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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글쟁이 님의 서재입니다.

블러디 로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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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글쟁이
작품등록일 :
2020.02.24 14:57
최근연재일 :
2020.03.18 15:33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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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9,271

작성
20.03.03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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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

DUMMY

무서운 속도로 육박해오는 케일을 릴리가 방패를 앞세워 맞섰다. 그의 강력한 태클에 방패로 막았음에도 불구하고 릴리가 바닥을 긁으며 뒤로 밀려났다.


“이자벨!”


릴리가 소리쳤다. 이자벨 차례다. 이자벨은 빠르게 자세를 잡았다. 피아간의 거리가 2m도 안된다. 선공은 이자벨이었다. 스텝을 밟으며 빠르게 찌르기를 날렸다. 그러나 케일은 팔로 에스톡의 옆을 쳐내 가드했다. 그리고 돌아오는 스트레이트 펀치.


“읏!”


이자벨도 쉽게 맞아주지는 않는다. 그와의 대련 덕분에 향상된 반사신경과 동체시력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게 되었기 때문이다. 빠른 속도로 몇 번의 공방을 되풀이하며 이자벨은 몸통을 노리기보단 케일의 팔을 공격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대놓고 이 쪽의 의도를 보여주면 케일은 틀림없이 대처해 올 것이다.


‘몸을 공격하는 척 하면서 팔로 막아내려고 할 때를 노리는 거야!’


아니나 다를까 이번 공격도 케일은 팔로 쳐내려 했다. 이자벨은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케일이 에스톡을 쳐내기 전에 날을 뒤로 물리고 목표를 잃어 갈 곳 없어진 그의 팔에 찌르기를 날렸다.


‘됐다!’


팔에 피해를 입히면 아무리 케일이 강하다고 해도 공격력이 저하될 터. 이자벨은 이 공격은 피할 수 없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그녀의 에스톡은 금속이 긁히는 소리와 함께 케일의 팔뚝을 뚫지 못하고 튕겨져 나왔다. 어떻게 된 일인지 혼란에 빠진 이자벨은 케일의 팔뚝을 응시했다. 비밀은 그곳에 있었다. 에스톡의 날카로운 끝부분이 튕겨져 나오면서 그의 옷을 찢었고 그 틈 사이로 강철보호대가 보였던 것이다.


“제가 아무런 보호구도 착용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셨던 건가요. 당신의 실력은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시할 만한 실력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죠.”

“이자벨, 협공이야!”


뒤로 밀려났던 릴리가 틈을 노리다가 칼 끝을 케일에게 맞추고 돌진의 가속력을 살려 강한 찌르기 자세로 돌격했다. 이자벨은 릴리의 반대 방향으로 돌아 케일의 뒤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릴리의 돌격에 맞춰서 협공했다. 이 공격은 막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케일의 대처는 이자벨과 릴리의 상상을 초월했다. 검날을 양손으로 잡아낸다는 묘기에 가까운 기술을 보여주면서 릴리의 돌진력을 줄이고 그녀의 팔을 잡아채 크게 반바퀴를 돌렸다. 릴리는 공중에 몸이 붕 뜬 채로 이자벨과 부딪혔다. 몸으로 릴리를 받아낸 이자벨은 당연히 밸런스가 무너져 릴리와 함께 바닥을 굴렀다.


“콜록, 콜록!”

“아우···”


입에 흙이 들어간 릴리는 연달아 기침을 했고 충돌의 충격을 여과 없이 몸으로 받아낸 이자벨은 고통에 신음했다. 케일은 여유를 주지 않겠다는 듯 위에 누워있는 릴리를 들어올려 그대로 명치에 스트레이트를 꽂아넣었다.


“흐읍...억!!”


릴리는 고통에 대비해 배에 힘을 꽉 주었지만 케일의 주먹은 그녀의 방어력을 가볍게 웃돌 정도로 강력했다. 케일이 손을 놓자 그녀는 힘 없이 추락했다. 눈 앞이 빙글빙글 돌 정도로 명치를 강하게 얻어 맞아 쓰러진 채로 위에 들어 있는 것들을 게워냈다. 이자벨은 릴리가 벌어준 시간을 이용해 일어서서 케일에게 단검을 날렸다. 그는 가볍게 팔뚝을 들어올려 보호대로 머리를 노리고 날아오는 단검을 막았다. 릴리에게 향해 있던 시선이 이자벨에게로 이동했다. 얼음처럼 차가운 눈빛에 몸이 얼어붙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하지만 여기서 쓰러질 수 없다고 방어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여기서 쓰러지면 죽도 밥도 안 된다.


