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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느릴 님의 서재입니다.

주술수선전(呪術修仙傳)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별거느릴
작품등록일 :
2024.02.05 09:35
최근연재일 :
2024.02.29 18:30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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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33,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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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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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망월사(望月寺)

DUMMY

33화 – 망월사(望月寺)




한편, 격전이 벌어졌던 북한산의 굿당과는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도봉산(道峯山) 망월사.


사찰과 살짝 떨어진 인적 드문 공터의 허공에서 푸른 주력사가 나타나더니.


스스스스.


씨실과 날실이 직조되듯 주력사가 사람의 형상을 만든다.


도화결계를 빠져나온 진유린이 태허 상태에서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 것이다.


“하아··· 하아···.”


방금 극주필반을 펼친 것으로 극주력은 정말 하나도 남지 않은 상황.


정말 바닥까지 주력을 소모한 터라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이러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아직은 추적자들이 도화결계 안쪽에 자신이 있다고 여길 테니, 잠깐의 여유는 있겠지만.


자신이 빠져나간 걸 알게 되면 금방 추적해 올 터.


“망월사···. 여기에 선조님이 계신다고 했었지.”


그녀가 처음 북한산의 굿당으로 도주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거기에 괴뢰로 적합한 각인기 술사가 있었기도 했지만.


더 큰 이유가 바로 여기와 가깝다는 것이었다.


“선조님만 깨우면 놈들도 끝이야.”


이곳에는 천 년 전 망월기(望月期)에 올라 현세로 떠나신 진가의 선조께서 잠들어 계셨으니까.


여차하면 이곳으로 도망칠 생각이었다.


사실 천족의 비경에서 살아가는 주술사는 오직 백람기에서 견정기 사이의 주술사뿐이다.


그 너머, 망월기의 선사(仙師)들은 비경을 떠나 현세에 자리 잡고 모두 잠드는 까닭이다.


망월기는 체내의 원신을 달의 이면에 존재한다는 천상으로 도야시키는 시기.


그들은 꿈을 꾸는 동안 천상에서 천인의 삶을 살아간다고 했다.


중요한 건 천상과 현세의 시간 차이가 800배라는 것.


현실에서 1분이 천상에선 약 한나절이고, 하루는 2년이 훌쩍 넘는 시간이 된다.


여기서 모든 천족 비경이 공유하는 10배의 시간은 오히려 손해였다.


비경에서 하루를 보내면 천상에서 80일밖에 보내지 못하지만.


현세에서는 하루가 천상의 800일이 되니.


적은 수명으로 최대한의 시간 효율을 누리려면 현세에 자리 잡는 게 당연했다.


‘아마 현세에 주술이 드러나는 게 금기인 것도 망월기 선사들의 수행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겠지.’


망월기 선사가 천상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건 꿈꿀 때뿐이니.


그들의 잠을 방해하는 어중이떠중이들이 나오지 않게끔 주술의 정보를 통제하는 것이리라.


현세에서 깨어있는 시간 자체가 손해인 만큼, 꿈에서 깬 망월기 선사의 분노는 그를 깨운 한 사람만으로 끝나지 않을 테니까.


물론 이건 그녀에게도 적용되는 이야기였다.


‘잠에 든 망월기 선사를 깨우지 말라는 잠언은 유명하지만, 어차피 이대로 가면 난 죽어.’


하지만 이판사판이었다.


그냥 가만히 있다가 죽는 것보다는 혈연이 있는 망월기 선사를 깨우는 게 살 확률이 더 높았다.


혹시 아는가.


후손을 위해 자비를 베풀어 주실지.


“어디야.”


백람의 시야를 최대한으로 펼쳐 선조가 계실만한 곳을 찾았다.


그러다 마침내.


“찾았다···.”


결계의 흔적을 발견했다.


영락없이 절벽으로만 보이는 공간에 결계가 있었다.


