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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안 님의 서재입니다.

방순덕, 저승에서 돌아오다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명안
작품등록일 :
2021.05.12 12:39
최근연재일 :
2021.08.06 06:00
연재수 :
120 회
조회수 :
27,307
추천수 :
994
글자수 :
378,592

작성
21.05.16 06:00
조회
283
추천
9
글자
7쪽

13화. 악연의 시작 (1)

DUMMY

주방으로 들어온 순덕은 인희가 제 밥을 차려서 식당으로 가지고 나가는 것이 보였다.


인희는 순덕의 밥까지 챙겨 나왔다.


“할머니, 저랑 같이 식사하세요.”


“할미 먹었어. 너나 먹어.”


“힝···. 혼자 먹기 싫은데···.”


어리광을 부리는 인희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새끼였다.


순덕은 ‘이게 또 점심이냐, 아니면 저녁인 거냐. 점심 먹은 것도 얼마 안 되었구먼.’하고 생각하며 손녀 앞에 앉았다.


잠시 고민하던 순덕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손녀를 보자 ‘까짓 거 또 먹지 뭐.’하며 숟가락을 들었다.


그제야 인희도 숟가락을 들었다.


실컷 먹은 인희가 또 고기를 챙겨갔다.


이제는 그러려니 하는 순덕이었다.


***


인한과 현수가 인한네 집에 도착했다.


“들어와.”


인한을 따라간 현수는 대문을 들어서면서 마당을 쓱 훑어보았다.


그때 거실에 있던 흰둥이가 나왔다.


“으르르르릉”


인한이 얼른 흰둥이를 잡고 주의를 주었다.


“흰둥아, 괜찮아. 형 아는 사람이야.”


흰둥이는 마치 인한의 말을 알아들은 것처럼 경계의 눈빛을 보이면서도 더 이상 으르렁거리지 않았다.


현수는 콘크리트로 깔린 좁은 마당 한 구석에 놓인 화단과 반대편에 놓인 장독대를 둘러보며 천천히 흰둥이 앞으로 왔다.


“네가 기르는 개야? 말 잘 듣네.”


그리고는 흰둥이에게 손을 내밀자 흰둥이가 조심스레 냄새를 맡고는 고개를 들어 현수를 쳐다보았다.


현수는 피식 웃으며 거실로 들어섰다.


“너 이런 곳에 살아?”


“응?”


“난 이런 집은 처음 봐서.”


“···그래?”


“방이 몇 개야?”


“세 개”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의미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을 둘러보던 현수의 눈에 ‘인희방’이라고 쓰인 팻말이 보였다.


팻말 앞에 선 현수가 피식 웃으며 혼잣말 하듯 중얼거렸다.


“인희방인가 보네.”


그러더니 인한에게 묻지도 않고 인희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미처 인한이 말리기도 전이었다.


침대에 놓인 인형들과 애견용품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뒤따라온 인한이 현수를 방 밖으로 잡아끌었다.


“인희는 자기 방에 누가 들어오는 거 싫어해. 나가자.”


“이왕 들어왔는데 잠깐 좀 보자.”


현수는 자신의 팔을 잡아끄는 인한의 손을 슬그머니 밀어내고는 침대에 놓인 삐삐를 잡아들었다.


“이거 낡았네. 엄청 아낀 모양이지? 애착인형, 뭐 그런 거야?”


현수는 인한의 대답이 듣고 싶어 말한 것은 아닌지 들었던 삐삐를 침대에 툭 던져놓고는 책상 위에 놓인 가족사진을 집어 들었다.


사진 안에는 인한과 인희, 순덕의 모습이 보였다.


“인한아, 여기 네 부모님은 안 계신다? 부모님 사진은 없어?”


“······.”


대답이 없는 인한을 돌아본 현수가 사진을 책상에 내려놓고는 말했다.


“··· 내가 괜한 이야기를 꺼냈나 봐.”


그때였다.


흰둥이가 엄청난 속도로 꼬리를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인희가 어느새 거실을 거쳐 제 방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방에 들어온 인희가 제 방에 서있는 현수와 인한을 보고 눈이 왕방울만큼 커졌다.


인한이 급하게 현수의 손을 잡아끌고 제 방으로 향했다.


“어서 나와.”


“그래.”


현수가 들어온 인희를 보고 씩 웃으며 나가자 인희가 얼른 눈길을 돌렸다.


현수를 앞세워 방으로 들어가는 인한의 입에서 작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현수를 만나면 인한은 늘 마음 한 구석에 불편함을 느꼈다.


같은 초등학교를 나왔지만 인한이 현수를 제대로 마주한 것은 중학교 1학년 때였다.


학기 초부터 남자 아이들 사이에 시작된 서열싸움은 치열했다.


담임교사의 눈을 피해 벌어진 서열싸움에서 덩치도 컸고, 싸움에도 일가견이 있던 현수가 짱으로 등극했다.


인한의 눈에 보인 현수는 폭탄 같았다.


아니면 어디로 튈지 모를 럭비공이라고 해야 할까?


늘 분노에 차 있고, 스트레스를 풀 곳을 찾아 헤매는 아이였다.


그래서 인한은 되도록 현수와 마주치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런 아이들에게 걸리면 어떤 일을 겪는지 이미 초등학교 때부터 봐왔으니까.


현수는 서열싸움에서 이긴 뒤에도 자기에게 온전히 숙이지 않거나 약해서 만만해 보이는 아이들을 교묘히 괴롭히는 것을 일로 삼았다.


그 중에 인한도 있었다.


이유는 그저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다.


현수는 늘 조용하게 있는 인한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처음엔 쉬는 시간에 지나가는 인한에게 발을 걸었던 것이 시작이었다.


