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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Slow fant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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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3.03.11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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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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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81. 기사A의 시점

DUMMY

*


대공가의 기사 알드라 미케시는 멋들어진 머리칼을 뒤로 길게 기른 사내였다. 목덜미를 덮는 야성적인 헤어 스타일을 갖고 있었고. 콧대가 높은 미남이었다. 그는 마침,


세르게이 알사드 대공의 저택 근처에 있었다. 붉은 늑대 기사단 소속의 기사였던 그는 휴무일을 맞아 휴식을 취하고 있던 참이었었다.


그래서, 불행인지 다행인지 빠르게 마주할 수 있었다.


크와아-.


하는, 괴수의 울부짖음이 그의 귓전을 쩌렁쩌렁한 음량으로 때린다.


대공이 머무르는 본택 근처의 정원에서 휴무를 즐기고 있던 그는 아래로 뚝 떨어지는 핏Fit의 부드러운 비단 옷을 입고 있었는데. 개인용의 명검 하나를 들고 유유자적하게 오후의 햇살을 즐기다가 소란이 일어나 곧장 달려나왔다.


애용하는 명검을 대공 저邸의 정원에서 손질하는 것이 그의 몇 안되는 취미였기에. 그런 취미 생활은, 바깥으로부터 온 무지막지한 소란이 방해를 했다.


순식간에 달려 나가 본택 근처에 다다른 그는, 몇 마리 괴물과 괴물같은 인간들을 마주해야 했다.


특히, 바로 눈 앞에 있는 집채만한 크기의 사자는 알드라라고 하더라도 간담이 서늘해지는 녀석이었다. 쩍, 벌린 아가리의 어두운 내부가 한 입에 사람 정도는 삼킬 수 있을 정도의 넓이였다.


단검보다도 날카로운 이빨들은 덤이고.


사자도 이런 괴물 사자가 있는가. 확실하게 몬스터monster 종류였다. 평범한 짐승이 아니라. 몬스터들 중에서 각 땅을 지배하는 지배자 급의 몬스터들은 간혹 MP와 다른 마기魔氣를 뿜기도 하는데. 이상하게 그런 기운은 없었다.


무진장 거대하고, 더럽게 흉폭할 뿐이었다. 갈색의 사자는 수컷이었고. 갈기가 풍성했다. 그런 건 그의 시야에서는 잘 보이지도 않았지만.


“씹.”


할. 이라고 욕지기를 내뱉기도 전에 몸을 뺐다.


쾅!


소리가 났다. 쾅 소리가. 말이 되는가?


알드라는 단정한 옷매무새를 가지고, 자신 전용의 양날검 하나를 들었을 뿐이었다. 기사라고 하더라도 이런 작은 무기를 가지고 지배자 급의 분위기를 풍기는 괴물과 싸우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어머니가 좀 보고 싶었다. 이미 오래전에 지병으로 돌아가셨고, 그는 달리 남은 가족이 없는 처지였지만. 그래도 보고 싶은 건 어쩔 수 없다.


괴물 사자의 아가리는 닫히면서 무슨 폭탄이 터지는 것 같은 쾅, 소리를 낸다. 귀가 얼얼했다. 바로 앞에서 거대한 기계 장치가 작동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이 시대, 세계에 기계 장치라는 건 물론 흔한 물건이 아니었지만.


알드라 정도 되는 기사라면 볼법도 했다. 알사드슈트도 나름대로 대도시였고. 산슈카의 여느 번화지에 못지 않게 자본과 자원이 모여드는 곳이었다. 그리고 대공가 내부에서는 여러 이상한 장치들이 가동되고 있기도 했고.


알드라는 붉은 늑대 기사단의 일원이었고, 특별히 간부직은 아니었다. 그러나 솜씨는 좋은 편이다. 플레이어들의 레벨 기준으로 볼 때 110 정도. 이 정도면 왕실 기사단에 지원해볼 수 있는 솜씨였다. ‘고수급’이라는 건 그런 법이었다.