“......”


케일이 아무 말 없이 이자벨을 응시했다. 방금 릴리와 살육전을 벌일 때와는 완전히 다른 눈이 되었다. 자세를 보아 목숨을 걸 각오를 하고 시간을 벌 생각인 것이 분명했다.


“왜 저항하십니까. 혼자서 저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

“시간을 벌고 싶으신 모양이지만··· 그렇게는 안 될 겁니다.”


케일의 눈은 다시 쓰러져 있는 릴리에게로 고정되었다. 이자벨은 온 몸이 오싹해졌다. 그의 눈이 지금 릴리를 죽이려고 한다고 말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자벨은 바닥을 박차 용수철처럼 튀어나갔다. 케일과 릴리 사이에 끼어든 이자벨은 에스톡을 아래에서 위로 휘둘러 릴리를 들어올리려는 케일의 손을 쳐올렸다. 엄청난 속도였다. 그녀는 험악한 표정으로 케일을 바라보았다. 그는 드물게도 놀란 듯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그대로 꿇어 앉은 케일의 머리를 향해 오른발로 뒤돌려차기를 날렸다. 팔을 올려 가드에는 성공했지만 충격을 완전히 죽이지 못하고 밀려났다.


“일어나 릴리!”


이자벨은 그 틈에 릴리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 릴리는 방금 펀치의 통증이 아직 가시지 않았는지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철봉으로 명치를 꿰뚫리는 줄 알았어··· 저 펀치는 절대 맞으면 안 돼···!”

“이제 아끼고 있을 수 없을 것 같아··· 릴리, 마술 쓸 수 있겠어?”

“당연하지···!”


릴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놀랐습니다. 그 거리를 단숨에 좁힐 줄이야···”


케일은 혼자서 중얼거렸다.


“우리도 그렇게 약하지 않아요!”

“인정하죠. 하지만, 절 이길 수는 없습니다.”

“그건 해봐야 하는 거지!”


릴리가 소리쳤다. 케일은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대화는 그걸로 끝을 고했고 둘의 생사를 건 싸움이 다시 시작되었다.


케일은 수비 위주에서 공격으로 전략을 바꿨다. 그들이 지치기를 기다리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고 깨달았기 때문이다. 폭풍 같은 펀치가 쉴새 없이 날아들었고 조금이라도 자세가 흐트러지면 발차기가 둘을 위협했다. 릴리는 방패로 막는 건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방패를 케일의 얼굴 향해 날려 잠시 그의 시야를 뺏고 마술을 이용해 사각으로 파고들려고 했지만 그의 눈동자는 릴리를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릴리에게 정신이 팔린 케일의 빈틈을 이자벨이 제대로 찔러 그의 옆구리를 얕게 꿰뚫었다. 그의 옷 왼쪽 하복부 쪽이 피로 물들기 시작했다. 공격을 당해 케일의 시선이 자신의 복부로 이동한 틈을 타서 릴리가 가속마술을 사용해 그의 등을 베어내고 크게 뒤로 물러났다.


“케일! 뭐하는 거냐! 고작 여자애 둘 한테 지는 거냐!”


그 모습을 지켜보던 마크가 불안한 듯 소리쳤다.


“두 분이 강하다고 인정하겠습니다. 그러니, 저도 조금 제 실력을 내야겠군요.”


케일의 양 팔과 다리가 불룩하게 커졌다. 손과 팔뚝, 정강이에 차고 있던 보호대가 견디지 못하고 터져나갔다. 손톱은 마치 맹수처럼 날카로워졌고 어깨까지 검은 털이 덮었다. 발도 커지고 다리도 더 튼실해졌다. 머리카락도 더 길어지고 눈동자도 사람의 것이 아닌 동물의 것으로 바뀌었다.


“인간을 팔다리만 사자로 바꾼 것 같아···”


변화를 마친 케일이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며 날카로운 손톱으로 할퀴기를 날렸다. 방심하고 있던 이자벨이 깜짝 놀라 에스톡으로 막았다.


“아니..!?”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단단한 에스톡의 검날이 마치 두부 썰듯 맹수의 손톱에 찢겨진

것이다. 주 무기를 잃은 이자벨은 빠르게 단검을 꺼내 다음 공격에 대비했다. 반대손의 펀치는 어찌어찌 막았지만 아까와는 차원의 다른 파워 때문에 그대로 뒤로 날아가 운동장 벽에 부딪혔다. 폐가 깜짝 놀라 숨쉬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정확하게 날아온 케일의 비수가 이자벨의 양 손을 꿰뚫어 그대로 벽에 고정당했다.


