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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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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1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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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1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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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291. 벨케임의 고뇌

DUMMY

*


대공가에 치명적인 손실을 입힌 습격은, 여러 사람들을 통해 다양한 장소로 곧 전달이 되었다. 개중에는 물론 왕실로의 전달 또한 있었다.


“하이딘 하이거 경.”

“폐하.”


소식을 전하러 온 자는 행정관이 아니라, 로얄 가드의 어느 기사였다. 은발의 더벅머리. 아름다운 빛깔과는 달리 대충 관리하는 듯한 헤어 스타일의 사내다. 왕실 기사단들 중에서도 실력이 특별히 뛰어난 자들이 ‘로얄 가드’로 선정되어 왕가를 위한 여러 임무들을 맡게 된다. 개중 하나인 하이딘 하이거가 부복하며 충성을 표했고.


이후 왕의 제스쳐에 따라 일어나며 이야기를 건넸다.


“대공가에 습격자가 나타나 무차별적인 공격으로 가내의 병력들을 죽이고, 건물을 파괴했다고 합니다.”


단도직입적이며, 군더더기 없는 말이었다. 왕에게 하는 말치고는 대단히. 그러나 하이딘 하이거는 원래 그런 편이었다. 여러가지 미사여구를 빼고 전달할 바만 전달하는 식의 인간이다. 벨케임 왕 역시 그런 로얄 가드 사내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기에. 별로 탓하지 않는다. 왕 자체도 그러한 성격이기도 하다. 벨케임 왕은 늘 실용적인 걸 추구한다.


왕은 알현실에서 하이딘 하이거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 오늘도 대신관과 정오 직전에 잠시 만나 짧은 사담과 같은 회의를 하려 했는데. 그를 기다리던 중에 찾아온 것이 하이딘 경이었다.


왕궁 중 사자궁의 경비 총책임을 맡고 있는 로얄 가드였고. 중임을 맡는만큼 가진 바 권력이나 위세 또한 대단하다. 그런 이가 직접 올 정도면 아주 긴급하고 또 중한 소식일 테였고. 들은 내용 역시 다름이 없었다.

벨케임 사슈나 7세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의 태평한 태도에 하이딘 하이거는 조금 당황하기까지 했다. 왕이 자신의 이전에 이미 소식을 들었는가, 싶을 정도였다. 사실이었다.


“아, 이미 소식을 들으신 이후에 제가 찾아온 것인지···.”


하이딘 하이거 역시 왕실의 정보팀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일에 대해 참견을 하고, 왕가에게 도움이 될만한 일들을 물어 오는 이들이었다. 세상 모든 걸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상당한 정보력을 갖추었다고 평가받고 있었다.


로얄 가드인 그에게 정보가 전달이 된 것은 아마 공식적인 경로이리라. 왕이 사실은 미리 여러 소식들을 들었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 다만 그러한 바를 주변에게 티 낼지, 아닐지는 벨케임 왕의 선택에 달린 것이었다. 하이딘 하이거에게는 속내를 솔직하게 내비친다고 해도 좋았다.


플레이어들은 주로 어디나 ‘왕실’을 정치의 끝판이라고 많이들 이야기했다. 좋은 의미는 아니었다. 그만큼 복잡하고, 아무도 믿을 수 없는 복마전伏魔殿이라는 말이다. 어디에서 칼이 날아들 지 모르는 알력다툼의 한복판. 꿍꿍이를 숨긴 자객들이 웃으면서 인사를 건네는 곳. 권력의 중심지.


벨케임 사슈나 7세가 허허, 웃으면서 돌아다니고 또 호인처럼 보이는 인간이라고 하더라도. 왕실의 그런 사정에 대해 모르지 않았다. 도리어 누구보다 빠삭할 테였다. 산슈카의 긴 안정기를 만들고 있는 왕은. 믿어야 할 자와 그러지 말아야 할 자들에 대해서 계산이 참 빠른 편이다.


하이딘 하이거는 그런 신뢰의 의미로 받아들였다. 급박한 속보를 가져온 자신에게 솔직하게 속내를 내비치는 왕을 보고서.


“원인은 알 수 없다고 하고···. 대공도 느닷없는 사건에 심경이 많이 놀란 상태인 듯 합니다. 대공가에는 온갖 방비용 아티팩트와 스킬들. 그리고 워메이지나 기사들이 많이 있었는데···. 그러한 자들의 포위를 뚫고 갑작스럽게 대공이 지내는 거처에 포격이 날아왔다고 합니다.


대공이 머무는 본가 저택 채에 특별히 강력한 결계 스킬을 준비해두지 않았더라면 목숨이 위험했을 것이라고···.

