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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ya 님의 서재입니다.

촉법소년은 보호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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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ya
작품등록일 :
2023.12.25 04:33
최근연재일 :
2024.06.27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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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4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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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화. 인터뷰

DUMMY

선물.

주변에 있던 목사들 모두 눈에 빛을 냈다.

다름 아닌, 예현이 직접 내리는 포상이라니.


“지역 거점 도시에 교회를 지을 생각이라네.”


새로운 확장 소식이다.

이번에 지방으로 다녀온 일이기도 했다.

이를 열두 명의 목사들에게 나눠서 맡기려는 모양이다.


“광역시 중심에 세워져서 점차 넓게 퍼져나갈 계획이지.”

“떠나가라는 말씀이십니까?”

“자립일세. 물론, 완전한 독립은 아니겠지만 말이네.”


지방으로 향하라니.

언뜻 좌천처럼 들릴 터였다.


“그런 표정 짓지 말게나. 그곳들을 기점으로 계속 확장이 이루어질 테니.”

“그 말은···.”

“핵심 거점이라네. 해당 지역을 총괄할 중책이지.”


회사로 치면 총 지점장에 해당한다.

아직은 감이 안 잡힐 테지만, 분명 거대한 권력으로 성장할 터였다.

도플갱어에게는 그렇게 키울 능력이 존재했다.


주변 목사들도 서로 두리번거렸다.

얼굴이 마냥 어둡진 않았다.

예현을 신뢰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을 떠나는 게 선물이라니, 잠시 이해가 가지 않았을 뿐이겠지.


“목사님께는 감사할 따름입니다. 다만, 저희가 잘 이끌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건 너무 걱정하지 말게. 신도를 모을 수 있도록 도와줄 테니.”

“그렇게까지는···.”

“말이 나온 김에, 여기에서도 지원자를 받는 게 어떤가?”


도플갱어는 단상 아래를 향해 말했다.


“서울에 사는 이유가, 둥지에 애착이 있어서겠는가? 그저 먹이가 이곳에만 있기 때문이지.”


목소리는 다들 들으라는 듯이 은근했다.


“일할 곳만 있다면, 지방이라고 꺼릴 이유는 없지 않겠는가? 무너져가는 둥지에 제 먹이를 한참이나 갖다 바칠 바에야 말일세.”

“그래도 서울을 떠나는 건···.”

“알고 있다네. 부담스럽겠지. 그렇기에 결단을 내릴 줄 아는 이들만이 과실을 쟁취할 테지.”

“그럼 직장까지 제공한다는 말입니까?”

“가능한 일일세. 알지 않는가? 내가 누구이기도 한지 말일세.”


녹호, 천선과 동일인이라고.

예현은 말할 수 있었다.


“걱정하지 말게. 원하면 원하는 대로 받아줄 수 있다네. 곧 일손은 항상 많을수록 좋으니.”



***


병원 1층 로비.

주변에는 사람이 가득 쌓이다시피 했다.

특이한 점은 대부분 카메라를 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중 한 여자가 누군가와 통화하는 중이다.


-지금 천동죽 씨 골수 이식 수술 건으로 가 있지?


골수 이식이라.

도플갱어가 가장 경계하던 일이다.

딴지를 걸긴 했지만 막을 근거는 없었다.

일치자 검사만 통과하면 될뿐더러, 환자에게도 절실한 상황이니까.


“네, 대기하고 있어요.”

-성과를 볼 수 있겠어? 병실까지 못 올라가게 막을 텐데?

“계속 기다려봐야죠. 그 사람도 언젠가는 내려올 거잖아요.”


기자는 상당한 열정을 보였다.

꼭 천직이라도 되는 듯했다.


-대단하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장천선이었나? 그 남자 기다리는 거 아니지? 혹시나 올까 싶어서.


여자가 잠시 움찔댔다.


“아니에요.”

-하하! 팬이지?

“공과 사는 철저히 구분해야죠. 아, 끊을게요. 지금 분위기가 이상해서요.”

-그래, 수고해.


짧게 대답하고서 전화를 끊었다.

얼굴은 잔뜩 인상을 찌푸린 채였다.


“개저씨, 개저씨. 눈치는 오질나게 빠르네.”


어떤 상황인지 뻔히 느껴졌다.

그다지 반가운 사람은 아니겠지.

고요하던 바깥을 핑계로 통화를 끊는 걸 보면.


“어? 누구야?”

“누가 왔어?”

“연예인인가?”


마침이라고 할까?

정말 밖에서 소란이 일었다.

여자도 다급하게 움직였다.

반사적으로 계단과 엘리베이터가 있는 방향으로 향했다.

갑자기 소란스러울 일이란, 천동죽이 내려오는 것이라 생각했겠지.


“어? 아닌데?”


하지만 혼자만 막다른 골목에 왔을 뿐이다.

아무도 내려오지도, 사람이 붐비지도 않았다.

그 누군가는 병원 입구에 있다는 뜻이다.


