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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Slow fant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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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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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1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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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2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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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5. 세이드 소마

DUMMY

왕이 쏘아보는 단상 아래의 인물들. 개중 군사장관인 세이드는, 정치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이슈칼의 상부에까지 오르게 된 플레이어였다.


일국의 최고위 자리에 올랐으니. 플레이어로서는 어마어마한 성과를 거둔 셈이리라. 그리고, 랭커이기도 했다.

모든 랭커Ranker가 전투 클래스의 플레이어도 아니었고. 전투직 플레이어들이 대부분이기는 했지만. 개중에는 분명 생산 클래스나 이처럼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비련시 온라인을 즐기는 이들도 있었다.


군사 장관이니만큼 어느 정도 전투력도 있고 솜씨도 있기는 하지만. 같은 레벨의 다른 전투직 플레이어들과 비교하자면 미력한 솜씨에 불과했다.


세이드 소마는, 외국계의 일본인이었다. 어머니가 백인이었고, 아버지가 일본인. 날 때부터 일본에서 자랐고, 평생 열도 바깥으로 벗어나본 바가 없는 인물이었다. 그의 타고난 생김새 때문에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당황을 하면서 영어를 쓰려고도 하지만. 그가 한 마디라도 입을 열고 나면 모두가 친근하게 여기고 곧장 대화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영어보다는, 차라리 한국어가 조금 더 나은 편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한국에 관심이 많았었으니까.


21세기 중반 이후부터, 최첨단 기술 따위가 적용된 게임들에 있어서는 한국이 제법 강세를 보였었다. 지금의 버츄얼 리얼리티의 원시적 접근이라고 할 수 있는. 전 세대의 VR게임들부터 시작해서 말이다.

일본 역시 여러가지 IP(Intellectual Property)를 소유하고 있는 컨텐츠 강국이기는 했고. 예로부터 일본에서 나왔던 여러 게임, 만화, 다양한 미디어 믹스들을 즐기는 것이 극동아시아의 즐거움이기는 했었다만.


한국은 최첨단 IT기술 따위에 연구, 투자를 계속해서 진행했고. 발빠르게 그것을 게임과 엮어 다양한 컨텐츠 산업을 발전시켜갈 수 있었다.

한국에서 제대로 된 컨텐츠가 나오지 못하는 점은. 위로는 북한이 있었던 탓도 있었다. 어쨌거나, 집 안에 우환이 있으면 제대로 공부가 되지 못하는 법 아니겠는가. 바로 위에 전쟁의 위험이 있는 상황이다보니 사회 전반적인 스트레스 지수가 높았고. 불안도 역시 높았다.


창작자들이 온전하게 자신의 창작에 몰입할만한 환경이 아니었다, 라고 해도 좋으리라. 어쩄건. 닭이 먼저냐 닭 알이 먼저냐, 하는 논의가 되기는 하지만. 여러가지 상황들이 맞물려 풀리듯 한국 사회의 건전성과 안정성은 시간이 지나갈수록 점점 높아졌다.


지금 역시 북한의 정권을 잡았었던 일부 독재 사상의 보유자들은, 북중국과 북러시아 쪽으로 도망을 가서 그 일맥이 살아남아 있다고는 하지만.

어쨌건 여러모로 극동 아시아의 정세가 개편이 되고 정리가 된 게 사실이었다. 한-미-일의 공조와 방위가 조금 더 튼튼해지고, 견고해진 셈이었고. 서방 자유주의 사회의 개입 또한 남중국, 서러시아 등지를 통해서 더욱 극동아시아 쪽에 활발하게 들어오고 있었으니까.


해외국의 개입이 언제나 좋은 점만을 갖고 있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적성 단체나 적국에 가까운 기조를 보이는 나라들보다는. 같은 사상과 기조를 갖고 있는 우군들이 근처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때 좋은 점이 더 많은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어쨌거나.


세이드 소마. 아버지 쪽의 혈통을 중시해서 실제 이름도 ‘세이드’인 사내는. 어릴 적부터 게임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그리고 다양한 기술력을 발휘해서 만들어내는 한국의 CG영화나 드라마, 그리고 만화들 따위도 좋아라 했고.


