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명안 님의 서재입니다.

방순덕, 저승에서 돌아오다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명안
작품등록일 :
2021.05.12 12:39
최근연재일 :
2021.08.06 06:00
연재수 :
120 회
조회수 :
27,309
추천수 :
994
글자수 :
378,592

작성
21.05.12 13:04
조회
409
추천
13
글자
7쪽

4화. 일자리를 찾아야 해.

DUMMY

‘자, 이제 내 새끼들 오늘 배부르게 먹여보자.’


순덕은 장봐온 물건들을 정리하며 방에 놓인 라디오를 켰다.


마침 흘러나오는 노래가 그녀가 좋아하는 ‘땡벌’이었다.


순덕은 ‘땡벌’을 따라하며 간간이 엉덩이도 흔들면서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


인희는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이다.


인한이 6학년이기에 인희보다 늦게 끝나지만, 인희는 인한의 교실 앞에서 끈질기게 기다렸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몇 달을 말을 하지 않고 있는 인희였다.


본래 명랑하고 긍정적인 성격이었던 인희였다.


얼마나 말이 많았던지 엄마는 인희를 조조라고 불렀다.


그런 아이가 부모님 사망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말을 잃었다.


그저 조용히 눈물만 흘릴 뿐 엉엉대고 울지도 않았다.


인희는 장례식장에서도 소리 내어 울지 않았다.


그리고 아주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그 말조차 하지 않았다.


어린 인한의 눈에도 인희의 모습은 많이 위태로워 보였다.


어린 인희를 제 동생이라고 끔찍하게 챙기는 인한이기에 인희가 말도 하지 않고 슬퍼도 표현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 더욱 신경 쓰였다.


결국 순덕은 갑작스레 말을 않는 인희가 어디 이상이라도 있는가 싶어 병원에 데리고 갔다가 선택적 함묵증으로 보인다는 의사의 말을 들었다.


순덕은 의사의 말을 다 이해하지는 못했다.


제대로 알아들은 것은 참고 기다려주는 게 좋겠다는 말과 증상이 곧 좋아질 수도 있고, 더 오래 갈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그 정도 판단은 나도 내리겄다’며 궁시렁거리던 순덕이 제 손에 잡힌 채 조용히 따라오는 인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까짓 거, 지가 허고 싶을 때 허겄지’


애를 다그칠 일은 아니라고 마음을 추스린 순덕은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기다려보기로 했다.


인희는 부모의 사고 이후 학급에서도 말을 하지 않았다.


담임교사는 순덕을 통해 인희의 가정사를 다 알고 있었기에 인희가 학교에서 말을 하지 않는 것으로 다른 아이들과 갈등이 생기지 않게 신경을 많이 썼다.


순덕에게는 참 고마운 담임이었다.


그 덕에 왕따나 사소한 갈등 없이 학교생활은 무사히 넘어가고 있었다.



종례가 끝나고 밖으로 나온 인한이 빙그레 웃으며 인희 손을 잡았다.


“인희야, 기다리는 거 힘들었지?”


인희는 고개만 절래절래 흔들었다.


“가방 줘. 가자.”


인한이 인희의 가방까지 둘러매고 나란히 집으로 향했다.


***


남매는 집안에서 풍겨나오는 고소한 냄새에 눈이 휘둥그레져서 문을 열었다.


두 사람이 지나가기도 힘든 부엌에서 할머니의 움직임이 분주했다.


좁은 방 한 가운데에 양은상이 펴져있었다.


상 가운데는 비운 채, 상추와 쏘시지 전, 깎아놓은 사과, 얇게 썰린 마늘, 고추장, 쌈장, 김치, 밥과 어묵국, 숭늉이 숟가락, 젓가락과 함께 놓여 있었다.


“우와, 할머니, 이게 다 뭐예요?”


“뭐긴, 밥이지. 자, 어여 손 씻어. 밥 먹자아!”