주술사에게도 통하는 사람 물리기의 상위 주술을 시작으로 각종 보안 주술이 덕지덕지 둘린 결계.


다른 주술사였다면 이 결계를 뚫는 데만 해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을 테지만.


진유린은 이곳에 있는 망월기 선사와 같은 진가의 혼연괴뢰결을 익혔기에.


곧바로 열쇠를 찾아낼 수 있었다.


철컥.


혼연괴뢰결의 논리가 이끄는 방식대로 결계에 주력을 흘려보내자.


휘이잉.


절벽 안쪽으로 이어지는 동굴의 입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내부로 몇 걸음, 발을 들이는 순간.


고오오오오!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펼쳐진 강압적인 영압(靈壓)이 그녀를 짓눌렀다.


극주력을 모두 소진한 상태로는 버티기 힘든 압력.


“끄으으···.”


강제로 무릎이 꿇려지고, 허리가 숙여진다.


이마가 바닥에 닿는다.


마치 큰절하는 자세처럼 바닥에 엎드린 꼴이다.


쿵. 쿵. 쿵. 쿵.


그녀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진유린이 애써 고개를 들어 다가오는 상대를 눈에 담았다.


‘토용(土俑)?’


흙으로 만든 괴뢰였다.


어쩐지 발소리가 무겁더라니.


-별 같잖은 이유로 내 잠을 방해했더구나.


그때, 괴뢰의 입을 통해 망월기 선사의 말씀이 전해진다.


어찌 된 일인지 자신의 처지를 아는 듯한 말을 시작으로다.


말투에 담긴 감정이 그리 좋지 않음을 느낀 진유린이 황급히 자리를 벗어나려 했으나.


처음에 비해 줄어들었을지언정 여전히 남아있는 영압 탓에 그럴 수 없었다.


-이딴 게 내 후손이라니. 넌 그냥 여기서 내 괴뢰나 되는 게 낫겠다.


“안 돼···!”


가차 없는 선조의 전언이 끝남과 동시에.


휘리릭.


토용 쪽에서 주력사가 뿜어지는 소리와 들리더니, 이내 목덜미 쪽에서 따끔한 감각이 전해졌다.


잠시 후.


철컥철컥철컥.


진유린을 괴뢰로 만든 토용은 열린 결계를 다시 잠가버리며 동굴과 바깥을 격리했고.


진유린은 소멸할 때까지 망월기 선사의 동부(洞府)를 지키는 토용과 같은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



“여전히 진유린의 흔적은 느껴지지 않느니라. 마치 비경 같은 곳에 들어간 것처럼.”


“비경이라면··· 지족의 비경 중 한 곳으로 들어간 건가.”


“모든 천족 비경은 아직 폐쇄 중이니 그럴 확률이 높다고 봐야지.”


꿈으로 진유린을 탐색한 백하연의 말에 이미르와 이가람이 중얼거렸다.


문득 의아한 점이 있어 백하연을 향해 질문했다.


“그런데 백하연 씨의 주술로는 현재의 흔적밖에 찾지 못하는 겁니까? 태허 상태가 풀렸을 때 남겨진 과거의 흔적부터 추적한다면 지금 진유린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을 텐데요?”


“그건 어렵겠구나. 본녀의 탐지 방식은 지금 꿈길에 존재하는 상대의 무의식을 찾아, 그를 통해 육체의 위치를 역산하는 식이니. 네가 말한 대로 과거의 흔적을 추적하는 건 무리다.”


“그렇군요.”


곁에서 이 대화를 듣고 있던 아버지가 나선 건 그때였다.


“그렇다면 내가 추적할 수 있을 것 같군.”


모두의 시선이 아버지에게 몰린다.


킁킁.


아직 후의 모습이던 아버지가 코를 벌름거렸다.


“그자의 인력을 기억했다. 이쪽이다.”


후의 감각으로 진유린의 흔적을 찾아낸 듯 어디론가 움직이기 시작한 아버지.


