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명안 님의 서재입니다.

방순덕, 저승에서 돌아오다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명안
작품등록일 :
2021.05.12 12:39
최근연재일 :
2021.08.06 06:00
연재수 :
120 회
조회수 :
27,312
추천수 :
994
글자수 :
378,592

작성
21.05.24 06:00
조회
227
추천
7
글자
7쪽

28화. 네 꺼에 침바른 적 없어

DUMMY

민경이 인하를 마주 안아주면서 등을 토닥거렸다.


“아휴, 우리 아기 그랬쪄?”


“흐흐흐흐흐흐, 응, 그랬쪄.”


인희가 민경이의 양 볼을 두 손바닥으로 눌러 찐빵을 만들며 대답했다.


둘은 서로 마주보고는 까르르 웃었다.


오랜만에 웃어보는 느낌이었다.


민경은 종치기 전에 화장실을 간다며 나갔다.


연달아 같은 반 친구인 이수영과 정호연이 와서 괜찮냐며 안부를 물었다.


인희는 안부를 묻고 걱정해주는 친구들의 진심이 많이 고마웠다.


잠시 조잘대던 친구들이 나가고, 인희는 교과서로 눈을 돌렸다.


인한에게 온전히 내색은 못했지만 천당과 지옥이 따로 없었다.


어제는 지옥이었고, 오늘은 천당은 아니라도 천당 첫 계단에 발을 올린 기분이었다.


그 순간 자신을 덮는 그림자를 느꼈다. 하나, 둘, 셋.


짙은 향수 냄새와 화장품 냄새에 섞인 체취가 몹시 인희를 불쾌하게 만들었다.


인희가 고개를 들자 하얀 얼굴에 짙은 눈 화장과 빨간 입술을 한 임승하와 그 단짝들인 김정주, 고서형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승하와 인희는 같은 교실에 있지만 그냥 같은 반이라는 정도의 인식 외에는 서로 접점이 없었다.


승하와 정주, 서형은 곧잘 교내 폭력으로 담임교사에 불려가곤 했다.


그때마다 징계도 받았지만 행동은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별 것도 아닌 작은 일로도 시비를 걸거나 쉽게 손을 올리는 승하와 그 패거리를 꺼려했다.


학급은 이내 승하 패거리와 무관심군으로 나뉘었다.


그런 승하와 패거리가 몰려와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자신을 내려다보자 심기가 불편해졌다.


“야, 강인희, 나 좀 보자.”


“곧 수업이야. 있다가 얘기해.”


- 피식


“그-래, 수업 끝나고 보자.”


“······.”


국어교사가 들어오자 승하 패거리가 제 자리로 가서 앉았다.


수업시간 내내 승하 패거리는 인희를 슬쩍 슬쩍 째려보면서 불편한 감정을 부추겼다.


하지만 ‘뭐 째려본다고 내가 죽는 것도 아니고’하는 마음으로 애써 칠판으로 눈을 돌리는 인희였다.


승하 패거리는 5교시 이후 수업에 들어오지 않았다.


자주 있는 일이니 아이들은 그러려니 했으나, 인희는 일말의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수업 끝나고 보자던 애들이 사라진 것이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이윽고 모든 수업이 끝났다.


종례시간이 지나고, 인희는 민경, 수영과 함께 교문을 나섰다.


버스정류장 앞에서 민경과 수영은 학원으로 향했고, 인희는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몇 발자국 지나지 않아 사거리에서 좌측으로 모퉁이를 도는 순간이었다.


인희 앞을 승하 패거리가 가로막았다.


껌을 질겅거리며 승하가 입을 열었다.


“야, 얘기 좀 해.”


인희는 어깨에 맨 책가방 끈을 꽉 쥐고 말했다.


“할 말 있음 해.”


승하가 패거리들과 눈을 한 번씩 맞춘 뒤 입술 끝을 들어 올리며 피식거렸다.


“조용한 데로 가지.”


“여기서 해.”

승하와 눈빛을 교환한 고서형이 인희의 뒤에서 갑자기 머리를 움켜쥐고 뒤로 재끼자 인희가 ‘악’소리를 질렀다.


인희의 어깨에서 가방이 떨어졌다.


정주가 사람들의 시선을 막아섰다.


서형이 인희를 끌고 재빨리 건물사이의 골목으로 들어갔다.


승하가 뒤를 따랐고, 정주가 인희의 가방을 들고 뒤따랐다.


승하 패거리가 멈춘 것은 건물 뒤 빈터였다.


건물의 쓰레기 분리수거장으로 보이는 장소는 외부에서 잘 보이지 않는 위치였다.


인희가 당겨진 머리에 손을 얹어 서형을 손을 풀어보려 했다.


그때 승하가 인희를 노려보며 인희 코앞으로 다가와 말했다.


“야 이 기집애야, 왜 내 꺼에 꼬리를 쳐?”


“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 네 꺼에 꼬리를 쳤어?”


“어쭈, 이게 시치미까지 떼네. 너 안 되겠다. 일단 몇 대 맞자.”


승하가 갑자기 오른 손을 들어 인하의 따귀를 때렸다.


얼마나 세게 때렸는지 눈에서는 별이 번쩍 거렸다.


생전 흐르지도 않던 코피가 인희의 코에서 흘러나왔다.


그것이 시작이라는 듯 세 명의 주먹과 발이 인희의 몸을 짓이기기 시작했다.


인희의 몸이 바닥으로 무너졌다.


순식간에 당한 일에 인희는 손도 못 써보고 맞았다.


오로지 두 손으로 머리를 가리고 몸을 웅크리는 것이 전부였다.