순덕이 프라이팬 가득히 맵지 않은 고춧가루 등으로 갖은 양념을 더해 볶은 돼지고기를 들고 들어왔다.


손을 씻고 들어서는 아이들이 계속 침을 삼키며 앉았다.


“올해는 인한이, 인희 생일도 놓쳤구먼. 내년에 근사하게 먹자. 자, 어여 먹어.”


“헤헤헤 할머니 최고!”


인한도 웃으며 할머니에게 말하자 인희도 엄지를 척 들었다.


“할머니, 잘 먹겠습니다.”


고기와 밥을 쌈에 얹고, 쌈장과 김치까지 얹은 인한이 한 입 가득 쌈을 넣고 씹으며 눈이 동그래졌다.


인한이 순덕을 향해 두 엄지를 척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할머니, 진짜, 진짜 맛있어요!”


“밥 튄다, 밥 먹으면서 말하는 거 아녀. 어여 먹어.”


“예.”


입이 귀에 걸린 순덕도, 두 남매도 행복한 저녁이었다.


오랜만에 고기를 실컷 먹은 인한이 배를 두드리며 상에서 물러나 벽에 기대어 앉았다.


한 차례 트림을 하고 말문을 열었다.


“할머니, 수도에서 따뜻한 물이 나와요.”


“고쳤어.”


“헤헤헤, 아침마다 추웠는데 잘 됐다.”


주인집 여자는 순덕이 다녀가고, 20분도 지나지 않아 기사를 불러 수도를 고쳤다.


표정이 가관이었지만 감히 순덕 옆으로 오지는 못했다.


2010년도 벌써 10월말을 넘기고 있었다.


속 깊은 인한은 수도에서 찬물만 나오는데도 순덕에게 말하지 않았다.


말 안 한다고 모를 수 없는 일이었다.


내 새끼들에게 너무 무심했다는 생각에 미안했던 순덕이 인한과 인희에게 말했다.


“할머니가 미안혀.”


“아녜요, 할머니. 제가 빨리 컸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할머니를 편하게 모실 텐데. 어려서 죄송해요.”


애늙은이 같은 소리를 하는 인한을 거친 손으로 쓰다듬고 토닥여주며 순덕이 속으로 아들에게 말했다.


‘들었지? 니 새끼들부터 챙기고 반드시 그 나쁜 놈 잡아 벌 받게 해주마. 기다려.’


옆에서 보던 인희도 할머니를 안았다.


마치 ‘할머니, 나도 있어. 오빠만 좋아하면 안 돼.’라고 하는 것 같았다.


순덕이 인희를 안는 것과 동시에 인한이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어이구, 서운했어? 어이구 내 새끼.”


배부르고 등 따시고 손 따뜻한 밤이 그렇게 지나갔다.


***


순덕의 손맛은 시어머니의 손맛을 제대로 배웠다.


본래 시어머니 손맛도 동네에서 유명했는데 순덕이 그 손맛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동네에서 음식이라면 순덕의 시어머니를 최고로 꼽았지만, 시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순덕이 최고로 꼽혔다.


본래 다방면으로 눈썰미와 손재주가 있던 순덕이었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음식으로 인정을 받게 되면서 올라가는 자신감만큼 허리가 쭉 펴졌다.


경로당에서 잔치가 있으면 당연하게 순덕이 앞장 서 많은 양의 음식을 만들었다.


순덕이 차린 음식이라면 맛없다는 불평은 나오지 않았다.


한꺼번에 다량의 음식을 뚝딱 해내는 능력은 제사 때나 명절 때마다 20여 명이나 되는 시댁 어른과 식구들이 먹을 음식을 만들면서 쌓인 능력이었다.


특히 그녀가 만드는 뼈해장국이나 갈비찜은 얼마를 만들어놓든 남는 일이 없었다.



