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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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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3.03.11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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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22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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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84. 단테스 무기상점

DUMMY

*


”안녕하십니까, 자유 연맹 은행 사르삿 지부입니다.“


그렇게 정형화된 말을 건네는 번듯한 차림새의 사내가 있었다. 양복을 걸치고 있었고, 깔끔하게 머리를 뒤로 넘긴 백인이다. 흑발에 약간의 색조가 섞여 있는 머리칼이었고, 눈동자는 에메랄드 빛이다.

30대 정도로 보이는 인상에 깔끔하고, 또 화장이라도 했는지 피부가 일정하며 곱다.


남자는 단정한 미소로 그를 맞이했다. ‘그’는 제냐 킴이었다.


제냐는 사르삿 도都에 무사히 도착했고, 또 은행에 들른 참이었다. 거액을 맡기는 플레이어들, NPC들은 전용 룸에서 따로 볼 일을 보기도 하지만 제냐가 아직 그 정도는 아니다.

1층 홀, 샹들리에 따위와 여러 인테리어 장비로 아름답게 꾸며 놓은 은행의 로비를 걸어 데스크에 다다르면 바로 거기서 서서 용건을 말하는 것이다.


데스크는 안내용의, 툭 튀어나온 반원형이 하나 있었고 그 옆으로 창문이 벽면에 주욱 나 있었다. 접객하는 은행원들을 마주치는 업무용 창구들이었고, 각 창구마다 나무 판자로 칸을 구분해 두었다.


은행원들은 섰을 때 보면 약간 낮은 정도의 눈높이를 가진 창 안쪽에 앉아 있고, 그 너머는 은행의 내부 업무를 처리하는 넓은 집무실이 있다. 제냐는 한쪽 구석에 서서 청년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서서 보면 바로 그 창의 위쪽 끝단이 이마에 걸리고, 사실 의자라도 가져와 앉으면 딱 좋은 높이이지만 바쁘고 귀찮으니 그냥 서 있는다.


청년의 환대에 제냐가 말했다.


”예, 그··· 예금이랑 맡겨놓은 아이템들을 좀 찾고 싶은데요.“


돈도 일정 액수 이상이 되면 번거로운 무게가 된다. 은화가 아닌 금화로 찾으면 물론 무게를 덜 수 있기는 하다. 금화의 거스름돈을 취급할 수 있는 곳이 제한된다는 점이 있지만. ‘금화’는 결국 예금을 사용하는 은행 카드Card와 비슷한 것이었다.


중부 대륙 은행, 혹은 자유 연맹 은행에서 발급하는 카드는 적어도 중부 대륙 내의 도심 지역에서는 아무 불편함 없이 쓸 수 있었다. 조금 규모가 작은 마을, 소도시, 척박한 오지 따위를 가면 당연히 이용이 어려웠고.

금화 역시 단위가 큰 돈이다 보니 대도시에서 환전하기가 쉬우며 규모가 작은 가게 따위를 들렀을 때 쓰기는 미안한 구석이 있다. 대략 67젠 즈음이 은화 1개의 값이였고, 금화는 그 100배인 6700젠의 가치를 지닌다.


원화로 체감이 쉽게 환산을 하자면 은화 1개가 20여 만 원, 그리고 금화 1개는 2,000여 만 원 정도이다.


한 개에 20여 g정도 하는 동전들을 백 개만 두어도 Kg단위의 무게에 부피도 상당한 짐덩이들이지만, 어느 정도는 현금을 갖고 있는 편이 플레이 하기에 쉬운 게 사실이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이 발생할 지도 모르고.

여행가라는 것이 그렇지 않은가. 거기다가 일반적인 여행객도 아니고, 콘란드 대륙을 여행하는 플레이어들이라면 언제 퀘스트에 휘말려서 무슨 능력이나 재물이 필요하게 될 지도 모른다.