그것들의 마니악한 팬이었던 세이드는 어린 시절부터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를 했고. 나름대로 자격증도 갖고 있을 정도였다. 영어는 영 좋지 못한 솜씨였고. 프리 토킹을 하자면 긴장감에 얼어붙고 말지만. 한국어로는 그래도 혼자 여행을 가서 말을 알아듣고 글을 읽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말할 수 있을 정도는 된다.


비련시 온라인에서 사용하고 있는 건 당연히 모국어인 일본어였고. 이곳에서의 언어들은 그에게 일본어로 보이거나, 들리게 된다.

아예 필리아 대륙을 벗어나서 타지역에 가게 된다면 그곳의 언어를 익히기 위해서 다소의 노력을 해야긴 하지만.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그리 큰 노력이 아니었다. 이곳에서 마법과 같은 초상스킬들을 익히는 데도 그리 큰 부담이 들지는 않았으니까. 어쨌건 다양한 컨텐츠를 플레이어가 경험할 수 있게끔은, 비련시 온라인의 개발진들이 마련해두었다.


고수급이 되는 게 아주 어려울 뿐이지. 이곳에 존재하는 다양한 컨텐츠들의 도입부를 맛보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여행 또한 주요한 컨텐츠 중 하나였으므로. 다양한 국가와 지역의 언어를 익히는 일은 그리 장벽이 높지 않았다. 물론 플레이어들 입장에서 말이다. NPC들이라면 실제로 그 언어를 익히는 것마냥 시간이 다소 걸리기는 하겠다만.


그리하여 거대한 콘란드 대륙에서도. 중부 대륙, 동서남북 각 지의 대륙들이 나름대로 문화적, 역사적 장벽이 있게 되는 법이었다. 필리아 대륙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라고 해도 좋았다. 조금 더 범위를 좁힌다면 산슈카 국을 중심으로 하는 몇 개국이 또 하나의 세계라고 해도 좋았고.


그만한 범위의 이야기와, 사연을 다루는 것만으로도 솔직히 플레이를 하기에 부족함은 없었다. 작은 마을 하나라고 해도 좋았을 것이다. 마을과 그 근처를 둘러싼 자연 환경들. 몬스터들과 필드 던전 따위가 있다면 말이다. 마을 하나. 수십에서 수백 정도 되는 NPC들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하나하나 그 말들을 듣고, 사연을 깊이 파나가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흐른다.


조금 더 시뮬레이션 게임으로서 이 게임을 즐기는 자들이 있다면. 마을에 존재하는 평범한 주민A, 마을 소년B와 상호작용을 하면서 그들과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을 즐길 수도 있으리라.


세이드 소마 역시 그런 부류의 인간이었다. 사람들과의 소통을 위주로 플레이를 해왔고. 어쩔 수 없이 몬스터가 존재하고, 여러가지 초능력이 존재하는 세계관이다보니. 그들의 걱정과 고민을 해결해주기 위해서 전투직으로서의 플레이를 조금 해왔다.


그 외에는 거진 다 정치 게임으로서 비련시 온라인을 즐겨왔다.


마을 사람들을 상대하고, 그들의 고민을 해결해주고. 그러다보니 마을 유지들과도 친목을 다지게 되었고. 점차 많은 사람들을 알아가게 되었다. 조금 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문제점들을 해결해주는 것 역시 나름대로 즐거운 일이었다.


그들의 문제를 평범한 일본인. 세이드 소마가 모두 풀어주는 건 과연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이건 게임이었기 때문에. 아무리 현실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일단 이야기가 진행이 되었다는 건 풀 수 있는 루트Route가 존재함을 역설적으로 설명하는 바였다. 게임의 마니아이고, 잘 알고 있는 세이드는 언제나 그런 방식으로 모든 상황을 접근했다.


그의 나이는 40대 초반이었고. 겉보기에는 나름대로 주름이 있고 하여 중년의 모습으로 보이지만. 사실 속내는 어린 시절의 그것과 그리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직까지도 게임을 즐긴다. 그의 직업과도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고 말할 수 있었다.

게임에 관련한 소설을 쓰는, 소설가였으니 말이다.


