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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ya 님의 서재입니다.

촉법소년은 보호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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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ya
작품등록일 :
2023.12.25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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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6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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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화. 레몬 사탕

DUMMY

“이번 일이 문제지. 밤에 공부했다면 알겠지만.”

“그래도 얘기는 나눠봐야지. 들어갈까?”

“오늘은 시간이 많나 봐?”

“그래, 그러니까 느긋이 작당 모의나 하자고.”


세 사람은 건물 안으로 향했다.


“이번엔 처음부터 리모델링 싹 끝내려고. 그래야 흐름 안 끊기니까.”

“그 외에는 똑같지?”

“어. 1호점에서 했던 그대로야. 1층에 초호화 카페 설치하고, 위층에는 적당히 여가 시설 세우고.”

“교회 쪽도 준비가 다 끝났어. 이 근처에 하나 들어서서, 고객을 공급해줄 거야.”


1층.

아직 못다 고친 카페에 들어섰다.

비닐과 몇몇 장비가 그대로 놓여 있다.

그나마 앉을 만한 곳이라곤, 가볍게 옮길 수 있는 플라스틱 의자뿐이다.

이마저도 인부가 쓰려고 둔 물건이겠지.


“근데 봤지? 문제가 생겼어. 주변에서 우릴 안 좋아해.”


세 명 다 적당히 의자 하나씩 끌어다가 앉았다.


“이유는?”

“말할 것도 없지. 경쟁자니까.”

“흠.”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무작정 밀고 나가면 안 돼. 잘못하면 우리만 아주 쓰레기가 되거든.”

“문제가 될 게 있나? 평범하게 사업하는데.”


인영이 인상을 찌푸렸다.

아주 골치 아프다는 듯한 기색이었다.


“웬만하면 괜찮지. 근처에 동종업계가 있는 거? 그냥 상도덕 없는 짓일 뿐이니까.”

“근데? 뭐가 문제야?”

“네가 재벌이잖아.”


법이 문제는 아니다.

암묵적인 규칙과 관련된 이야기다.


“대기업이 손대도 되는 일이 있고, 아닌 일이 있다는 거지.”


카페, 미용실, 헬스장, 네일 샵 등등.

모두 부가가치 창출과는 거리가 멀었다.

내수와 관련됐으며, 동시에 수많은 영세 자영업자가 종사하는 분야이기도 했다.


“글쎄? 그래서 망한 대기업이 있다는 얘긴 못 들었는데?”

“맞아. 다들 조용히 넘어가지. 당장 소비자가 편하니까. 언론이 기업 편이니까.”


다시 말하지만, 법은 아니다.

암묵적인 규칙일 뿐이다.

얼굴에 철면피를 깔고 밀어붙일 수도 있는 문제다.

지금껏 대기업은 그래왔듯이.


“우린 작잖아.”

“흠.”

“번역기 돌려줄까? 넌 때려죽여도 시원찮을 재벌인데, 마침 만만해. 저쪽도 그걸 물고 늘어지는 중이고.”


별일이냐는 듯이.

그게 가장 좋을 일이다.

하지만 주변 동종업계 종사자는 최대한 시끄럽게 떠벌릴 참인 듯했다.

레저 피노키오가 순 나쁜 놈들이라고.

자신들은 재벌가의 횡포에 시달리는 소상공인일 뿐이라고.


“뭘 걱정하는지 대강 알겠네. 내가 타격감 좋은 샌드백이라는 뜻이잖아. 기득권층 참교육이니 뭐니 하면서.”


어쩌면 그런 기사가 뜰지도 모르겠지.

재벌 2세가 영세 자영업자를 말살하고 있다, 레저 피노키오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말이지.

사냥당하기 딱 좋은 상황이다.

기득권층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막강한 권력은 없으니까.


“여론을 잡을 힘이 필요하네.”

“그럼 좋지.”

“인영아, 내가 수족을 모으라고 했었지. 기억나?”

“어. 네가 집사님이랑 유송 씨 부리듯이 할 사람 고용하랬잖아.”

“잘 되고 있어?”

“8명 모았어. 여기 이 언니는 제일 믿을 만한 사람이고.”


눈을 반짝이던 여자가 화들짝 놀랐다.

자신에게 화제가 올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아, 안녕하세요?”

“그래, 믿음직하다면야.”

“인영이랑은 어떻게 만나셨어요?”


녹호가 뜬금없는 질문에 인상을 찌푸렸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냐는 듯한 기색이다.


“미안. 언니가 좀 이상해.”

“그럴 수 있지. 가족 외에 믿을 수 있는 인간이라면, 어느 정도 괴상할 수밖에.”


면전에서 못 할 말을 던지고서 휴대폰을 꺼냈다.

