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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안 님의 서재입니다.

방순덕, 저승에서 돌아오다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명안
작품등록일 :
2021.05.12 12:39
최근연재일 :
2021.08.06 06:00
연재수 :
120 회
조회수 :
27,319
추천수 :
994
글자수 :
378,592

작성
21.05.24 06:00
조회
227
추천
9
글자
7쪽

29화. 너 이년 딱 걸렸어(1)

DUMMY

분명 인희의 발걸음 소리였다.


‘피곤한 가벼. 발소리가 영 시원찮구먼.’


이윽고 인희가 대문에 들어섰다.


그런데 표정도 좋지 않았다.


무엇보다 얼굴이 엉망이었다.


옷도 엉망이었다.


신나게 꼬리를 흔들어대던 순덕이 자신을 껴안는 인희가 울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울고 있는 인희의 몸에서 아주 묘한 냄새가 순덕의 신경을 자극했다.


- 뭔 일이여? 인희야, 이게 뭔 일이여? (끼잉, 끼잉, 끼잉, 워-월)


순덕이 앞발을 들어 인희를 껴안으려 했다.


하지만 껴안지는 못했다.


흰둥이 몸으로는 인희를 안을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앞발이 닿는 순간 인희의 기억이 몸으로 훅 들어왔다.


어이없게 승하 패거리에게 두들겨 맞으며 느꼈던 장면이 떠오르고, 그 고통이 전해지자 순덕의 몸이 변하려 했다.


‘으아, 안 되야!’


순덕이 순간 당황했다.


인희는 자신이 안고 있는 흰둥이가 갑자기 커지는 느낌과 함께 뜨거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인희가 확인하려고 손을 풀자 순덕이 재빠르게 대문 밖으로 뛰어나갔다.


대문이 아직 잠겨있지 않다는 것은 순덕에겐 행운이었다.


“흰둥아, 왜 그래?”


놀란 인희가 뒤를 따랐다.


뛰어나간 순덕이 재빨리 산으로 향했다.


‘그려, 마음부터 가라앉혀야 혀. 애들헌테 이런 모습 보여주는 건 아녀! 맞다, 노래혀. 노래혀. 뭐더라···.’


순덕은 어떻게든 화를 가라앉힐 방도를 찾았다.


- 당신은 못 말리는 땡벌, 당신은 날 울리는 땡벌, 혼자서는 이 밤이 너무 너무 길어요···. (오우- 오, 오오-우어)


다행히 통했다.


“흰둥아-. 흰둥아-.”


아래에서 흰둥이를 찾는 인희의 목소리가 들렸다.


산등성이 아래로 길도 없는 곳을 헤매며 저를 찾는 인희가 보였다.


본래 제 몸으로 돌아온 순덕이 심호흡을 하고, 뒤돌아 인희에게로 향했다.


순덕이 꼬리를 치며 인희에게 다가갔다.


- 미안혀. 놀랐어? (우-월, 월)


“헥헥, 아흐, 힘들어···. 흰둥아, 어디 아파? 분명 뜨거웠었는데···.”


인희가 흰둥이 얼굴과 몸을 살펴보다 눈을 맞추며 말했다.


- 괜찮아, 인희야, 할미 괜찮아. (우오오오오 월 월)


꼬리를 치며 인희 품으로 파고드는 흰둥이를 안고 인희가 말했다.


“놀랬잖아. 혹시 요즘 산책 안 시켜 줘서 그래? 미안해. 주말에 같이 산에 갖다 오자.”


인희가 흰둥이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와서야 흰둥이 몸이 엉망으로 더럽혀져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흰둥아, 너 이게 뭐야! 뭔 짓을 했길래···. 온통 흙이네. 어머어머, 이 거실 좀 봐.”


인희는 거실도 역시 군데군데 흙투성이인 것을 보고, 교복을 갈아입고 와서 청소부터 시작했다.


청소가 끝나자 흰둥이 목욕도 시켰다.


자신도 씻은 뒤 흰둥이에게 사료와 물을 갈아주었을 때 인한이 들어왔다.


