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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R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핏줄이 마법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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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R
작품등록일 :
2024.07.14 23:40
최근연재일 :
2024.07.24 07:45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297
추천수 :
34
글자수 :
56,756

작성
24.07.24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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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보라색 태양.

DUMMY

010.


쿠르릉-


손을 타고 마나가 흘러들어간다. 벨라포르의 문양이 빛나고 결계의 모든 아귀가 맞아들어갈 때, 바위는 육중한 소리를 내며 움직일 거 같지 않던 몸을 움직였다.

고블린들의 역한 체취가 아까보다 훨씬 진하게 코끝을 강타했다.


“윽.”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는 냄새, 고블린 굴이 확실했다. 그렇단 얘기는...


'고블린 중에 마법을 쓰는 종이 있단 건가?'


바위에는 확실히 결계 마법이 걸려 있었다. 하지만..., 고블린이 마법을 쓸 수 있단 얘기는 듣도보도 못 했다.

기껏해야 무리를 지어 사냥을 하는 놈들일 뿐, 고블린들이 마나를 감응하고 마법을 쓰는 그림은 쉽사리 상상되지 않았다.


“확실히 이상하네.”


누군가 고블린들을 도와주고 있거나, 고블린들 중에 마법을 배운 녀석이 있다. 뭐가 됐든 이상한 그림이다. 파헤칠 가치는 충분했다.


“컹컹-!”


레오가 짖었다. 멀린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레오, 넌 여기서 기다릴래? 위험할 수도 있어.”

“컹컹?!”

“너 다치면 자칼 아저씨가 많이 슬퍼하실 거야. 그러지 말고 여기서 얌전히...”

“컹컹-! 컹컹-!”

“...그래, 같이 들어가자.”


고블린 굴의 크기가 얼마만한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마수 냄새를 잘 맡는 레오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유사 시엔 레오 먼저 도망치게 하면 되겠지, 뭐.'


입 밖으로 내뱉었으면 레오가 몇 번이고 짖을만한 생각이었다. 멀린이 레오와 함께 굴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숨이 턱, 막히는 역한 냄새에 얼굴을 잔뜩 찡그린 채.


쿠르릉-


굴 안으로 침입자를 받아들인 바위는 그 누가와도 움직일 거 같지 않던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순식간에 어둠에 빠져버린 굴 안, 그나마 입구 쪽은 바위틈 사이로 빛이 새어들어와 형체를 구분할 정도는 되었지만 몇 걸음만 더 들어가도 암흑, 그 자체였다.


“컹컹-!”

“레오, 잠시만 기다려. 넌 잘 보이겠지만 난 아니라고!”


레오는 휘판을 반짝이며 어둠속을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겠지만 자신은 아니었다. 멀린이 작게 영창했다.


“다크 라이트.(Dark Light)”


영창을 끝마침과 동시에 마나가 한 곳으로 모여들더니 이내 환한 보라빛을 발하는 구체가 되어 공중으로 두둥실 떠올랐다.


“이정도면 나쁘지 않네.”


구체를 이리저리 살펴본 멀린이 흡족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크 라이트.


책을 읽던 멀린이 좋은 생각이 불현듯 떠올라 고안한 마법이었다. 다크니스 볼을 살짝 손 봐 회전과 파괴력을 줄이고 발광에 초점을 맞춘, 공격 일변도인 암 마법으로 어떻게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싶어 만든 것이었다.


“스승님이 봤다면 칭찬해주셨으려나.”


쓸데없는 짓 한다고 잔소리를 하셨을 수도, 어깨를 으쓱 올린 멀린이 다크 라이트의 빛을 등대 삼아 안으로, 안으로 전진했다.

깊은 곳으로 들어갈 수록 공기는 더욱더 차가워졌고, 냄새는 더욱더 역해졌다. 고블린들의 체취만이 아닌 옅은 피비린내까지. 벽면에는 굴 안에서 불을 지핀 듯, 그을음이 묻어있었다.


“밝은 걸 싫어해서 밤에만 활동하는 녀석들이 굴 안에서 불을 지핀다? 확실히 이상하네. 그치, 레오?”

