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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안 님의 서재입니다.

방순덕, 저승에서 돌아오다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명안
작품등록일 :
2021.05.12 12:39
최근연재일 :
2021.08.06 06:00
연재수 :
120 회
조회수 :
27,310
추천수 :
994
글자수 :
378,592

작성
21.05.17 06:00
조회
272
추천
7
글자
7쪽

14화. 악연의 시작 (2)

DUMMY

“억!”


인한이 신음소리와 함께 등이 앞으로 굽어지자 인한의 등을 팔꿈치로 찍어내렸다.


인한이 바닥으로 고꾸라지자 병풍들이 돌아가며 인한을 밟아댔다.


인한의 교복이 온통 걷어차고 밟은 아이들의 발자국 모양으로 덮였다.


실컷 주먹질과 발길질을 한 패거리들은 인한에게 침을 뱉고 낄낄대며 교실을 나갔다.


병풍 중에 입이 싼 이경수가 낄낄 대며 현수한테 말했다.


“클클클, 부모도 없는 새끼가 까불고 있어. 저 새끼 부모, 우리 6학년 때 차에 치여 나란히 죽었잖아.”


앞서 가던 현수가 걸음을 멈추고 경수에게 물었다.


“뭐라고?”


현수의 얼굴이 굳어 있었다.


“자세히 말해 봐.”


경수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다른 병풍들을 얼굴을 둘러보았다.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경수는 다시 현수의 시선을 훔쳐보고는 눈을 내리깔았다.


“인한이, 저 새끼 6학년 때 부모 둘 다 뺑소니차에 치어 그 자리에서 죽었대. 그리고 그 뺑소니 범 못 잡았다고 애들이 그랬어.”


현수가 경수에게 다가서며 다시 말했다.


"아는 거 다 말해봐."


현수가 굳은 얼굴로 자신에게 다가서자 놀란 경수가 뒤로 주춤거리며 한발 물러선 채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 초등학교 6학년 때 4월 달인가···. 그때 그래서 애가 한참 학교 안 나왔어. 쟤네 할머니가 뺑소니 목격자 찾는다고 사고 난 거리에다 현수막 걸고 그랬어.”


***


뒤늦게 교실을 나간 반장이 담임교사에게 달려갔다.


“선생님, 교실에서 현수가 인한이 괴롭혀요.”


“이번엔 인한이야? 아휴, 그 자식···.”


놀란 담임교사가 서둘러 교실로 들어왔지만 교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침 화장실에서 나오는 인한이 보였다.


인한은 손수건으로 교복 곳곳에 묻은 발자국을 닦아내며 교실로 들어오다가 담임교사와 마주쳤다.


담임교사가 인한을 보건실로 보내 치료를 받게 한 뒤 현수를 찾았지만, 수업이 끝날 때까지 학교 어디에서도 현수를 볼 수 없었다.


담임교사는 수업을 마치고 인한을 다시 불렀다.


“괜찮아? 보건선생님 말씀으로는 크게 다치진 않았지만 여기저기 멍이 들었다고 하시던데.”


“네···. 저···, 샘.”


“그래, 말해봐.”


“할머니한테는 알리지 말아주세요.”


“왜? 할머니가 아셔야 하는 일이야. 앞으로 현수가 더 괴롭히려 들 수 있으니 지금 바로잡지 않으면 네가 많이 힘들어질 거거든.”


“이번만 알리지 말아주세요. 지금 할머니 많이 힘드셔요. 그런데 저까지 부담 드리면 어떡해요···.”


“인한아, 네 마음은 알겠는데 이대로 넘어갈 수는 없어.”


담임교사의 말에 인한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떨어져 내렸다.


그때였다.


수업이 끝날 때까지 보이지 않던 현수가 담임교사를 찾아왔다.


담임교사 앞에 앉아있는 인한을 본 현수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인한에게 다가왔다.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인한은 지금 이게 무슨 소린가 하는 얼굴로 눈만 껌벅거렸다.


담임교사 역시 절대 사과를 하지 않던 현수의 변화에 어리둥절했다.


인한은 자신 앞에 고개를 숙이고 서 있는 현수를 한참 바라보다가 담임교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담임교사가 현수를 인한 옆에 앉혔다.


“현수야, 솔직히 안 믿어진다. 왜··· 갑자기 사과한 거야?”


“······.”


“허참, 너 진심이야?”


담임교사가 기가 막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인한과 현수를 번갈아 보았다.


“예. 어떤 처벌도 달게 받겠습니다.”


현수의 대답에 어이가 없어진 담임교사 입에서 뜻밖의 질문이 나왔다.


“왜?”


“잘못했으니까요.”


“네가 그걸 알아?”


“압니다.”


“너 이렇게 사과할 거면서 왜 괴롭혔어?”


“···그냥, 제가 스트레스가 너무 쌓여 그랬습니다. 저는 공부가 죽어도 하기 싫은데 부모님은 자꾸 공부하라고 해서 짜증도 나고, 화도 나고, 스트레스는 쌓이고 그래서 그랬습니다. 풀고는 싶은데 풀 곳은 없고··· 죄송합니다. 그래서 알면서도 인한이를 괴롭혔습니다. 죄송합니다.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인한아, 정말 미안하다.”


묵묵히 듣고 있던 담임교사에게 인한이 말했다.