이번에 흑사 사냥을 위해서 텅텅 비워놨던 인벤토리 내에 여러 가지 필수품들을 다시 챙기러 온 셈이었다.


”아, 예금 말씀이십니까. 성함과 등록 카드를 보여주시겠어요?“

”제냐 킴입니다.“


제냐는 그렇게 말하면서, 왼쪽 어깨를 손바닥으로 감싸 꾸욱 눌렀다. 인벤토리 창이 떴다. 그 내부 목록에서 ‘자유 연맹 은행 카드’를 찾는다. 카드에는 여러 종류가 있었다. 초상 스킬이 만연한 이 세계는, 현대에나 있을 법한 다양한 물건들이 중세 세계관임에도 존재했다.


카드들은 단순한 재질로 만들어진 물리적 패, 가 아니라 그 내부에 초상적인 방식으로 구분 가능한 인식 마크를 달아서 소유주의 신원을 확인하고 계좌와 연동시키는 등의 일을 한다. 이런 은행 제도가 생겨난 것이 그리 오래지 않다고 알고 있었다.

고작해야 한 두 세대 정도. 연수로 따지자면 30에서 60여 년 정도.


플레이어들과 마찬가지로 NPC들에게도 가끔 생경하게 느껴지는 면이 있는 서비스와 문명의 모습들인 셈이다.

콘란드 대륙은 말하자면, 변화의 기점이 되기 쉬운 지점에 놓여 있었다. 그 이전까지 쌓여 왔던 다양한 과학 기술과, 문명적 자원들이 응축되어 터질만한 그런 지점 말이다. 시대적으로 중요한 시기, 를 의도적으로 설정해 플레이어들을 두었다고 할 수도 있었다.


애초에 플레이어들이 이 시기와 시대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메인 스토리를 이끌어나가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게임이다 보니 당연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제냐의 ID카드는 그 표면이 매끈하게 가공된 목패였는데, 음각으로 다양한 문자와 문양들이 새겨져 있었다. 아라비아 숫자와 여러 유형의 문자들이 섞여 있다. 그 음각으로 패인 홈에 다양한 색깔의 염료들이 채워져서 다채로운 색감을 보인다. 평범한 염료는 아니었고, MP가 흐를 수 있도록 제조된 초상학적 약물들이라 할 수 있었다.

다양한 성질을 가진 각 색깔의 액체들은 내부에, 은행에서 사용하는 기기에 접촉했을 때 저장되어 있는 정보가 뜨게 된다.


처음에 가입을 할 때 제냐의 MP와 지문 등을 사용해 등록을 하며, 이후 해당하는 계좌의 돈을 입출금 할 때 다시 MP를 흘려보내 신분 확인을 한 번 더 한다.

누군가의 카드를 훔쳐서 잔고를 전부 빼돌리기는 어려운 법이었다. 만약 누군가의 MP패턴을 모방할 수 있는 특수한 기술을 익힌 뒤에 시도한다면 모를까.


타인의 카드를 빼앗은 뒤 현실의 체크 카드처럼 일반적인 상점에서 사용하는 건 가능했다. 물론 대도시의 상점들이고, 은행 카드가 사용 가능한 단말 기기가 있는 곳에서 뿐이다.


”네, 확인 되셨습니다. 예금은 바로 이곳에서 인출 가능하십니다. 물품 보관소는 이후 2층으로 안내해 드리지요. 출금 금액은···.“

”대륙 금화로 10닢, 대륙 은화로 500닢입니다.“

”알겠습니다.“


금화, 은화가 아닌 ‘젠Jen'으로 말할 때는 환율을 따져서 금화로 알아서 환전해 준다. 딱 떨어지지 않을 때는 수표를 써서 준다거나 하는 식이다.

콘란드 대륙 내에 종이 화폐는 없었지만 각 은행에서 발행하는 종이 수표들은 있었다. 특수한 인이 찍혀 있는 것들이었고, MP적 촉매를 사용해 직인을 찍은 것이라 쉽게 위조하거나 하기 힘들었다.


