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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안 님의 서재입니다.

방순덕, 저승에서 돌아오다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명안
작품등록일 :
2021.05.12 12:39
최근연재일 :
2021.08.06 06:00
연재수 :
120 회
조회수 :
27,306
추천수 :
994
글자수 :
378,592

작성
21.05.17 06:00
조회
257
추천
7
글자
7쪽

15화. 악연의 시작 (3)

DUMMY

“현수 너, 어떤 처벌도 달게 받는다고 네 입으로 말했다?”


“예.”


“이거 학교폭력위원회를 열고 거기서 처리해야 하는 사항이야. 일단은 양쪽 학부모에게 일어난 사실을 알릴 거야.”


그 말에 현수가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예···.”


“하지만 현수의 사과가 진심인 것 같고, 인한이도 사과를 받아들이겠다고 하니 앞으로 현수가 인한이를 포함해서 학교에서 애들을 괴롭히지 않는다면 네 사과는 진심이 되겠지?”


“예···.”


“그럼 현수야, 네 진심을 보여 봐. 선생님도 일이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게 최선을 다 할테니까.”


그렇게 해서 순덕과 현수의 부모님이 사건을 알고, 학교를 다녀갔다.


결국 학교폭력위원회가 열렸다.


교사와 학부모 대표들과의 회의를 거쳐 현수는 학교 복도 청소 등으로 2주간 벌을 받는 것으로 결정되었고, 사건은 무마되었다.


현수는 그 뒤로 학교에서는 패거리를 모으지 않았다.


아이들을 괴롭힌다는 이야기도 들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껄렁거리는 자세가 없어지든가 모범생이 된 것은 아니었다.


학교 밖에서 간간이 들리는 소문은 있었다.


밤에 어디서 술 마시고 나오는 현수를 보았다는 이야기와 화장을 진하게 한 여자애들과 차를 타고 어딘가로 갔다는 이야기 등등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소문은 늘 공기처럼 떠다녔다.


현수는 가끔 인한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책상에 음료수를 놓고 가기도 했다.


복도에서 만나면 인사도 주고받았다.


사과까지 받은 마당에 인한 역시 일을 더 키우고 싶지 않아 현수가 말을 걸면 받아주었다.


현수는 때로는 인한을 데리고 분식집도 갔다.


인한은 거절하고 싶었지만 현수와의 관계가 다시 나빠지는 것은 두려운 일이었다.


그냥 따라가 사주는 대로 먹었다.


그러나 현수와 인한이 사는 환경이 워낙 달라서였을까?


가끔씩 현수가 하는 말에서 인한이 거리감을 느끼는 것은 그때도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1학년 때를 빼고 같은 반이 된 적은 없었지만, 현수는 가끔 인한을 찾아왔다.


인희도 그 때문에 얼굴을 익혔다.


현수에게 인희는 처음에는 그냥 귀엽게 생긴 여자아이였다.


중학교 졸업식이 끝나고, 인한은 고등학교 진학과 동시에 현수와 자연스럽게 떨어졌다.


인한은 현수와의 인연이 여기까지라고 생각해 등지지 않고 헤어질 수 있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적어도 중학교 시절만큼 자주 현수를 볼 일은 없을 터였다.


그러나 사람 일이 생각대로만 되는 일은 없었다.


묘하게도 현수가 가끔 식당으로 인한을 찾아왔다.


그러다 인희도 보았다.


작년까지는 그냥 귀여운 여자애였는데 갑자기 인희가 훅 하고 현수의 마음으로 들어왔다.



순덕의 식당은 10시가 넘어 영업이 끝났다.


순덕은 양 주방장과 종업원을 모두 보내고 손수 식당을 정리했다.


마지막으로 문을 잠근 뒤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식당이 자리가 잡히고 나서 영업 전 식자재 준비와 영업 뒤 마무리는 양 주방장과 순덕이 돌아가면서 했다.


출근시간도 조정했다.


순덕의 뼈해장국 집은 24시간 영업을 하는 집이 아니었다.


언제나 영업은 오전 11시에 시작해서 밤 10시면 문을 닫았다.


순덕은 사람이 골병들게 식당을 운영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다.


떼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굳이 하지 않았다.



문 여는 소리에 인한과 인희가 각각 제 방에서 나와 반겼다.


흰둥이는 제 자리에 앉아 있다가 느릿느릿 걸어와 꼬리만 두세 번 살랑거리고 슬그머니 들어갔다.


나름 ‘할머니, 고생했어요.’하는 의사표현일지도 몰랐다.


“오셨어요? 할머니, 힘드셨죠? 제가 주물러 드릴게요.”


인희가 재빨리 순덕을 따라와 어깨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야무진 손녀의 손길이 좋았던 그녀는 인희가 하는 대로 내버려두었다.


“어이구, 시원하다. 내 새끼 다 컸네.”


“정말? 헤헤헤”


흰둥이는 제 자리에 앉아서 멀뚱멀뚱 그 광경을 보다가 고개를 돌리고 편한 자세로 누워버렸다.


순덕이 인한에게 물었다.


“현수는 잘 놀다 갔남?”


“네···. 그런데 집에 들어와서는 이런 데 샤냐구 해서 약간 빈정상할 뻔 했어요.”


“뭐여? 여기가 어때서?”


“현수가 원래 마음이 나빠서는 아닌데, 말할 때 말투가 그래서 상대를 불편하게 할 때가 있어요.”


“그놈이 그거, 너 중학교 때도 괴롭혔잖어.”


“처음에만 그랬죠. 나중에 화해했잖아요. 엄마가 억지로 공부를 시켜서 자기가 힘들어서 그랬대요. 화는 나는데 풀 데가 없었대요. 그때 미안하다고 사과했어요.”