NPC들 중에서 최고수의 검수劍手들은 플레이어들이 좇기 힘든 아득한 경지에 있기도 하지만. 평균적으로 봤을 때 그런 고수들의 수는 많지 않은 법이었다. 최고의 기사단이라고 한다면 그 기사단을 이끄는 최고위 실력자들의 솜씨가 말도 안되는 수준이겠지만. 레벨 100만 넘는다고 해도 어지간한 최정상급 기사단의 단원으로는 들어갈만한 솜씨가 되는 법이었다.


‘붉은’ 늑대는 푸른 늑대에 비하자면 한 수 쳐지는 느낌이 있었고. 푸른 늑대가 왕실 기사단에 ‘준’하지 뛰어넘는다고 말할 수 없다는 걸 생각했을 때. 제2군인 붉은 늑대단에서 그만한 레벨을 갖고 있는 알드라는 평균 이상의 실력자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그런 실력도 현재는 태풍 앞의 촛불마냥. 위태로운 무언가에 불과했다.


커헝-.


웃기는 기침 소리의 의성어가 아니었다. 대강 그런 글자로 표현해볼 수 있을 것 같은, 거대한 사자의 울부짖음이다. 인간이라면 간담이 철썩, 떨어질 것 같은 심정을 느끼는 게 자연스럽고 당연한 음량이었다. 사자의 눈빛은 매섭다. 대가리만 치더라도 알드라의 키만한 높이가 아닌가, 생각이 될 정도였다. 언뜻 본다면.


“썬더 스피어-.”


옆에서 누군가가 외쳤다. 사람의 음성이다. 반가운-.


그러나 전혀 반갑지는 않았다. ‘사람’이 대공 저에서 볼 수 있는 동료였다면 그랬겠다만. 이 괴물 사자와 함께 침입을 해 온 괴인의 목소리였기에 말이다.


검은 머리칼. 더벅머리. 어딘지 뚱해 보이는 인상. 전장에 어울리지 않는 표정을 하고 있는 청년이었다. 다부진 체격에, 합금판과 가죽 갑옷을 잘 조립해 입은 듯한 차림새이다. 손에는 거친 느낌의 도刀 한 자루를 들었는데.


초상술까지 쓰는 모양이었다.


알드라는 사자의 아가리 앞에 여전히 있다가, 더욱 뒤로 몸을 뺐다.


툭, 하고 대공 저 부지의 잔디밭을 밀며 뒤로 뛴다. 평범한 뒤로 뛰기는 아니었다. 그도 나름대로 소드 마스터가 아닌가. 레벨 100이상은 ‘마스터’의 위位라고 할 수 있다. 달리 말해 대륙 최정상급의 기사단은, 수십 여 명 이상의 소드 마스터들로만 이루어진 전투 집단이 된다. 가공할만한 전투력이다.


어쨌든 알드라는 자신의 기력을 움직였다. 가볍게 박차는 것 같았지만 그의 무게 중심이 뒤로 빠졌고, 몸은 뒤로 당겨졌고. 무게는 줄어들었다. 체중을 줄이는 건 마스터 급 기력술사들이 사용하는 풋워크의 핵심 기술이기도 했다.


초상술사들처럼 방대한 범위에 위력을 미치지는 못하지만. 기력술사들 역시 마스터 급 즈음 되면 자신의 몸 바깥에 기 에너지를 두고 그것으로 일을 할 수 있는 법이었다. 단적으로 말해 자신의 몸을 밀거나 당기거나 하는 식으로.

외력外力이 가해지면서 마스터 급 무술가의 움직임은 일반적인 동물, 생물이 보일 수 있는 움직임과는 전혀 다른 궤적을 그리게 된다.


알드라는 수 미터를 한 번에 펄쩍 뛰어 날았고. 그 다음에도 물수제비처럼 발을 툭, 툭 차면서 멀어졌다.


‘썬더 스피어’ 어쩌구라고 중얼거린 놈으로부터 일단 최대한 멀어져야 했다. 사자의 몸에 가려 있지만 오른쪽 대각선 방향 멀리에 있었다.


그 놈만이 위험한 건 아니었으나.


-쾅.


멀리서 폭음이 들렸다.


“홀리···.”


자신도 모르게 헛소리를 중얼거리면서 알드라는 왼쪽 후방, 대각선 방향으로 계속 튀었다.