각 은행의 보안 기술을 맡은 자들은 왕실과도 연이 있는 고수, 그 이상의 초상술사들이었고 그들의 기술력을 함부로 흉내내기 어려운 것이다.

복잡한 초상력학적 기계에서 뽑혀 나오는 문장들이며 거기에 담겨 있는 스킬이 수준이 높아서, 복제 시도는 리스크가 높고 가능성이 낮은 행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시도하는 인간들이 있기는 했다만, 아직까지는 랭커들이라 하더라도 그 정도의 자본과 기술력, 초상술의 실력을 갖추지는 못했다. NPC들의 집단과 연맹을 맺어, 대놓고 어떤 화폐의 신용 가치를 떨어뜨려 보겠다고 거대한 작당을 할 수는 있겠지만.


국가적인 제반 시설에서 나오는 것들이었다, 기본적으로.


”감사합니다.“

제냐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내부 창고에서 금화와 은화를 세어 건네주는 은행원에게 고갤 까딱 숙여보이며 받았다. 다른 곳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중부 대륙 은행에서는 일정량 이상 화폐를 찾으면 깔끔한 주머니에 담아서 주었다. 중부 대륙 연맹, 곧 자유 연맹이라 불리는 집단의 마크가 새겨진 천 재질의 것이었다. 깔끔한 검은 색에 주황빛 마크가 새겨져 있다.


제냐는 받자마자 인벤토리를 열어 내부에 수납해두었다. 잊어버릴 수도 있으니, 제 때 제 때 인벤토리에 넣어 두는 것이 가장 괜찮은 보관법이다.

무궁무진한 스킬과 변수가 존재하는 콘란드 대륙이었지만, 인벤토리 내부는 캐릭터, 곧 유저의 사유 재산과도 같은 것이었으므로 건드릴 수 없다는 게 현재까지의 정설이다.

이 괴랄한 게임에서 또 어떤 특별한 조건을 만족시키면 나중에 인벤토리 내부의 아이템까지 털어갈 수 있는 도둑용 스킬이 나올 지도 모르겠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느낌에서의 이야기였고, 아직까지는 적어도 걱정할 필요가 없는 이야기, 라는 게 지배적인 가설이다.


은행원은 더욱 반갑게 고갤 숙여보이며 제냐의 목례에 화답했고, 그리고 그를 2층쪽으로 안내했다. 그의 설명에 따라 가운데 안내 데스크 오른쪽, 2층으로 가는 계단을 올라갔다. 저벅거리며 목재 구조의 계단을 타고 올라가자 1층에 비해 좁은 복도가 여러 개 이어져 있는 공간이었다. 하나의 긴 가로 복도가 있고, 거기에 여러 길이 세로로 이어져 있는 것이다.


각 복도에는 여러 개의 방이 있었다. 그가 올라가자 2층의 다른 출입구가 있는지 아까 마주쳤던 청년 은행원이 먼저 와 있었다. 그의 인도로 제냐의 물건이 들어 있는 보관함을 찾는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바로 앞, 거기서 다시 왼쪽으로 세 칸 지나간 복도에서 들어간다. 주욱 들어가서 안쪽에 있는 왼쪽 방이었다. 방에는 A-2118이라고 적혀 있었다.


안내원은 주머니 춤에서 덜그럭거리면서, 황금색으로 번들거리는 열쇠 꾸러미를 들어 보였다. 큰 링에 손가락 만한 열쇠들이 잔뜩 걸려 있었고, 개중 하나를 어렵잖게 골라서 방문을 연다.


방문 내부는 깔끔한 금고들이 도열해 있는 광경이었다. 맨 밑바닥부터 천장 바로 아래까지 전부 다 선반이었고, 아마 철제로 만들어진 듯한 선반에 금고가 붙어 있었다. 특수한 장치를 해두고 고정시킨 것처럼 보인다. 제냐는 안내인의 손길로 움직여, 바로 정면 벽면의 천장 근처 한 금고를 찾았다. 제냐의 물건이 들어있다는 곳이었다.


