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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R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핏줄이 마법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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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R
작품등록일 :
2024.07.14 23:40
최근연재일 :
2024.07.24 07:45
연재수 :
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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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글자수 :
56,756

작성
24.07.18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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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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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시험은 영악하게.

DUMMY

004.


파문당한 뒤, 마법 수련을 게을리하긴 했지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원정대의 일원이었다.

마법을 배운 적 없는 꼬맹이 대 루시퍼를 죽인 마법사. 애초에 체급이 맞지 않는 매치업이었다. 그 꼬맹이가 대악마의 핏줄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그렇다고 설렁설렁 상대할 생각은 없었다. 아까 말한 대로 난 정말 악마를 싫어하거든.

대주교의 부탁만 아니었다면 이딴 악마 꼬맹이를 제자로 받아들일 일 따윈 없었을 거다.


'뒷방 늙은이가 그때 진 빚을 이렇게 갚으라고 할 줄이야······.'


액터가 눈을 찌푸리며 한낮의 태양을 바라보았다. 남은 시간은 길어 봐야 일곱 시간이려나, 여기서 완벽히 녀석을 제압한 뒤, 대충 가르치는 시늉만 낼 것이다.


“악마 새끼 거두어 키워 봤자 좋은 일 하나 없다고 그리 말씀드려도, 대주교님도 참······.”

“예?”

“혼잣말이다, 그건 그렇고 시작 안 할 거냐? 너한텐 1분 1초가 소중할 터인데?”


꼬맹이가 자세를 잡았다. 그 모습 위로 생각하기도 싫은 녀석의 얼굴이 떠올랐다.


“내 인생도 지랄 맞군. 퉷-.”


그 녀석의 얼굴과 함께 가래침을 탁, 하고 뱉은 액터가 앞을 쳐다봤다.

꼬맹이가 오른손엔 마나로 만든 곡괭이를, 왼손엔 꽤 커다란 마나 구체를 쥐고 있었다.


'저 정도 크기의 마나 구체는 차치하더라도 마법도 안 배운 녀석이 형상화를 한다라······.'


마법은 재능의 영역이었다.

평생을 노력하더라도 타고난 재능이 없다면 '마나를 형상화'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액터는 그런 녀석들을 지겹도록 봐 왔다, 그것에 비하면 저 꼬맹이는······.


'신한테 버림받은 녀석인지, 선택받은 녀석인지.'


대악마의 핏줄은 확실히 대악마의 핏줄이구먼, 액터가 여전히 여유로운 표정으로, 하지만 오늘 처음 자세를 제대로 잡았다.


콰광-!!


녀석의 첫 번째 공격은 단순한 마나 구체 투척이었다, 그마저도 제구가 엉망인. 땅에 처박힌 마나 구체는 짙은 흙먼지를 일으켰고.


“어디다 던지는 거냐, 인마. 너 왼손으론 뭐, 함부로 던지지 마라. 애먼 사람 잡겠ㄷ······ 어이쿠야!”


부웅-!!


흙먼지 사이를 뚫고 날아든 건, 멀린의 날카로운 곡괭이질이었다.

녀석이 마나 기척을 숨길 수만 있었다면 두 눈 뜨고 당할 뻔했다.


“아, 아쉬워라. 시험 빨리 합격하고 빵 먹으러 갈랬는데.”

“어이, 우리 제자. 너 좀 건방지다?”

“악마들은 그런가 보죠, 뭐.”

“어떻게 한 마디도 안 지냐, 응? 제자는 고분고분한, 그런 맛도 좀 있어야 하는데.”

“자기 몸에 생채기 내기 전까진 대충 가르칠 거라고, 스승님이 먼저 말하셨는데······.”

“어휴, 저 저! 한 마디도 안 지는 거 봐!”


얼굴 표정은 여전히 여유로웠지만 심장은 생각보다 빠르게 뛰었다. 숨을 짧게 고르면서 흐트러진 머리와 생각을 정리했다.

흙먼지로 시야를 제한한 뒤, 곡괭이로 근접 공격을 한다. 얼핏 보면 단순한 전술처럼 보이겠지만 실전 경험 하나 없는 꼬맹이가 현저히 체급이 높은, 여유를 부리고 있는 상대에겐 딱 써먹기 좋은 전술이었다.