순덕이 아이들과 오랜만에 음식 같은 음식을 차려 먹은 다음날이었다.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붉은색 꽃무늬 몸뻬 바지와 진홍색 웃옷을 차려입었다.


그녀 나름의 전투준비였다.


손주들과 먹고 살려면 일자리를 찾아야 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내리 3일 동안 동네와 시장 근처에 있는 음식점들을 돌아다니며 위치와 손님 수 등을 꼼꼼히 살폈다.


때로는 들어가 음식을 시켜서 맛도 봤다.


3일째 되는 날이었다.


순덕은 식당마다 점심 장사가 끝날 무렵, 시장 바깥쪽에 제법 큰 공간을 차지한 식당 앞에 섰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17 글친놈
    작성일
    21.05.26 12:27
    No. 1

    그.. 주제 넘은 이야기 같기도 한데, 않았다가 연속 4번 나오는 부분이 어색하게? 느껴진 기분이 들었습니다!
    강조의 느낌은 강하게 들었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7 글친놈
    작성일
    21.05.26 12:28
    No. 2

    어이쿠 댓글에 비문을... 허허허.. ㅎㅎㅎ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방순덕, 저승에서 돌아오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1 31화. 승하의 신고(1) +6 21.05.25 242 8 7쪽
30 30화. 너 이년 딱 걸렸어(2) +2 21.05.25 221 7 7쪽
29 29화. 너 이년 딱 걸렸어(1) +6 21.05.24 227 9 7쪽
28 28화. 네 꺼에 침바른 적 없어 +2 21.05.24 227 7 7쪽
27 27화. 개구멍을 뚫자 +4 21.05.23 237 9 7쪽
26 26화. 할머니가 이상해 +2 21.05.23 255 8 7쪽
25 25화. 흰둥이 몸속으로(2) +7 21.05.22 250 9 7쪽
24 24화. 흰둥이 몸속으로(1) +5 21.05.22 244 9 7쪽
23 23화. 다시 이승으로 +7 21.05.21 269 9 7쪽
22 22화. 염라대왕과 마주하다 (2) +2 21.05.21 251 7 7쪽
21 21화. 염라대왕과 마주하다 (1) +10 21.05.20 254 11 7쪽
20 20화. 저승으로 (3) +1 21.05.20 258 10 7쪽
19 19화. 저승으로 (2) +8 21.05.19 248 10 7쪽
18 18화. 저승으로 (1) +2 21.05.19 253 9 7쪽
17 17화. 순덕의 사고(2) +3 21.05.18 251 10 7쪽
16 16화. 순덕의 사고(1) +1 21.05.18 246 9 7쪽
15 15화. 악연의 시작 (3) +2 21.05.17 258 7 7쪽
14 14화. 악연의 시작 (2) +3 21.05.17 272 7 7쪽
13 13화. 악연의 시작 (1) +4 21.05.16 284 9 7쪽
12 12화. 볼 때마다 눈빛이 별루야. +2 21.05.16 285 7 7쪽
11 11화. 자칫하면 큰 일 나겠어. +1 21.05.15 303 9 7쪽
10 10화. 이건 뭐 개가 상전이여! (2) +2 21.05.15 318 11 7쪽
9 9화. 이건 뭐 개가 상전이여! (1) +2 21.05.14 319 13 7쪽
8 8화. 찍는 게 남는거 (2) +4 21.05.14 332 13 7쪽
7 7화. 찍는 게 남는거 (1) +3 21.05.13 342 13 7쪽
6 6화. 인희가 말을 안 한 이유 +2 21.05.13 349 14 7쪽
5 5화. 굴러온 복덩이 +1 21.05.12 374 14 7쪽
» 4화. 일자리를 찾아야 해. +2 21.05.12 410 13 7쪽
3 3화. 우리 애들헌테 또 한 번만 거지 어쩌구 해봐 +2 21.05.12 409 12 7쪽
2 2화. 방순덕이 인천으로 온 이유 +2 21.05.12 471 15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