“킁킁-”

“그래, 열심히 냄새 맡고 흔적 좀 찾아봐. 우리 들어온지 반 시진은 지난 거 같은데 고블린 털끝도 못 봤어.”

“컹컹-!”


레오가 코끝에 냄새가 걸렸는지, 이내 안쪽으로 뛰어들어갔다. “드디어 찾았구나!“ 멀린도 레오를 따라 내달렸다.


갈림길을 몇 번 만났음에도 레오의 행진에는 머뭇거림이 없었다.

왼쪽, 오른쪽, 오른쪽, 왼쪽... 어떻게 돌아가야할지, 귀가 방법이 막막해질 때 즈음에야 레오의 걸음이 멈추었다.


“여기야, 레오?”

“컹컹-!”

“고블린들이 생각보다 잘 해놓고 사네.”


멀린의 눈앞엔 나무로 만든 문이 서있었다, 그것도 꽤나 깔끔한. 조악한 도구나 만들 줄 아는 고블린들이 만들었을 거라곤 상상도 안 되는 문.


“안에 들어가보면 누가 만들었는지 알 수 있겠지. 들어갈게, 레오?”


멀린과 레오가 눈을 마주쳤다. 작게 고개를 끄덕인 멀린은 얕게 숨을 삼키고,


“다크니스 볼.”


콰과광-!!


그대로 문을 박살냈다.

나무가 부서지는 경쾌한 파열음은 굴 안에서 몇 번이고 메아리 쳤고 지축이 뒤틀리듯, 굴은 요동쳤다. 위에서 떨어지는 돌맹이들을 손으로 쳐낸 멀린이 앞을 쳐다봤다.


흙먼지가 가라앉고,


“그르릉-?”

“아, 열려있었구나. 뭐 좀 여쭤보려는데 말하실 수 있어요?”

“그르릉-!”

“말은 못하시나 보네.”


서로를 처음 마주한 고블린과 멀린은 인사를 나누었다.


“그르르릉-!!”


갑자기 문을 부수고 들어온 이방인, 자신들이 싫어하는 밝은 빛까지 끌고 들어온 멀린은 고블린들의 심기를 긁어놓기엔 딱이었다.

고블린들은 다크라이트의 밝은 빛에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조악한 무기를 손에 쥐었다, 어차피 자칼 아저씨의 스튜 값도 할 겸 이 곳에 온 거니까...


“다크니스 볼을 쓰면 여기 무너질 수도 있겠다, 그치?”

“컹컹-!”

“생매장 당할 바엔 조금 귀찮더라도...”


어차피 말도 못하는 녀석들, 묶어놓는다고 알아낼 정보도 없었다. 다량의 마나를 땅에 주입한 멀린이 영창했다.


“다크 스파이크.”

“끼이이엑-!!”


파아앗, 하는 소리와 함께 한순간에 보라색 가시들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방 안에 있던 열, 조금 넘는 고블린들은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생전의 형체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갈기갈기 찢어진 고블린들의 살점과 피가 비처럼 쏟아졌다.


“다크니스 볼로 한번에 소멸시키는 게, 서로서로 좋은데 말이야. 동굴이라서 쓰질 못하겠네.”


후드에 묻은 살점을 털어낸 멀린이 레오를 쳐다보았다.


“컹컹-!”


멀린의 까매진 눈자위를 마주한 레오는 겁에 질릴 법도 한데 주인의 복수를 한 걸, 안다는 듯 꼬리를 흔들며 멀린에게 몸을 부볐다.


“그래, 자칼 아저씨도 좋아하실 거야. 근데 아직 끝난 게 아니거든? 알아낼 것도 있고, 고블린 무리가 이정도로 궤멸도 안 될 거고... 한 번 더 냄새를 맡아볼래?”


레오가 냄새를 맡으려다 말고 멀린의 뒤쪽, 그 너머를 쳐다보았다.


“왜, 뭐가 있어?”

“컹컹-!!”


꽤나 흥분한 듯한 레오의 모습,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어둠 속에서 하나의 인형이 모습을 드러냈다, 고블린의 모습을 하고 인간의 말을 하면서.