오른쪽 전방 대각선 아주 멀리에는 대공이 머무르고 있는 저택이 있었다.


반투명한 초록빛의 막이, 저택 겉면에 떠오르며 만들어진 걸 보니 방호 체계는 제대로 작동을 한 모양이었다. 세르게이 알사드 대공은 편집증이나 과대 망상증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자신의 안위에 대해 염려가 많은 인물이었다.

평소에는 전혀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내색하지 않지만 말이다.


그와 오래도록 함께 지내온 베테랑 기사나 초상술사들이라면 어쩔 수 없이 알게 되는 사실이었다. 세르게이 알사드는 편집증적으로 늘 움직이고. 만일에 만일을 대비한 수를 계속해서 만들어두는 양반이다.


저 멀리 저택 전체를 감싸고 있는 반구형의 막 또한 그러했다. 대공가 내부로 갑작스럽게 침입을 할만한 인간이 대체 세상에 어디에 있겠는가, 생각하던 이들도 많았었는데. 세르게이 알사드 대공은 최악의 경우를 상상하며 막대한 재화를 저택 부지 내 방호 체계를 완성시키는 데 사용을 했다.


본격적으로 전쟁을 준비하며 요새를 꾸미는 이의 행동처럼도 보였는데.


그 망상증이 실제로 도움이 되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 알드라로서는 오지 않는 편이 좋았던 날이다. 이렇게 느닷없이 닥쳐와서 그의 목숨을 간당간당하게 만들고 있지 않은가 계속.


멀리서 들렸던 폭음은, 사자도, 뚱한 표정의 젊은 사내도 범인이 아니었다.


저 멀리 본택 근처에 둥둥 떠다니고 있는, 흑색 로브를 입은 워메이지가 하나 있었다. 대공가의 전술사단 전부를 아는 건 아니지만. 저렇게 특이하게 생긴 워메이지가 있었다면 아마 진즉에 알드라가 알았으리라.


멀리, 허공에서 움직이는 작은 체구의 소녀다. 알드라의 좋은 시력에는 형상이 뚜렷하게 잡혔다.


검은색의 복색을 착용하고 있는, 저 소녀가 가장 괴물같은 인간이었다.


콰과광, 하면서 연속적인 폭음이 다시 알드라를 덮친다. 제법 거리가 떨어져 있음에도 그러하다. 소녀는 상당히 고강한 워메이지인지, 허공에서 대공이 머물고 있는 저택을 향해 초상술의 폭격을 날려대고 있었다. 불길이 치솟고, 거대한 얼음덩이가 허공에 떠올랐다가 날아 박고. 폭발이 일어나곤 했다.


지진이 나면 비슷한 소음이 들릴까 싶은 느낌이었다. 알드라는 도망치고 싶었다. 기사로서 부끄러운 말이었지만. 대공가에 평생을 헌신하고 목숨을 버리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충성심이 그리 높은 편은 아니었다.


그저 녹봉을 받기 위해서 일하고 있는 직장일 뿐이었다. 세르게이 알사드 대공은 물론 명망이 높은 고가古家의 가주이며, 이 나라의 대공 작위를 갖고 있는 어른이다. 기사로서 섬길만한 위치에 있는 고귀한 신분의 주군이고. 알사드 가家 역시 자부심을 가질만한 집단이기는 했으나.


은근하게 들리고 있는 세르게이 알사드에 대한 소문들은 그의 충성심을 깎아먹곤 했다. 대공의 사이코같은 성질머리라거나. 혹은 가끔, 검은 늑대단의 임무에 차출되었다가 돌아온 동료들의 임무 경험담이라거나.

그런 이야기들을 계속해서 접하게 되면 아무래도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들게 마련이었다. 물론 세르게이 알사드라는 인물이 얼마나 지독한지에 대해서는, 대공가의 인간들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기에 함부로 실행할 수는 없지만.


그리고 지금도 도망칠까, 생각만 할 뿐이지 실제로 그러지는 않을 테였지만.