분리수거장으로 사람이 들어오는지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제야 승하 패거리의 폭력이 멈췄다.


승하가 웅크리고 있는 인하에게 씹어뱉듯 말했다.


“쌍년이 감히 누구한테 침을 발라?”


밑도 끝도 없는 말을 끝으로 승하가 인하의 배를 힘껏 걷어차고는 패거리들과 깔깔 거리며 사라졌다.


인하는 몸이 굳어버린 듯 그대로 있었다.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아니 움직여지질 않았다.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이윽고 일어나 옷을 털고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했다.


머리카락을 얼마나 세게 잡아당겼는지 빠진 머리카락이 손에 가득 들어왔다.


그제야 인희는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인희가 눈물을 닦자 피도 함께 묻어나왔다.


코피였다.


어이없는 심정에 우두커니 서서 피 묻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내가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해?’


그때 분리수거장에 들어선 사람은 건물 청소부 아저씨와 아줌마였다.


웬 여자애들이 무리지어 분리수거장에서 나오자 의아한 마음에 쳐다보았지만 애들은 깔깔거리며 유유히 그들 옆을 빠져나갔다.


그들 뒤에 남겨진 인희가 몰골이 엉망인 채로 코피까지 흘리고 서있는 모습이 보이자 두 사람은 놀라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학생, 이게 웬 일이야? 괜찮아? 어휴, 코피난다. 좀 전에 나간 애들이 그런 거야?”


아저씨는 안쓰러운 얼굴로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휴지를 꺼내어 건네주었다.


인희가 부어오른 입술로 겨우 고마움을 표했다.


“···감사합니다.”


아줌마도 인희의 안색을 살피며 한 마디 거들었다.


“집에 연락 안 해도 돼? 병원 가야 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저기 뒷문으로 들어가면 화장실이 있어. 거기서 씻고 병원부터 가.”


인희는 아저씨와 아줌마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가방을 겨우 들어 올린 채 화장실로 향했다.


거울로 제 몰골을 보니 자신도 모르게 울음이 터졌다.


“흐윽, 흐윽, 흐으으으으으.”


인희는 화장실에서 피 묻은 얼굴을 닦아내고, 여기저기 밟힌 흔적도 최대한 정리했다.


자신도 모르는 일로 승하 패거리에게 당한 일이 너무 억울했다.


아까 그 아저씨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지금쯤 잘못 되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부러진 곳은 없는지 걸을 만 했지만 마음은 이미 여러 갈래로 조각이 났다.


‘이대로 내일 학교를 가도 되나? 집에 가서는 오빠한테 뭐라고 말하지?’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올라왔다.


***


실컷 낮잠을 자고 일어난 순덕이 앞다리와 뒷다리를 쭉 뻗었다.


‘아휴, 아휴, 개운타.’


앉아서 늘어지게 하품까지 하고난 순덕이 멀리서 들리는 발걸음소리를 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방순덕, 저승에서 돌아오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1 31화. 승하의 신고(1) +6 21.05.25 242 8 7쪽
30 30화. 너 이년 딱 걸렸어(2) +2 21.05.25 221 7 7쪽
29 29화. 너 이년 딱 걸렸어(1) +6 21.05.24 227 9 7쪽
» 28화. 네 꺼에 침바른 적 없어 +2 21.05.24 228 7 7쪽
27 27화. 개구멍을 뚫자 +4 21.05.23 237 9 7쪽
26 26화. 할머니가 이상해 +2 21.05.23 255 8 7쪽
25 25화. 흰둥이 몸속으로(2) +7 21.05.22 250 9 7쪽
24 24화. 흰둥이 몸속으로(1) +5 21.05.22 244 9 7쪽
23 23화. 다시 이승으로 +7 21.05.21 269 9 7쪽
22 22화. 염라대왕과 마주하다 (2) +2 21.05.21 251 7 7쪽
21 21화. 염라대왕과 마주하다 (1) +10 21.05.20 254 11 7쪽
20 20화. 저승으로 (3) +1 21.05.20 258 10 7쪽
19 19화. 저승으로 (2) +8 21.05.19 248 10 7쪽
18 18화. 저승으로 (1) +2 21.05.19 253 9 7쪽
17 17화. 순덕의 사고(2) +3 21.05.18 251 10 7쪽
16 16화. 순덕의 사고(1) +1 21.05.18 246 9 7쪽
15 15화. 악연의 시작 (3) +2 21.05.17 258 7 7쪽
14 14화. 악연의 시작 (2) +3 21.05.17 273 7 7쪽
13 13화. 악연의 시작 (1) +4 21.05.16 284 9 7쪽
12 12화. 볼 때마다 눈빛이 별루야. +2 21.05.16 285 7 7쪽
11 11화. 자칫하면 큰 일 나겠어. +1 21.05.15 303 9 7쪽
10 10화. 이건 뭐 개가 상전이여! (2) +2 21.05.15 318 11 7쪽
9 9화. 이건 뭐 개가 상전이여! (1) +2 21.05.14 319 13 7쪽
8 8화. 찍는 게 남는거 (2) +4 21.05.14 332 13 7쪽
7 7화. 찍는 게 남는거 (1) +3 21.05.13 342 13 7쪽
6 6화. 인희가 말을 안 한 이유 +2 21.05.13 349 14 7쪽
5 5화. 굴러온 복덩이 +1 21.05.12 374 14 7쪽
4 4화. 일자리를 찾아야 해. +2 21.05.12 410 13 7쪽
3 3화. 우리 애들헌테 또 한 번만 거지 어쩌구 해봐 +2 21.05.12 409 12 7쪽
2 2화. 방순덕이 인천으로 온 이유 +2 21.05.12 471 15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