“무슨 소란인가 싶었더니 또 너구나, 잡종. 내 부하들한텐 손대지 말라고 말했을 텐데? 그 빛은 또 무엇이냐, 우리들이 밝음을 싫어한다는 걸 모르는 것이냐.”


사제의 옷차림을 한 고블린, 그 무엇보다 잡종 같은 모습을 한 채 '누군가'를 잡종이라고 부르는 녀석의 모습에 멀린이 옅게 미소를 지었다.


알아낼 게 있겠군.


“잡종, 그거 되게 오랜만에 듣는 별명이네.”

“...그 놈이 아니군. 누구냐, 너.”

“그건 내가 물어볼 말이지.”

“쳐들어와놓고 상대방이 누군지 물어보는 건, 어느 나라 예의ㄴ...”

“블랙 스파이크.”

“끄아아악-!!”

“연습한 보람이 있네.”


정확히 녀석의 손과 발을 꿰뚫은 가시는 입을 살려둔 채, 녀석의 움직임만 제한시켰다.


“어느 나라 예의냐고? 고블린 나라 예의다. 그건 그렇고, 고블린이 인간의 말을 할 줄 아네? 앞에 쳐놓은 결계도 네가 한 거야?”

“끄으윽...”

“급소 다 피해서 찔렀는데 엄살은, 내가 물어볼 게 있는데 대답 좀 해줄래?”

“대답을 하면 살려줄 거처럼 얘기하는군... 으윽...”

“네 대답에 따라 안 아프게 죽여줄 순 있지.”


형상화 시킨 곡괭이를 손에 든 멀린이 뚜벅뚜벅, 녀석에게로 걸어갔다.


퍼억-!


“끄아아악-!!”


허벅지를 꿰뚫은 곡괭이는 녀석의 입에서 비명을 뽑아냈다. 동굴 안에서 계속해서 메아리 치는 비명 소리는 멀린의 까만 눈자위와 어울려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 눈동자..., 보라색 마나..., 너도 그 놈과 똑같은 잡종이군.”

“계속 잡종, 잡종거리네. 듣는 잡종 기분 나쁘게.”


멀린의 손이 한 번 더 솟구쳤다. 정확히 같은 곳을 가격한 곡괭이는 녀석에게 더 큰 고통을 선사했다. 어떻게든 비명을 삼키려 입술을 깨무는 녀석이었지만, 틈 사이로 비져나오는 신음까지는 삼키는 데에 실패했다.


“끄으윽..., 너도 악마의 피를 잇는 자이면서 우리와 왜 척을 지려는 거지...?”

“스튜가 너무 맛있었거든. 대답이 됐나? 근데 왜 네가 질문을 해, 대답을 하라니까?”


멀린이 이번엔 반대쪽 다리를 노리고 곡괭이를 휘두르려고 할 때, 저 동굴 안 쪽 깊은 곳에서부터 쿵쿵,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쿵쿵,

쿵쿵,


처음엔 메아리 치던 소리가 어느덧 귓가에 생생하게 와닿을 정도가 되었을 때, 녀석이 처음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광기로 눈을 번들거리며 침을 질질, 흘리는 녀석의 모습은 이제야 고블린 같았다.


“크, 크하하!! 우리 고블린 전사들을 우습게 보지 마라.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게, 바로 우리 고블린이다!”

“너 되게 두려워하는 거 같은데?”

“크큭, 그 여유도 언제까지 가나 보자꾸나! 자, 보거라! 나의 군단이다!”


녀석의 광기는 죽음을 목전에 둔 생명체가 으레 하는 마지막 발악이 아니었다. 확실한 근거가 있는 것이었다.


“그르르-!!”

“그르르-!!”

“크아아앙-!”


한 눈에 다 담기도 힘들 정도로 몰려온 고블린들은 손에 무기 하나씩을 들고 눈을 번들거리고 있었다. 광기 어린 눈빛의 종착지는 당연하게도 멀린이었다.


“많기도 하다. 레오, 너 길 기억하지? 먼저 도망가있어. 금방 따라갈게.”

“컹컹-!”

“그러지 말고..., 응? 너까지 챙길 수가 없어서 그래.”