방구석에 앉아서 이야기를 적어나가는 직업이 썩, 나쁘지는 않았다. 적성에 맞지 않는다면 그것만큼 괴로운 일도 없지 않겠으나. 세이드 소마에게는 아주 잘 맞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젊은 시절에 회사를 다니면서 적었던 소설이 우연찮게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었고. 그 이후로 다양한 장르의 이야기들을 건드리면서 소설을 집필하고 있었다.


근 몇 년 정도는 게임에 관련한 소설을 적고 있는 게 그의 일상이었는데. 어느 정도 수입이 있는 상황에서. 비련의 시나리오라는 건 아주 좋은 취미거리이자, 소재거리였다.


그 속에 방대한 분량의 데이터가 있었으니까 말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찾아보면서 자기 마음 속에 담아넣고, 또 그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조합해내고. 그것이 결국 소설가의 일일진대. 굉장히 고화질로. 또 현실에 가까운 감각으로 보여주는 영화를 보는 감각이 있었다. 이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이라는 것은.


지인들을 만나고 인간관계를 가질 때도. 머릿속 한 켠에서는 소설에 관한 생각을 빼놓지 않는 것이 그의 일이었는데. 이곳에는 자신이 만날 수 있는 몇 명의 지인들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의 인격 자료가 있었으니까.


또 다양한 경치를 구경할 수도 있었고. 상호작용. NPC들과 대화를 하고 이야기를 이어나가면서 새로운 영감이 떠오르기도 했다.


애초에 ‘비련의 시나리오’를 모티브로 잡고 적은 게임 소설도 있었고. 지금 그가 적고 있는 것은 장편 소설이었고, 시리즈로 적어 내려가고 있는 물건이었다. 아마 다섯 권 정도로 요약이 되어 완결이 날 것 같았는데. 인기가 좋다면 편집부의 압박에 따라서 조금 더 길게 적어볼 수도 있을 듯했다.


글을 적는 건 싫어하는 일이 아니었으니. 세이드로서는 아무래도 좋은 상황이지만.


어쨌든.


지금은.


이슈칼 국의 군사장관으로서, 레오모딘 왕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고 상황을 잘 모면해야 했다.


갑작스럽게 서부 국경선 근처의 기지가 통째로 날아가버린 건 이슈칼 국의 여러 NPC들에게도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그것이 이제 시작이 아닐까, 하고 플레이어들은 동시에 생각을 했다. 이슈칼 왕국에 플레이어는 그만 있는 것도 아니었고. 물론 랭커로서 장관의 자리에까지 오른 건 그가 유일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다른 플레이어들도 갑작스러운 변화에 대처해서 머리를 굴리고는 했다. 같이 이슈칼 왕국의 궁정에서 플레이를 한다고 꼭 파티 플레이를 하는 건 아니었다. 애초에 세이드 소마는 솔로 플레이를 즐기는 인물이었고. 결국 NPC들과 깊은 관계를 맺고 퀘스트를 풀어나가고 있으니. 굳이 따지자면 NPC들과 파티를 한 셈이라고 표현을 할 수는 있겠다.


플레이어들과 파티를 맺지 않았다고 하는 건. 그들과 정보를 공유할 의무가 없다는 말과도 같았다. 실로 맞았다. 그는 언제나 모든 상황들을 콘란드 내의 시선으로 분석하기를 즐겨 했다. 제냐 킴, 이라고. 그가 모르지만 존재하는 어느 플레이어의 플레이 방식과도 비슷한 면이 있었다.


게임 내에 모든 요소가 있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플레이를 하는 법이었다. 외적인 요소를 집어 넣어서 쉽게 갈 바를 알게 되고. 또 키 아이템을 얻어내고. 공략법을 보고. 그렇게 플레이를 하는 것을 비난하는 바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게임은 게임으로서 순전하게 즐기는 것이 가장 재미있고. 고생을 하는 것에는 또 나름의 이유와 의미가 있다고 생각을 하는 편이었다. 그는.


온전한 게이머로서의 마인드라고 볼 수도 있겠다. 개발진이 애초에 만들어놓은 모든 의도를 빼놓지 않고 음미하겠다는 식의 플레이 방법이었으니.


다만. 어느 정도는 있었다. 도저히 길이 보이지 않을 때는 인터넷을 이용하기도 한다. 다른 플레이어들과 교류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고. 보통의 상황에 그런 방식을 고수한다는 것 뿐이지.


