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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느릴 님의 서재입니다.

주술수선전(呪術修仙傳)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별거느릴
작품등록일 :
2024.02.05 09:35
최근연재일 :
2024.02.29 18:30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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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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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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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개전(開戰)

DUMMY

37화 – 개전(開戰)




명가 회의가 시작되기 몇 시간 전.


백가에 남아 있던 이미르는 말없이 상념에 잠겨 있었다.


그의 뇌리에서는 진유린과의 결전 당시, 도현이 극주필반을 펼치던 모습과 도원경에 들어와 별빛을 거부하던 순간이 반복 재생 중이었다.


‘내가··· 따라잡힌 건가?’


지저동천에서 돌아온 호수와 도현이 백람기급으로 승급한 건 이해할 수 있었다.


현실에서는 이틀이지만, 지옥에서는 훨씬 많은 시간을 보냈을 테니까.


게다가 백람기라고 해봐야 명가 출신인 그에게는 갓난아기들과 똑같은 수준.


중요한 건 주술을 진짜 무공의 영역까지 승화시켜 나왔다는 거다.


진짜 무공이 더해지면 백람 초기라도 같은 백람 초기가 아니었다.


‘그래도 그때까지는 내가 더 위였어.’


이미르는 백람 후기였지만 이미 견정기에 오를 단서는 모두 얻은 상태였다.


경지를 올릴 때의 천겁 때문에 당장 견정기에 오르지 않았을 뿐이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견정기에 오를 수 있었다.


그것도 초기가 아니라 중기까지 두 단계를 단번에 말이다.


‘하지만, 지금 견정기에 오른다고 내가 신입을 이길 수 있나?’


냉정하게 계산해 보았다.


극주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신의 실질적인 전력은 견정 중기.


거기에 이가람이 사용했던 극주필반을 곁에서 본 덕분에 후기로 나아가는 길도 어렴풋이 깨달은 상태다.


그에 반해 신입은 백람 초기지만 박 영감의 천주만화결을 계승하여 백람 후기에 버금가고.


거기에 무공이 더해지면 견정 초기까지 올라간다.


‘문제는 극주인데.’


법보가 없는 이상, 새로운 극주를 얻는 건 무리일 테지만.


이미 한번 사용했던 극주 홍선결속은 재현이 가능할 터.


거기에 박 영감의 반전 술식까지 결합한다면 홍선박리까지도 쓸 수 있을지 모른다.


‘그래도 진짜 견정 후기처럼 그릇이 큰 게 아니라 실전에서 쓸 수 있는 건 한 번뿐이겠지만.’


한번이라도 쓸 수 있다는 게 중요했다.


극주끼리 부딪친다면 혼원창령결의 혼원벽력이 이기겠지만, 극주필반을 상대로는 혼원벽력도 밀릴 수밖에 없으니까.


홍선박리를 피하면 이쪽의 승리, 피하지 못하면 패배인가.


이가람과는 다른 방식으로 충격을 주는 재능이었다.


‘하, 내가 따라잡힌 건 이번이 처음 아닌가?’


사실, 처음은 아니었다.


‘아니, 백하연도 있었지.’


백하연 역시 이미르가 비경을 떠나기 전까지만 해도 그와 비슷한 백람 후기였지만 지금은 견정 후기에 오른 상태였으니까.


하지만 그녀와 도현은 달랐다.


‘백하연은 영근 보유자였지.’


이가람과 같은 영근 보유자라면 충분히 이해되는 성장 속도다.


하지만 도현은 영근 보유자도 아닌데 너무 빨랐다.


‘게다가 앞으로 비경을 오가며 백가의 혼몽환천결까지 익힌다면 더 빠르게 강해지겠지.’


저 뒤에 있던 존재가 어느샌가 나보다 앞서가려는 듯한 기분.


‘짜증 나네.’


초조했다.


내 자리를 빼앗기고 저 아래로 추락할 것 같았다.


자신에게 따라잡히고 좌절하며 추락했던 명가의 동기들처럼.


주먹을 불끈 쥐며 조바심을 날렸다.


‘아니, 난 놈들과 달라.’


따라잡힌 게 문제라면, 다시 이쪽에서 따라잡으면 그만이다.


이미르는 질척거리는 속마음을 가라앉히며 그 위로 자부심을 덮어씌웠다.


이미 자신이 나아갈 길은 이가람이 보여주었다.


