들이 대공가의 저택을 침범한 이유는, 이곳과 사생결단을 내기 위함은 아니었다. 적당히 피해를 주고, 경각심을 일깨우고 도망치기 위해서다. 가능하다면 대공을 직접 대면하고, 그의 신병을 강제적으로 얻든. 극단적인 수단이라면 암살을 하든.


아마 암살을 하는 건, 조금 어려우리라. 완벽하게 심증이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 해피 엔딩으로 이 모든 퀘스트의 시나리오가 끝나기 위해서는 대공에게서 진실을 들을 필요가 있었다. 대공을 빠르게 죽여버리고, 그에게서 어떤 사실을 듣지도 못했다면.


최악의 경우에 산슈카의 죄인으로 낙인이 찍혀 도망을 쳐야 하는 사태가 있을 수 있었다.


뭐, 여행객으로 콘란드를 방문한 입장에서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었지만. 기왕이면 정도正道를 걷는 게 좋지 않겠나. 이미 지금의 갑작스러운 습격도 온전한 정도는 아니긴 하다. 그래도 복구 가능한 정도의 도박이나 모험을 하는 게 나은 법이었다.


일단 대공의 면상, 낯짝을 좀 구경하고 가는 게 이번의 목적이다.


다가오는 기사단이나, 앞으로 다가올 대공가의 워메이지들과 꼭 전면 승부를 벌이진 않아도 된다.


제냐는 일단 달라붙는 이들을 조금 쳐내기 위해서, 약간 속력을 줄였다. 한 두 템포 정도 쉬는 것만으로도 일행에게서 훅, 떨어질 수 있었다. 걸음을 멈춘 건 아니었다. 질주에서 약간 속도를 늦췄을 뿐이다. 1, 2초 정도.


바로 옆을 달리고 있는 거대한 사자의 몸뚱이가 사라지자 시야가 훤해졌다. 기력술사로서 어느 정도 감지력이 있기 때문에. 기감氣感술이 발동된 상태이기에 보이지 않는다고 꼭 암습을 당할 일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사람은 시력을 확보하는 게 아무래도 편한 법이었다. 원거리 감지의 경우에는 어렵기도 했고.


뒤로 빠지자 푸른 잔디밭을 헤치며 성난 메뚜기처럼 질주해오는 적군 기사단의 모습이 더욱 잘 보였다.


“체인 라이트닝.”


제냐 킴, 그러니까 서원 역시 마스터 마기아로서의 능력을 갖고 있었다. 릿샤보다 전문적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상당한 위력의 초상술을 쓸 수 있다는 뜻이다.


그녀처럼 완벽하게 자기류의 무언가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제냐가 조금 더 집중하고 있는 부분은 아무래도 기력술사로서의 역량이었으니.


그러나 릿샤 애드윈처럼 ‘릿샤표’ 스킬 따위를 쓰진 않아도. 그래도 그럭저럭 자신만의 스킬 합성 공식을 찾아내 쓰고는 있었다. 썬더 스피어는 그가 사용하는 뇌전 계열 중에서, 방대한 에너지를 쏟아내기 적절한 스킬이다.

단발의 위력이 강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보다 상위의 스킬들도 이제는 여럿 익힌 바였지만. 그럼에도 손에 익어버린 기본 도구는 무시할 수 없다. 상위의 스킬들보다 시전 속도가 빠르고, 위력도 못지 않았다.


썬더 스피어로 인해서 그의 앞에 만들어진 푸른 색의 번갯줄기는 어느새 제법 크기가 커졌다.


1, 2km 정도의 차이는 있는 것 같았다. 저 멀리 박살이 나버린 기사단 병영 건물과는 말이다. 그 사이 간극을 좁히러 불타버린 잿더미 속에서 뛰쳐나온 기사단 인원들이 미친 놈처럼 달려오는 중이다.

제냐에게 스킬을 캐스팅Casting할 충분한 시간이 주어져 있었다는 이야기다.


썬더 스피어가 굵직한 하나의 선이 되었다. 허공에 신이 실수로 그려버린 균열선이 생겨난 듯. 푸른 색의 그림이 만들어진 듯 했다. 파지직, 하고 튀어대는 방전의 효과음은 그게 단순히 그림이 아님을 알려준다.