이내 화면에 사진을 띄우고서는 보란 듯이 눈앞에 들이밀었다.

초면이지만, 늘 그랬듯이 오만하게.


“이런 사람이 필요해.”


여자가 눈살을 잠시 찌푸렸다.

하지만 상사이기에 그냥 화면을 살폈다.


“웬 여자···. 흠···.”

“이런 사람도 있고.”

“남자네요?”


화면을 이리저리 넘기면서, 두 사람을 보여줬다.


“내 동생이 열었던 대회 참가자야. 각각 2, 3등으로 차 한 대씩 얻었지.”


그랬다.

가위바위보와 눈치 게임에서 뚫고 올라온 두 사람이다.

한 명은 뛰어난 전략으로, 다른 한 명은 팬심으로 순위권에 들었다.


“꽤 유명해서, 어쩌면 들어도 봤을 텐데?”

“나 알아. 기사로 봤어.”

“그래. SNS에 한 번 퍼지니까 기사로 복붙해 가더라.”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건이 됐다.

도플갱어로서는 호재다.


“아, 그분이 동생분이세요? 저도 팔로우했는데.”

“그럼 알겠네. 2, 3등이 어땠는지.”

“알죠. 너드랑 빠순이···, 암튼 그렇잖아요?”


녹호 역시도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적나라한 표현이지만, 대충 비슷했다.


“직속 비서진 밑에 마케팅팀을 둘 거야. 그곳 구성원은 이 두 가지 타입으로 이룰 생각이고.”

“뭐야, 그 둘을 원한다는 게 아니었어?”


인영이 휴대폰을 만지다가 고개를 들었다.


“가지고 싶다길래 SNS 주소 찾아다가 글 남겼는데?”


행동이 빨랐다.

하긴, 누가 고른 사람인데 이리저리 재면서 행동할까?


“상관없지. 나중에 면접 봐서 뽑아도.”

“여자는 지금 온대.”

“뭐?”

“바로 답장 오길래 물어봤어. 지금도 괜찮다던데?”


특이한 건, 저쪽도 행동이 빨랐다는 점이다.

아마 취업 준비생쯤 됐던 모양이다.

그리고···,


“인영아, 혹시 너 내 동생 이름 팔아먹었냐?”

“어. 갑자기 연락하는 것도 이상하잖아. 경위를 말해야지.”

“하, 참나.”

“왜? 꼬아? 그럼 어째, 보고 배운 게 이딴 건데.”


천선이라는 이름을 댄 탓이기도 했다.

그러니 이렇게 다급하게 달려오는 중이겠지.

혹여 엄청난 기회인데 놓치는 걸까 싶어서.


“하, 됐고. 그 빠순이, 얼마나 걸린대?”

“20분. 가까운 데에 사나 봐.”


녹호는 잠시 턱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잠시 침묵하다가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인영아, 지금부터 너랑 나는 말단 직원이야.”

“뭐?”

“여기 비서장 밑에 있는 말단이라고. 아니, 머리도 만져야겠네.”


커다란 손은 기다란 생머리로 향했다.

잘 정돈된 머리를 일부러 망가뜨리기 위해서였다.

부스스하게 잔털을 일으켰고, 이마는 5대5 가르마라도 하듯이 흐트러뜨렸다.


“됐네.”

“······.”

“얌전하게 생긴 얼굴도 아닌데, 괜히 이마까지 까고 있어. 못돼 보이게.”


인영은 두 눈을 감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빡쳤다는 의미다.


“어디다 대고 얼굴 지적이야? 면상 흉악하신 걸로는 아무도 댁 못 쫓아가거든?”

“그럼 좀 만져주든가.”

“하, 콜!”

“어머머머?”


두 명을 제외한 관객 한 분.

기묘한 소리를 내더니, 이 모습을 반짝이는 눈으로 관람하신다.


“와 봐, 내가 좀 만져줄게. 퍼석대는 머리, 살짝만 눌러줘도 되지. 퉤!”

“야, 침을!”

“있어 봐! 작품 하나 만들어줄 테니까!”

“···지저분하게. 태생은 못 숨기나 봐?”

“하! 그런 도발이 날 더 달아오르게 한다는 거 알지?”

“하, 진짜 귀여워! 아악, 귀여워 미치겠어!”


인영이 아예 녹호 무릎 위에 주저앉았다.

그다음 침으로 앞머리를 덕지덕지 눌러댄다.

요란했던 잔털이 범생이처럼 고개를 숙였다.

더럽긴 해도, 사나운 인상이 많이 죽어갔다.


“지금 오는 빠순이는 바이럴 마케팅을 맡을 거야.”


녹호도 반쯤 포기한 기색이다.

커다란 손으로 등을 받쳐주고선, 해야 할 말을 내뱉는다.