만일 세르게이 알사드가 아무런 뒤탈없이 깔끔하게 죽어 나자빠진다면 그리 나쁜 그림도 아니리라. 그게. 묶였던 족쇄에서 풀려나는 기분이 들 지도 모르고. 물론 눈 앞에서 대공이 위기를 겪는다고 한다면 몸을 던져서 지켜내기는 하리라. 그게 기사 위位를 받을 때, 서임을 받을 때 한 맹세의 내용이기도 했다. 그게 사람의 목숨을 실제적으로 위협하는 초상술적 효력을 가진 맹세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기사라는 족속으로서 최선을 다할 의향은 있었다. 알드라도. 일단 하는 데까지는 하는 편인 성격이다.


크르릉.


잠깐 멀리 있는 워메이지에 눈을 팔린 사이에. 거대한 괴물 사자가 그의 근처로 다가왔다. 빌어먹을 일이다. 검 하나로 상대하기에는 역시 괴물같은 몸뚱이였다. 사자가 으르렁댔다. 붉게 번들거리는 듯한 야수의 눈빛이 자신을 쏘아보고 있었다.


이런, 나 밖에 없나? 생각이 들었다.


주변을 보자 나자빠져 있는 병사들이 보인다. 대공의 본택 근처에 주둔하고 있던 병사들이 먼저 달려왔고. 자신과 같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초상술사니, 기사니 하던 놈들 중에서 몇 놈들이 함께 침입자들과 맞서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간부급은 없었다. 바깥에 일을 보고 있거나, 조금 멀리에 있는 모양이었다. 알사드슈트 영 내에는 있으나 저택 부지 내에 없어서 소식을 듣는 게 늦었을 수도 있다.


아무튼 이 사달이 난 지, 그리 긴 시간이 지나지는 않았다. 아무리 길게 잡아도 5분은 넘지 않으리라. 그리고 그의 눈에 들어오는, 두 명의 사내. 한 마리 괴물 사자. 한 마리의 거대한 괴물 매. 그리고 저 멀리에 있는 워메이지 소녀.

그렇게 이루어진 침입자 집단은 말도 안되는 무위武威를 보이고 있었다. 한 명 한 명이, 핵심 간부급에 이르는 실력인 듯하다. 그보다 강할 수도 있었고. 자신과 같은 평단원이 정면에서 상대할만한 인물들은 아니었다. 고작해야 시간벌이를 하면 다행이리라.


자신이 부단장, 혹은 부부단장 급과 대련을 했을 때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는 이미 잘 알고 있는 바였다. 피차 전력을 다한다면 순식간에 격살擊殺이었다. 상대도 봐주지 않고 틈을 노리며 들어오니까. 약속된 연습 대련이라고 한다면 길게 이어지기도 하지만. 전장에서 만난다면 틀림없이 그렇다.


알드라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 역시, 자신이 가진 무위의 경지 이상의 노련함이나 잔재주가 있는 탓이기도 했다. 그는 안전주의적인 성향을 갖고 있었고. 전장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목숨을 벌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었으니까.


공격을 할 때는 망설임없이 치고 들어가야 하지만. 빠질 때를 잘 알아야만 하는 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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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9 308. 박제가 될 뻔한 천재를 아시오 24.05.11 9 1 23쪽
308 307. 파고 들기 24.05.10 8 1 21쪽
307 306. 제 몸 살라먹기 24.05.10 7 1 12쪽
306 305. 늑대의 뱃속에서 24.05.10 6 1 13쪽
305 304. 뇌검雷劍 24.05.09 8 1 24쪽
304 303. 검은색. 금청색. 24.05.08 9 1 23쪽
303 302. 앞니와 검날 24.05.05 16 1 20쪽
302 301. 눈알 24.05.05 10 1 15쪽
301 300. 나무 위의 사색 24.05.04 13 1 28쪽
300 299. 걸음(2) 24.05.04 7 1 14쪽
299 298. 걸음 24.05.04 8 1 15쪽
298 297. 어지러운 생각 24.05.03 9 1 15쪽
297 296. 제냐의 경우 24.05.02 12 1 21쪽
296 295. 세이드 소마 24.05.02 8 1 17쪽
295 294. 이슈칼의 경우(2) 24.05.02 8 1 16쪽
294 293. 이슈칼의 경우 24.05.02 9 1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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