썬더 스피어로 모아낸 강력한 뇌정雷精은 곧바로 체인 라이트닝으로 변형이 되었다. 한 개의 스킬을 쓰는 것보다, 두 세가지를 합치는 것이 더욱 강력하다. 대개의 경우 그러하다. 단지, 그 힘을 온전히 감당하고 컨트롤할 만한 실력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이제 제냐 킴은 중첩, 복합 스킬을 사용할만한 실력이 차고 넘친다.


푸른 번개는 체인 라이트닝의 옷을 입는다.


길게 뻗은 번갯줄기, 제냐의 몸통보다도 훨씬 더 커다란. 길이는 3, 4m즈음 되고 폭은 1m즈음 되었던 형상이 순식간에 압축을 했다.


둥그런 뇌구가 만들어졌다. 색은 여전했다. 밝게 빛나는 푸른색. 청백색의 광채를 주변으로 뿜는다. 제냐는 스릉, 하고 허리춤에 걸었던 비스트 슬레이어를 끄집어냈다. 그리고 그것의 끄트머리로 뇌구를 찔렀다.


마치 그렇게 지어져 있는 물건인 것마냥. 비스트 슬레이어의 칼끝이 푹, 하고 구체에 들어갔다. 그리고 고정이 되었다. 제냐는 그대로, 야구 배트를 힘껏 휘두르는 사람처럼 몸을 틀었다. 야구의 히팅 자세를 취한 건 아니었다. 오른팔에 비스트 슬레이어가 있었고. 마치 거대한 망치와 같은 형상이 되었는데.


몸을 활짝 열면서 위쪽으로 검을 휘둘렀을 뿐이다. 한손 배팅을 한다면 비슷한 자세가 나올까 싶기도 하다.


공, 뇌전의 기운으로 이루어진 청백색의 구체는 그대로 날았다. 검의 궤적, 정확한 지점에서 칼날 끝으로부터 빠지더니 허공 위로 날아가는 것이다. 순식간에, 날아가는 제비보다도 빠르게 상공으로 치솟는다. 앞으로 가기도 했다. 대각선 상향으로 움직이는 셈이다.


제냐는 거기까지 보고, 다시 빠르게 질주의 페이스를 높였다. 멈춰서 해낸 일은 아니었고. 달리는 와중에 순식간에 캐치하고 집어 던진 것이다. 제냐의 발바닥 근처에 기력이 더욱 감돌았다. 전신의 근육을 기력이 잡고, 강화시켜주고 있었는데. 하체 부근의 근육에 보다 집중이 되면서 강력한 힘을 전달한다. 콱, 하고 잔디밭이 엉망이 되며 패였다.


그만큼 힘 조절을 깔끔하게 해내지 못한 셈이었지만. 그만한 반발력을 전달해주며 제냐의 몸을 던진 물수제비의 돌처럼 날려보냈다. 휘휘휙, 하고 몇 번인가 뜀박질을 하니 가속도를 더욱 붙여 날아간다. 곧 일행에게 합류를 했다.


저 멀리에 있던 기사단들은 하늘 위로 청백색의 구체가 날아드는 것을 보았다. 자신들을 향해서 날아오고는 있었는데, 지면에 있는 기사들을 공격하기에는 지나치게 궤적이 윗 방향이었다.


저택 부지 내에서 휴식을 취하던 붉은 늑대단. 개중에서 가장 선임이라 할 수 있는 부부장 갈리멕은 하늘 위에 치솟는 구체를 슬쩍 보았다. 적敵이 무언가 이상한 짓거리를 하는 듯했다. 그러나 어지간한 견제기라면 칼로 베어낼 수 있었다.


갑작스럽게 병영을 터뜨려버린 대폭발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얻어 맞았지만. 알고 있다면 기력술사 역시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초상술사는 거리를 벌리기 위해서 늘 애를 쓰고. 기력술사는 좁히기 위해서 애를 쓴다. 상대가 워메이지 종류라고 한다면. 더욱이 바짝 쫓아가야만 한다. 그것이 그들이 살 길이다.


청백색의 구체를 견제는 하면서 계속 달렸다.