방 내부에는 간편하게 쓸 수 있는 사다리가 있었다. 안내인은 웃으면서 방문 근처 벽면에 딱 붙어 서 있었고, 굳이 제냐 쪽을 쳐다보지는 않았다. 문을 닫고 바깥 쪽을 바라보는데, 그저 문을 보고 있는 식이었다.


제냐는 그런 그의 행태에 굳이 신경쓰지 않으며 금고를 연다. 금고의 비밀번호가 있었고, 또 자신의 ID카드가 필요했다. ID카드는 혹시 잃어버리면 지부 등 은행에 와서 재발급 받을 수도 있었다.


제냐는 처음에 계좌를 개설할 때 만들었던 비밀번호를 기억한다. 아라비아 숫자와 알파벳, 으로 보이지만 여기 사람들의 눈에는 이 지방의 문자로 보일 그것을 입력했다.


사다리에 올라서 천장 근처에 있던 그의 보관함은 약 가로세로가 약 1미터 정도 되는 물건이었다. 그 깊이는 조금 더 깊다. 안쪽에 있는 것을 꺼내기 위한 막대기 따위도 방 안에 구비되어 있었다.


은색 재질의, 통짜 쇠로 만들어낸 것 같은 금고의 형상이다. 겉면에 암호를 누를 수 있는 물리적인 판이 있었다. 버튼으로 되어 있는 검은 판 위의 숫자와 문자들을 차례대로 누르면, 달칵 거리면서 잠금 장치가 열린다. 그대로 손잡이를 돌려 바깥으로 젖히면 내부가 드러난다.


어두운 금고의 내부다. 제냐는 파이어 볼을 형성했다. 열기는 전부 없애고, 광량만을 남기는 형식으로 말이다. 제냐의 손바닥 위에 작게 떠오른 손가락 두 마디 정도 되는 지름의 파이어 볼은 흰색의 빛을 내뿜으며 어둔 금고 내부를 밝혔다.


다양한 잡동사니가 널브러져 있었다. 제냐는 그 속을 살피며 항상 들고 다녔던 것들을 인벤토리에 넣는다. 중요하게 쓰일 것 같은 재료 아이템이니, 보석류니, 뭐 그런 것들이다. 스크롤도 몇 종 있었다.

퀘스트를 마치고 나서 돈을 줄 때도 있고 아이템을 얻을 때도 있었는데, 그럴 때 받는 물건들 중 언제 쓸 것만 같은 것들을 대강 인벤토리에 담아두는 식이다.


그렇게 인벤토리와 물품 보관소 내부의 물건들을 정리하던 제냐는 일을 마치고 금고를 닫았다. 사용자가 물건을 정리할 때 뒤돌아 서 있는 은행의 안내원은 양심적인 자세로, 한 번도 제냐쪽을 처다보지 않고 있었다.


마치 그게 중요한 일이라는 듯, 교육을 제대로 받은 듯한 모양새였다.


제냐가 볼 일을 마치자 그의 친절한 미소로 바깥으로 나온다. 볼 일은 다 보았다.


”다음에 또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예에.“


제냐는 주억거리며 대충 답변을 하고선 시내로 나왔다.


*


왕도 사르삿. 산슈카 왕국의 왕궁이 있는 도시고, 곧 수도였다. 산슈카의 모든 중요한 일들은 이 곳에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왕성을 중심으로 제 1성도에 십 만 명이 넘는 거주민들이 있었고, 그보다 훨씬 많은 수의 유동 인구가 들른다. 산슈카 국을 찾는 수많은 여행객들이 들르는 황야 위의 거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사르삿 왕궁을 중심으로 하는 1성도 지역 외곽, 그 바깥으로 다시 수십 만이 살고, 또 유동 인구로 움직였다.


