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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Slow fant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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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3.03.11 07:32
최근연재일 :
2024.06.23 00:06
연재수 :
3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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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36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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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4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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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284. ㅌㅌ

DUMMY

*


전술사단의 평단원, 대니는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아래의 사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게 무슨 갑작스러운 난리라는 말인가.


쿵, 쿠구궁.


어디 근처 산맥이 무너지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의 굉음이 평화롭던 정원에서 울리고 있었고.


커허헝.


심장에 터럭이 달려 있었다면 쭈뼛 설 것 같은 소리를 지르는 거대한 사자가 아래에 있었다.


공중에는 사자와 비슷할만치, 집채만한 크기의 매가 날아다니고 있었고.


몬스터라고 생각하기에는 지나치게 영리한 움직임을 보이는 생물이었다. 그것들은.


매에 데롱, 달려 있는 활잡이 하나에 검술가.


멀리서 산사태와 같은 굉음을 내는 여인은 워메이지로 보였고···.


오늘이 대공가의 마지막 날인가, 진지하게 고민을 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 역시 대공가에 몸담고 돈이나 벌어보려고 했던 인간에 불과한데. 너무 큰 판에 끼어든 게 아닐까, 하고 임무를 하는 중간중간 생각했던 적이 많기는 했다만.


지금 그렇게 가끔 가졌던 불안감이 실체화되어 나타난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상상을 두서 없이 현실로 옮겨놓은 듯한 꼴이었다.


괴수들이 울부짖고. 벼락이 마른 하늘에 번쩍거리며 내리고.


대공가의 병력들이 무참하게 썰리고, 죽고.


일부러 자랑을 하며 다니지는 않았으나 대공가의 병력이라고 하면 그래도 그 권세가 상당한 집단이었는데. 왕실과 준하는 규모와 질을 겸비한 병력들이었다. 전력을 평소에 드러내고 광고하지는 않았지만. 대공가 내에서 일을 하고 있는 이들은 알 수 있었다.


그만한 병력들의 본거지가 되는 데 쳐들어온 저 괴물과 인간들은 대체.


끝없이 솟아나는 궁금증을 뒤로 하고.


그는 밝은 대낮, 대공가의 정원 위에 떠 있었다. 이동기를 발동하고 있는 상태였다. 가볍게 자신의 몸을 뒤로 빼고, 거리를 벌리면서 손에 든 막대기를 흔들었다.


땅바닥, 저 아래에 있는 사자를 향해서 공격기를 쏘아 보내려는 준비였다.


특이한 수종의 나무를 깎아다 만든 것인지. 흰 빛의 나무 지팡이였다. 길이는 팔뚝보다 조금 더 길고. 굵기는 손가락 두 개 정도의 지름을 갖고 있다.


그 끄트머리는 뾰족하게 갈려 있었다. 특별한 지역에서 자생하는 나무를 재료로 하는 막대기였다. 대니의 스킬들을 도와주고. 특히 공격기를 사용할 때 위력을 증가시킴과 동시에 MP의 소모를 줄여준다. 나무가 자체적으로 품고 있는 SP가 있었고, 그것이 대니의 MP가 되며 보조 배터리 역할을 하는 식이었다.


하얀색의 나무는, 빙한의 기운을 다룰 때 특별히 더 강력한 위력을 더해주었다.


그가 지팡이 끄트머리로 아래서 사람들을 찢어발기는 괴물 사자를 가리켰다.


“아이스-.”


아이스,


스피어라고 말하려고 했다. 대니가 곧바로 쓸 수 있는 부류의 스킬들 중에서 가장 단순하고 강력하며 빠른 공격이었다. 곧바로 그의 앞에 사람만한 크기의 얼음 막대가 생겨나고. 그것이 상대에게 날아가 박히는 식의 현상이 벌어져야 했는데.


안타깝게도 대니의 MP가 허공에 맴돌며 지팡이가 호응할 즈음에, 인지하기 어려운 속도로 무언가가 날아들었다.


“억.”


대니는 스킬을 발동시키다 말고 앞을 바라보았가. 희끗, 하고 무언가가 오는가 싶었고.


그 직후 가슴팍에 무언가가 날아와 박았다.


강력한 에너지와 질량을 갖고 있었고, 대니는 그대로 가슴이 꿰뚫려서 아래로 떨어졌다.


대공가의 정원 위, 약 십 여 미터 정도 떠 있던 사내가 아래로 떨어진다. 속절없이.


총에 맞은 날 것처럼 땅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치고 있었고.