여자는 다급하게도 몸을 돌렸다.

이미 사람으로 바글바글 한 곳으로 달려갔다.

누가 왔는지 잘 보이지도 않을 정도였다.

다만, 불쑥 솟은 셀카봉만 이리저리 움직여댔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아, 기자분들도 많네요?”


그리고 여유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장천선 씨, 여기 오신 이유가 뭡니까!”

“혹시 천동죽 씨와 관계된 일입니까!”

“대답해주십시오!”


천선.

수많은 기자에게 둘러싸여서도, 태연하기 그지없었다.

오히려 셀카봉을 휘저으며 인파를 내보일 뿐이다.


“인터뷰 가능하겠습니까! 부탁드립니다!”


뒤에서 아무리 소리쳐도, 목소리는 닿지 않았다.


“잠시만요, 오늘은 병문안 온 거라서요.”

“천선 씨!”

“일단 확인만 먼저 하고 이어 말할게요.”


플래시가 계속해서 터져댄다.

천선은 남는 손을 들어 올려 사방을 진정시켰다.

이내 사뿐사뿐 앞으로 나아갔다.

주변 사람들은 주춤 물러났고, 손쉽게 안내 데스크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저기요? 병문안 왔는데요.”

“네, 네? 아, 네!”

“천동죽 씨 병실을 알 수 있을까요?”


직원은 다소 긴장한 얼굴을 보였다.

지금껏 기자들을 눈앞에 두고 있었는데도 긴장하다니.

어딘가 미심쩍은 반응이다.


“사백···. 아니, 미리 약속 없이는 만날 수 없으세요. 마구잡이로 들이닥치면 다른 환자분들도 불편해하실 거라···.”

“그래요? 그쪽도 마냥 저를 거절하지는 않을 텐데.”

“아···.”

“혹시 연락을 취해줄 수 있을까요? 저는 연락처가 없어서요.”


여우 같은 미소가 싱긋 올라갔다.

그러자 직원은 홀린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꼭 허락을 받아볼게요.”


이내 수화기를 들고 어딘가로 전화를 건다.

그냥 거절해도 될 테지만, 성심성의껏 해결하려고 든다.

설명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쉽게 짐작이 가기도 했다.


“그럼 대기하는 동안 인터뷰 받도록 할게요. 가장 먼저 요청하신 분이 누구였죠?”

“접니다!”

“아니요, 제가 먼저입니다!”

“질문하겠습니다! 이번 방문의 목적이···”


그 사이, 다시 소란이 일었다.

모두 천선을 독점하고 싶은 듯했다.

단독 보도만 할 수 있다면, 조회수는 넉넉히 뽑아낼 수 있을 테니까.


“죄송하지만, 저기 뒤에 있는 분이 먼저 같아서요.”


그때, 천선은 손을 뻗어서 인파 너머를 가리켰다.

생각지도 못한 지목이었다.

그 끝에 있는 사람은 파란색 모자를 쓴 여자였다.

혼자 엘리베이터 쪽으로 갔다가 뒤늦게야 온.


“네? 저, 저요?”


그 말에 천선은 사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인터뷰 요청은 가장 먼저 하셨잖아요?” “그럴 리가···.”

“다른 분들은 질문만 하시던데요?”


굳이 따지자면 그랬다.

다들 무작정 카메라를 들이밀고 질문부터 쏟아냈지.

인터뷰를 요청한 사람은 정작 한 명뿐이다.


“아니, 저···.”

“쓰읍.”

“뒤로 좀 갑시다!”


다른 기자들도 얼른 둘 사이의 길을 터준다.

무엇이 됐든, 취재가 먼저였다.

괜히 딴지를 걸어서 시간을 낭비할 순 없었다.

금세 위쪽에서 답이 내려올 테니까.


다만, 여자는 아예 굳어버리고 말았다.

항상 타인을 주목해왔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반대다.

천선은 이 모습을 보며 빙긋 미소를 지었다.

이내 발걸음을 옮겨 그 앞으로 향했다.


“이름이?”

“···네? 바, 박지우요.”


셀카봉은 빙 회전해서 두 사람을 담았다.

어깨는 다정하게 맞댄 것이, 한눈에 보기에도 친근했다.

이대로 편히 굴어도 되겠지.

물론, 당사자는 황송해서 몸 둘 바를 몰랐지만 말이다.


“박지우 기자님이요?”

“아, 그렇습니다. 박지우, 기자입니다.”

“그래요, 지우 씨. 저한테 어떤 게 궁금하셨어요?”


기자와 취재 대상이 바뀐 걸까?

아니면 아예 팬미팅이라도 하는 걸까?

분위기는 본 적 없을 정도로 기묘했다.


“아, 그, 저···. 여, 여기에 왜 오셨습니까?”


업무에 충실하려고 노력은 하고 있겠지.

하지만 상대가 여우였다.


“그야, 지우 씨랑 같은 이유죠?”

“그게 무슨···.”

“누구 보러 오셨어요?”

“저는 천동죽 씨 인터뷰···. 아!”


