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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느릴 님의 서재입니다.

주술수선전(呪術修仙傳)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별거느릴
작품등록일 :
2024.02.05 09:35
최근연재일 :
2024.02.29 18:30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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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99
추천수 :
101
글자수 :
233,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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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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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탈출(脫出)

DUMMY

24화 – 탈출(脫出)




후우웅!


주위로 퍼져나간 살기의 파동이 흑골나찰들을 장악하고, 그들에게 새겨진 각인을 끌어들인다.


스르르륵.


각인이 빠져나간 흑골들이 그 충격으로 바스러지고.


흑골나찰이 상대하던 지옥나찰들이 자유롭게 풀려나며 우리를 향해 공격해 오려는 순간.


슉슉슉!


백란이 빠르게 수인을 맺었다.


나찰의 푸른 눈을 번뜩이면서다.


“혼몽(昏懜).”


일렁-


주위의 풍경이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린다.


“환천(幻天)!”


살기로 흉흉하던 나찰들의 눈빛이 몽롱해지며 어깨가 축 늘어진다.


마치 눈뜬 채 잠에 든 듯한 모습이다.


‘지족의 나찰이 주술을 써?’


기백이 넘는 나찰들을 단숨에 무력화하는 주술의 위력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오래는 못 버텨! 빨리 끝내라!”


백란이 다급한 목소리로 재촉하자, 나는 외부의 일에 신경을 거두고 내면에 집중했다.


드드드드드!


흑골나찰의 몸에서 빠져나온 주문이 이미 각인으로 가득 찬 내 몸으로 스며들며 강력한 압력을 발생시키고 있었다.


촤르르르르-


압력에 의해 이리저리 부딪치던 기존 365개 각인과 새로 들어온 108개 각인이 뒤엉키고.


스팟!


어느 순간, 가장 최초로 새겨진 심장의 각인을 향해 모든 각인이 모조리 빨려 들어가며 단 하나의 각인만이 남는다.


‘끝난 건가?’


잠시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아 의아해하는 순간.


콰아아앙!


하나의 각인으로 모여들었던 각인들이 폭발하며 막대한 음의 파동을 퍼트렸다.


후의 포효가 터졌을 때와 비슷한 굉음이 터지며 광대한 인력을 발생시켰다.


우우우우웅!!!


나와 아버지를 각각 중심으로 삼은 두 인력이 상쇄되지 않고 증폭을 이뤄 더 넓은 범위에서 더욱 빠르게 흑수를 끌어모은다.


백란의 의도대로였다.


거기까지 확인한 난 모여드는 흑수에서 신경을 거두고 다시 내면의 변화에 집중했다.


폭발과 함께 튀어나온 술식들이 수천 갈래의 띠를 그리며 체내 곳곳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마치 혈목이 강시의 몸에 뿌리를 내리며 활강시의 경락계를 형성하는 것처럼.


‘주문회로(呪文回路).’


혈류처럼 순환하는 주문의 띠가 체내에 자리 잡으며 육체 자체를 주술에 적합하게 변화시킨다.


눈을 뜨자, 시야에 푸른빛이 감돌더니.


색조가 선명해졌다.


‘아······!’


그저 새까맣게만 보이던 흑수가 다르게 보인다.


같은 검은색이더라도 검붉은 빛, 검푸른 빛, 검누런 빛 등, 다양한 색조가 저 흑수 안쪽에 숨겨져 있었다.


“이게··· 백(魄), 주력이구나.”


이것이 백람 중기의 시야였다.


이미 백람기가 되기 전에 지옥의 지살기로 말미암아 백람 초기의 시야를 어렴풋이 보던 것이 나였다.


그런 내가 백람기에 올랐으니, 지옥의 환경 속에서 한 등급 더 높은 경지의 시야를 갖게 된 건 당연한 일이리라.


스륵-


내가 새로운 시야에 감탄하는 사이, 아버지가 몸을 일으켰다.


어느덧 아버지 쪽에서 발생하던 인력이 사라진 상태였다.


후의 그릇을 모두 채우고 아버지가 진정한 후로 거듭난 것이었다.



***



“됐어!”


백란이 우리의 진화와 승급이 끝난 걸 확인하고 재빨리 이쪽으로 다가온다.


“어서 이 지긋지긋한 지옥을 빠져나가자고! 빨리 타.”


내 등을 밀어 올려 아버지의 등에 태우고, 자신도 그 뒤에 올라타는 백란.


짐승 형태가 되면서 체구도 커졌기에 아버지의 등은 두 사람을 태우고도 자리가 남았다.


오싹!


아버지가 막 출발하려는데, 갑자기 주위가 한층 어두워진 느낌이 들었다.


‘그림자?’


[지옥을 어지럽힌 죄인 주제에 어딜 도망가느냐!]


“그냥 가!”


평등대왕과는 다른 시왕의 목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퍼졌고.


백란이 주춤하려던 아버지에게 소리쳤다.


히이이이잉.


직후, 아버지의 발밑으로 광풍이 불었다.


쏴아아아-!


