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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안 님의 서재입니다.

방순덕, 저승에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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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명안
작품등록일 :
2021.05.12 12:39
최근연재일 :
2021.08.06 06:00
연재수 :
120 회
조회수 :
27,318
추천수 :
994
글자수 :
378,592

작성
21.05.18 06:00
조회
251
추천
10
글자
7쪽

17화. 순덕의 사고(2)

DUMMY

인한은 순간 마음과 몸이 마취된 것처럼 얼얼한 느낌을 받았다.


순간적으로 숨도 쉬어지지 않았다.


세상이 그대로 멈춘 느낌이라는 표현도 모자랐다.


인한이 가방도 그대로 둔 채 후다닥 집밖으로 뛰쳐나가자 인희가 놀라 인한의 가방을 들고 뒤따라갔다.


“오빠, 왜? 왜?”


“할머니가 다치셨대!”


그 소리에 놀란 인희가 순간 인한의 가방을 떨어뜨렸다.


뒤늦게 인희도 데려가야겠다는 생각에 몸을 돌렸던 인한이 인희의 얼어붙은 모습을 보고 정신을 차렸다.


‘그래, 내가 가장이야. 내가 정신을 차려야 해.’


인한이 마음을 다잡으며 심호흡을 서너 번 했다.


그러나 막상 걸음을 떼려니 다리가 후들거렸다.


- 정신 차리자, 강인한. 정신 차리자!


정신을 추스리고 인희에게 다가간 인한이 옆에 떨어진 가방을 주워들고 인희의 손을 잡았다.


“인희야, 가자.”


“······.”


대답도 못한 채 인한에게 손이 잡힌 인희도 속도를 내며 달리기 시작했다.


***


정의병원은 비교적 큰 종합병원이었다.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에는 순덕 주위로 의료진들이 바쁘게 돌아다녔다.


순덕의 머리에는 붕대가 수박 만하게 감겨 있었고, 오른 팔에는 온갖 수액이 주렁주렁 달려있었다.


왼쪽 팔에는 혈압계가, 가슴에는 심전도기가 붙어 있었다.


응급실 문 앞에 서있는 양 주방장의 얼굴은 아직도 창백했다.


응급실에 들어선 인한과 인희의 얼굴 역시 창백하기는 매 한가지였다.


인한과 인희는 양 주방장의 옆을 지나가면서도 그의 얼굴을 인식하지 못했다.


급하게 응급실 문 안으로 들어가려던 인한의 팔을 양 주방장이 잡았다.


“··· 아저씨? 할머니는요? 예? 할머니는요?”


그때였다. 응급실에서 의사가 급히 뛰어나오며 보호자를 찾았다.


“방순덕 씨 보호자 분, 방순덕 씨 보호자 분 안 오셨어요??


“여기요, 여기 있어요!”


인한을 본 의사가 빠르게 말했다.


“오른쪽 측두부와 후두부 사이에 뼈 안쪽으로 피가 고이고 있어요. 응급 수술 동의서에 서명해주셔야 수술이 가능합니다.···.”


인한은 무슨 말인지 다 알아듣지 못했다.


머리에 출혈이라는 말과 빨리 수술해야 살 수 있다는 말에 무조건 짚어주는 곳마다 서명을 했다.


손이 떨려서 글씨가 엉망이었지만 서명은 서명이었다.


순덕이 응급수술을 들어간 후에 양 주방장과 인한, 인희가 수술실 앞 의자에 쓰러지듯 앉았다.


인한은 수시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자기 머리를 쥐어뜯었고, 오히려 인희는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있었다.


양 주방장이 입을 열었다.