“어이구, 너는 속도 좋다? 너는 일방적으루다가 그렇게 당해놓고 화해가 되냐? 괜히 발도 걸고, 애들도 시켜 팼다며? 내가 그 소리 듣구 학교루 가서 걔네 부모 멱살 잡을 뻔 혔어.”


“걔네 집이 잘 살잖아요. 자기는 공부하기 싫은데 집에서 과외다 뭐다 시키면서 전혀 자유를 안 줘서 그랬대요. 그때도 기사 두고 살던 집이예요.”


“그래서 지금은 어쩌고 있대?”


“7살 위인 형이 나중에 아버지 대신 회사를 맡을 거래요. 자기는 졸업하고 대학 나오면 그 밑에 작은 회사 하나 받기로 했다고 했어요.”


“그놈 그거···. 어지간하면 만나지 마. 그놈 인희 쳐다보는 눈이 아주 지랄 같어.”


“흐흐흐흐흐. 할머니, 그거 욕이죠? 아흐.”


인한이 배를 잡고 흐느끼듯 웃으며 말했다.


순덕의 어깨를 주무르던 인희가 순덕을 거들고 나섰다.


“오빠, 아까 나 들어왔을 때 그 오빠 내 방에서 뭐 했어? 깜짝 놀랐잖아.”


“그냥 돌아본 거야. 네 방이 궁금하다고.”


“왜? 왜 내 방이 궁금해?”


“그려, 여동생 방은 함부로 남한테 보여주는 거 아녀.”


“예, 앞으로는 안 보여줄게요.”


“볼 거 다 봤구먼. 이제 뭘 안 보여줘!”


결국 인한이 수긍하면서 인희도 웃었고, 순덕도 피식 웃고 말았다.


순덕은 오늘따라 일이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노인의 당부가 떠올랐다.


“인한아, 인희야, 잘 들어. 올해 말부터 내년 말까지 조심하라더라.”


“예? 뭘요?”


“아까 식당에 단골손님이 왔었어. 그런 소리 안 하던 양반인디···. 점심 드시러 오셨다가 갑자기 내 사주를 대래. 해서 알려줬지. 그랬더니 너그들 것도 대래. 그래 알려줬어. 그랬더니 잘 못하면 셋 다 크게 상한댜. 그렇다고 아주아주 조심하라고 일러주드만.”


인한이 인희를 쳐다보면서 고개를 기웃하고는 말했다.


“뭘 조심하라는 거예요? 할머니도 저도 인희도 건강하니 건강은 아닐 거고. 뭘까? 길조심? 차조심?”


“건강은 아니겄지. 나 방순덕이여. 어려서 밤 많이 먹으면 뼈가 단단해진다 혔어. 그 덕인지 지금도 말짱하잖어? 너들도 밤 많이 먹어. 몸에는 아주 딱 좋아.”


“할머니, 지난번 사다놓으신 밤에서 벌레 자꾸 나와요. 삶아서 벗겨 봐도 벌레가 더 많아요.”


“괜찮어. 모르고 먹으면 약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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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1화. 승하의 신고(1) +6 21.05.25 242 8 7쪽
30 30화. 너 이년 딱 걸렸어(2) +2 21.05.25 221 7 7쪽
29 29화. 너 이년 딱 걸렸어(1) +6 21.05.24 227 9 7쪽
28 28화. 네 꺼에 침바른 적 없어 +2 21.05.24 227 7 7쪽
27 27화. 개구멍을 뚫자 +4 21.05.23 237 9 7쪽
26 26화. 할머니가 이상해 +2 21.05.23 255 8 7쪽
25 25화. 흰둥이 몸속으로(2) +7 21.05.22 250 9 7쪽
24 24화. 흰둥이 몸속으로(1) +5 21.05.22 244 9 7쪽
23 23화. 다시 이승으로 +7 21.05.21 269 9 7쪽
22 22화. 염라대왕과 마주하다 (2) +2 21.05.21 251 7 7쪽
21 21화. 염라대왕과 마주하다 (1) +10 21.05.20 254 11 7쪽
20 20화. 저승으로 (3) +1 21.05.20 258 10 7쪽
19 19화. 저승으로 (2) +8 21.05.19 248 10 7쪽
18 18화. 저승으로 (1) +2 21.05.19 253 9 7쪽
17 17화. 순덕의 사고(2) +3 21.05.18 251 10 7쪽
16 16화. 순덕의 사고(1) +1 21.05.18 246 9 7쪽
» 15화. 악연의 시작 (3) +2 21.05.17 258 7 7쪽
14 14화. 악연의 시작 (2) +3 21.05.17 272 7 7쪽
13 13화. 악연의 시작 (1) +4 21.05.16 283 9 7쪽
12 12화. 볼 때마다 눈빛이 별루야. +2 21.05.16 285 7 7쪽
11 11화. 자칫하면 큰 일 나겠어. +1 21.05.15 303 9 7쪽
10 10화. 이건 뭐 개가 상전이여! (2) +2 21.05.15 318 11 7쪽
9 9화. 이건 뭐 개가 상전이여! (1) +2 21.05.14 319 13 7쪽
8 8화. 찍는 게 남는거 (2) +4 21.05.14 332 13 7쪽
7 7화. 찍는 게 남는거 (1) +3 21.05.13 342 13 7쪽
6 6화. 인희가 말을 안 한 이유 +2 21.05.13 349 14 7쪽
5 5화. 굴러온 복덩이 +1 21.05.12 374 14 7쪽
4 4화. 일자리를 찾아야 해. +2 21.05.12 409 13 7쪽
3 3화. 우리 애들헌테 또 한 번만 거지 어쩌구 해봐 +2 21.05.12 409 12 7쪽
2 2화. 방순덕이 인천으로 온 이유 +2 21.05.12 471 15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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