땅에 닿기도 전에 그의 가슴을 꿰어버린 하얀 색의 화살이 폭발했다.


쾅.


빛과 함께 내부에 담겨 있던 MP가 온갖 방향으로 터져나갔다.


*


씁.


라이엔은 혀를 찼다.


그녀는 거대한 갈색 매의 위에 타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 목덜미 부근에 잡을만한 가죽 끈을 달아두어서, 말의 고삐를 쥐듯 잡은 채였다. 상체는 조금 앞으로 숙이고 있다가, 이제 막 허리를 폈다.


곧게, 꼿꼿이 세워 먼 거리를 바라본다. 대공가의 정원, 어지간한 마을이나 도시라고 불러야 할만한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저 멀리에, 비행하여 날아들고 있는 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가장 먼저는.


대공가의 워메이지단, 전술사단이 아닐까 싶었다.


슬슬 타임 어택Time attack이 끝나가고 있었다. 이제는 빠질 때다. 저것들을 정면에서 상대한다는 건 멍청한 일이었다.


지금의 기습 자체는 절대로 상상하지 못한 빈틈을 찌른 것에 불과했다. 대공가의 모든 병력들과 진지하게 정면 승부를 한다면 답은 정해져 있는 이야기다.


한 번에 기세를 꺾어서, 몇 명 정도를 상위의 실력자가 압도할 수는 있으리라. 그러나 지금 달려오고 있을 대공가의 초인병력들이 결코 만만한 수준이 아니었고. 평균적인 실력이 고수급에 달한 마스터들의 무리이리라. 그렇다면 이쪽의 기세가 반대로 꺾였을 때, 맥없이 당할 수도 있었다.

아주 비참한 꼴로 말이다.


전쟁이라는 건 그런 법이었다. 농담이나 무른 예측이 통하는 세계는 아니었다. 죽고 죽이는 관계였고. 이곳이 현실이 아니며 초인적인 정신력을 여러 스탯과 스킬들이 보장해주고 있으니 버틸 뿐이었지. 평범한 정신으로 버티어 설 수 있을만한 무대는 아니다.


스릴을 즐기는 부류의 인간이라면 가장 좋은 장소이기도 했다. 실제로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은 그런 사람들이 거침없이 플레이를 했고, 또 좋아했다.

무리 중에서는 호아킨이 가장 좋아하지 않을까, 하고 라이엔은 문득 생각한다.


아무튼.


저 멀리 쌀알처럼 보이는 워메이지들의 비행이 이곳에 닿기 전에. 어서 대공가를 탈출해야 했다.


콰아앙!


계속해서 망치로 바위를 깨려는 것처럼. 폭격의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었는데. 이번의 소리는 조금 달랐다. 잘 깨어지지 않던 보호막이 드디어 그 효력을 다 잃어버린 모양이다. 호쾌한 파격음과 함께 뒤에서 MP의 파동이 새롭게 느껴졌다.


뒤에서 부는 바람을 느끼는 것처럼. MP의 기세로 전황을 읽을 수 있었다. 베테랑 술사라면 누구나 말이다. 마기아Magia이건 나이트Knight이건.


드디어 해냈구나.


라이엔은 고개를 슬쩍 돌렸다.


마침,


릿샤의 공격이 대공가 본택의 초록빛 보호막을 깨뜨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에게도 견제를 하고 있는 적군들이 여럿 붙어 있다. 릿샤와 마찬가지로 공중에 둥둥 떠다니는 워메이지들도 있었고, 근처에서 발악하듯 점프를 하며 검을 휘두르는 기력술사들도 있었다.


아무리 기력술사들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다고 하더라도, 십 미터 이상 떠있으며 자유자재로 비행하는 릿샤를 잡기는 어려웠다.


저택이 깨어지며 내부에서 비명이 들리는 것 같았다. 요란한 소리. 라이엔은 귀가 밝았다. 그녀가 익히고 있는 스킬 트리Tree(계통도를 일컫는 말)에 의해서이다. 라이엔은 여행을 하는 걸 좋아했고. 원래는 이렇게까지 깊숙하게 전투에 관여하려는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이렇게 전투 플레이를 딥하게 하게 된 이후로도. 전장 근처를 겉돌면서 지원의 역할을 하고자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감지술을 익히지는 못하더라도 감각이 좋아야 했다. 초인적인 수준의 청력, 시력 따위가 그녀에게 있다. 일반적으로 기력술사들이 기氣를 둘러 얻을 수 있는 증가폭보다 훨씬 더 컸다. 그녀가 스킬로 얻는 감각적 능력의 증가폭이.


