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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안 님의 서재입니다.

방순덕, 저승에서 돌아오다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명안
작품등록일 :
2021.05.12 12:39
최근연재일 :
2021.08.06 06:00
연재수 :
120 회
조회수 :
27,314
추천수 :
994
글자수 :
378,592

작성
21.05.19 06:00
조회
253
추천
9
글자
7쪽

18화. 저승으로 (1)

DUMMY

- 순덕아


순덕은 누군가 자기를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 순덕아


‘응? 누구지? 누가 나를 부르는 겨? 이 익숙한 목소리가 누구더라? 누구지?’


순덕은 소리가 들리는 쪽을 향해 고개를 기웃거렸다.


다시 한 번 그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 순덕아


- 누가 자꾸 제 이름을 부른대유?


- 순덕아, 니 아부지 목소리도 잊었냐···.


- 아버지? 아버지유?


그 말에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다가간 순덕은 어슴푸레 보이는 빛 속에서 연회색 저고리를 입은 남정네 모습을 보았다.


한 발 두 발 가까이 다가가 이리저리 살펴보니 아버지가 맞다.


“참말 아버지유? 흑···. 아버지···.”


순간 처녀 시절의 모습으로 돌아간 순덕이 아버지를 부둥켜안고 울었다.


“보고 싶었구먼요. 정말 보고 싶었구먼요.”


“그려, 그려, 내 다 봤구먼. 고생혔어. 고생혔어.”


순덕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아버지가 달랬다.


“자, 그만큼 고생혔으니 이제는 내하고 가야지. 가서 편히 쉬어야 안 허냐.”


순간 아버지 손을 잡은 순덕은 가뿐한 걸음으로 춤추듯 발을 구르며 아버지를 따라나섰다.


“히히히.. 아부지 얼굴 보니 살겄구먼요. 그런데··· 어디를 가유?”


잘 가던 순덕이 순간 걸음을 멈추고 아버지 얼굴을 보았다.


그렇다. 아버지는 돌아가셨는데?


순간 순덕이 아버지의 손을 놓고 한 발 물러섰다.


“아부지···, 아부지 맞어유? 울 아버지는 내 처녀 적에 돌아가셨는데···?”


그 순간 순덕의 모습이 다시 본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맞어. 니 아부지 맞어. 내가 너 데리러 왔다 안 허냐?”


“··· 저를 왜유?”


“너도 이제 이승을 떠날 때가 되야서 내가 왔잖어.”


“아부지, 저승사자 됐슈?”


“허허허, 본래 죽을 때 자기 자손은 그 집 조상이 데려가야 하는 법이여.”


순덕은 그제야 알았다.


저승사자는 그 집안 조상이 자손을 데리러 오는 것이란 것을 말이다.


순간 순덕은 자신이 처한 상황이 떠올랐다.


그리고 휙 뒤돌아본 순간 수술대 위에서 자기와 똑 같은 사람이 누워있고, 퍼런 색 옷을 입은 십여 명의 사람들이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것이 보였다.


머리 위쪽에 놓인 기계에서는 연신 ‘삐이이-“소리가 들렸다.


그것을 바라보는 의사 한 명이 그녀의 몸 옆에 서서 전기충격을 줄 패들을 양손에 하나씩 들고 비비며 소리쳤다.


“200주울(joul)로 올려! 전기 충격 진행합니다. 모두 물러나!”


순간 그 의사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뒤로 물러섰다.


패들이 누워있는 순덕의 몸에 닿자, 그녀의 몸이 펄떡 거렸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순덕이 자신의 몸을 더듬었다.


전혀 아픈 곳이 없었다.


분명 자신이 맞는데, 내가 둘이라고? 그럼 나 죽은 겨?


아버지를 향해 고개들 돌린 순덕이 그만 바닥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갈 길이 멀어야. 긍께 퍼뜩 일어나.”


“아부지, 지는 못 가유. 우리 불쌍한 새끼들 두고 지는 못 가유.”


“허, 니가 고집 피운다고 될 일이 아녀. 너 죽었어야.”


“그래도 못 가유. 저것들 일찌감치 지 부모들 잃고, 지금까정 이 손으로 키웠슈. 이제 겨우 큰 놈이 스무살 되가유, 작은 놈은 고등학교도 아직 못 갔슈. 지는 못 가유!”


“허어, 너 자정까지 안 가믄 여기서 지박령이 될 수도 있어. 그럼 애들헌테는 재앙이여, 재앙. 아, 퍼뜩 못 일어나?”


순덕은 두 손을 움켜쥐고 아버지에게 악을 썼다.


“아부지, 흐윽흑, 외손 아니래도 아부지 자손이어유. 아부지는 쟤네 불쌍도 안 허요? 인정머리라고는 눈꼽 맨치도 없구먼. 저는 쟤들 두고 못 가유!”


“야야, 걱정 말어, 좀 있으면 큰 놈도, 작은 놈도 만날 거구먼.”


순간 순덕의 울음소리가 멈췄다.


큰 놈, 작은 놈을 만나? 어디서? 이게 무슨 소리여?


“아부지···. 그게 뭔 소리여유?”


아버지는 험험 거리며 슬며시 고개를 돌렸다.


그러면서 혼잣말처럼 ‘1년도 안 되야서 이번엔 너가 데리러 와야 헐 건디···.’ 하는 소리에 순덕은 후다닥 일어나 아버지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순덕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는 아버지의 얼굴을 좇아 이리저리 고개를 움직이던 순덕이 재차 아버지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물었다.


“그게 뭔 소리래유? 아, 말혀 봐유, 뭔 소리여유?”


“흠흠.. 어쩌겄냐. 우리 자손이 여기까지인 것을. 너가 가서 직접 염라대왕헌티 물어봐. 내가는 말 못 혀.”