그러니 빠르게 나아가면 될 뿐이다.


그렇게 이미르가 새롭게 마음을 다지는 사이.


명가 회의에 참석하라는 소식을 전하러 이가람과 백하연이 돌아왔다.


“이미르. 네게 주어진 현세 유배형이 종료되었음을 알린다.”


가장 먼저 이미르를 찾아온 이가람이 엄숙한 태도로 그에게 선고했다.


“유배가 끝났다고?”


“그래, 이제 비경에 돌아올 수 있는 거다.”


“그럼, 주술수사과는?”


이가람이 도현을 눈짓으로 가리키며 답했다.


“따로 예정된 후임이 없었으니까 아마도 백가의 제자가 맡게 되겠지? 백람기니까 자격은 충분할 테고.”


“그런가···.”


이미르는 어쩐지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


도현이 비경을 오가며 더 많은 시간을 얻어 자신을 훌쩍 뛰어넘을까 걱정했는데.


정작 자신이 비경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으니 말이다.


“표정이 왜 그래. 별로 안 기쁘냐? 이 형님이 동생을 위해 손 좀 썼는데.”


“아니, 기쁜데··· 뭔가 갑작스러워서. 감사가 늦었네. 고마워, 형.”


“고맙긴. 형이잖아.”


씩 웃으며 가슴을 내미는 이가람의 모습에 이미르도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



그렇게 백가에서 모두 함께 이동하여 한라산 비경으로 넘어온 우리는 곧바로 밀영관으로 향했고.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명가 회의가 시작되었다.


화륵- 화륵- 화륵-


사방에 수 겹으로 배치된 장지문은 1층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위로도 여러 층 쌓여있어 무수한 그림자가 각각의 장지문마다 비치고 있었다.


족히 기백은 되어 보이는 숫자.


그 모두가 견정기 이상의 술사였다.


3대 명가의 장로들뿐 아니라 명가와 관계를 맺은 중소 가문이나 명가와 관계 없이 낭인으로 살아가는 주술사도 견정기에 올랐다면 모두 이곳에 참석할 수 있는 까닭이었다.


“올 사람은 다 모인 듯하니 회의를 시작하겠소. 안건은 금기를 위반한 진가의 봉문(封門)이오.”


이가람이 단도직입적으로 안건을 꺼내 들자, 그림자들이 술렁거린다.


[금기를 위반했다고?]

[진가라면 그래도 이상하지 않긴 한데, 사실일까?]

[아무래도 진가와는 잠시 거리를 두는 게 좋겠어.]

[도원경에 피바람이 불겠군.]


저마다 다른 생각을 품고 진가의 반응을 기다리는 가운데.


[흘흘흘. 본가가 금기를 위반했다? 무엇을 말이지?]


진가의 가주 진청이 다른 그림자의 목소리를 모조리 지워버리며 앞으로 나섰다.


“현세에 망월기 선사의 법보를 유출하여 주술 범죄를 방조했지. 법보가 유출되었는데 가주인 당신이 모른다고 하진 못하지 않겠소?”


[아아, 확실히 주문해례본의 자리가 비어 있었지. 그게 현세에 가 있었던가?]


“모른 척하는 거요? 그래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소. 보관을 잘못한 죄만으로도 진가를 처벌할 이유로는 충분하니까.”


[당돌하구나. 그래서 유린이도 죽인 게냐?]


진청이 진유린의 부재를 언급하자, 그림자들이 다시금 술렁였다.


[그러고 보니 파견 나간 셋 중에 둘밖에 없구먼.]

[현세에서 슥삭한 건가.]


“진유린은 망월기 선사의 동부에 들어간 걸 끝으로 흔적이 끊겼소.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우리도 모르오.”


[끌! 선조님의 잠을 깨웠으면 괴뢰로 전락했겠군.]


진청이 혀를 찼다.


[한데, 그걸 알고 있다면 주문해례본은 너희 손에 없는 것 아닌가?]


“당신 말대로요. 주문해례본은 주인의 손에 돌아갔지.”


[하면 증거도 없이 진가를 처벌하겠다는 건가!]


“증거가 왜 없소. 여기 증인이 있는데.”


이가람이 우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이미르와 김호수, 김도현, 남궁신혜 네 사람은 현세의 주술수사과에 소속된 이들이오. 이중 남궁신혜는 진유린에게 괴뢰화 되었던 피해자이기도 하지.”