“어머머머머! 아주 부둥켜안고 난리 났네, 난리 났어!”

“바이럴?”

“그래. 이만큼 좋은 마케팅 방법이 없지. 그대신 꼬리 밟히면 엿 되는 거고.”

“그걸 왜 빠순 씨한테 시켜?”

“꼬리 밟히면 잘라야 하니까.”


인영은 진지한 표정으로 머리를 매만졌다.

앞니로 재료를 박박 긁어모아, 성심성의껏 발라댔다.

불쾌한 냄새는 없었다.

여기 오기 전에 레몬 사탕을 먹었었나 보다.


“그게 무슨···.”

“말 그대로야. 바이럴 마케팅이 떳떳한 짓은 아니잖아? 불법으로 엮일 부분도 많지.”


바이럴 마케팅.

다른 말로 하면, 여론 조작이다.

SNS나 커뮤니티 사이트에 게시물이나 댓글을 다는 식으로.

잘못 걸리면 형벌과 비난을 동시에 받게 된다.


“그러니까 자발적으로 하게 만들란 말이야.”

“자발적?”

“그래.”


녹호는 이에 대한 해법을 내놓았다.


“SNS 전담 마케팅은 아예 감정적인 사람으로 꽉 채워 넣어. 자발적으로 홍보하게끔.”

“그러니까 팬심을 활용하자고?”

“그래. 무슨 짓이 일어나든 개인의 일탈로 끝나도록. 너랑 나한테까지 불똥이 안 튀게끔 말이야.”


자발적인 홍보.

당연히 바이럴 마케팅을 지시한 흔적 따위는 없을 터였다.

대놓고 하라는 말은 안 할 테니까.

다만, 알아서 그런 일을 할 사람을 배치해놨을 뿐이다.


“동생분도 팬한테 이럴 거 알아?”

“죄책감 가지지 마. 최종 결정자는 나잖아.”

“그래. 단두대 동반 탑승객은 나고.”


인영은 머리 정리를 끝내고서 셔츠 역시 매만졌다.

단추를 끝까지 채우고, 소매를 정리했다.

최대한 단정하게 보이도록.


“바이럴을 하도록 유도하면 된다는 소리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다음 자기 작품을 만족스럽게 바라본다.

확실히, 덩치만 큰 범생이처럼 보였다.


“기본금은 최저 시급에 맞춰서, 인센티브는 넉넉히 책정할게. 성과를 내려고 물불 안 가리도록 말이야.”

“좋은 방법이네. 그런 일 시키는데 돈이라도 많이 벌어야지.”

“전략기획팀도 만들면 되지? 아까 그 남자 같은 사람 위주로 채워 넣고.”

“이래서 좋아. 말하지 않는 것까지 다 알아들으니까.”


2등.

남자는 세상을 수학 문제쯤으로 보고 해법을 내놓았다.

도플갱어는 그런 사람을 마케팅에 배정하려고 했지.

이유가 있다면 하나뿐일 터였다.

바로, 바이럴 마케팅이 아니라 전략을 짜는 머리로서 쓰기 위해서.


인영은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얼굴에는 진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건 마주 보는 표정과 똑 닮아있기도 했다.


“와, 소악마 대악마 컨셉이야? 난 이 커플 찬성일세.”


관객께서는 이 광경을 휴대폰으로 찰칵댔다.

두 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초롱초롱했다.


“저 인간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몰라. 이 언니도 살짝 정상은 아닌 것 같아.”


녹호는 어이없는 표정을 짓다가 품을 뒤적였다.

이내 진동이 울리는 휴대폰이 손에 들렸다.


“잠깐만. 급하게 연락이 와서.”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다음 구석으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

입가에는 여전히 은은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엄마? 무슨 일이야?”


하지만 곧 표정은 굳어지고 말았다.

휴대전화 너머에 예상치도 못한 말이 들려오는 탓에.


-아파···. 미안한데···, 너무 아파···.


작가의말

레몬 향이 농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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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104화. 하늘 24.05.10 6 0 12쪽
103 103화. 상식 24.05.08 5 0 13쪽
102 102화. 보호 받지 못한 아이 24.05.03 5 0 12쪽
101 101화. 귀인의 정체 24.04.30 9 0 13쪽
100 100화. 균열 24.04.29 14 0 12쪽
» 99화. 레몬 사탕 24.04.26 8 0 12쪽
98 98화. 또 다른 존재 24.04.25 8 0 12쪽
97 97화. 행운 24.04.23 9 0 12쪽
96 96화. 최후의 눈치 게임 24.04.22 8 0 12쪽
95 95화. 안 들려요 24.04.19 8 0 12쪽
94 94화. 가위바위보 24.04.18 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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