그녀가 중얼거렸다.


“워메이지 전단 접근 중. 이제 튀어야 해.”

“오케이.”

“오케이.”

“오케이.”


차례로 개멋진나 최, 호아킨, 그리고 제냐의 대답이었다. 모두의 말은 통신기를 통해서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잘 들리고 있었다.

전투 상황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기구라고 할 수 있었다. 귀에 달고 있는 통신기구는 말이다.


릿샤의 대답이 들리지 않았다.


“큭.”


릿샤는 아티팩트의 주인이었고, 마스터였다. 그녀가 걸어둔 스킬로 인해 전음傳音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었는데.


그녀는 보통 직접 스킬을 사용해서 길드원들과 소통을 하곤 한다. 전투 상황에 돌입하기 전에 이미 ‘전음 모드Mod'를 사용해서, 보이지 않는 실과 같은 걸 동료들에게 부착해둔다고 했다.


여유가 조금이라도 있었으면 대답을 했으리라. 그런데 그녀는 홀로 조금 떨어져 있었고.


정원 넓은 공터에서 괴물 사자, 거대 매, 검술가, 활잡이, 테이머가 난리를 피우고 있더래도 그녀에게 붙는 마크맨Markman들이 녹록치가 않았다.


릿샤와 그들의 위치는 수백 여 미터 정도는 떨어져 있었다. 저 멀리에서 다가오는 워메이지들에 비하자면 한참 가깝기는 하다.


릿샤는 트리플 캐스터였고, 동시에 세 가지 초상술을 발휘 가능한 플레이어였다. 재능과 자질만으로 따진다면 분명 랭커에 못지 않은, 도리어 더할 수 있는 인물이기는 하다. 그러나 가진 바 능력에는 한계가 있었고.

지금 곧바로 대답이 없는 점은, 세 가지 초상술을 빈틈없이 전투에 쏟아붓고 있느라 그럴 테였다.


한 가지 스킬을 발동 중일 때 무조건 한 가지 스킬란이 차는 건 아니었다. ‘발동’과, 또 세세한 컨트롤을 하는 순간순간이 사용 가능한 캐스팅 능력의 여백을 없애는 순간들이었다.


릿샤는 쉴 새 없이 이동기를 사용해 회피 기동을 하면서, 동시에 공격기를 날리고 방어기까지 사용 가능한 존재였다. 보통은 찰나의 순간을 이용해 빈틈을 보고, 시간을 번 뒤 복합 기술을 빠르게 사용해 승부를 보는 식인데.


라이엔의 눈에 세 명의 워메이지들이 릿샤를 향해서 스킬을 쓰는 모습이 보였다.


말을 하지는 못해도 듣고는 있으리라. 전음 스킬이 이어져 있는 건 이미 발동을 한 이후의 현상 유지니까.


“대충 이쪽 상황 정리하고 후퇴하지. 릿샤. 그쪽으로 갈테니 합류해서 같이 빠지자고.”

“워메이지들이 온다면 내 생각도, 그런데.”


아래에서 제냐가 대답을 했다. 보통 헌터즈 길드의 전략 수립은 다같이 하지만, 현장에서의 결정은 제냐가 큼지막하게 내리는 경우가 많다. 세세한 선택들은 여러 명의 머리가 실전에서 다시 모아지지만. 후퇴를 할 것인가, 앞으로 더 치고 나갈 것인가. 하는 따위의 중요한 결정들은 보통 제냐가 선택을 한다. 세부 행동 요령에 관하여 다른 인원들이 의견을 더하는 식이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썩 나쁘지는 않은 방식이었다. 제냐가 나이에 걸맞는. 혹은 나이보다 못한 정신 연령의 인간이었다면 문제가 있었겠는데. 생각보다 침착하고, 언제나 상황 판단이 빨랐다. 큰 결정을 내릴만한 용기, 담대함도 조금 있었고.


평균 이상의 결단을 매 순간 내릴 수 있다면, 그에게 리더를 맡겨서 나쁠 일은 없었다. 빠르게 결정을 누군가 내리고, 일단 의견이 한 곳에 모아지는 것이 가장 중요했으니까. 평균 이하라고 한다면 문제가 생기지만.


“크륵.”


호아킨이 사자의 성대로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전음 채널에 섞여 들려왔다. 라이엔은 썬더스를 선회시키며 주변을 둘러본다.


“갑시다.”


워메이지들의 속도가 생각보다 빨랐다.