“인희야, 병원 다녀오자.”


옷을 갈아입고 나온 인한이 말했다.


순간 인희 얼굴을 보고 인한이 놀란 얼굴을 했다.


“너 얼굴 왜 이래?”


인희의 얼굴을 이리저리 돌리며 살펴본 인한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입술은 찢어지고 부어 있었다.


뺨도 마치 커다란 사탕을 입에 문 양 붉게 부풀어있었다.


“누구니?”


“우리 반 승하네 애들.”


“···.”


인한은 화를 삭이지 못해 얼굴이 붉게 변했다.


저절로 목소리가 착 가라앉아 흘러나왔다.


“무슨 일로 이런 짓을 한 거야?”


“몰라. 나 잘못한 거 없어. 내가 자기 꺼에 침 발랐다는데 나는 그런 적 없어.”


“담임 샘은 아셔?”


“아니. 학교 끝나고 사거리 골목에서 이랬어.”


“내일 같이 학교 가자.”


“··· 오빠는? 오빠도 식당가야 하잖아···.”


“그건 걱정 마. 내일 전화 드리면 돼.”


둘 사이에서 보고 있던 순덕이 인한에게 꼬리를 치며 말했다.


- 아휴, 우리 인한이 다 컸어, 할미가 든든혀. (우오우오우오오)


인한은 자신에게 꼬리를 치며 톡톡 건드리는 흰둥이를 한번 쓰다듬어주고는 굳은 얼굴로 인희에게 말했다.


“가자. 일단 병원 가서 이상 없는지 살펴보고 치료받자. 할머니가 네 모습 보시면 놀라실지 모르니 오늘은 나만 들어갈게. 어차피 간병인 아줌마가 잘 해 주시니 하루쯤 너 안 들어가도 괜찮아.”


“응···.”


인한과 인희가 병원으로 향했다.



순덕은 아까 인희의 몸에서 나던 이상한 냄새를 떠올렸다.


분명 인희를 때리던 애들에게서 묻은 냄새였다.


화장품 냄새와 향수 냄새, 담배 냄새가 뒤엉켜 묘한 냄새를 풍겼었다.


‘누가 개코 아니랄까봐 냄새 한번 기막히게 기억하는구먼.’


순덕은 그냥 이대로 두고만 복 있을 생각이 없었다.


‘그냥 두면 이것들이 또 인희를 괴롭힐 겨.’


순덕은 개구멍을 통해 밖으로 나갔다.


냄새를 추적해볼 셈이었다.


순덕은 인희가 다니는 학교 길을 따라서 먼저 다녀보기로 했다.


‘이야, 흰둥이 이놈 빠르긴 빠르구먼. 이런 놈을 집에만 가둬두면 힘이 넘쳐 탈 날 거인디.’


순덕은 부지런히 여기저기 뒤지고 다녔다.


먼저 갈 곳은 인희 기억에 떠올랐던 건물이었다.


인희가 다니는 학교 앞에서부터 시작하려는 것이다.


***


승하 패거리는 인희를 팼던 곳에서 멀지 않은 주택가 빌라 골목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인희, 고 년을 패고 한껏 기분이 고조된 승하 패거리였다.


실컷 노래방에서 노래도 하고, 밥도 먹었다.


이들에게 식후 느긋하게 빠는 담배는 소화제였다.


서형이 담배를 한 모금 빨았다 뱉으며 승하에게 물었다.


“그년 어쩔 거야? 그냥 두면 담탱이한테 이를 텐데.”


“일러도 상관없잖아. 어차피 죽을 년. 방법은 다 생각해놨어. 남자애들 불러서 술 먹이고, 조리돌려서 산에 버리면 누가 알게 뭐야.”


“넌 참 잔인한 면이 있어.”


“야, 이 기집애야, 넌 아냐? 아까 그년 뒷머리 잡은 게 누구더라? 걔 머리 엄청 빠졌어, 병신아. 킥킥킥.”


셋은 낄낄 대며 남은 담배를 맛있게 빨아들였다.


