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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안 님의 서재입니다.

방순덕, 저승에서 돌아오다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명안
작품등록일 :
2021.05.12 12:39
최근연재일 :
2021.08.06 06:00
연재수 :
120 회
조회수 :
27,344
추천수 :
994
글자수 :
378,592

작성
21.05.20 06:00
조회
259
추천
10
글자
7쪽

20화. 저승으로 (3)

DUMMY

“우리 남호하고 며늘애는 잘 있남유?”


“암, 잘 있어. 그때 애들 데리고 온 게 니 남편이여.”


그 말에 순덕의 눈이 한껏 커졌다.


“그럼 아버지, 그이도 봤슈?”


“아, 그럼 보구 살지. 니 남편이 그 애들 데리고 왔을 때 애들헌티 뺑소니범 봤냐고 물었거든. 보기는 봤댜.”


“그 놈을 봤다구유? 봤다구유? 어떤 놈이래유?”


그렇잖아도 큰 눈을 왕방울만하게 뜬 순덕의 두 손이 아버지 옷자락을 잡았다.


“걔 차가 쪼그만 경차였다며? 하얀색 경차.”


“맞아유, 하얀색 경차.”


“들이받은 놈은 그 뭐시냐. 검은색 반츠? 그거였다네. 그 차가 워낙 크고 단단혀서 단번에 자기 차가 반쪽으로 눌렸댜. 처음엔 죽은 것도 몰렀는디···, 남호 걔가 차에서 나와서 보니 지 몸뚱이랑 마누라 몸뚱이기 차 안에 으깨지다시피 있었댜.”


“흐읍, 내 새끼, 불쌍한 내 새끼, 아이고, 아이고···.”


가슴을 움켜쥐고 울기 시작한 순덕을 바라보는 아버지 눈에도 아픔이 고였다.


잠시 울도록 내버려두었던 아버지가 순덕이 마음을 추스르는 것을 보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근디 말여···. 상대방 차에서 내린 놈이 인한이보다 조금 컸다고 혔어. 하는 짓을 봐서는 초등학생이나 아니면 많이 쳐줘도 중학교 1,2학년쯤 된 놈 같았다고 하더라고.”


“···운전한 놈이 애새끼라구유?”


“그려, 그놈 이름은 모르는데 전화 내용에서 전화 상대편 이름 하나를 들었다구 혔어.”


“··· 무슨 이름유? 뭐래유?”


“그 놈이 자기 형한테 전화하는데 ,목소리도 변성기가 안 지난 놈인디, 그놈이 주머니에서 전화기를 꺼내서는 ‘영재 형, 나 어떡해.’하면서 사람이 죽은 거 같다고 하는 거를 들었다고 혔어.”


경찰에게서도 얻지 못한 정보였다.


죽어서야 아들이 죽었던 상황을, 그것도 아버지 입에서 들었다는 사실에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도대체 어린놈이 어쩌자고 그렇게 대단한 차를 운전했을까?


죽어 귀신이 되어도 가슴속에 물이 꽉 찬 듯 답답한 느낌에 순덕은 한숨만 거듭 쉴 뿐이었다.



이윽고 배가 저승에 닿았고, 혼령들이 내렸다.


혼령들이 들어가는 문 위로 커다랗게 ‘북문(北門)’이라는 두 글씨가 쓰여져 있었다.


순덕이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니, 북문이 뭐래유? 그럼 남문도 있슈?”


“사람이 죽은 혼령이 들어가는 것이 북문이여.”


“그럼 짐승들은유?”


“삼도천에 들어서기 전에 이미 만다라를 지나면서 이승에서 저지른 짓은 싹- 경중을 따진다고 혔잖어. 짐승이 죽은 혼령이 들어가는 문이 남문. 서문으로 들어가는 혼령은 뭐가 되었든 소멸된다고 들었구먼.”


“그럼 동문도 있슈?”