[호오? 괴뢰에 주박을 걸어 괴뢰화 이전의 상태에 가깝게 되돌린 건가? 흥미롭군.]


진청은 다른 이보다 괴뢰인데도 홀로 움직이는 신혜에게 흥미를 보였다.


“안건과 관련 없는 쪽으로 이야기를 돌리지 마시오.”


이가람이 경고하지 않았다면 몇 시간이고 신혜를 관찰할 기세였다.


[쩝, 그래. 그 넷이 현세의 주술을 담당하는 주술수사과의 일원이라면 확실히 증인의 자격이 있지. 하면 남은 하나는 누구인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신 진청이 어머니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미 알고 계시지 않소? 그대가 노리는 영근 보유자일 테니 말이오.”


술렁술렁-


[영근 보유자!]

[과연! 금기를 위반한 이유가 저거라면 납득이 가는군.]


영근 보유자란 말에 다시금 그림자들이 소란스러워진다.


당대의 3대 명가 중 두 가문의 소가주가 영근 보유자인 터라 모두가 영근 보유자의 가치를 잘 알고 있었으니까.


“현세에 주문해례본이 유출된 건 현세 시간으로 대략 25년 전. 도원경을 기준으론 약 250년 전이니. 당시 주술수사과에 파견을 나갔던 당신이 법보를 유출한 범인 아니오?”


[이런, 들켜버렸나. 자넨 그때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어찌 알았을까?]


“기록을 확인했을 뿐이오.”


이가람이 말하면서 슬쩍 이미르 팀장을 바라보았다.


왜 굳이 그가 주술수사과로 파견된 이들의 기록을 찾아보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래. 내가 그랬었지.]


진청이 자신의 죄를 인정한다.


하지만 그의 말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런데 내가 봉문을 거절하면 어찌할 텐가?]


“말로 해서 거절한다면 힘으로 강제할 수밖에.”


[아니, 이미 늦었네. 자네는 회의를 열지 말고 바로 본가를 공격해야 했어.]


진청이 의미심장한 말을 꺼낸 직후.


[으헉!]

[커헉!]

[너는··· 진가의?!]


훅- 훅- 훅-


그림자들 사이에서 신음이 터져 나오더니, 촛불의 3분의 1 정도가 연달아 꺼지며 그만큼 그림자도 자취를 감춘다.


[대계는 이미 시작되었다.]


“설마 당신! 진가와 교류하던 이들에게 손을 쓴 건가!”


이가람이 사라진 그림자들의 공통점을 알아차리고 외쳤다.


[자네는 이 회의로 명분을 얻어 우리의 손발을 끊어내려 했겠지만. 이제 저들은 우리의 괴뢰가 되어버렸구먼. 이거 안타까워 어쩌나.]


“진짜 전쟁을 벌이자는 건가?”


[이미 전쟁은 시작한 거 아니었나. 지리산 비경에서 기다리겠네. 거기서 보지.]


훅-


다시 한번 촛불의 일부가 동시에 꺼지며 그만큼 그림자가 사라진다.


이번에는 진청과 함께 진가의 장로들이 연결을 끊은 것이다.


급박하게 진행되는 상황에 이가람이 퍼뜩 정신을 차리고 사방에 지시를 내린다.


“백하연 당장 진가의 영역과 연결된 몽중회랑을 폐쇄해!”


“알겠노라.”


백하연이 혼몽환천결을 통해 곧바로 몽중회랑으로 사라지고.


“다른 분들은 각개격파의 위험이 있으니, 모두 이곳으로 합류해 주시오.”


파바밧!


이가람의 지시에 밀영관에 남은 나머지 그림자들도 상황을 파악하고 곧바로 자취를 감췄다.


진가는 이미 이쪽에 선전포고를 날렸다.


시간을 끌었다가 앞서 당한 이들처럼 괴뢰가 되지 않으리란 법이 없기에 그들도 빠르게 움직일 수밖에 없을 거다.


“너희는··· 일단 같이 가자. 따로 있는 게 더 위험할 테니.”


이가람은 이곳에 남은 우리를 데리고 밀영관 바깥으로 향했다.


오면서 보고 감탄했던 공중수로 쪽으로 이동하는 일행.


“따라와. 답수(踏水).”


“어디로 가는 겁니까?”


철퍽! 철퍽!


