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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안 님의 서재입니다.

방순덕, 저승에서 돌아오다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명안
작품등록일 :
2021.05.12 12:39
최근연재일 :
2021.08.06 06:00
연재수 :
120 회
조회수 :
27,316
추천수 :
994
글자수 :
378,592

작성
21.05.12 13:02
조회
471
추천
15
글자
7쪽

2화. 방순덕이 인천으로 온 이유

DUMMY

순덕은 쌓인 집안일에 눈치 보느라 제대로 볼 기회도 없었다.


그러나 TV 사온 지 10년이 지날 무렵 시부모를 비롯해 집안어른들이 차례로 돌아가셨다.


남은 시댁 식구들도 분가해 뿔뿔이 흩어지자 TV는 온전히 그녀 차지가 되었다.


TV는 순덕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었다.


TV가 곧 선생이자 학교였다. 친구였다.


배우고 싶은 내용이 나오면 앵무새처럼 따라하면서 익히려 애썼다.


워낙 궁금한 것이 많았던 순덕은 많은 것을 TV로 배웠다.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문화가 있는지도 TV덕분에 알게 되었다.


세계 속 다른 나라를 소개하는 프로를 보면 감탄을 연발하며 눈을 떼지 못했다.


“나는 우물 안 개구리였던 거여···. 시상에나, 시상에나, 저런 곳도 있어? 뭐 천국이 따로 없구먼.”


언제고 자신도 저런 곳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순덕의 머리에 자리 잡았다.


많은 프로그램들이 좋았지만, 특히 요리와 바둑은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이었다.


***


10여 년 전 남편마저 일찍 저 세상으로 갔다.


그녀보다 20살 넘게 나이가 많았던 남편이었다.


그 많던 시댁 식구도 나이가 지긋했던 분들이 모두 세상을 떴다.


그러자 젊은 시댁 식구들은 자기 몫의 땅덩이를 악착같이 챙겨 뿔뿔이 제 살 길을 찾아 떠났다.


핏줄이 아닌 순덕과는 거의 왕래조차 하지 않았다.


아무리 잘 했어도 혼자가 된 순덕은 그들에게 남이었던 거다.


그러나 순덕은 혼자가 아니었다.


왜?


아들과 TV가 있으니까!


더군다나 시댁식구가 모두 떠난 집안에서 TV는 온전히 순덕의 차지였다.


순덕의 곁에서 지금까지 모르던 것도 알려주고, 하고 싶은 것도 해보게 도와주고, 막장드라마를 보며 실컷 욕도 하게 거들어주고, 외로움도 달래준 것이 TV였다.


이때부터 TV를 보며 바둑에 몰두했다.


아버지를 따라 산에 다닐 때에는 약초를 팔면서 잠깐씩 쉬게 되는 마을이 있었다.


그곳에서 만나는 동네 어르신들이 허락해주면 신이 나 바둑을 두기도 했다.


하지만 TV프로그램 시간에 맞춰 바둑을 보고 배울 수 있게 된 것은 평생 처음으로 제 한 몸만 챙기면 되는 순덕이 누리는 행복이었다.


모처럼 갈고닦은 바둑 실력을 썩힐 생각이 없던 순덕이 동네 어르신들을 상대로 바둑을 두었다.


“옴마, 어쩐 대유, 어르신? 지송해유. 지가 또 이겼슈.”


동네에서 자신을 이길 상대가 없다는 자신이 서자 결국 읍내로 원정도 나갔다.


읍내에 위치한 기원이라는 곳에 가서 바둑도 두고 제법 칭찬도 받았다.


“흠, 잘 두는구먼. 어디서 배웠댜?”


그럴 때마다 어깨가 으쓱해지는 순덕이었다.


때로는 TV에서 본 지식으로 남의 송사에 감 놔라 배 놔라 식으로 조언도 했고, 일이 잘 풀리면 제 일이 잘 풀린 양 뿌듯해 했다.


기억력이 좋은 순덕은 참 많은 것을 기억했다.


그 많은 제삿날을 다 기억했다.


하지만 시댁 식구들도 다 곁을 떠나고 남편마저 떠나자 자신이 이걸 뭐 하러 꾸리고 앉았나 싶었다.


제사 지낼 때마다 돈이 들었지만 돈 들어올 구멍은 정해져 있었다.


순덕은 몇 날 며칠을 고민하다가 시댁 제사를 몽땅 절로 옮겼다.


어차피 제사를 아들과 며느리가 지낼 수 있는 세상은 아니었다.


‘이 집 제사는 나 죽으면 지내줄 사람도 없구먼.’


순덕의 생각대로 자신이 죽으면 지내줄 사람도 없는 터였다.


평생 제사 비용으로 왕창 목돈이 들어갔지만 순덕은 고민하지 않았다.


순덕이 그렇게 시댁과 연결된 마지막 짐을 벗어버렸다.



아들은 남보란 듯이 버젓이 대학도 갔다.


남편은 생전에 아들이 대학생이 된 모습을 보고 과거에라도 합격한 양 좋아했었다.


대학 등록금 대느라 가지고 있던 땅을 거의 다 팔았지만 아깝지 않았다.


‘까짓 거 내 자식 공부하는데 그게 뭐가 아까우랴’하는 마음이었기에 남의 손으로 넘어가는 땅을 보면서도 가슴 깊이 아쉽고 섭섭한 마음을 삭일 수 있었다.


대학을 졸업한 아들은 아주 유명하지는 않았어도 남들이 들으면 이름은 알만한 기업체에 들어갔다.


10년간의 회사생활을 끝낸 아들이 2009년부터 나와서 작게 자기 사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2010년 4월, 순덕은 아들내외의 사고소식을 들었다.