“샘, 현수, 이번만 봐주세요. 현수가 사과했으니 저도 용서할게요. 그리고 할머니께는 전화하지 말아주세요. 네?”


담임교사가 현수의 대답과 인한의 애원에 고민에 빠졌다.


담임교사는 현수가 이미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말썽이 심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담임교사가 현수가 자기반에 배정된 후 계속 말썽을 피우자, 현수에 대해 이리저리 알아보았다.


현수가 피운 말썽을 어느 정도 알고, 고민하던 담임교사는 두 손 모아 하늘을 향해 기도한 적도 있었다.


‘부디 큰 사고만 치지 말고 무사히 올해만 넘기게 해주세요. 아니, 그러면 양심 없는 기도가 되려나? 무사히 진급하고 고등학교로 진학만 하게 해주세요.’


기도가 무색하게 겨우 1학년이 된 현수는 여전히 학급에서 일어나는 말썽의 중심에 있었다.


담임교사가 보기엔 현수는 잘 나가는 기업체 사장이라는 아버지의 배경을 믿고 까부는 말썽꾸러기였다.


아무리 작은 사업체라지만 이곳 아이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경제력과 힘을 가진 집안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입학해서 지금까지 벌인 학교폭력 사건이 몇 건이나 되는데 한 건도 제대로 처리되지 않을 리가 없었다.


현수가 일으킨 사건들은 언제나 유야무야 끝이 났다.


특히 경찰이 개입할 여지가 있었던 사건은 다 그랬다.


지역사회에서도 힘 좀 쓴다는 양반이 뭐 때문에 공립학교에 아들을 보내서 이런 말썽을 자초하는지 담임교사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사실 현수 엄마 허난영은 현수를 국제학교에 보내려 했다.


그러나 현수는 공부가 죽도록 싫었다.


엄마인 난영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것도 덤으로 싫었다.


난영이 원하는 학교를 간다면 졸업할 때까지 기 한번 펴지 못하고 등신처럼 있다가 졸업할 것이 틀림없었다.


난영은 초등학교 때처럼 자신을 다른 집 아이들과 비교하면서 ‘너는 왜 그 모양이니?’를 반복할 것도 불 보듯 뻔했다.


차라리 자신이 왕으로 군림할만한 학교를 가야 말썽을 피워도 난영이 알아서 돈으로 해결해 줄 것이었다.


초등학교부터 그래왔던 것처럼 말이다.


때문에 현수는 굳이 이 학교를 가겠다고 고집을 피웠고, 지금의 중학교 입학이 그 결과였다.


그리고 생각대로 차근차근 말썽을 쌓아갔다.


현수는 그런 놈이었다.


담임교사는 한번도 아버지를 만나지 못했다.


엄마인 난영과 수차례 면담을 통해서, 또 초등학교 담임교사들과의 통화를 통해 현수가 굳이 국제학교를 가지 않고 일반 중학교를 진학한 이유를 짐작하고 있었다.


하루 이틀 말썽 핀 놈이 아닌데 사과를 한다?


묘하게 위화감이 드는데 하는 짓으로 보면 진짜 사과를 하는 모습이다.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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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화. 너 이년 딱 걸렸어(2) +2 21.05.25 221 7 7쪽
29 29화. 너 이년 딱 걸렸어(1) +6 21.05.24 227 9 7쪽
28 28화. 네 꺼에 침바른 적 없어 +2 21.05.24 227 7 7쪽
27 27화. 개구멍을 뚫자 +4 21.05.23 237 9 7쪽
26 26화. 할머니가 이상해 +2 21.05.23 255 8 7쪽
25 25화. 흰둥이 몸속으로(2) +7 21.05.22 250 9 7쪽
24 24화. 흰둥이 몸속으로(1) +5 21.05.22 244 9 7쪽
23 23화. 다시 이승으로 +7 21.05.21 269 9 7쪽
22 22화. 염라대왕과 마주하다 (2) +2 21.05.21 251 7 7쪽
21 21화. 염라대왕과 마주하다 (1) +10 21.05.20 254 11 7쪽
20 20화. 저승으로 (3) +1 21.05.20 258 10 7쪽
19 19화. 저승으로 (2) +8 21.05.19 248 10 7쪽
18 18화. 저승으로 (1) +2 21.05.19 253 9 7쪽
17 17화. 순덕의 사고(2) +3 21.05.18 251 10 7쪽
16 16화. 순덕의 사고(1) +1 21.05.18 246 9 7쪽
15 15화. 악연의 시작 (3) +2 21.05.17 258 7 7쪽
» 14화. 악연의 시작 (2) +3 21.05.17 273 7 7쪽
13 13화. 악연의 시작 (1) +4 21.05.16 284 9 7쪽
12 12화. 볼 때마다 눈빛이 별루야. +2 21.05.16 285 7 7쪽
11 11화. 자칫하면 큰 일 나겠어. +1 21.05.15 303 9 7쪽
10 10화. 이건 뭐 개가 상전이여! (2) +2 21.05.15 318 11 7쪽
9 9화. 이건 뭐 개가 상전이여! (1) +2 21.05.14 319 13 7쪽
8 8화. 찍는 게 남는거 (2) +4 21.05.14 332 1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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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화. 우리 애들헌테 또 한 번만 거지 어쩌구 해봐 +2 21.05.12 409 12 7쪽
2 2화. 방순덕이 인천으로 온 이유 +2 21.05.12 471 15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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