아무리 파헤쳐봐도 길이 보이지 않을 때는 편한 길을 선택하기도 했다. 이 게임이 플레이어들의 수준에 맞춰서 상황을 던져주지는 않았으므로.


벌컥.


군사장관은 레오모딘 왕의 기색을 살피고 있었다. 형부 장관이나 내궁부의 장관 또한 그리 다르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갑작스럽게 알현실의 문이 열렸다.


감히 왕이 있는 궁의 문을 저리 벌컥 여는 것은. 자신의 목숨이 아깝지 않다는 우회적인 표현이거나. 혹은 그럴 겨를이 없을만큼 다급한 소식을 전하는 전령의 때 뿐이었다.


전자는 목숨을 부지하기가 힘든 곳이다. 이곳은 진실로 엄정한 신분제 사회였으며. 현실과는 달리 날이 서 있는 세계관을 표현하고 있었으므로. 다급한 표정을 짓고 있는 어느 청년의 얼굴을 보아하니. 후자의 경우 같았다.


땀을 흘리며, 눈을 크게 뜨고. 황망한 표정으로 알현실, 내전의 문을 열어 고관과 왕의 시선을 모은 전령이 떨리는 입술로 더듬거리며 말을 뱉었다.


“무슨 일이냐.”


바깥에는 경비병들이 있었다. 그들이 말리지 않은 것을 보아하니 여간 급한 일이 아닌 모양이었다. 레오모딘 왕은 침착한 인간이다. 성정이 그저 유하기만 한 작자는 아니었지만. 참을성이 좋은 사람이었다. 그는 눈살을 조금 찌푸리며 전령의 말을 기다렸다.


“그, 그, 그··· 전하. 급보이옵니다. 서부 국경선 근처의 망루 여럿이 동시 다발적으로 갑자기 터져나갔다고.”

“뭣.”


레오모딘 왕은 더 이상 가만히 앉아서, 고민만 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의 표정이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국가의 안위를 위협하는 누군가가 존재함을 깨달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몰랐던 바는 아니지만. 더욱 과감하게 나오고 있으니. 그 또한 보다 확실하게 수를 써야 하리라.


당장이라도 흉수를 찾아내 목을 벨 듯한 눈빛과 표정으로 그가 일갈했다.


“소상히 고하라.”

“예, 예···. 산슈카 측면에 있는 망루와 군사 기지, 요새들이 갑자기 폭발을 일으켰다고···. 이전 군사 보급 창고가 터져나간 것과 유사하다고 합니다. 병사들이 혼란스러운 와중에 급보가 날아들어 이렇게 전하는 점 용서하시옵소서···.

자세한 상황은 아직 보고받지 못했으나 적어도 다섯 이상의 군사 시설이 날아갔다고···. 해당 시설에 있던 병사와 지휘관들이 목숨을 잃었고···.

게르마 소관, 피유일 중관, 메데이 중관이 전사했다는 보고입니다··· 아직 끝이 아니고 상황이 파악되는대로 계속해서 소식이 올라오는 중···.”


쿵.


레오모딘 왕은, 그 굵을 팔뚝에 힘을 잔뜩 주어서 자신이 앉은 보좌의 팔걸이를 내리쳤다. 그 소리가 묵직했고. 근처에 있던 고관들도 움찔, 하면서 왕좌를 돌아보았다.


사자와 같은 인상을 가진 사내였다. 세이드 소마는 시국이 어디로 흘러가는 것인지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그가 플레이를 시작한 이래로 가장 뜬금없는 상황이었다. 퀘스트 창을 조용히 켜서 열어보니, 새로운 씬Scene이 나타나는 것 같기는 했다.

대체 어디로부터 시작된 사달이고. 또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는지. 그는 머릿속에서 자신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가에 대해서 복잡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군부 시설이 날아간 일은, 군사장관인 자신이 책임지고 알아보아야 할 일이었다. 지금 알현실에 있다보니 소식을 늦게 안 것 같은데···. 이 내전內殿은 왕이 가진 보호용을 제외한 모든 아티팩트의 발동을 제한하는 스킬이 걸린 장소였다. 덕분에 통신구 역시 말을 듣지 않았고. 급보를 전하는 전령의 입을 통해서, 왕과 함께 지금 소식을 들어야만 했다.