대공가의 신하들은 범인을 놓친 모양이며···. 현재는 종적조차 묘연하다고 합니다. 날아다니는 새를 이용하는 자가 있었고···. 거대한 사자 따위로 변신하는 자가 있었고···. 소수의 인원들이 대공가를 침입했으며 그 자들의 수준이 가히, ······”


하이딘 하이거는 그런 말을 자신의 입으로 꺼내는 것이 심히 저어되는지, 한 호흡 끊고 결론을 맺었다.


“로얄 가드에 비견된다고 합니다. 대공가의 평범한 병력들은 물론, 기사나 워메이지들조차 정면에서 상대가 되지 못했다고···.”


로얄 가드는, 말하자면. 산슈카 전역에서 뽑힌 무수한 인재들 가운데에서도 다시금 가려낸 이들이었다. 천재 중의 천재였고. 국토 내에 존재하는 모든 작자들 중에서 최고의 재능을 가진 이들이 목숨을 거는 고련을 거쳐야만 간신히 닿을까말까한 수준을 뜻한다.

그렇기에 왕을 지키는 자들이었고. 단순히 물리적인 힘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수양과 학식 역시 갖추어서. 지휘관이 사라졌을 때, 일시적으로 군대를 이끌거나 왕실의 관리들을 다룰 수 있는 인물들이다.


거진 극단적인 전시 상황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직책이었다. 산슈카가 긴 안정기를 지나고 있음에도 그런 체제를 유지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예전부터, 제국기 시절부터 있었던 직책이기도 하거니와.

벨케임 사슈나 7세는 ‘안정적’이라는 말이 콘란드 대륙에서 가장 어울리지 않는 표현 중 하나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말이다.


자국 내內에 존재하는 몬스터들부터 시작을 해서. 외국들과의 관계 역시 정상적이라고 볼 수도 없었다.

몬스터란 종種들은 도무지 통제를 할 수 없는 녀석들이었고. 또한 대외적인 관계성 역시 마찬가지이다. 최근 벌어졌던 의문스런 사건이 가시적으로 보여주었을 뿐. 콘란드 대륙, 그리고 필리아 대륙은 원래부터 전혀 안정적이지 못했다.


산슈카를 유지, 안정, 발전시키고 있던 벨케임 사슈나 7세만의 통찰력이라고도 할 수 있으리라. 그는 나라를 다스리는 일의 전문가인 셈이었으니까. 어떤 요소들이 완벽하게 맞아 떨어져야 태평기太平紀가 오래도록 이어질 수 있는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인간이었다. 그는 재료를 모으는 요리사의 심정과도 비슷했다, 늘.


주변 나라들과의 외교적 관계가 탄탄하고, 그 동맹이 깊숙해야 했고. 왕국 내부적으로도 신하들과의 교류가 많으며 유기적으로 정치 행정이 이루어져야 했다. 각지를 다스리고 있는 지방의 봉왕封王, 이나 다름없는 대귀족들이 왕실과 협응해야하기도 했고.

기술적, 공학적인 발전이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인재들의 발굴 역시 순탄하게 늘어나야 했다. 나라의 기틀이 될만한 각 분야의 학문 또한 그 근거가 많이 쌓여서, 후대가 수월하게 연구를 할 수 있게끔 되어야 한다.


국방력 역시 훈련을 잘 시켜서 강성해야 했고. 반역을 생각하는 이들이 나와서는 안되었고. 몬스터들을 토벌하는 일이 주기적으로 잘 이루어져야 한다.


‘잘’이라는 건 생각보다 구체적인 기준이었고. 벨케임 사슈나 7세가 체감할 수 있는 기준이기도 했다. 어찌저찌, 태평해 보이는 기간을 지나고 있었지만. 불안 요소가 많이 있었다.


대공은 알 수 없는 작자였다. 세르게이 알사드 대공 말이다. 4대고가의 일원으로서, 어린 시절부터 그가 봐 왔기에 잘 알고 있는 인간이라고 어느 부분 생각은 했고. 또 선대 알사드 공작이 상당한 충신이며 호인이었기에 기억이 좋게 남아 있었다.

그런 아버지로부터 많은 걸 물려받았을 알사드 공작이니까. 보지 않아도 그저 믿는 구석들이 있었고. 정확히 말하면 확인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깨나 있었는데···.


일련의 상황들에서 거론되는 이름은 ‘대공’의 것이었다. 게으른 대공. 그 별명을 벨케임 왕 또한 알고는 있었다. 공직에 거하고 있는 인간의 별명으로서는 단연 최악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의 유기체가 되어서 죽을둥 살둥 일을 해도 나라가 굴러갈지 아닐지, 알 수 없었다. 그런 와중에 자신만 뒤로 쏙 빠져서 게으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건.


