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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안 님의 서재입니다.

방순덕, 저승에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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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명안
작품등록일 :
2021.05.12 12:39
최근연재일 :
2021.08.06 06:00
연재수 :
120 회
조회수 :
27,313
추천수 :
994
글자수 :
378,592

작성
21.05.21 06:00
조회
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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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7쪽

23화. 다시 이승으로

DUMMY

“만수무강하셔유. 그리고 감사혀유.”


인사를 마치자마자 양 차사가 문도 열어주기 전에 알아서 나간 순덕이었다.


밖으로 나가자 염라대왕이 키득거리며 웃더니 양 차사에게 말했다.


“양 차사, 저 귀신, 발바닥에 땀나게 고생해야 할 테니 수명을 좀 늘려줘, 나중에 저승 와서 또 바락바락 소리치고 따지고 들면 차사로 써먹기 머리 아파. 1년 뒤에 이승에서 제 몸 찾고도 징그럽게 살았다 할 정도로만 줘.”


“그럼 한 100세?”


“99세.”


“예···.”


- 인심을 쓰려면 그냥 팍, 백세 채워주지, 뭘 또 거기서 1년을 깎아, 치사하게. 여하튼 뒤끝은··· 쯧쯧쯧. 원 참.


“다 들린다, 양 차사”


“···예이.”


“그리고 저승에 오면 아예 이름표를 바락 차사로 바꿔 붙여.”


“···예이.”


“그리고 저 귀신 들어갈 몸뚱이 주인은 1년 후 사람으로 환생할 수 있게 준비도 해주고. 자기 주인 위해서 목숨을 거는 일이니 잘 안배해줘. 어차피 제 정신으로 사람몸뚱이에 들어갔던 놈은 그 기억 안고 본래의 제 몸으로 돌아가면 살지도 못하니까.”


“예이.”


“저 귀신 수명에서 1년 깎은 거, 돌려주지도 못할 남의 몸 편하게 쓰는 것 치고는 적게 깎는 거 아냐, 양 차사?”


“예이.”


“양 차사, 너는 할 줄 아는 말이 ‘예이’뿐이야?”


“아, 왜 또 그러십니까···. 제가 뭘 어쨌다고···.”


염라대왕의 눈치를 보며 양 차사가 말대답을 했다.


- 그거 갑질이라구요.


“다 들린다.”


“예이.”



밖으로 쫓기다시피 나온 순덕은 도대체 뭔 소리인지 모르겠다며 궁시렁거렸다.


순덕이 손에 들린 임시환생부를 보았다.


노란 빛깔의 종이에 쓰린 붉은 글씨를 읽을 수는 없었지만 이것만 있으면 다시 이승으로 가는 거다.


순덕 눈에 기쁨이 차올랐다.


염라대왕 집무실 밖에서 순덕을 기다리던 아버지가 순덕에게 다가왔다.


“아부지, 봐유, 저 이승으로 돌아가유.”


안에서 있었던 일을 다 들은 아버지가 순덕 할머니를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니 아들은 안 보고 싶어?”


순간 순덕 할머니는 바로 대답을 못했다.


“···볼 수 있남유?”


“지금 저승 안쪽으로 들어가면 제때 다시 나오기는 어려울 거구먼.”


“그럼 고르구 자시구도 없네유. 갔다 와서 볼 거구만유.”


“그려, 그려···. 조심해서 다녀와.”


“귀신이 뭘 또 조심해유?”


순덕 할머니는 멀거니 서서 안쓰러운 눈으로 자신을 배웅하는 아버지를 뒤로 하고는 차사의 안내를 받아 동문으로 갔다.


부두에 서있는 차사에게 양 차사로부터 받은 임신 환생부를 주고, 이승으로 향하는 환생배에 올랐다.


***


순덕의 뇌수술이 끝났다.


수술은 시작 단계에서 심장마비로 한 차례 난리를 쳤다.


다행히 10여 분이 지나서 겨우 심장의 기능이 돌아왔다.


10시간에 가까운 수술 끝에 겨우 회복실로 옮겨졌다.


긴 시간의 수술을 마치고 나온 의사가 수술실 앞에서 보호자인 인한과 인희에게 일단 수술은 잘되었다는 말을 했다.


그러나 순덕은 회복실에서 의식을 찾지 못한 채 다시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순덕의 왼팔에는 온갖 의료기기와 수액까지 줄줄이 달려 있었고, 오른팔에는 혈압계가 감겨있었다.


간호사가 수시로 혈압과 맥박, 호흡을 체크하러 왔다가 갔다.


인한과 인희가 간호사가 준 가운을 걸치고 순덕 앞에 섰다.


오늘 새벽까지도 팔팔했던 그녀였지만 지금은 의식조차 차리지 못했다.


이런 모습이 인한과 인희에게는 너무 낯설었다.


옆에서 수술복 그대로 침대 발치에 선 의사가 남매를 보고 상황을 설명했다.


“보호자 분, 처음에 수술동의서 서명하실 때 ‘외상성 뇌손상’으로 뇌 안쪽에 출혈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으셨죠?”


“워낙 놀라서···. 응급수술이 필요하다고 하셨던 부분만 기억납니다.”


“예, 많이 놀라셨을 거예요. 정말 위험했어요. 수술실에서 한 차례 arrest가, 그러니까 심장마비가 와서 심폐소생술도 했어요. 다행히 10분 좀 지나서 심장 기능이 돌아오긴 했구요. 오른쪽 측두부와 후두부 사이에 두개골 안쪽으로 피가 고여 있어서 제거 했습니다. 왼쪽도 15바늘 꿰맸고요. 연세가 있으셔서 회복이 더딜 수도 있고, 어쩌면 뇌가 붓는 뇌부종 등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서 며칠 여기서 지켜봐야 합니다.”