그 유동 인구들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건 단연 플레이어들이다. 중부 대륙의 스타팅 포인트 중, 산슈카 인근에서 시작하는 이들은 대개 사르삿으로 오게 마련이었다. 초보자들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중수부터 시작해 고수에 근접한 이들까지 폭넓게 유저들이 포진되어 있었다.


제냐는 왕도의 길을 거닐었다. 그가 있었던 피스 시나 세슈칸 시와도 조금 느낌이 달랐다. 어딘가 정돈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제냐는 곧 그 차이가 어디에서 오는지 깨달았는데, 다른 도시에서처럼 유저들이 대단한 기행을 벌이며 도심지를 활보하는 일이 적었던 탓이다.


여전히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는 유저들이 있었고, 테이머 류의 술사들은 다양한 기승 동물을 사용해 가도를 걸었지만 누구도 폭주를 하듯 성급하게 뛰고, 또 제공권에 도전을 하지도 않았다.

세슈칸 시만 하더라도 플레이어들은 자기들 기분에 따라, 그리고 사정에 따라 지붕 위를 넘나들면서 활주를 하고 다녔는데 말이다.


산슈카의 국왕이 있고, 또 왕성이 있는 곳이라 그럴 것이다. 모든 권력의 중심인 왕위를 보좌하는 엘리트 병력들이 사르삿을 지키고 있었다. 위엄과 단련된 무력. 그것들이 사르삿의 분위기를 다소 침착하게, 혹은 엄숙하게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바꾸고 있었다.


일반적인 NPC들, 곧 이곳에서 원래부터 살아가던 주민들에게는 그다지 큰 변화나 다른 점이 아니겠지만. 본질적으로 이방인이며 다양한 기행을 벌이는 것이 기본적인 행동 양태라고 봐도 좋을 플레이어들이 통제된다는 점에서, 유저들에게는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왕도를 지키는 기사단만 하더라도 십 수개가 있었고, 수비 병력 또한 어느 대도시에 비교할 수 없이 많다.


현재 콘란드 대륙에서 나라는 곧 한국에서의 삶처럼 그렇게 안전한 테두리의 내부를 뜻하는 게 아니었다. 도시 바깥으로 나가면 몬스터들이 횡행하고, 치안력을 비웃는 강도, 도적 떼들이 존재한다.


산슈카 왕국은 개중에서 그다지 떨어지는 편이 아닌, 평균적인 수준이었음에도 그게 일반적인 경우인 셈이다.


각 군대들은 지방에 거점을 두고 주둔을 하며, 대도시는 그런 군대들의 거점이 되기에 좋은 곳들이다.


왕성을 지키는 수비 병력은 산슈카에서 내로라 하는 정병들이었다. 그 외에 수준 높은 정병들이 가 있는 곳을 따지자면 데슈칸 산맥처럼 위험지와 시민들이 살아가는 지역이 접해져 있는 도시들과, 또 국경선 인근의 몇몇 곳이다.


산슈카 왕국은 자유 연맹에 소속되어 있고 나름대로 긴 시간 평화와 안정기를 누려온 국가였다. 비단 산슈카만이 아니라 중부 대륙 인근의 국가들이 비슷한 처지였다.


수십 년 단위로 역사를 보자면 자유 연맹에 새롭게 어떤 국가가 들어온다거나, 나간다거나 하면서 소요가 있기는 했지만 회원국이 정해지고 안정화된 이후로는 소규모 교전조차 드문 일이 되었다.


인류의 적은 이 인근에서는 보통 ’몬스터‘를 가리킬 뿐이다. 물론 그 또한 표면적인 일이었고, 어디에서나 암계를 꾸미고 있는 흉악한 자들은 있기 마련이었지만. 적어도 그들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며 대놓고 서로 으르렁대는 적국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나라에 있어서는 대단히 기쁜 상황이었다.