릿샤 쪽을 보고 있는데, 방어막을 막 깨트렸지만 저택 내에서 뛰쳐나온 기력술사들이 몇 더 있었고, 워메이지들의 견제가 만만치 않았다. 그것들을 무시하고 저택 내에 들어가 대공의 신변을 확보하는 건 상당히 어렵게 느껴진다.


시간 싸움이 관건인 상황이라. 이런 경우라면 일보 후퇴를 하는 게 옳아 보였다.


“오케이. 나부터 갑니다, 호아킨.”

“Yap."


호아킨이 미국식 영어로 답변했다. 한국어를 쓰는 이들이나, 남부 중국어를 쓰는 라이엔의 귀에도 그 억양이 들렸다.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알아들을만한 언어라고 시스템이 인지를 해서 그냥 보내주는 지도 몰랐다.


으르렁거리는 사자를 둘러싼 병력들이 감히 덤벼들지를 못하고, 창대만 세운 뒤 쩔쩔 맸다.

사자에게 유효타를 먹일만한 워메이지나 기사들은 최태현의 화살과, 제냐의 번개가 미리 처리를 한 터였다. 제냐가 빠르게 뛰어 뒤쪽으로 빠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자가 흉성을 내뱉곤, 같이 따라갔다.


”크허엉-!“


글자로 표현하자니 의성어가 참으로 볼품없지만. 집채만한 사자를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간담이 사라질 것 같은 음량의 울부짖음이었다. 사자후獅子吼라는 게 저런 소리를 두고 하는 말이리라.


오금이 저려 움직이지 못하는 대공가의 병력들이, 훈련이 부족한 것은 아니리라. 호아킨이 고강한 초상술사였기에 그럴 뿐이다. 사자의 외침에는 MP가 실려 있었고. 그 자체로 피어Fear 류의 위압을 주는 스킬이었다. 플레이어들에게는 ‘초월방어력’이라고 보이는 스탯이 충분하지 않다면,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게 물리적으로 정상이었다.


현실의 물리와는 다른 것이, 이곳 콘란드에서의 물리物理였으니 말이다.


사자가 좌중을 얼어붙게 만들었고, 뒷발에 힘을 실어 펄쩍, 뛰었다. 그 자세 그대로 뒤로. 그 다음에 거대한 몸뚱이로 공중에서 제비를 돌았고, 앞발로 땅을 찍더니 팽이춤을 추는 것처럼 몸을 돌렸다.


무슨 쓸데없는 짓거리를 하고 있어, 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아름답고 깔끔한. 완벽한 모션이었다. 춤을 추는 것처럼 사자는 대가리를 돌려 곧장 뒤로 뛰기 시작했다. 백덤블링을 하던 그 기세를 살려서.


사자의 몸뚱이 그대로, 기력술사이기도 한 호아킨은 온갖 예술적 동선들을 실현할 수 있었다. 그건 사자가 무술을 하는 광경이었고. 현실에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모습이기도 하다. 사람이 사자의 형상을 본따 무술을 만들고, 그것을 시연하는 게 최선이리라.


호아킨이 질주를 시작하고, 대중없이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거리가 벌어졌다.


제냐 역시 지지 않고 제 몸을 가볍게 만든 뒤 최대한의 각력으로 몸을 날려보냈다.


짧은 순간 옆에서 보자면 포탄이 날아가는 것 같은 기세라고 할 수 있었다.


릿샤 역시 빠지려고 한다.


“썬더-”


제냐가 잔디밭 위를 질주하면서 비스트 슬레이어를 휘둘렀다.


푸른 검기가 일렁거리고 있는 외날검은 마법 지팡이가 아니었지만. 그래도 스킬을 사용하려 할 때 집중에는 조금 도움이 되었다. 그 칼날의 끝에서 뻗어나가는 가상의 선을 이용해 착탄 지점을 가늠하기도 했고.


“스피어.”


한 걸음에 한 호흡씩, 말을 뱉었다.


곧 방전하는 거대한 뇌전의 창이 그의 곁에 생겨난다.


지지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푸른 번개의 덩어리가 제냐의 위에 생겨나 따라다녔다. 제냐가 몸을 출렁일 때마다 같이 허공에서 덩실거렸다.


비스트 슬레이어를 뻗으면서 휘둘렀고, 그 궤적에서 발출되는 것마냥 거대한 번개의 창이 발사되었다.


마스터 마기아로서 완숙한 스펙을 지닌 제냐가 발사하는 물건이다. 이전에 비해 막강한 파괴력을 갖고 있었다.