기자는 뒤늦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내뱉은 질문 따위, 사실 의미도 없었다.

이제라도 제대로 진행해야 했다.


“아뇨, 저는 지우 씨 보러 왔는데요?”

“···네?”

“저 보려고 여기로 취재 오신 거 아니에요?”


하지만 여우는 그렇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아니, 그게···.”


여자가 얼어붙었다.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색을 생각하면, 정말 동상이라도 걸렸는지 몰랐다.


“그···, 아···. 피, 피녹호 씨의 차량과 비서를 이용하신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여기에 대해 하실 말이 있으신가요?”


마음을 밀어내듯, 질문을 내뱉었다.

천선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별일 아니라는 듯이 입을 열었다.


“녹호 형은 제 후원자예요. 저는 아바타 같은 거라고 할까요? 같이 사는 대신, 대행자 역할도 하는 편이에요.”

“아.”

“그래서 구독자분께 죄송한 마음도 있어요. 의형제지, 친형제는 아니잖아요? 엄밀한 말로 제가 진짜 재벌은 아니죠. 속인 거나 다름없고요.”

“아닙니다. 그렇게 화가 나지는···.”


기자와 열성팬, 그 사이를 부지런히 오갔다.


“천동죽 씨와는 원래 알던 사이였습니까?”

“아뇨, 그쪽에서만 저를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도플갱어라고 지목할 수 있었습니까?”

“그건 아마···.”


점차 질문이 깊어질 찰나.

천선이 빙긋 웃었다.


“그런데 정말 저한테 묻고 싶은 게 그런 것뿐인가요? 좀 서운한데?”


미소는 더욱 색을 빛냈다.

작정하고 사람을 홀릴 생각이다.

기자는 저항도 하지 못하고 울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팬인데 그래도 일이라···.”

“그게 아니라, 아까 그 질문은 천동죽 씨한테 해야 한다고요.”

“네?”

“천동죽 씨가 저를 도플갱어라고 지목했잖아요? 제가 뭔가를 한 게 아니라요.”

“아···.”


안심이라도 됐을까?

더 물을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다 퍼뜩 정신을 차리고 질문하려던 찰나, 어디선가 커다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장천선 씨! 병문안 허락이 떨어졌어요!”


직원이 종종걸음을 치며 다가왔다.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가득했다.


“병실까지는 제가 안내해드릴게요.”

“그래도 괜찮으신가요?”

“네!”


천선은 직원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다른 기자들 역시 은근슬쩍 움직이려고 들었다.


“허락하신 분은 한 분뿐이에요.”


다만, 직원이 먼저 제지했다.

여우 같은 얼굴은 뒤로 돌아서 빙긋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곧 손을 크게 흔들어 보였다.


“지우 씨.”

“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그리고 좋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자는 그 말에 멍한 표정을 지었다.

아예 문장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한 듯이 말이다.

그러다 동공이 확장되더니, 큰소리로 너머에 외쳤다.


“제가 더 감사해요···!”


그 얼굴은 햇살처럼이나 환했다.


작가의말

며칠 동안 생각해봤는데, 분명 좋은 미래는 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세상이 바뀌기를 희망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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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120화. 댓글 24.06.27 4 0 12쪽
» 119화. 인터뷰 24.06.24 8 0 12쪽
118 118화. 만찬 24.06.19 5 0 12쪽
117 117화. 독재자와 테러리스트 24.06.15 6 0 13쪽
116 116화. 세 명 24.06.13 6 0 12쪽
115 115화. 화해? 24.06.10 8 0 12쪽
114 114화. 천청해 24.06.06 6 0 13쪽
113 113화. 재림예수 24.06.04 6 0 11쪽
112 112화. 반증 24.06.01 5 0 12쪽
111 111화. 선악은 항상 정방향으로 향하는가 24.05.30 5 0 13쪽
110 110화. 배신 24.05.27 6 0 12쪽
109 109화. 관계의 재시작 24.05.23 5 0 12쪽
108 108화. 돈 뿌리기 24.05.21 5 0 12쪽
107 107화. 김송과 24.05.18 7 0 12쪽
106 106화. 하늘 24.05.16 7 0 12쪽
105 105화. 시위 24.05.14 6 0 12쪽
104 104화. 하늘 24.05.10 7 0 12쪽
103 103화. 상식 24.05.08 5 0 13쪽
102 102화. 보호 받지 못한 아이 24.05.03 5 0 12쪽
101 101화. 귀인의 정체 24.04.30 9 0 13쪽
100 100화. 균열 24.04.29 14 0 12쪽
99 99화. 레몬 사탕 24.04.26 8 0 12쪽
98 98화. 또 다른 존재 24.04.25 8 0 12쪽
97 97화. 행운 24.04.23 11 0 12쪽
96 96화. 최후의 눈치 게임 24.04.22 8 0 12쪽
95 95화. 안 들려요 24.04.19 8 0 12쪽
94 94화. 가위바위보 24.04.18 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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