“암, 있지. 그 문은 환생문이여. 유일하게 나오는 문이여. 중앙에 있는 것이 염라대왕이 계신 곳이고.”


“저는 염라대왕님이 일일이 다 심판해서 여기저기 지옥으로 보내는 줄 알았슈.”


“지금 시대가 어떤 시댄데, 피곤하게 그 짓을 누가 하겄냐? 염라대왕 체력이 천하장사 곱배기에 곱배기에 곱배기라도 그거 견디겄냐? 그리고 시간은 어쩌고? 저승이라고 시간이 아주 안 지나겄냐? 물론 이승과는 다르기는 혀. 지금 같은 세상에 그러구 살면 등신이여.”


“그럼 지옥 운영은 어떻게 한 대유?”


“지옥? 이승이 지옥인디 뭔 지옥을 또 맹글어?”


“이승이 지옥까정은 아닌디유?”


“얘가, 얘가, 뭘 몰러두 한참 몰러. 봐, 화탕지옥 들어봤지? 그 안에 사람 수천, 수만이 들어가는 무쇠솥을 만드는 것도 대공사이고, 그거 데울려면 장작은 또 얼매나 들어가야 하는 지 알어? 무쇠라도 시간 지나면 또 맹글어야지, 그거 구멍 안 나겄어? 지옥 재정이 그렇게 많은 게 아녀-. 철상지옥도 봐라. 그 철못 맹글 때 돈이 얼매여? 그걸 누가 다 대겄어?”


“그럼 이승이 지옥이란 말은 뭐유?”


“아- 아까 말 혔잖어. 네가 인간이었다가 사람이 키우는 돼지로 환생하면 어떻게 되겄어?”


“사람한테 잡혀 먹겄쥬?”


“그것도 내가 괴롭혔던 사람이 사람으로 환생했다 치자. 나는 돼지로 환생했다고 치자고. 근디 나를 키우고 잡아먹는 사람이 하필 내가 괴롭혔던 사람이면 기분이 어쩌겄냐.”


“알게 뭐래유? 이미 돼지로 태어나면 전생을 아남유?”


“그건 그려. 하지만 너가 몰러두 인과응보 이치는 알아서 돌아간다 이 말이여.”


“···그렇구먼유.”


“그거여. 아까 부두에서 만다라, 그거 지나가면서 알아서 분류되는 거여. 분류된 대로 남북 문으로 들어가서 한동안 저가 아는 조상과 사람들 만나보고, 때가 돼서 동문으로 환생하면 끝이여. 하지만 짐승으로 환생하면 사람보다야 더 많이 괴롭고 힘들겄지?”


이후에도 아버지의 말씀은 북문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계속 되었다.


“환생할 때가 되면 이승에서 지었던 원한과 은혜의 경중을 더 세심하게 따져서 어느 집 자손으로 보낼까 또 심사허는디, 그 작업도 차사가 할 일이여. 그거 머리 아퍼. 원한이 안 풀린 혼령들이 엄청 잡고 늘어지거든. 인연에서 쌓은 업(業)이란 게 그래서 무서운 겨.”


각 문으로 들어가서 억울해하는 혼령이 저승사자에 하소연하면 염라대왕을 만날 수 있지만 워낙 꼼꼼하게 심사를 해서 그렇게 억울한 혼령은 많지 않다고 했다.


이윽고 순덕과 아버지가 저승사자 앞에 섰다.


문 안쪽으로는 두 갈래 길이 보였고, 저승사자는 순덕을 한번 훑어보고 왼쪽 길로 가라고 했다.


아버지가 순덕을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


“바로 염라대왕님을 뵙겠구먼.”


“그럼 오른쪽 길은 뭐여유?”


“그쪽은 염라대왕을 뵐만큼 이승에 두고 온 원한이나 억울함이 깊지 않은 사람들이 바로 혼령마을로 들어가는 길이여.”