그녀는 비보를 듣자마자 후들거리는 가슴을 부여안고 서둘러 인천으로 왔다.


경찰에 이끌려 아들과 며느리의 시신을 확인한 순간 그 참혹한 모습에 순덕은 그 자리에서 기절하고 말았다.


아닌 밤중의 홍두깨 같은 뺑소니 사고였다.


***


당시 큰 손주 강인한이 초등학교 6학년, 강인희가 2학년이었다.


아들내외의 장례를 한날한시에 치러야 했던 순덕은 그녀가 돌봐야할 손주들만 아니었다면 넋을 놓았을 상황이었다.


그러나 순덕은 굳게 마음을 추스르고 아들내외 장례를 치렀다.


시신이 처참했던 터라 순덕은 할 수 없이 화장을 해 납골당에 안치했다.


장례는 치렀지만 아들도 며느리도 이대로 가슴에 묻고 끝내기엔 너무 억울했다.


가해자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결국 서산 집을 정리하고 내려와 두 손주와 살기 시작했다.



아들이 죽자마자, 겨우 시작한지 1년 여 밖에 안 된 사업체도 결국 부도가 났다.


아들에게 갚아야 할 빚을 진 자들이 증거를 숨겼고, 입을 다물었다.


빚쟁이들은 사무실과 집으로 몰려들었고, 돈이 될 만한 것에는 다 법원에서 딱지를 붙이고 갔다.


결국 살던 집마저 경매로 넘어갔고, 한 푼도 건지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큰 사업이 아닌, 작은 사업체라서 어찌어찌 정리가 되었다는 점이다.


경매로 넘어간 집에 순덕이 서산 살림을 정리하고 가져온 돈을 보태자 거의 청산이 될 정도의 빚이었다.


순덕을 안쓰럽게 여긴 누군가가 빚은 상속받지 않을 수 있다고 했지만 순덕은 아들이 죽어서 남들에게 손가락질 당하게 둘 수는 없었다.


순덕은 자신이 결심한 대로 제 주머니를 탈탈 털어 할 수 있는 만큼 다 갚았다.


빚잔치가 끝나자 순덕의 주머니에 남은 돈이 거의 없었다.


순덕은 오로지 인한과 인희만 데리고 아들네가 살던 지역에서 한참 떨어진, 동인천 주변 주택가에 월세를 얻었다.


***


경찰은 뺑소니라면서도 범인 꼬리는커녕 흔적조차 찾지 못했다.


그나마 딱 한 번 와서 몇 가지만 묻고 간 뒤로는 연락 한번 주지 않았다.


결국 그녀가 담당 경찰에게 찾아갔다.


“사건이 어떻게 되간디유?”


“···에, 저희도 열심히 수소문 하고 있는데··· 나온 게 없어요.”


대답을 하던 담당 경찰은 순덕의 눈을 피했다.


불편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아니, 어떻게 단서가 없을 수가 있슈? 쥐꼬리만큼도 찾은 게 없다구유?”


“죄송합니다. 저희도 노력 중입니다. 조금만 기다려 보시죠. 뭔가 나오면 연락드릴게요.”


그게 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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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화. 너 이년 딱 걸렸어(2) +2 21.05.25 221 7 7쪽
29 29화. 너 이년 딱 걸렸어(1) +6 21.05.24 227 9 7쪽
28 28화. 네 꺼에 침바른 적 없어 +2 21.05.24 228 7 7쪽
27 27화. 개구멍을 뚫자 +4 21.05.23 237 9 7쪽
26 26화. 할머니가 이상해 +2 21.05.23 255 8 7쪽
25 25화. 흰둥이 몸속으로(2) +7 21.05.22 250 9 7쪽
24 24화. 흰둥이 몸속으로(1) +5 21.05.22 244 9 7쪽
23 23화. 다시 이승으로 +7 21.05.21 270 9 7쪽
22 22화. 염라대왕과 마주하다 (2) +2 21.05.21 251 7 7쪽
21 21화. 염라대왕과 마주하다 (1) +10 21.05.20 254 11 7쪽
20 20화. 저승으로 (3) +1 21.05.20 259 10 7쪽
19 19화. 저승으로 (2) +8 21.05.19 248 10 7쪽
18 18화. 저승으로 (1) +2 21.05.19 254 9 7쪽
17 17화. 순덕의 사고(2) +3 21.05.18 251 10 7쪽
16 16화. 순덕의 사고(1) +1 21.05.18 246 9 7쪽
15 15화. 악연의 시작 (3) +2 21.05.17 258 7 7쪽
14 14화. 악연의 시작 (2) +3 21.05.17 273 7 7쪽
13 13화. 악연의 시작 (1) +4 21.05.16 284 9 7쪽
12 12화. 볼 때마다 눈빛이 별루야. +2 21.05.16 285 7 7쪽
11 11화. 자칫하면 큰 일 나겠어. +1 21.05.15 303 9 7쪽
10 10화. 이건 뭐 개가 상전이여! (2) +2 21.05.15 318 11 7쪽
9 9화. 이건 뭐 개가 상전이여! (1) +2 21.05.14 319 13 7쪽
8 8화. 찍는 게 남는거 (2) +4 21.05.14 332 13 7쪽
7 7화. 찍는 게 남는거 (1) +3 21.05.13 342 13 7쪽
6 6화. 인희가 말을 안 한 이유 +2 21.05.13 349 14 7쪽
5 5화. 굴러온 복덩이 +1 21.05.12 374 14 7쪽
4 4화. 일자리를 찾아야 해. +2 21.05.12 410 13 7쪽
3 3화. 우리 애들헌테 또 한 번만 거지 어쩌구 해봐 +2 21.05.12 409 12 7쪽
» 2화. 방순덕이 인천으로 온 이유 +2 21.05.12 472 15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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