그를 따라 모두가 이동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북한산의 용암문(龍巖門)이었다.


북한산성의 성벽 가운데 난 반듯한 석문.


거기에는 백람의 시야로만 볼 수 있는 비경의 입구가 숨겨져 있었다.


다만 지금은 폐쇄된 상태라 그런지 입구를 이루는 주문들이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린 상태였다.


“여긴··· 비경 입구잖아.”


“우리가 나온 곳이군.”


이가람의 말에 따르면 이곳이 비경에서 나온 세 파견 주술사가 처음 발 디딘 곳이었다.


아버지는 이곳을 시작으로 진유린이 현세에 남긴 족적을 따라갔다.


용암문에서 보문사로.


보문사에서 다시 명두 어멈의 굿당으로.


그리고 도봉산의 망월사로.


“여기서부터 다시 흔적이 이어지고 있다.”


정확히는 망월사 근처의 공터에 도착한 아버지가 말했다.


“그런데 이상하군. 마치 뭔가를 찾는 것처럼 이 주변에서 흔적이 맴돌고 있어.”


“하필 진유린이 향한 곳이 망월사라···.”


망월사의 이름을 본 이가람의 얼굴에 미심쩍은 기색이 깃들었다.


망월이란 이름에서 무언가 불길함을 느낀 모양새다.


‘망월이란 말을 어디서 들었던 것 같은데.’


어딘가 기시감이 들어 기억을 되짚어 보았다.


‘말도 안 돼! 어떻게 각인기 주제에 망월기 선사의 법보를!’


박 영감이 꺼내든 주문해례본을 보고 놀라던 이미르 팀장의 말에 답이 있었다.


망월기!


설마 이가람은 이곳에 망월기 선사가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우웅!


갑자기 품 안에서 느껴진 진동 탓에 난 그 이상 생각을 이어갈 수 없었다.


아버지가 어떤 막힌 절벽 앞에서 발걸음을 멈춘 순간 울린 진동.


쐐액.


마치 무언가에 반응한 듯 품속에 넣어두었던 주문해례본이 절벽을 향해 쏘아졌다.


어느샌가 주문해례본과 나 사이의 연결도 끊어진 상태였다.


“주문해례본이 왜?”


스르륵.


그러더니 물속에 잠기듯 자연스레 절벽 안쪽으로 스며드는 주문해례본.


뒤늦게 내가 주문해례본을 붙잡기 위해 나서려 하자.


“그만.”


이가람이 언령으로 날 멈춰 세웠다.


잔뜩 긴장한 듯 창백한 표정으로 식은땀을 흘리면서다.


“모두··· 천천히 뒤로 물러나.”


갑자기 심각해진 이가람의 반응에 우리도 무언가 불길함을 느끼고 순순히 그의 말에 따랐다.


숨 막히는 긴장감이 우리 사이로 내려앉았다.


그렇게 어느 정도 거리를 벌릴 때까지는 조심스레 뒤로 물러나다가.


“여기서부터는 최대한 빨리 물러난다.”


이가람이 신호한 순간부터는 전력으로 하산했다.


망월사를 뒤로 하고 도봉산을 완전히 벗어나고서야 이가람은 도주를 멈췄다.


나는 그제야 한숨을 돌리며 도망친 이유를 물어보았다.


“대체 뭐 때문에 이렇게 도망친 겁니까?”


“그곳에 주문해례본의 주인이 있었다.”


“예? 법보의 주인이라면···.”


“그래. 거기에 진가 출신 망월기 선사가 잠들어 있던 거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니.


진짜 망월사에 망월기 선사가 있었을 줄이야.


“그런데 왜 망월기까지 오른 주술사가 현세에 있는 겁니까.”


“망월기라서 현세에 있는 거다.”


이어지는 망월기에 대한 설명을 들으니, 망월기 선사의 존재는 이해할 수 있었다.


결국 더 많은 시간을 누리기 위해서라는 거니까.