넘어질 뻔한 인한이 생각과 달리 넘어지지 않고 무사히 지나가자 기분이 나빠졌다.


다음으로는 지나갈 때 어깨치기를 시도했다.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가려던 순간 인한이 묘한 자세로 피했다.


‘얼레? 이 새끼가 이걸 피하네?’


그때부터 마음이 꼬이기 시작했다.


인한이 제 어깨치기를 피했다는 사실이 현수에게 못내 모양 빠지게 여겨졌다.



인한 입장에서는 현수가 발을 걸었을 때 현수의 눈빛을 보았다.


먹이를 찾는 하이에나의 눈빛이었다.


그때 넘어질 뻔한 뒤로는 늘 안 보는 척 하면서 현수를 경계하고 멀어지려 노력했다.


현수가 어깨를 치며 시비를 걸었을 때에도 역시나 자세를 보고 피했다.


그런데 그게 촉매제가 되었다.


그 후로 눈치 보지 않고 시비를 걸었다.


날씨가 따뜻해진 4월의 어느 금요일 점심시간, 현수는 점심을 먹으러 나가는 인한을 불러 세웠다.


늘 병풍으로 세우는 다섯 명의 패거리들이 인한의 주위를 둘러쌌다.


현수가 주머니에서 100원짜리를 꺼내어 인한에게 던지며 말했다.


“야, 가서 크림빵 한 개, 우유 한 개, 껌 한 통 사고 10원 거슬러 와. 5원은 네 심부름값 하고.”


둘러싼 패거리들이 킥킥 댔다.


“······.”


인한이 현수를 노려보며 대답하지 않자 병풍 중 한 명이 인한을 등 뒤에서 밀며 말했다.


“새꺄, 대답 안 해?”


앞으로 넘어질 뻔했던 인한은 자세를 세우고 입을 꾹 다문 채 주먹을 말아 쥐었다.


심장이 벌렁거리고 주먹이 살짝 떨렸다.


인한도 생각 같아서는 이런 놈들 쯤이야 하며 한 대씩 때려 단번에 눕히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은 만화가 아니었다.


체격도 눈에 보이게 차이가 났고, 어떤 방식으로 저항하든 결국 맞을 것이라는 사실도 짐작했다.


지금 현수에게 숙이고 들어가도 결론은 같을 것이다.


계속 괴롭힘 당하고 맞는 것.


그렇다고 숙이고 들어가기는 죽기보다 싫었다.


내가 뭘 잘못했는데, 왜 내가 숙여야 해?


인한이 입을 꾹 다문 채 대답하지 않자 현수가 일어나 인한의 가슴을 주먹으로 쳤다.


“이 새끼 봐라, 네 눈에 내가 물로 보여?”


인한의 몸이 뒤로 밀리면서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인한은 다시 일어났다.


이런 모습을 점심 먹으러 나가던 애들이 보고 슬금슬금 자리를 피해버렸다.


현수가 끝까지 대답 하지 않는 인한의 복부를 향해 다시 주먹을 날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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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9화. 너 이년 딱 걸렸어(1) +6 21.05.24 227 9 7쪽
28 28화. 네 꺼에 침바른 적 없어 +2 21.05.24 227 7 7쪽
27 27화. 개구멍을 뚫자 +4 21.05.23 237 9 7쪽
26 26화. 할머니가 이상해 +2 21.05.23 255 8 7쪽
25 25화. 흰둥이 몸속으로(2) +7 21.05.22 250 9 7쪽
24 24화. 흰둥이 몸속으로(1) +5 21.05.22 244 9 7쪽
23 23화. 다시 이승으로 +7 21.05.21 269 9 7쪽
22 22화. 염라대왕과 마주하다 (2) +2 21.05.21 251 7 7쪽
21 21화. 염라대왕과 마주하다 (1) +10 21.05.20 254 11 7쪽
20 20화. 저승으로 (3) +1 21.05.20 258 10 7쪽
19 19화. 저승으로 (2) +8 21.05.19 248 10 7쪽
18 18화. 저승으로 (1) +2 21.05.19 253 9 7쪽
17 17화. 순덕의 사고(2) +3 21.05.18 251 10 7쪽
16 16화. 순덕의 사고(1) +1 21.05.18 246 9 7쪽
15 15화. 악연의 시작 (3) +2 21.05.17 258 7 7쪽
14 14화. 악연의 시작 (2) +3 21.05.17 272 7 7쪽
» 13화. 악연의 시작 (1) +4 21.05.16 284 9 7쪽
12 12화. 볼 때마다 눈빛이 별루야. +2 21.05.16 285 7 7쪽
11 11화. 자칫하면 큰 일 나겠어. +1 21.05.15 303 9 7쪽
10 10화. 이건 뭐 개가 상전이여! (2) +2 21.05.15 318 11 7쪽
9 9화. 이건 뭐 개가 상전이여! (1) +2 21.05.14 319 13 7쪽
8 8화. 찍는 게 남는거 (2) +4 21.05.14 332 13 7쪽
7 7화. 찍는 게 남는거 (1) +3 21.05.13 342 13 7쪽
6 6화. 인희가 말을 안 한 이유 +2 21.05.13 349 14 7쪽
5 5화. 굴러온 복덩이 +1 21.05.12 374 14 7쪽
4 4화. 일자리를 찾아야 해. +2 21.05.12 409 13 7쪽
3 3화. 우리 애들헌테 또 한 번만 거지 어쩌구 해봐 +2 21.05.12 409 12 7쪽
2 2화. 방순덕이 인천으로 온 이유 +2 21.05.12 471 15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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