“오늘도 아침 일찍 나오셔서 나하고 식자재를 날랐거든. 내가 마지막에 배추포대를 주방에 갖다 놓으려는데 여사님이 문 왼쪽 전등이 깜박거린다는 거야. 그래서 제가 할 테니 그냥 두시라고. 근데 배추를 옮겨놓는 사이에 새 전등을 꺼내서 직접 갈겠다고 의자까지 끌어다 놓고 올라서신 거야. 쾅! 소리가 나니 얼마나 놀래. 후다닥 뛰어 나갔더니 글쎄, 의자 다리 한쪽이 부러져 저만치 떨어져 있고, 할머니가 쓰러져 계시더라구.”


양 주방장이 숨을 가다듬고 말을 이었다.


“어딜 어떻게 다쳤는지 함부로 만질 수도 없고. 급하게 119를 불러서 왔거든. 근데 피가 난 건 이 머리 왼쪽인데, 사진 찍어보더니 지금 머리 오른쪽 옆하고 윗부분에 안으로 출혈이 있다고 한 거야.”


단번에 상황을 설명한 양 주방장이 다시 숨을 들이켰다가 길게 내뱉었다.


“할머니 의식은 있으셨어요?”


“아니, 없었어. 내가 바로 튀어나갔는데 이미 의식이 없으셨어.”


양 주방장도, 인한도 기력이 다 빠져서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이 없었다.


아니 몸의 기력이 아닌 마음의 기력이 빠졌다고 보는 게 맞았다.


양 주방장은 몇 차례 일어나 식당과 집에 연락하고, 연락을 받았다.


이후로 시계만 볼 뿐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수술실 앞에는 슬금슬금 보호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들어섰다.


수술 들어가는 이동용 침대들도 시간 간격을 두고 들어왔다.


많은 사람들이 세 사람 앞을 지나다녔다.


그리고 사람들이 들어서는 만큼 시간도 흘렀다.


수술 들어간 지 세 시간을 넘겼을 때 꼼짝도 하지 않던 인희가 갑자기 가방을 챙겨들고 일어났다.


“오빠, 주방장님, 가서 밥 먹고 와요.”


“뭐?”


“밥 먹고 오자고.”


“···난 괜찮으니까 너랑 주방장님, 먹고 와.”


“오빠, 주방장님, 빨리 일어나요. 아직 수술 끝나려면 멀었어요. 우리가 이러고 있는 거 할머니가 알면 속상해 하세요. 우리 몸도 기계나 다름없잖아요. 차도 기름이 들어가야 움직이잖아요. 인간도 똑 같아요. 가서 먹고 와요, 우리.”


“그래, 인한아, 먹고 오자. 인희 말이 맞아. 일어나.”


“전 됐어요!”


“오빠!”


“아이구, 깜짝이야!”


짜증내듯 대답하는 인한에게 소리를 친 인희.


괜히 그 옆에 서있던 양 주방장이 놀라 소리를 쳤다.


주변에 서있던 보호자들이 이들을 흘끔흘끔 쳐다보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인희는 인한을 노려보며 말했다.


“할머니 슬프게 할 거야? 할머니가 지금 죽어? 살려고 수술 들어갔잖아! 잘 하는 짓이다. 오빠가 돼서 동생을 챙겨주지는 못할망정 못난 모습 보일래? 나 할머니 일어나시면 다 이를 거야!”


평소에는 인한보다 순해 보이는 인희였지만, 지금은 순덕보다 드세어 보였다.


‘할머니를 슬프게 하는 것’은 인한이 절대 하기 싫은 것이었다.


바락바락 제게 소리 지르는 인희가 고와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인희 말에는 내심 동의했다.


지금은 침착하게 이성적으로 행동해야 할 시간이었다. 인한이 일어섰다.


“그래, 대신 빨리 갔다 오자.”


‘할머니가 수술 마치고 나오시면 돌봐야 하니까 먹는 거야. 인희 말대로 차에 기름 넣는 거라고 생각하자.’고 생각하며 서두르는 인한이었다.



셋이서 병원 지하 식당에서 비빔밥을 사서 먹었다.