공중수로의 물 위를 밟고 달리며 수로의 위쪽에 올라서자.


“법보 오행선(五行船)이다.”


목적지가 어딘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공중수로의 중심부에 거대한 배가 자리하고 있었으니까.


각종 오행 계통의 언령 술식이 정교하게 짜인 법보였다.


백람의 시야로 살펴봐도 모든 기능을 알 수 없을 만큼 복잡한 술식 구조였지만.


한 가지 기능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비행선이군.’


우리 일행이 오행선 위로 올라탄 이후.


우리 말고도 수많은 주술사가 하늘 저편에서 비경의 경계를 뚫고 날아와 배 위로 탑승했다.


파라라라-


천장 쪽에서 복숭아 꽃잎과 함께 떨어져 내리는 백가의 장로들.


부우우웅-


구름을 타고 날아오는 이가의 장로들.


텅- 슈웅- 착착착착!


그 외 각자의 방식대로 오행선 위로 속속들이 모여드는 명가 외부의 견정기 술사들까지.


밀영관에서 진가 세력의 그림자가 사라지고 남은 그림자와 비슷한 숫자가 채워진 순간.


“발진(發進)!”


[[[발진(發進)!]]]


이가람의 언령을 신호로 모든 이가의 장로들이 언령을 펼쳐, 법보 오행선을 기동하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공중수로의 수면에서 떠오른 오행선의 밑바닥에 이가의 장로들이 비행할 때와 비슷한 구름이 생겨나고.


부아아아앙!!!!


배의 후면에 강렬한 불꽃이 분사되자, 배의 전방에 예리한 금속성 방어막이 형성되며 급가속이 이뤄진다.


목속성 기운이 동력이 되는 불꽃을 유지하고, 선체에 가해지는 부담을 토속성 기운이 지탱한다.


주와아아앙-


그렇게 오행의 다섯 속성이 조화를 이뤄 비행을 시작한 오행선은 순식간에 한라산 비경의 경계를 통과하여 몽중회랑에 진입.


“지금! 지리산 비경으로 진입하는 길을 열어!”


이가람의 신호를 받은 백하연이 지리산 비경으로 이어지는 몽중회랑의 길을 열자.


후웅-


곧바로 다시 몽중회랑을 벗어나 새로운 비경에 진입했다.


진가의 영역인 지리산 비경이었다.


[왔구나!]


그리고.


고오오오오오!


그곳에서는 진가의 무수한 괴뢰들이 합체한 법보로 추정되는 거대 괴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작가의말

죄송합니다. 

이번 작품은 성적이 안 나와서 여기서 연재 중단을 해야 할 것 같네요.
새로운 작품으로 다시 뵙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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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도원경(桃源境) 24.02.29 29 2 13쪽
34 초대(招待) 24.02.29 27 2 14쪽
33 망월사(望月寺) 24.02.29 33 2 14쪽
32 청홍나선결(靑紅螺線訣) 24.02.29 33 2 14쪽
31 괴뢰(傀儡) 24.02.29 35 2 14쪽
30 조력(助力) 24.02.29 35 2 14쪽
29 명가(名家) 24.02.29 42 2 14쪽
28 불청객(不請客) 24.02.29 38 2 14쪽
27 복귀(復歸) 24.02.29 39 2 14쪽
26 입문시험(入門試驗) 24.02.29 38 2 14쪽
25 호정성(護正城) 24.02.28 64 2 14쪽
24 탈출(脫出) 24.02.27 60 1 13쪽
23 후(犼) 24.02.26 63 2 14쪽
22 지옥(地獄) 24.02.24 64 1 15쪽
21 나찰(羅刹) 24.02.23 70 1 15쪽
20 철위산간(鐵圍山間) 오무간지옥(五無間地獄) 24.02.22 70 2 14쪽
19 배후(背後) 24.02.21 69 2 13쪽
18 천주만화결(千呪萬化訣) 24.02.20 73 2 14쪽
17 삼성궁(三聖宮) 24.02.19 75 3 14쪽
16 범인(犯人) +1 24.02.17 78 3 14쪽
15 청학서당(靑鶴書堂) 24.02.16 80 4 14쪽
14 혈연(血緣) +1 24.02.15 83 3 14쪽
13 술식(術式) +1 24.02.14 89 3 13쪽
12 보문나찰결(普門羅刹訣) +1 24.02.13 85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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