일순 현실감이 흐려지며 주위 풍경이 일그러졌다.


아까 전 백란이 펼친 주술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엄청나게 좁은 틈을 억지로 지나가는 것처럼 답답한 느낌.


이 순간, 우리는 광풍과 마찬가지로 유계(幽界)에 속한 채 이동하고 있었다.


‘으윽···!’


마치 SF영화에서 우주선이 워프할 때 통과하는 통로처럼 빛이 늘어지는 터널을 달린다.


이대로 곧장 지옥을 빠져나가는구나 싶어 안심하는 그때.


쩌적!


뒤쪽에서 무언가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터널의 시작점이 되는 공간에 균열이 생긴 상태였다.


그것을 본 백란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더 빨리!”


아버지도 뒤쪽에서 들린 소리에 위기감을 느낀 건지 다리를 움직이는 속도를 더욱 높였다.


쩌저저적!!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균열은 더욱 커지더니.


쨍그랑!


마침내 공간을 깨트리며 거대한 손아귀가 이쪽을 향해 뻗어져 왔다.


우리를 쫓던 시왕의 팔이었다.


계위의 차이를 무시하고 다가오는 모습에 가슴이 철렁했다.


“흐아아아아아!”


점점 좁혀지는 거리에 머리카락이 곤두선 기분이었다.


그렇게 마침내 아버지의 꼬리까지 쫓아온 손아귀가 우리를 움켜쥐려는 순간.


슈우우욱!


답답한 느낌이 훨씬 강해지며 터널이 어두워졌다.


뒤쪽으로 늘어지는 빛조차 완전히 사라진 암흑 속에서.


“살았나···? 살았어! 이제 우린 살았다고!”


가장 먼저 상황을 파악한 백란이 잔뜩 흥분하며 소리쳤다.


그러고 보니 우리를 움켜쥐려던 시왕의 손아귀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태였다.


“어떻게 된 겁니까?”


“지금 우리는 소철위산을 통과하고 있는 거야! 시왕도 여기까지 쫓아왔다간 지옥을 가두고 있는 소철위산에 구멍을 뚫게 될 테니, 우릴 쫓지 못한 거지!”


“그러면 이제 정말 안전한 거죠?”


“그래!”


그렇게 우리가 안심하던 찰나.


쿵!


뒤쪽에서 큰 소리가 나서 우리는 불안한 눈으로 숨죽인 채 서로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설마 지옥에 구멍을 내면서까지 우리를 잡으려는 건 아니겠죠?”


“에이, 설마···.”


백란도 확신할 수는 없는지 대답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그 탓에 우리는 불안을 거두지 못한 채 끝까지 뒤를 주시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걱정했던 것과 달리 소철위산을 빠져나올 때까지 추격은 없었다.


아무래도 중간에 들렸던 소리는 시왕이 화풀이로 소철위산을 때리는 소리였던 모양이다.



***



촤아아악!


지옥을 빠져나온 우리를 반긴 건 황금빛 하늘과 푸른 바다였다.


바다의 짠 냄새가 바람에 실려 코끝을 간질인다.


사방을 둘러보니 지옥과 비슷한 구조로 저 멀리 수평선 대신 바닷물의 장벽이 보인다.


그저 지옥과 달리 천장과 바닥 사이의 거리가 매우 멀어 바로 눈치채지 못했을 뿐.


다시 보니, 황금빛 하늘도 그냥 황금빛 천장이었다.


천장에서 쏟아지는 황금빛이 태양 대신 주위를 밝히는 모양이었다.


‘큭···!’


사방에 양기가 가득하여 살기로 가득했던 지옥과 달리 강시공의 수준이 쪼그라들었다.


보문나찰결 덕분에 본래 수준보다 아래로 떨어지진 않았지만, 강화되던 힘이 사라진 만큼 상실감이 찾아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잠시 숨을 고르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와중, 백란이 중얼거렸다.


“여기가 외해(外海), 함해(鹹海)인가.”


“이곳에 대해 좀 아십니까?”


여기가 어딘지 아는 눈치길래 이곳에 관해 물었다.


“지저동천은 구산팔해(九山八海)로 이뤄져 있다고 들었다. 우리가 있던 지옥이 가장 외곽에 자리한 철위산 사이에 존재한다면, 이곳은 철위산과 지변산(持邊山) 사이의 바다인 함해인 거지.”


“저 하늘 너머에도 이런 바다와 비슷한 바다가 있다는 거군요.”


“듣기로는 지변산 안쪽의 바다들은 내해(內海)라 불리는데 이곳과 달리 짜지 않다더라고.”


대충 머릿속에 지저동천의 구조가 그려진다.


아홉 개의 산이 동심원 회전체를 이루며 층층이 쌓여있고.


산과 산 사이에 바다와 함께 지옥과 비슷한 도넛 구조의 회전체 형태로 세계가 구성된 모양이다.


그야말로 지구 안쪽에 지옥과 더불어 여덟 개의 바다까지 아홉 개의 세계가 층층이 숨겨진 꼴이다.