그의 옷가지는 엉망이었다. 바지만 간신히 덜 타들어간 상황이었고. 상반신은 얇은 린넨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폭발적인 화염이 건물을 집어삼키면서 타들어갔다. 기력술로 스스로의 신체 바로 위에 방어막을 형성해 두르지 않았으면 그대로 홀라당 타버릴 뻔했다. 다른 기사단 인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갑작스런 공격에 넉다운이 된 놈들도 몇 있는 것 같았고.


적들에게는 다행히도 붉은 기사단 전원이 저택 내에 있지는 않은 터였다.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대응하며 나온 건 그를 포함해 스물 한 명이었다. 백 여 명에 달하는 숫자 중에서 보자면 보잘 것 없다. 최근에는 대공이 시키는 임무가 이상한 것들이 많이 생겼고, 검은 늑대단 뿐만이 아니라 다른 기사단들 역시 음지의 일을 슬슬 맡으며 밖으로 겉돌고 있을 즈음이었다.


대공 역시 제냐 일행에게 쓰는 신경보다는, 자신이 직접적으로 벌이고 있는 일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었는데.

이렇게 화끈하게 나올 줄은, 대공조차 예상하지 못했으리라.


쉬고 있던 자들, 병영 건물에 있지 않던 자들. 외부에 장기 임무를 뛰고 있는 인물들. 그런 인원들을 모두 빼고서, 또 살아남은 놈들을 추리니 이 정도 수다.


이 정도 수만으로도 충분하다. 어지간한 괴물이 온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설령 본가의 전술사단만한 능력자들이 침입을 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숫자는 이쪽의 편이었다. 대공가의 본진을 침략한 건 정말로 어리석은 일이다.


상대의 능력도, 동기도 불명이었지만. 어쨌든 잡아 족치면 알 수 있을 테였다.


갈리멕 역시 마찬가지였고. 다른 놈들도 눈에 불을 켜고 있었다. 광기마저 엿보이는 기색이었다. 누구라도 자다가 날벼락을 맞아 죽을 위기를 겪고 나면 이런 태도가 되리라. 평소에 서슬 퍼렇게 기세를 세워두고 임무를 수행하던 엘리트 기사단원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고.


너무 말도 안되는 타이밍의, 장소에서의 기습이었기에 어이 없게 당한 것이지 다음 수부터는 결코···.


갈리멕은 거기까지 생각을 이었다.


다음 상념은 끊기고 말았다.


다행히, 정신을 잃은 건 아니었지만.


하늘에 떠오른 청백색의 구체가 기사단원들의 수와 꼭맞는 번갯줄기를 내뿜으며 공격을 날렸기에 다른 생각을 떠올릴 겨를이 없었다.


“이런 씨X!"


할 수 있는 가장 거친 기세로 외치며 갈리멕은 기력을 돋궜다. 저항하기조차 힘든 방향에서 날아드는 뇌전의 일격에 대항해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이라 할 수 있었다.


파즈즈즈,


공기를 태우는 맹렬한 소음이 났고.


곧, 쾅


하는 폭발음이 났다.


제냐가 띄워 보낸 청백색의 구체는 마치 허공에 뜬 풍선마냥 둥실, 자리를 유지하다가.


어느 순간 기사단원들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곧장 아래로 벼락을 떨어뜨렸다.


뇌전 계열의 스킬 중 하나인 ‘낙뢰’의 아득한 상위 버전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한 줄기 낙뢰가 아닌, 이십 여 개의 낙뢰였으니까.


푸른 번개는 MP로 이루어져 있어서 보통의 것보다 더 집요했고, 오래도록 기사들의 몸에 머무르면서 짜릿한 감을 선사했다. 부들거리는 몸으로, 기사들은 검을 휘두르고 기력을 발출시켜 뇌전의 기운을 떨어내려 애를 썼다.


그것으로 쓰러진 이는 없었지만, 적어도 수십 초는 모두 발이 묶이고 말았다.


”으아아아아아아!“


갈리멕도 마찬가지였고. 기사단원 중 몇이 비명을 질렀다. 사람은 너무 지독한 화가 나면, 말을 잊어버리는 모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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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 280. 방호 결계 24.04.21 16 1 15쪽
» 279. 날벼락 24.04.21 12 1 17쪽
279 278. 마른 하늘에 24.04.21 9 1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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