다크 스파이크와 곡괭이만으론 이 많은 녀석을 처치하기엔 무리이다. 최악의 상황엔 다크니스 볼로 이 곳을 무너트려야 할 수도 있다.

간절함을 담아 레오에게 빌어봤지만, 레오는 털을 세우며 공격 태세를 갖출 뿐 멀린의 곁을 떠날 생각을 않았다.


“넌 자칼 아저씨한테 하나밖에 안 남은 친구란 말이야.”


이 많은 고블린들의 목을 자칼 아저씨에가 가져다 주어도 레오가 성하지 않다면, 자칼 아저씨는 슬퍼할 것이다.

은인에게 은혜를 못 갚을 망정, 슬픔을 주고 싶진 않다.

멀린이 레오를 쳐다봤다. 한낱 동물 주제에 눈빛에 담긴 결의는 꽤나 강인해보였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살아 돌아가자, 같이.”


같이 살아돌아가는 것. 멀린도 자세를 잡았다. 곡괭이를 한 손에 들고 마나로 레오와 자신의 몸을 감싼 멀린이 영창했다.


“다크 스파이크-!”


한 그루의 커다란 가시나무가 피어오르고 고블린들의 몸이 찢겨져 나갔다. 동굴의 천장에 닿을 정도로 크게 만들어낸 다크 스파이크였지만, 그렇다고 전황이 바뀌진 않았다.

오히려 죽은 숫자보다 더 많이 충원되어 군단의 크기는 계속해서 커져갔고, 놈들의 살의는 극에 달해갔다.


“그르륵-!!”


퍼억-!


다가오는 녀석의 머리통을 곡괭이로 날려버리고, 다크 스파이크를 피어내고, 끝없이 고블린의 피를 뒤집어썼지만 활로는 보이지 않았다.

레오와 등을 맞대고 있지만 언제 떨어져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었다.


“크하하! 이제야 얼굴에 여유가 없어졌구나!”

“넌 좀이따 보자.”

“지금 보지 그래? 크하하!”


녀석의 비죽거림에도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어떻게 해야하나, 동굴을 무너트릴 각오를 하고 다크니스 볼을 써야하나.

멀린의 사고 회로가 맹렬한 속도로 돌아갔지만, 동굴을 무너트리는 것 말곤 떠오르는 방법이 없었다.


'스승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루시퍼를 죽인 마법사라면 어떤 선택을 내렸을까.

이런 상황에 떠오르라는 활로는 안 떠오르고 스승님의 첫 시험 때가 떠올랐다. 햇빛을 이용해 스승님에게 한 방 먹였던 그 순간이...


'어...?'


고블린은 햇빛을 싫어한다. 아니, 햇빛을 싫어한다기 보단 '빛' 그 자체를 싫어한다. 밤에만 활동하고 평생을 굴에서 사는 녀석들에게 강한 빛은 치명적일 거다.


활로가 떠올랐다.


“레오, 여기로 와!”

“컹컹-!”


품에 안겨온 레오의 눈을 가리고 몸을 웅크렸다. 눈을 감아도 다크 라이트가 어디에 위치해있는지 알 수 있다. 마나는 마법사의 수족이니까.

멀린의 등 위로 고블린들의 온갖 무기가 날라들었다. 멀린은 루시퍼를 죽인 마법사의 제자라는 걸 증명하듯, 빠르지만 침착하게 영창했다.


“다크라이트 맥시멈!”


파앗-!

동굴 안에 보라색 태양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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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보라색 태양. 24.07.24 15 1 13쪽
9 고블린을 척살하자. 24.07.23 27 1 12쪽
8 새로운 마법. 24.07.22 26 1 13쪽
7 루키우스. +1 24.07.21 28 4 12쪽
6 마법사는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거에요. 24.07.20 31 5 13쪽
5 어둠을 몰아낼 태양. 24.07.19 32 4 13쪽
4 시험은 영악하게. 24.07.18 31 4 12쪽
3 악마는 싫은데, 24.07.17 34 4 14쪽
2 각성. 24.07.16 32 5 13쪽
1 혼혈아. 24.07.15 42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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