나아가서는 나라의 해악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가 위치하고 있는 입장을 잘 살펴야 했다. 왕가 사슈나를 제외하고서 사대고가의 필두라고 할 수 있었고. 정통파와 신진파가 대립하고 있는 산슈카 내의 정치적 분위기에서 한 쪽 계열의 거두 역할을 하고 있는 입장이었다.


거기에 대공가 자체의 세력 역시 적잖으니. 수도 사르삿 근처에 대영지를 소유하고 있는 영주이기도 했고. 군사력도 만만찮다. 대공은 게으르다는 평을 받고 있지만. 사람을 보고 발탁하는 능력, 용인술傭人術만큼은 최고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산슈카에 그리 많은 인재가 있었는가, 싶을 정도로 대공 휘하에 인물들이 많았다.


마음 같아서는 왕실로 빼돌리고 싶은 적도 많이 있었는데. 아무튼 대공의 신하들은 대공과는 정반대로 일에 미친 자들이었다. 왕실의 행정궁, 사자궁의 여러 관료들과도 잘 지내면서 무수한 업무 사항들을 불만없이 처리하기도 했고.


게으른 대공이 대공직에 오르고 나서, 별다른 문제가 나라에 없었다. 그런 태평기 비슷한 것을 지나며 벨케임 왕 또한 느슨해졌을 지도 모른다. 누구보다도 엄정한 기준, 예리함. 그런 것들을 끊임없이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해왔지만. 사람이라는 건 어쩔 수 없는 법이었다. 때로는 무뎌지기도 한다.


여러가지 요인들이 겹쳐서. 가장 근처에 있는 큰 세력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벨케임 왕은 스스로 인정을 한다. 자신이 게으른 대공에 대해서 관심을 많이 두지 못했고. 그 세력이 자신의 시야 바깥에 있었음을.


산슈카를 비롯해 근처 국에서 여러가지 변고가 일어나고 있는 시점이다. 그에 관해서 산슈카 쪽으로 사절단이 오기도 했고. 범인을 찾기 위한 노력이 있으리라. 사실 남부의 벨베르 공화국만이 아니라 동부의 이슈칼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그쪽은 별달리 이야기가 없었다. 이슈칼 쪽으로도 사신단을 보내어 외교 관계를 돈독히 하려고 했으나.


산슈카 국의 정보부가 입수한 것과는 달리,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답변만이 돌아왔다. 그런 ‘감춤’들이 벨케임 왕이 인지하기에 무엇보다 위험한 부분들이었다.


알지 못하는 곳에서 언제나 칼이 날아드는 게, 생리生理였으니 말이다. 주시를 하고 있고. 내용을 알고 있는 방향에서 공격이 들어온다면 피하기가 차라리 쉽다. 그렇기에 정보전, 정치적 싸움에서 대부분은 상대에게 어떠한 정보도 주지 않기 위해 애쓰는 과정으로 채워진다.


이슈칼이 무슨 짓거리를 벌일런지가 벨케임 왕의 스트레스 중 하나였고. 그 또한 아주 작은 일부였을 뿐이다.


대공가를 주시하라는 이야기는, 벨케임 왕이 여러 군데서 들은 것이었다. 우연하게도. 믿고 의지하는 대신관의 입에서도 그러했고. 공교롭게도 벨베르 공화국에서 넘어온 사신단의 젊은이에게도 들었다.

마침 대신관과의 회의 이후에 왕실의 인원을 대공가 쪽으로 파견을 한 참이었고. 그로부터 들어온 정보들을 들은 다음. 다시 하이딘 하이거 경의 입을 통해 듣고 있는 중이었다. 벨케임의 침착함은 그로부터 기인했다.


설령 세상이 멸망한다고 해도 경거망동하지는 않을 테였다. 벨케임 왕이 말이다. 어차피 매일 산슈카 국의 모든 국민들이 자신의 목줄기를 짓누르는 악몽을 꾸던 삶이다. 세상이 멸망하는 것이나. 산슈카가 망하는 것이나. 그에게 있어서는 같은 문제였고. 산슈카의 명운을 걸고 매일매일 국정을 돌보고 있는 중이었으니. 무언가 잘 안된다고 하더라도 새삼스럽게,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었다.


목숨을 바쳐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 그냥 받아들일 뿐이다.


“로얄 가드와 비견될만한 실력자들이라··· 몇이라고 하던가.”