의사의 말을 듣던 인희가 떨리는 왼손을 오른손으로 슬며시 감싸 쥐고 물었다.


“우리 할머니, 언제쯤 깨어나실 수 있어요?”


“글쎄요···. 지금으로선 언제 깨어나신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요. 아직은 위중하신 상태라 이쪽으로 모신 거니까 좀 기다려 봅시다.”


“저 여기 있으면 안 되나요?”


“보호자 분이 옆에 계시는 게 할머니께 별로 도움이 안 돼요. 우리 간호사님들이 잘 보고 계시니 면회시간을 지켜주시는 게 환자에게는 더 좋습니다. 감염의 위험도 줄이고요. 만약 할머니 의식이 돌아오시면 바로 보호자 분께 연락이 갈 겁니다. 그때는 간호사님한테 말씀 하시고 면회하시면 됩니다.”


의사는 깔끔하게 설명을 마치고는 바쁜 걸음으로 중환자실을 나갔다.


규칙적으로 삑 삑 거리는 심전도기의 소리만 순덕이 아직 살아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인한이 얼음장처럼 차가운 할머니의 손을 살며시 잡고 귀에 대고 속삭였다.


“할머니, 제 목소리 들리시죠? 할머니, 저희들 두고 떠나시면 안 돼요. 저하고 인희가 할머니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시죠?”


인한의 두 눈에서 눈물이 후두둑 떨어져 순덕의 귀를 적셨다.


그 순간 순덕의 눈이 살짝 떨린 것을 인한은 보지 못했다.


***


순덕의 심장이 멈추며 생사를 오가던 시간, 순덕네 집.


인한과 인희도 아직 들어오지 않은 집에서 늘어지게 잠자던 흰둥이였다.


아침 일찍 뛰어나간 인희는 나가기 전에 꼭 사료를 주고 갔는데 오늘은 사료 그릇도 비어 있어 하루 종일 굶었다.


인희가 나가고 나면 흰둥이는 집안의 쥐구멍을 찾아 킁킁거리며 돌아다니다가 방으로 들어가 늘어지게 자는 게 요즘 일과였다.


그런 흰둥이 앞으로 양 차사가 살며시 나타났다.


흰둥이가 한쪽 눈을 빼꼼이 떴다가 양 차사를 보았다.


순간 몸을 세운 흰둥이가 경계심을 드러내며 양 차사를 향해 으르렁 거렸다.


“얼럴럴럴 흰둥아, 착하지? 염라대왕의 분부시다. 잠시···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네 몸을 순덕이한테 내주라는 말씀이 계셨다.”


흰둥이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뭘 내주라고?


“1년이다. 대신 편안히, 지금처럼 게으르게 앉아서 맛있는 거 많이 먹게 해 주신다 약속하셨다. 염라대왕의 약속이니라.”


순간 양 차사의 손에 육포가 보였다.


양 차사가 부드럽게 흰둥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약속이 끝나는 날, 너 또한 사람으로 환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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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화. 너 이년 딱 걸렸어(2) +2 21.05.25 221 7 7쪽
29 29화. 너 이년 딱 걸렸어(1) +6 21.05.24 227 9 7쪽
28 28화. 네 꺼에 침바른 적 없어 +2 21.05.24 228 7 7쪽
27 27화. 개구멍을 뚫자 +4 21.05.23 237 9 7쪽
26 26화. 할머니가 이상해 +2 21.05.23 255 8 7쪽
25 25화. 흰둥이 몸속으로(2) +7 21.05.22 250 9 7쪽
24 24화. 흰둥이 몸속으로(1) +5 21.05.22 244 9 7쪽
» 23화. 다시 이승으로 +7 21.05.21 270 9 7쪽
22 22화. 염라대왕과 마주하다 (2) +2 21.05.21 251 7 7쪽
21 21화. 염라대왕과 마주하다 (1) +10 21.05.20 254 11 7쪽
20 20화. 저승으로 (3) +1 21.05.20 258 10 7쪽
19 19화. 저승으로 (2) +8 21.05.19 248 10 7쪽
18 18화. 저승으로 (1) +2 21.05.19 253 9 7쪽
17 17화. 순덕의 사고(2) +3 21.05.18 251 10 7쪽
16 16화. 순덕의 사고(1) +1 21.05.18 246 9 7쪽
15 15화. 악연의 시작 (3) +2 21.05.17 258 7 7쪽
14 14화. 악연의 시작 (2) +3 21.05.17 273 7 7쪽
13 13화. 악연의 시작 (1) +4 21.05.16 284 9 7쪽
12 12화. 볼 때마다 눈빛이 별루야. +2 21.05.16 285 7 7쪽
11 11화. 자칫하면 큰 일 나겠어. +1 21.05.15 303 9 7쪽
10 10화. 이건 뭐 개가 상전이여! (2) +2 21.05.15 318 11 7쪽
9 9화. 이건 뭐 개가 상전이여! (1) +2 21.05.14 319 13 7쪽
8 8화. 찍는 게 남는거 (2) +4 21.05.14 332 13 7쪽
7 7화. 찍는 게 남는거 (1) +3 21.05.13 342 1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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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화. 굴러온 복덩이 +1 21.05.12 374 14 7쪽
4 4화. 일자리를 찾아야 해. +2 21.05.12 410 13 7쪽
3 3화. 우리 애들헌테 또 한 번만 거지 어쩌구 해봐 +2 21.05.12 409 12 7쪽
2 2화. 방순덕이 인천으로 온 이유 +2 21.05.12 471 15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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