견제기로서는 가장 좋은 수단 중 하나이리라.


“체인 라이트닝.”


계속 달리면서, 대각선 방향으로 저택을 바라보다가 금세 바로 옆 방향 즈음이 되어 제냐가 중얼거렸다.


찌릿, 하는 미음微音이 들렸고. 제냐의 곁에 소환된 실과 같은 흰 번갯줄기가 저 멀리에 있는 썬더 스피어의 투사체에 닿았다.


릿샤는 뒤에서 제냐의 스킬이 날아오는 걸 알았고, 더욱 고도를 높여 자리를 벗어나려 한다.


그런 릿샤를 놓아주지 않으려는 듯, 대공가 워메이지들의 스킬과 공격이 더욱 격렬해진다.


그런 좌중의 한가운데 뇌정의 창이 닿았고.


제냐가 중얼거린 체인 라이트닝의 번갯줄기로 인해서, 썬더 스피어의 덩어리가 잘게 쪼개지며 주변으로 흩어졌다.


번개가 방전을 하는 것처럼. 스파크를 튀기는 것처럼. 그야말로 빛같은 속도로 다른 워메이지나 기사들에게 닿는다.


릿샤를 끝까지 쫓아가려던 이들은, 어쩔 수 없이 방어기를 운용하며 견제 공격을 막을 수 밖에 없었다.


잠깐의 틈이 났고, 릿샤가 빠르게 빠져나왔다.


아마 릿샤 혼자였어도, 대공가의 방어막 결계를 부수는 일이 아니었다면 차근차근 처리할 수 있었으리라. 그리 많은 수도 아니었고. 대단한 실력자도 없는 것 같았는데.


그럼에도 워메이지는 워메이지이고. 다른 일을 하면서 처리할만한 작자들은 아니었던 터라.


지금으로서는 도망치는 게 최선이었지만.


릿샤가 이동기에 전심전력을 쏟으며 날아가는 살처럼 움직였다. 그 잔상이 흐릿하게 보일 정도로 가속이 붙어서, 순식간에 라이엔이 있는 근처에 닿는다.


라이엔 역시 갈색매의 속도를 올렸다.


가장 느린 것은 제냐였다. 덕분에 스킬을 하나 사용해야 했다.


갈색 매가 하늘에서 날고 있었고. 그 위에는 라이엔. 아래에는 태현이 매달려 있다.


릿샤는 빠른 속도로 합류해서 매의 근처에서 비행을 한다.


뒤에서 따라오던 사자는 어느새 제냐를 앞질러 나아가고 있었고.


제냐는 마스터 마기아로서 익힌 스킬 하나를 다룬다.


마스터 마기아가 되었다는 건 자기류의 스킬을 능숙하게 창조해내고, 또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 이전에 불가능하냐- 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었지만. 마스터 마기아 이상의 고수급 술사들이 더욱 능숙하게 사용하는 건 사실이었다.


스킬을 변용하는 이들이 모두 마스터 마기아는 아니었지만. 모든 마스터 마기아들은 기존의 스킬들을 분해, 재해석, 재창조 해서 다루는 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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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 289. 사막민民의 회의 24.04.30 13 1 19쪽
289 288. 궁리 24.04.26 13 1 14쪽
288 287. 광자포같은 24.04.25 13 1 25쪽
287 286. Forest orb 24.04.25 13 1 18쪽
286 285. 도망을 잘 친다는 건 24.04.24 14 1 25쪽
» 284. ㅌㅌ 24.04.24 15 1 17쪽
284 283. 매달린 사내의 시점2 24.04.24 12 1 21쪽
283 282. 매달린 사내의 시점 24.04.23 13 1 13쪽
282 281. 기사A의 시점 24.04.22 12 1 13쪽
281 280. 방호 결계 24.04.21 16 1 15쪽
280 279. 날벼락 24.04.21 12 1 17쪽
279 278. 마른 하늘에 24.04.21 9 1 28쪽
278 277. 월담 24.04.19 15 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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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5 274. 회담장의 변變2 24.04.19 11 1 12쪽
274 273. 회담장의 변變 24.04.19 1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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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 271. 회담會談 24.04.17 12 1 30쪽
271 270. 다시 한 번, 24.04.17 14 1 11쪽
270 269. 비척거리며 기다 24.04.17 11 1 10쪽
269 268. 견제 24.04.16 12 1 26쪽
268 267. 썬더 울프. 사막의 밤. 24.04.14 15 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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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 265. 외유外遊 24.04.12 12 1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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