“다섯이라고 합니다. 산슈카 국의 대공가를 정면에서 침입하여 소란을 일으킨 것은···. 산슈카의 왕권과 그 통치에 정면으로 반하는 일이 아닐까 사료됩니다···. 이에 단호하게 대응을 하시는 게 어떨른지···.”


산슈카국 내에서 범인이 모습을 감춘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한계가 있는 일이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도시를 위주로 생활권이 형성되어 있으니까 말이다. 인프라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 산야로 몸을 숨긴다고 하더라도. 산슈카국 전역을 천천히 뒤져보면 결국은 꼬리가 밟히게 되어 있었다.


사람이 살 수 있을만한 지형이라면, 추적자가 발을 디디기에도 쉽다는 뜻이니. 물론 그런 추적 방법에, 데슈칸 산맥의 심처나 어둠숲의 깊은 부분은 포함되지 않는다. 그런 장소야말로 ‘사람이 도저히 살 수 없는’ 곳을 의미한다. 그런 장소에서 장시간 버티며 살아갈 수 있다면 국가의 공권력을 벗어났다고 판단할 수 있으리라.


대외적인 관계를 위해서 유지하고 있는 병력들이 있었고. 또한 거대한 도시들을 안정적으로 통치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병력들이 있었다. 국경선 근처와, 각국에서 여행객들이 몰려드는 세슈칸, 왕도 사르삿, 피스Peace 등지에 배치되는 병력들은 고정적으로 소모되는 값이다.


거기에 더해 몬스터들의 개체 수가 일정 이상 올라가지 않도록 관리를 하는 토벌군 또한 바쁜 상태였다. 여러모로 치안 유지와 국익을 위해 각 군들이 애쓰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거기서 다시 총력전에 가까운 소모를 감당하며 데슈칸 산맥이나 어둠숲을 정복하는 건 현실적이지 못한 일이다. 얻을 지 모르는 이익에 비해서 눈앞의 손실이 너무 크기에.


이득도 잴 수 없는 상황인데. 손실 역시 정확하게 잴 수 없는 면이 있었다. 데슈칸 산맥이건 어둠숲이건. 그 속에 무엇이 얼마나, 더 있을지 모르기에. 아마 이대로 국가의 발전이 계속해서 이루어지면, 두, 세 세대 정도가 거친 뒤에 그러한 지역들이 완전히 정복될 지는 모를 일이다. 잉여 자원과 군사력이 많이 남게 되면. 그쪽에도 투입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겨날 지도.


그 전까지는 몬스터들의 포화도가 일정 이상 넘지 않게, 외곽 지역들만 돌면서 적절히 토벌을 하는 게 전부였다. 작금의 상황은 왕실군의 손에 의한 것이 아니라. 각 지역에 자생하고 있는 길드들, 용병들의 손을 빌리는 점도 있었다. 그러한 자들이 위험 지역에 들어가서 몬스터들을 죽이고, 그 소재를 또 대도시로 가져와 경제를 돌리고 있었으니까.


민간인들 사이에 존재하는 전사들은 분명 도움이 되는 존재들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국가에서 용인하지도 않았을 테고.

그러나 완벽하게 믿을 수 있는 이들은 아니었기에. 다시 그들의 혹시 모를 난폭 행위를 막으려 상당수의 군사가 대도시 등지에 배치되게 된다.


“···그럴 것이다. 설마 어둠숲이나 데슈칸 산맥 따위로 도망을 가지는 않겠지.”


놈들도 사람이라고 한다면, 이라는 말은 벨케임 왕이 덧붙이지 않았다. 아무리 고강한 자라고 하더라도 그런 곳에서 살고자 하는 건 미친 짓이다. 한 달이나 버틸 수 있을까. 로얄 가드 수준의 전사라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끊임없이 계속되는 고강도의 전투를 견딜 수 있는 인간은 극히 드물다.


그런 엄혹한 지역을 점령해낼 수 있는 건. 산슈카 국의 수준을 완전히 초월하는 수준의 초인이 아니고선 힘들 테였다. 대륙에서 ‘절대자’라는 별칭으로 감히 불리고 있는 인간들.

NPC들은 플레이어들처럼 레벨을 세지는 않지만. 체감하는 강함의 척도는 비슷했다. 플레이어들 기준으로 레벨 500을 넘는다는 대륙의 절대자들이, 벨케임 왕이 인식하는 절대자들과 동일한 인물들이었다.


그런 작자들이라면. 이런 변방의 나라에 존재하는 몬스터 파크Park 정도는 산책처럼 활보하며 정리할 수도 있으리라. 그런 곳에서 캠핑을 하고 유유자적 시간을 보내는 일도 가능할 테지.