아버지의 말을 듣다 순간 울화가 치민 순덕이 꽥 소리치며 말했다.


“아니, 우리 새끼들 목숨이 걸렸는디 말을 못 혀유? 아부지, 아부지! 제 손자 손녀유. 아무리 귀신이 됐기로서니 애들꺼정 저승으로 끌고 와유? 그게 증조할아버지가 돼서 할 소리여유? 야? 야?”


버럭버럭 질러대는 순덕의 목소리에 인상을 찡그리던 아버지는 귀를 후벼대며 말했다.


“이년이 또 지랄이여. 어째 니년은 살아서나 죽어서나 그 모냥이여? 어휴, 나이를 똥꾸멍으로 쳐먹었나, 성질 더러운 건 못 고쳤구먼. 으이구, 으이구! 내가 너 꿈에서 몇 번을 말해줬어. 다치지 않게 조심하라구. 근디 못 알아먹었으니 끝난 거 아녀!”


순덕은 다시 바닥에 주저앉아 팔짱을 끼고 뱁새눈을 하고 아버지를 쳐다보며 말했다.


“지는 못 가유. 더군다나 내 새끼들이 제 수명도 못 채우고, 1년 안에 저보구 데리러 오라구유? 아, 가서 염라대왕 아니라 염라대왕 할애비라도 오라 해유. 이대로는 못 가유. 못 가유! 못! 간! 다! 구! 유!”


바락바락 소리 질러대는 순덕에 질린 아버지가 끌끌 혀를 찼다.


익히 딸년의 고집을 아는 아버지였다.


귀신이 되어서도 저 고집을 꺾을 자신이 없었다.


그렇다고 딸년을 지박령을 만들 수는 없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아버지가 꾀를 냈다.


일단 염라대왕 앞으로 데리고 가기만 하면 방도가 생길 것이다.


사방을 살피듯 이리저리 둘러보던 아버지가 순덕 앞에 앉아 귓속말을 했다.


“순덕아, 너가 애들 살리려믄 무조건 염라대왕 앞에 가서 뭐라도 내기를 걸어 이겨야 혀. 방법은 그거 뿐이여. 어이구, 이것도 천기누설인디···. 쩝···.”


“···뭔 내기유?”


말이 먹히는 것을 본 아버지가 쭈그려 앉으며 소곤거리는 말투로 이야기했다.


“염라대왕이 요즘 한창 바둑에 꽂혔어. 얼마 전부터 바둑을 시작혀서, 한참 재미를 붙였구먼. 허니 너가 가서 바둑을 딱 이기면 말이여. 너 소원을 들어줄 거구먼. 어뗘? 해 볼텨?”


아버지가 이런 제안을 할 수 있었던 이유가 있었다.


순덕은 이승에서 아버지를 따라 약초를 캐러 다녔다.


그 와중에 접한 유일한 취미가 바둑이었다.


가끔 약초를 팔면서 마을에 머물면 동네 노인들과 자주 바둑을 두기도 했던 순덕이었다.


관심을 가진 만큼 실력도 일취월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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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화. 너 이년 딱 걸렸어(2) +2 21.05.25 221 7 7쪽
29 29화. 너 이년 딱 걸렸어(1) +6 21.05.24 227 9 7쪽
28 28화. 네 꺼에 침바른 적 없어 +2 21.05.24 228 7 7쪽
27 27화. 개구멍을 뚫자 +4 21.05.23 237 9 7쪽
26 26화. 할머니가 이상해 +2 21.05.23 255 8 7쪽
25 25화. 흰둥이 몸속으로(2) +7 21.05.22 250 9 7쪽
24 24화. 흰둥이 몸속으로(1) +5 21.05.22 244 9 7쪽
23 23화. 다시 이승으로 +7 21.05.21 270 9 7쪽
22 22화. 염라대왕과 마주하다 (2) +2 21.05.21 251 7 7쪽
21 21화. 염라대왕과 마주하다 (1) +10 21.05.20 254 11 7쪽
20 20화. 저승으로 (3) +1 21.05.20 258 10 7쪽
19 19화. 저승으로 (2) +8 21.05.19 248 10 7쪽
» 18화. 저승으로 (1) +2 21.05.19 254 9 7쪽
17 17화. 순덕의 사고(2) +3 21.05.18 251 10 7쪽
16 16화. 순덕의 사고(1) +1 21.05.18 246 9 7쪽
15 15화. 악연의 시작 (3) +2 21.05.17 258 7 7쪽
14 14화. 악연의 시작 (2) +3 21.05.17 273 7 7쪽
13 13화. 악연의 시작 (1) +4 21.05.16 284 9 7쪽
12 12화. 볼 때마다 눈빛이 별루야. +2 21.05.16 285 7 7쪽
11 11화. 자칫하면 큰 일 나겠어. +1 21.05.15 303 9 7쪽
10 10화. 이건 뭐 개가 상전이여! (2) +2 21.05.15 318 11 7쪽
9 9화. 이건 뭐 개가 상전이여! (1) +2 21.05.14 319 13 7쪽
8 8화. 찍는 게 남는거 (2) +4 21.05.14 332 13 7쪽
7 7화. 찍는 게 남는거 (1) +3 21.05.13 342 13 7쪽
6 6화. 인희가 말을 안 한 이유 +2 21.05.13 349 14 7쪽
5 5화. 굴러온 복덩이 +1 21.05.12 374 14 7쪽
4 4화. 일자리를 찾아야 해. +2 21.05.12 410 13 7쪽
3 3화. 우리 애들헌테 또 한 번만 거지 어쩌구 해봐 +2 21.05.12 409 12 7쪽
2 2화. 방순덕이 인천으로 온 이유 +2 21.05.12 471 15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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