나온 음식이 뜨겁자, 인희는 냅다 냉수를 밥에 부어 식히고는 기계적으로 입에 넣고 씹었다.


인한도 따라했다. 그나마 제 정신으로 음식을 씹은 사람은 양 주방장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올라오면서 인한이 정신을 추스르기 시작했다.


“주방장님은 식당으로 가셔요. 가셔서 오늘 하루 식당문을 닫든 아니든 알아서 식당일 좀 잘 봐주세요. 할머니 일어나실 때까지는 주방장님이 할머니 대리시잖아요. 여기 계시지 말고 식당 걱정 없게 좀 봐주세요.”


“그래도 괜찮겠어?”


“저희 다 컸어요. 저도 곧 졸업이고, 인희도 제 앞가림은 해요. 어서 들어가세요.”


“그래, 그럼.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고.”


“네,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뭘···. 할머니가 빨리 깨어나셔야지. 그럼 간다.”


“인희야, 너도 학교에 연락해. 앞으로 며칠간 등교 못 한다고.”


“알았어, 오빠. 이제야 내 오빠 같네.”


인희가 담담한 표정으로 전화를 들었다. 인한 역시 번호를 눌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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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화. 너 이년 딱 걸렸어(2) +2 21.05.25 221 7 7쪽
29 29화. 너 이년 딱 걸렸어(1) +6 21.05.24 227 9 7쪽
28 28화. 네 꺼에 침바른 적 없어 +2 21.05.24 228 7 7쪽
27 27화. 개구멍을 뚫자 +4 21.05.23 237 9 7쪽
26 26화. 할머니가 이상해 +2 21.05.23 255 8 7쪽
25 25화. 흰둥이 몸속으로(2) +7 21.05.22 250 9 7쪽
24 24화. 흰둥이 몸속으로(1) +5 21.05.22 244 9 7쪽
23 23화. 다시 이승으로 +7 21.05.21 270 9 7쪽
22 22화. 염라대왕과 마주하다 (2) +2 21.05.21 251 7 7쪽
21 21화. 염라대왕과 마주하다 (1) +10 21.05.20 254 11 7쪽
20 20화. 저승으로 (3) +1 21.05.20 259 10 7쪽
19 19화. 저승으로 (2) +8 21.05.19 248 10 7쪽
18 18화. 저승으로 (1) +2 21.05.19 254 9 7쪽
» 17화. 순덕의 사고(2) +3 21.05.18 252 10 7쪽
16 16화. 순덕의 사고(1) +1 21.05.18 246 9 7쪽
15 15화. 악연의 시작 (3) +2 21.05.17 258 7 7쪽
14 14화. 악연의 시작 (2) +3 21.05.17 273 7 7쪽
13 13화. 악연의 시작 (1) +4 21.05.16 284 9 7쪽
12 12화. 볼 때마다 눈빛이 별루야. +2 21.05.16 285 7 7쪽
11 11화. 자칫하면 큰 일 나겠어. +1 21.05.15 303 9 7쪽
10 10화. 이건 뭐 개가 상전이여! (2) +2 21.05.15 318 11 7쪽
9 9화. 이건 뭐 개가 상전이여! (1) +2 21.05.14 319 13 7쪽
8 8화. 찍는 게 남는거 (2) +4 21.05.14 332 13 7쪽
7 7화. 찍는 게 남는거 (1) +3 21.05.13 342 13 7쪽
6 6화. 인희가 말을 안 한 이유 +2 21.05.13 349 14 7쪽
5 5화. 굴러온 복덩이 +1 21.05.12 374 14 7쪽
4 4화. 일자리를 찾아야 해. +2 21.05.12 410 13 7쪽
3 3화. 우리 애들헌테 또 한 번만 거지 어쩌구 해봐 +2 21.05.12 409 12 7쪽
2 2화. 방순덕이 인천으로 온 이유 +2 21.05.12 472 15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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