벨케임 왕의 생각은 그러했다.

그러나 왕이 간과하는 점은, 대공가를 습격했던 인물들이 플레이어들이라는 점이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공간 계열의 초상술이라 할 수 있는 인벤토리를 익히고 있었고.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 단시간 내에 어마어마한 성장과, 재력을 얻을 수 있는 존재들이었다.


상리로 가늠하기에는 어려운 이들이다. NPC들은 콘란드 대륙 내의 상식만을 사용해서 무언가를 재단하지만. 플레이어들은 본질적으로 이 게임 속 세상 바깥에 존재하는 이들이었으니까. 그들에게는 늘 수가 있는 법이었다.


어둠숲이나 데슈칸 산맥으로 간 제냐 일행 역시, 고역을 깨나 치르기는 할 테였다. 조금만 방심을 한다면. 괜히 플레이어들이 도시 등지를 거점으로 잡고 생활을 하는 건 아니었으니까. 그 정도로 몬스터가 넘쳐나는 험지에서 캠프를 차리고 로그 아웃을 하게 되면. 연계 퀘스트 상의 퀘스트 씬이 진행되는 것처럼 몬스터와 맞닥뜨리는 상황을 겪을 때가 종종 있었다.


그건 무조건적인 게 아니었고. 단순히 확률적인 일이었지만. 데슈칸이나 어둠숲같은 지역이라면 분명 확률이 더 높기는 하다.


제냐 일행은 어둠숲 내에서도 몬스터들의 활동 범위가 겹치지 않는, 공백에 자리를 잡기는 했다. 한동안은 괜찮을 테지만. 보스몹들 사이에 어떤 알력 다툼이 벌어져 경계가 변한다거나. 변수가 생기면 대공가의 암살자들 대신 몬스터들의 공격을 조심해야 할 지 몰랐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냐 일행은 그런 험지를 선택했다. 대공가의 전력이 그들에게 오는 것보다 어둠숲 내에 자리를 잡는 게 훨씬 안전하다는 생각이다. 확실히. 그들의 평균적 전투력은 어마무시하다. 고수급 이상이 되면 어둠숲 내에서 안정적으로 사냥을 하는 게 가능했고. 완숙한 경지에 이른 헌터즈 길드원들은 보스몹이라 할 지라도 무난하게 사냥할 수 있었다.


동시에 보스 몹 몇 마리가 겹쳐서 덤벼들거나 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다섯 명이 모여 있으니. 어지간한 사건은 버텨낼 수 있었다. 제냐 일행이 걱정을 하는 건. 보스 몬스터보다 강력한 존재가 그들을 노리고 달려들 때였다.


만일 대공가의 기사단장이나, 워메이지 단장 같은 인물들이 그들을 노려 덤벼든다면. 다섯 모두가 죽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몇 명 정도는 게임 오버가 될 확률이 있었다. 그것을 피하기 위해서 험지를 캠핑 장소로 삼은 셈이다.


물자, 자원은 충분했다. 라이엔의 도움을 받는다면 빠른 시간 내에 도시까지 왕복을 할 수도 있었고. 행동이 완전히 제한된 것도 아니다. 로그아웃 시, 대처할 수 없는 시기의 안전을 위해서 작은 대책을 세운 것 뿐이었다.


“···대공은 어떠한가.”


하이딘 하이거, 로얄 가드의 기사가 소상하게 설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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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4 293. 이슈칼의 경우 24.05.02 9 1 19쪽
293 292. 벨케임의 고뇌(2) 24.05.01 13 1 22쪽
» 291. 벨케임의 고뇌 24.05.01 10 1 19쪽
291 290. 길드원員의 회의 24.04.30 11 1 26쪽
290 289. 사막민民의 회의 24.04.30 13 1 19쪽
289 288. 궁리 24.04.26 14 1 14쪽
288 287. 광자포같은 24.04.25 13 1 25쪽
287 286. Forest orb 24.04.25 13 1 18쪽
286 285. 도망을 잘 친다는 건 24.04.24 14 1 25쪽
285 284. ㅌㅌ 24.04.24 15 1 17쪽
284 283. 매달린 사내의 시점2 24.04.24 12 1 21쪽
283 282. 매달린 사내의 시점 24.04.23 13 1 13쪽
282 281. 기사A의 시점 24.04.22 12 1 13쪽
281 280. 방호 결계 24.04.21 16 1 15쪽
280 279. 날벼락 24.04.21 12 1 17쪽
279 278. 마른 하늘에 24.04.21 9 1 28쪽
278 277. 월담 24.04.19 16 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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