“그래도 너무 걱정할 것 없다. 시간이 중요한 만큼, 망월기 선사가 현세에서 활동할 일은 거의 없을 테니까.”


“문제는 진유린이 거기에 찾아갔다는 거죠.”


같은 진가인 만큼, 그녀가 망월기 선사의 조력을 구한다면?


우리의 전력으로는 그들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아니, 그건 문제가 아니야. 진유린은 망월기 선사를 너무 만만히 여겼어. 어째서 그들이 선(仙)이라 불리는지 간과한 거지.”


망월기 선사에게 이전까지의 가족이나 친구는 무의미했다.


꿈을 통해 겪는 천상과 현실 사이의 시차가 만들어 낸 간극이 꿈과 현실의 관계를 역전시키는 까닭이다.


그들에겐 꿈속의 천인으로서 삶이 진짜이고, 현실은 가짜나 다름없었다.


“아마 진유린은 망월기 선사의 잠을 깨운 대가를 치렀을 거다.”


더는 진유린을 걱정할 필요 없다는 이가람의 단언.


하지만 그의 말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우리가 주문해례본을 잃었다는 거지.”


그에 잊고 있던 주문해례본의 가치가 떠올랐다.


주문해례본은 법보로서도 쓸모가 많았지만.


더 중요한 건 그것이 진가가 현세에 개입했다는 금기 위반의 증거물이었다는 사실이다.


“아, 죄송합니다.”


“네가 사죄할 필요는 없어. 어차피 내가 갖고 있었다고 해도 본래 주인을 만난 법보의 복귀를 막을 수는 없었을 테니까.”


우리의 대화를 들으며 상황을 파악한 백하연이 끼어들었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이냐? 증거가 없다면 공론화도 이뤄지기 힘들 텐데.”


“공론화를 포기할 수는 없어. 이미 우리가 진유린을 공격한 이상, 상대의 금기 위반을 공개하지 않으면 역으로 우리가 공격당할 테니까.”


“하긴, 소가주를 잃은 진가 놈들이 가만히 있지는 않겠구나.”


“사실, 공론화를 통해 압박한다고 해서 진가가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진가의 손발은 끊어낸다는 걸로 만족해야지.”


명가의 힘은 단순히 그 가문 하나만의 힘이 아니었다.


가문의 영향력이 닿는 분가와 관계를 맺은 명사(名士)들이 곧 그들의 힘이기에.


명분이 중요한 것이다.


명분이 이쪽에 있다면 진가를 제외한 다른 이들은 끼어들지 못할 테니까.


“증거가 없는 이상, 우리의 말만으로는 명분이 부족하지 않겠느냐.”


백하연이 이쪽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본녀는 너희가 증인으로 비경에 가주었으면 좋겠구나.”


“저희라면 누구를 말씀하시는 건지?”


“주술수사과의 셋. 그리고 진가의 목표인 영근 보유자 박영희. 진유린에 의해 괴뢰가 되었던 남궁신혜. 이렇게 다섯이면 충분하겠구나.”


“너무 위험할 것 같은데요.”


결국, 진가가 자리 잡은 비경에 어머니를 데리고 간다는 건데, 너무 위험했다.


내가 거절할 것처럼 보이자, 백하연이 황급히 말을 덧붙였다.


“어차피 우리가 돌아가려면 비경의 폐쇄를 풀어야 하니라. 진가라면 분명 그때를 노리고 영근 보유자를 노릴 터. 차라리 비경이 더 안전할 수 있느니라.”


“어째서죠?”


“비경에 온다면 본녀의 백가와 이가람의 이가가 너희를 두 명가의 손님으로 보호할 테니까. 그렇지 않으냐?”


백하연이 동의를 구하듯 이가람을 바라보자, 틀리지 않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까지 말하니 나로서도 더 이상 거절할 도리가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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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술식(術式) +1 24.02.14 94 3 13쪽
12 보문나찰결(普門羅刹訣) +1 24.02.13 88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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