“그럼 그쪽 길로 가면 환생해유?”


“바로 환생하는 건 아니구, 자기 조상들이나 생전 알던 사람들이 사는 마을로 가서 회포도 풀고 환생할 때까지 지내는 거지.”


즉, 저 길로 가면 순덕은 얼굴도 모르고 죽은 어미와 아들과 며느리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순덕은 아버지 말씀에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지금은 갈 수 없었다.


길 끝에 서있는 저승사자가 빨리 오라는 듯 손짓했고, 순덕과 아버지는 발걸음을 서둘렀다.


***


염라대왕의 집무실은 순덕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집무실 안쪽에 커다란 책상이 보였고, 10살이 채 안된 듯 보이는 사내아이가 보였다.


사내아이는 황금색 옷과 조선시대 사대부들이 쓰던 정자관 비슷한 모자를 쓰고 책상 너머로 앉아 문서를 쌓아놓고 보고 있었다.


조선 왕조 드라마에서 보던 임금님 옷보다 화려했다.


‘염라대왕은 어디 가고 애가 앉았어?’하는 생각을 하는 순간 사내아이가 말했다.


“내가 염라야.”


-잉? 이게 뭔 소리여?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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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화. 너 이년 딱 걸렸어(2) +2 21.05.25 221 7 7쪽
29 29화. 너 이년 딱 걸렸어(1) +6 21.05.24 228 9 7쪽
28 28화. 네 꺼에 침바른 적 없어 +2 21.05.24 229 7 7쪽
27 27화. 개구멍을 뚫자 +4 21.05.23 238 9 7쪽
26 26화. 할머니가 이상해 +2 21.05.23 255 8 7쪽
25 25화. 흰둥이 몸속으로(2) +7 21.05.22 250 9 7쪽
24 24화. 흰둥이 몸속으로(1) +5 21.05.22 244 9 7쪽
23 23화. 다시 이승으로 +7 21.05.21 271 9 7쪽
22 22화. 염라대왕과 마주하다 (2) +2 21.05.21 251 7 7쪽
21 21화. 염라대왕과 마주하다 (1) +10 21.05.20 254 11 7쪽
» 20화. 저승으로 (3) +1 21.05.20 260 10 7쪽
19 19화. 저승으로 (2) +8 21.05.19 249 10 7쪽
18 18화. 저승으로 (1) +2 21.05.19 254 9 7쪽
17 17화. 순덕의 사고(2) +3 21.05.18 252 10 7쪽
16 16화. 순덕의 사고(1) +1 21.05.18 246 9 7쪽
15 15화. 악연의 시작 (3) +2 21.05.17 259 7 7쪽
14 14화. 악연의 시작 (2) +3 21.05.17 274 7 7쪽
13 13화. 악연의 시작 (1) +4 21.05.16 285 9 7쪽
12 12화. 볼 때마다 눈빛이 별루야. +2 21.05.16 285 7 7쪽
11 11화. 자칫하면 큰 일 나겠어. +1 21.05.15 303 9 7쪽
10 10화. 이건 뭐 개가 상전이여! (2) +2 21.05.15 318 11 7쪽
9 9화. 이건 뭐 개가 상전이여! (1) +2 21.05.14 320 13 7쪽
8 8화. 찍는 게 남는거 (2) +4 21.05.14 332 13 7쪽
7 7화. 찍는 게 남는거 (1) +3 21.05.13 342 13 7쪽
6 6화. 인희가 말을 안 한 이유 +2 21.05.13 349 14 7쪽
5 5화. 굴러온 복덩이 +1 21.05.12 376 14 7쪽
4 4화. 일자리를 찾아야 해. +2 21.05.12 410 13 7쪽
3 3화. 우리 애들헌테 또 한 번만 거지 어쩌구 해봐 +2 21.05.12 409 12 7쪽
2 2화. 방순덕이 인천으로 온 이유 +2 21.05.12 473 15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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