“다만 지변산을 포함한 일곱 개의 황금산, 즉 칠금산(七金山)을 통과하려면 아귀도의 공능이 필요하다니, 우리 수준으론 아직 갈 길이 멀지.”


어차피 갈 생각도 없었다.


아버지의 상태가 괜찮아진 이상, 지저동천에 더 머무를 이유가 없었으니까.


안 그래도 지옥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낸 만큼 빨리 지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어머니가 있는 지상으로.


“약속대로 지옥에서 함께 빠져나왔으니, 이만 헤어지는 게 어떻습니까?”


“아니, 너무 매정한 것 아니냐? 지옥에서부터 함께 한 인연인데 적어도 육지에까지만 함께 하자고.”


“육지도 있었습니까?”


철위산 사이의 지옥은 흑수로 가득 찼던 탓에 여기도 육지 없이 바다만 존재하는 줄 알았더니.


“보아하니, 너희는 동천을 빠져나가 지상의 인세(人世)로 가려는 모양인데. 그러려면 너희도 남섬부주(南贍部洲)로 가야 할 거다.”


“알고 있소.”


대답한 것은 아버지였다.


“우리의 중심을 이루는 백(魄)이 남쪽을 가리키더군.”


박정태의 살에서 비롯된 나의 살기가 놈에게 인력을 감지했던 것처럼.


우리가 현실 세계에서 쌓아온 백 역시 지상과 이어진 출구를 가리키는 모양이었다.


“근데 왜 전 그게 안 느껴지죠?”


“후가 되면서 자성에 대한 감지력이 더욱 정밀해진 덕분에 느낄 수 있는 미약한 자성이니 네가 느끼지 못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후의 공능이 유계 이동만 있는 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하긴, 유계를 이동하더라도 그 목적지를 제대로 찾아가려면 그만큼 감지력도 필요하겠지.


“아무튼. 괜찮으면 남섬부주까지만 함께 가지.”


“그러시죠.”


어차피 목적지가 같다면 굳이 지금 헤어질 필요는 없을 터.


아버지는 나와 백란을 태우고 바다 위를 달리며 나아갔고.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나자, 저 멀리 바닷물의 장벽 끄트머리에 육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혹시 남섬부주가 어떤 곳인지도 알고 계십니까?”


“물론이지.”


가는 동안, 나는 백란이 알고 있는 함해와 남섬부주에 대한 정보를 공유받았다.


“함해에는 남섬부주, 북구로주, 동승신주, 서우화주의 네 대륙이 있고, 대륙마다 각각 위치한 방위에 따라 그에 맞는 사방수(四方獸)를 섬기는 요수들이 일곱 부족씩 존재한다더라.”


“사방수면 남섬부주는 주작을 섬기는 요수들이 있겠네요.”


“그렇겠지.”


“한데 요수들은 강합니까?”


“당연히 강하다. 그들이 타고난 육체와 야성은 모두 무공(武功)의 기원이나 다름없으니. 그들과의 싸움은 피해야 한다.”


“주의하죠.”


“음, 이런. 이제 도착한 모양이네.”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느새 우리는 육지에 다다라 있었다.


“우리의 동행도 여기까지구나.”


백란은 자신의 뿔을 하나 꺾어 내게 건넸다.


“이건 우리의 인연을 기념하는 선물이다. 언제든 날 만나고 싶다면 그 뿔의 자성을 통해 찾아오거라.”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백란.”


“인연이 되면 다음에 다시 보자고. 도현.”


탓.


아버지의 등에서 뛰어내린 백란이 손을 흔들며 우리와 다른 방향으로 떠나간다.


난 그가 사라지는 방향을 잠시 바라보다가 그의 뿔을 안주머니에 잘 보관하고 아버지의 등에 몸을 기댔다.


“다시 둘뿐이네요. 아빠.”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법이지 않더냐.”


지옥에서 몇 달간 함께 지냈던 존재가 사라지니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계속 그와 함께할 수는 없는 법이다.


우리는 사는 세계가 달랐으니까.


현세의 존재는 다시 현세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가요.”


아버지가 체내의 자성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육지 위에서도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요수의 기척을 느끼면 최대한 그들을 피하는 식으로 나아간 지 얼마나 되었을까.


어느덧 우리는 지리산 천왕봉 통천문과 대응하는 출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거 곤란하게 됐구나.”


“설마 출구가 저기는 아니겠죠?”


하지만 출구가 있는 곳을 확인한 우리는 곤란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가 가리킨 출구는 호랑이를 닮은 요수 부족의 영역 한복판이었으니까.


현세로 돌아가려면 남섬부주의 요수들과 충돌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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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입문시험(入門試驗) 24.02.29 38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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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출(脫出) 24.02.27 60 1 13쪽
23 후(犼) 24.02.26 63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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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철위산간(鐵圍山間) 오무간지옥(五無間地獄) 24.02.22 70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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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천주만화결(千呪萬化訣) 24.02.20 73 2 14쪽
17 삼성궁(三聖宮) 24.02.19 74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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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혈연(血緣) +1 24.02.15 82 3 14쪽
13 술식(術式) +1 24.02.14 88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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