“세이드 공!”

“예, 예.”


자신을 부르는 불호령에 세이드는 긴장하며 대답을 해야 했다. 왕과 마주하는 순간은 언제나 그런 법이었다. 영 쉽지가 않다.

실제의 삶에 비하자면 아득하게 쉽기는 했지만.

게임 속에서만 얻게 되는 나름의 긴장감이라는 게 존재하기는 했다. 현실과 가장 닮은 모습을 한, 게임이기에 그럴 지도 모른다.


“당장 사태를 파악하고 내게 보고하도록. 흉수를 만들어서라도 찾게. 본국을 노리는 적의 정체를 밝히라는 말이야.”


왕의 눈빛이 붉었다. 원래 그의 눈이 그런 색깔은 아니었음에도. 분노로 인해서 이글거리는 것이 드러나는 듯했다. 화로 인해서 힘을 너무 주었고. 덕분에 눈 근처의 모세 혈관이 터진 걸지도 모른다.

아무튼, 보기에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심장에 무리가 온다. 세이드는 부정맥을 앓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폐하.”


그저 곱게 대답하며 고개를 숙여보일 뿐이었다.


“어서!”


불호령에, 세이드는 알현실을 먼저 벗어나야만 했다. 급보를 전하러 온 전령은 알현실에 붙들려 혹시 놓친 이야기가 없는지 추궁을 당하며 아는 바를 모조리 토해내어야 했고. 세이드는 알현실을 벗어나기가 무섭게 울리고 있는 통신기의 반응을 보면서.


왕궁 내에 있는 통신 시설로 걸음을 옮겼다. 전보를 주고 받는 거대한 중계기가 있었다. 왕궁에. 통신기는 ‘소식이 있음’을 알리거나, 몇 가지 정해진 암호로 상황의 종류를 알려줄 뿐이었고. 자세한 사정을 알려면 통신 시설을 이용해야만 했다.


세이드는 발걸음을 재게 놀렸다.


“이게 뭔···.”


상황이 영 심상찮게 돌아가고 있었다. 재미가 있기도 했는데. 자신이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사건이 일어나지는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 플레이어들이 이토록 어마어마하게 몰려들고. 또 각종 NPC들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역사의 지류를 만들어가고 있었고.


초상술의 발전이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었고.


플레이어들이 서비스된 게임을 즐긴 지 벌써 수 년이 지난 시점이었는데. 다른 대륙에서도 슬슬 소식이 들려오던 것처럼. 필리아 대륙에서도 굵직한 퀘스트 시나리오가 움직이고 있는 걸지도 몰랐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은 누구일까.


세이드 소마는 움직이며, 내궁의 대리석 복도를 지나며 불현듯 생각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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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2 311. 영감 24.05.12 11 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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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 309. 가쁜 숨을 편히 내쉬며 24.05.11 7 1 20쪽
309 308. 박제가 될 뻔한 천재를 아시오 24.05.11 9 1 23쪽
308 307. 파고 들기 24.05.10 8 1 21쪽
307 306. 제 몸 살라먹기 24.05.10 7 1 12쪽
306 305. 늑대의 뱃속에서 24.05.10 6 1 13쪽
305 304. 뇌검雷劍 24.05.09 8 1 24쪽
304 303. 검은색. 금청색. 24.05.08 9 1 23쪽
303 302. 앞니와 검날 24.05.05 16 1 20쪽
302 301. 눈알 24.05.05 10 1 15쪽
301 300. 나무 위의 사색 24.05.04 13 1 28쪽
300 299. 걸음(2) 24.05.04 7 1 14쪽
299 298. 걸음 24.05.04 8 1 15쪽
298 297. 어지러운 생각 24.05.03 9 1 15쪽
297 296. 제냐의 경우 24.05.02 13 1 21쪽
» 295. 세이드 소마 24.05.02 9 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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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4 293. 이슈칼의 경우 24.05.02 9 1 19쪽
293 292. 벨케임의 고뇌(2) 24.05.01 13 1 22쪽
292 291. 벨케임의 고뇌 24.05.01 9 1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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