***


드디어 사건이 있었던 건물을 발견했다.


건물 뒤쪽으로 돌아간 순덕은 코를 킁킁거리며 바닥에서 냄새를 맡았다.


냄새의 여운이 어딘가에서 느껴졌다.


바로 분리수거장으로 들어오던 입구의 나무에서 났다.


흰둥이는 킁킁거리며 냄새를 좇아갔다.


1시간 가까이 추적이 계속 되었다.


어느새 땅거미가 지면서 세상이 어둑해졌다.


마침내 빌라 건물들 사이에 모여 짝다리로 편안하게 담배 연기를 뿜어대는 승하 패거리를 찾았다.


위치상 지나가는 행인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보이던 한두 명의 어른도 승하 패거리를 보고는 그냥 고개를 돌렸다.


내 자식도 아닌데 참견했다가 괜한 창피를 당하기 싫은 것이다.


아이들 사이에서 품어진, 짙은 담배냄새가 골목 밖으로 흘러나왔다.


순덕이 맡았던 승하의 냄새는 담배연기로도 가려지지 않았다.


체취에 싸구려 화장품 냄새까지 너무 진해서 순덕의 코로 가려내지 못한다면 그게 더 신기할 판이었다.


‘찾았다. 너 이년 딱 걸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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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1화. 승하의 신고(1) +6 21.05.25 242 8 7쪽
30 30화. 너 이년 딱 걸렸어(2) +2 21.05.25 221 7 7쪽
» 29화. 너 이년 딱 걸렸어(1) +6 21.05.24 228 9 7쪽
28 28화. 네 꺼에 침바른 적 없어 +2 21.05.24 228 7 7쪽
27 27화. 개구멍을 뚫자 +4 21.05.23 237 9 7쪽
26 26화. 할머니가 이상해 +2 21.05.23 255 8 7쪽
25 25화. 흰둥이 몸속으로(2) +7 21.05.22 250 9 7쪽
24 24화. 흰둥이 몸속으로(1) +5 21.05.22 244 9 7쪽
23 23화. 다시 이승으로 +7 21.05.21 270 9 7쪽
22 22화. 염라대왕과 마주하다 (2) +2 21.05.21 251 7 7쪽
21 21화. 염라대왕과 마주하다 (1) +10 21.05.20 254 11 7쪽
20 20화. 저승으로 (3) +1 21.05.20 259 10 7쪽
19 19화. 저승으로 (2) +8 21.05.19 248 10 7쪽
18 18화. 저승으로 (1) +2 21.05.19 254 9 7쪽
17 17화. 순덕의 사고(2) +3 21.05.18 252 10 7쪽
16 16화. 순덕의 사고(1) +1 21.05.18 246 9 7쪽
15 15화. 악연의 시작 (3) +2 21.05.17 258 7 7쪽
14 14화. 악연의 시작 (2) +3 21.05.17 273 7 7쪽
13 13화. 악연의 시작 (1) +4 21.05.16 284 9 7쪽
12 12화. 볼 때마다 눈빛이 별루야. +2 21.05.16 285 7 7쪽
11 11화. 자칫하면 큰 일 나겠어. +1 21.05.15 303 9 7쪽
10 10화. 이건 뭐 개가 상전이여! (2) +2 21.05.15 318 11 7쪽
9 9화. 이건 뭐 개가 상전이여! (1) +2 21.05.14 319 13 7쪽
8 8화. 찍는 게 남는거 (2) +4 21.05.14 332 13 7쪽
7 7화. 찍는 게 남는거 (1) +3 21.05.13 342 13 7쪽
6 6화. 인희가 말을 안 한 이유 +2 21.05.13 349 14 7쪽
5 5화. 굴러온 복덩이 +1 21.05.12 374 14 7쪽
4 4화. 일자리를 찾아야 해. +2 21.05.12 410 13 7쪽
3 3화. 우리 애들헌테 또 한 번만 거지 어쩌구 해봐 +2 21.05.12 409 12 7쪽
2 2화. 방순덕이 인천으로 온 이유 +2 21.05.12 472 15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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