“당신이 더 귀찮으니까요.”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언뜻 보이는 입모양으로 이해했다. 그리고 그는 릴리를 향해 몸을 돌렸다. 이자벨은 아픔을 참아가며 손을 움직여보려고 했지만 강하게 박혀있어 고통만 더해질 뿐 비수가 뽑힐 것 같지는 않았다.


‘당했다···’


2대 1로 겨우겨우 공격에 성공했는데 1대 1이 되면 어떻게 될지 안봐도 뻔하다. 이제 이자벨은 여기서 릴리와 케일의 공방을 지켜보는 것 밖에 할 수 없게 되었다


릴리는 더 이상 여유가 없다고 판단해 가속마술을 써대기 시작했다. 이자벨의 눈으로는 시인하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그러나 케일은 그런 릴리를 너무나도 쉽게 포착하고 펀치와 발차기로 공격했다. 릴리는 가속 덕에 간신히 그의 공격을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상황이 나쁜 건 다름 없었다. 피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반격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도망만 치다가는 언젠가 그녀의 마력이 다하는 순간 이 싸움은 끝난다. 그건 릴리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가속 상태인데도 케일은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한다. 어떻게 하는 건지 알 수 없다. 처음에 공격이 정확하게 날아올 때는 운으로 찍어 맞혔나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릴리는 점점 초조해졌다.


‘방법이··· 방법이 없을까? 이 상황을 타개할 만한···’


케일에게 쏠려있던 온 신경이 잠시 느슨해졌다. 그리고 그 잠깐의 틈이 치명적인 실수로 이어지고 말았다.


“읏?!!”


케일이 가속하는 릴리의 눈 앞에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다. 그녀의 가속을 멈추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가속하고 있는 릴리 앞에 달려들면 보통은 그녀의 태클에 밀려 나가떨어지기 마련이지만 신체가 강화된 케일은 온 몸을 이용해 릴리를 감싸 그녀가 더 이상 달리지 못하도록 저항을 걸었다. 그리고 그의 작전은 성공했다. 처음에는 릴리의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뒤로 밀려났지만 이내 그 속도가 점점 느려지더니 완전히 정지해버린 것이다. 케일은 멈춘 릴리의 등을 팔꿈치로 찍어내렸다. 그의 품에 안겨있던 릴리는 회피할 수도 없이 정통으로 공격을 받았다. 릴리의 입에서 피가 쏟아져 나왔다.


“릴리!!!”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이자벨이 친구의 이름을 목놓아 불렀다. 그 덕분이었을까. 릴리는 고통을 참고 케일의 품에서 빠져나와 입에서 흐르는 피를 닦으며 다시 가속하기 시작했다.


“대단하군요.”


케일도 그녀의 집념에 때아닌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아까보다 확실히 느려진 속도에 릴리는 회피하지 못하고 한 번 더 펀치를 얻어맞았다. 릴리가 방금보다 훨씬 더 많은 피를 운동장에 흩뿌렸다.


“케일! 그만해!! 우리가 졌어! 항복할 테니까!”


움직일 수 없는 이자벨이 비통하게 소리쳤다. 자신이 도와줄 수 없는 이상 승산은 없다. 게다가 더 이상 하면 정말로 릴리가 죽어버릴지도 모른다.


“이자벨은 그렇다고 하는데, 넌 어떡할건가 릴리?”


마크가 입가에 웃음을 띄며 릴리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충격의 반동으로 생긴 이명 때문에 질문을 듣지 못한 릴리는 대답 대신 케일에게 가속해 달려들었다.


“그게 네 대답인가. 어리석군.”

“릴리, 이제 충분하니까! 그러다가 진짜로···!!”


이자벨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가속하던 릴리의 오른쪽 다리가 풍선 터지듯 그대로 터져버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관성의 법칙에 따라 케일 정면으로 달려가던 릴리는 그의 펀치를 정통으로 얻어맞고 이자벨 바로 옆에 엄청난 기세로 날아들어와 그대로 벽에 꽂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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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살아남기 위한 각오 20.02.28 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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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돌아가기 시작한 톱니바퀴 20.02.24 11 0 12쪽
2 돌아가기 시작한 톱니바퀴 20.02.24 1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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