국력을 보전하고 앞 날을 꿈꿔볼 수 있을만한 판국인 것이다. 그래서 산슈카는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발전을 거듭했다. 현재의 대도시들과 행정 시스템이 갖춰진 것도 그런 연유이다. 이전 제국기의 영광은 한 번 소멸했다가, 다시금 작은 불씨로 타오르고 있었다.


제국에서 왕국으로 변했고, 그 이후 중부 대륙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산슈카는 끝없이 투쟁해야 했다. 몇 번의 침략과 잦은 전쟁 끝에 간신히 중부 지역 국가들간의 연합체가 형성이 된 이후의 이야기다.


제냐는 한낮의 대도를 거닐었다. 가운데 길은 보통 기승 동물을 타고 이동하는 사람들, 마차 따위의 전용로였다. 그런 것이 지나가지 않을 때는 사람들이 다녀도 문제가 없었지만 멀리서부터 차 종류가 움직이면 자리를 비켜주어야 했다. 그리고 크게 상관은 없었지만 보통 우측 통행을 하는 게 약간 더 편리했다. 좌 우 측면의 인도 중에서 자신이 가능 방향으로 볼 때 우측로를 이용하는 게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대세를 따르는 셈이었다.


은행을 벗어난 제냐는 청명한 하늘 아래, 도시의 길을 걸어 대장간을 찾았다. 그가 재료 아이템 여러 종류를 맡겨놓았던 곳으로, 새로운 무구를 얻어볼까 해서 의뢰를 청했던 집이다.


일견 보아서는 플레이어인지 NPC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인파의 흐름 속에서, 바깥으로 가판대를 놓아두고 벽면을 개방한 대장간의 입구를 찾을 수 있었다. 물건을 파는 진열대를 지나 안쪽 데스크에 들어가자 열 몇 살 남짓한 모습으로 보이는 사내가 있었다.


키 또한 작은 편이었는데, ’난쟁이 족‘의 혼혈이었다. 드워프라는 이름이었다. 고대 유럽의 어떤 땅굴 속 정령들을 뜻하는 말이었던 신화 속의 단어가 차용되어, 비슷한 이미지와 삶의 양태를 보이는 인종을 위한 이름이 된 것이다.

물론 콘란드 대륙에나 존재하는 이들이었고, 현실에는 없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난쟁이 족, 혹 드워프는 그 이름대로 키가 작은 편이었다. 성인으로 다 자라나더라도 일반적인 인종에 비해 머리 반 개에서 하나 정도는 작은 것이 일반적인 경우였다. 소년의 얼굴로 보이는 사내는 동안이었고, 드워프들은 젊은 시절 대부분의 동안의 얼굴을 갖는다.


어려 보이지만 20대 중후반의 사내이며 청년이었다. 오렌지 빛의 머리칼에 검은 눈동자를 한 드워프 혼혈, ‘세르반’이 그를 맞았다.


“어서 오세요!”

“예, 어서 왔습니다.”

junseong-lee-BHixPqNfOqA-unsplash.jpg


작가의말

어서 왔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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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4. 단테스 무기상점 23.09.22 29 3 19쪽
84 83. 별 것 아닌 아이템들 23.09.21 29 3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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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80. 뱀(2) 23.09.19 28 3 27쪽
80 79. 뱀 23.09.18 26 3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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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77. 뒤꽁무니 23.09.05 32 3 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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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71. 술래잡기의 끝 +1 23.08.27 32 2 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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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69. "…단장!" 23.08.25 25 2 21쪽
69 68. "작작해야지 새끼야…." 23.08.25 25 2 17쪽
68 67. 합류 23.08.25 24 2 18쪽
67 66. 황무지의 동굴 23.08.25 23 2 21쪽
66 65. U씨의 경우 23.08.21 27 2 20쪽
65 64. 생각보다 23.08.21 24 2 27쪽
64 63. 두 발째 23.08.18 27 2 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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