한마디로 전투 센스가 좋은 녀석이었다.


“내가 이래서 악마들을 싫어한다니까? 머리가 안 좋은 쪽으로 너무 잘 돌아가!”

“스승님의 첫 칭찬이네요.”


씨익, 웃으면서 브이를 내보이는 꼬맹이.

능글맞긴, 이래서 악마들이 싫다니까.


“자, 네가 점심으로 빵을 먹을지, 저녁으로 먹을지, 한 번 볼까?”

“스승님도 점심 같이 드시죠, 광장 쪽에 맛있는 빵집이 있거든요.”


녀석이 오른손을 펼쳤다. 그리곤 자그마하게 속삭였다.


“블랙 체인.”


속삭임이 아니었다. 마법을 위한 영창이었다. 액터의 얼굴이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


'그때, 그 느낌을 재현하기는 어렵나······.'


멀린이 아무 변화도 없는 자신의 오른손을 쳐다봤다.

'그것도 속임수였냐?' 맞은 편에 서 있던 액터가 비웃어 댔지만, 귓가에 들어오진 않았다.

홀로 있을 때도 마법을 쓰기 위해 노력해 봤다만 헛수고였다. 피가 들끓고 그 피가 폭발하듯이 터져 나오던, 그 느낌을 다시 한번 느끼려면 숨이 끊어질 거 같은 분노가 필요한 건가?

멀린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화창한 하늘 위엔 인큐버스 대신 새가 날아다니고 있었고, 광장 쪽에선 폐허를 재건하고 있는 주민들의 떠들썩한 소리가 들려왔다.

분노보다는 평화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후우······.”


마법은 쓰지 못한다, 아까와 같은 기습 공격에 두 번 당해줄 위인도 아니다.

고민하는 순간에도 시간은 착실하게 흐르고 있다. 어떻게든 방법을 생각해 내야 한다.

지금은 건물 하나 없는 곳에서 한낮의 햇볕을 견디고 있지만 , 이 곳도 곧 깜깜해지고 말 거다.

어?

햇볕을 가려 줄 건물이 없다, 라······.

멀린이 주위를 둘러봤다. 사제들의 숙소였던 건물은 폐허가 된 지 오래였다.

잡목 몇 그루를 제외하면 이 곳에서 햇빛을 가려 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이번엔 어떤 속임수를 쓸 지, 고민이 끝났나 보군.”

“속임수라뇨, 전 시험을 통과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것 뿐이에요.”

“그래, 너의 최선이 뭐일지 나도 궁금하네. 아주 악마다울까, 아니면 인간다울까?”


액터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비아냥만을 담고 있는 웃음은 아니었다.


“갑니다-!”

“와라!”


쿠궁-!

쿠궁-!

쿠궁-!


연달아 날아오는 세 개의 마나 구체를 가뿐하게 피한 액터가 하늘을 쳐다보았다. 이제 남은 시간은 여섯 시간이었다.


***


“체력 하나만큼은 인정하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시간대가 되었다.

같이 점심을 먹으러 가자는 멀린의 약속은 아무 의미 없는 말이 되었다.

광장 쪽에선 저녁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뿜어내는 연기가 산발적으로 피어오르는 중이었다.

그 시간 동안 멀린은 한시도 쉬지 않고 마나 구체를 뿌려댔다.

그 탓에 땅은 움푹 패였고, 자그마한 숲을 이루고 있던 잡목들도 다 날아가 버렸지만, 액터에게 유효타를 먹이진 못했다.


콰광-!


이번에도 마나 구체는 액터가 아닌 애꿎은 땅을 폭행했다.


“후우, 인마! 이 정도면 땅도 아프다고 소리를 지르겠다.”

“하하, 그런가요.”

“그렇게 여유로워도 되는 거냐? 10분 뒤면 해가 질 텐데.”


무슨 꿍꿍이인지, 멀린의 얼굴엔 여유로움이 가득했다.

주위를 둘러본 액터가 숨을 짧게 내쉬었다.

마나 구체가 만들어 놓은 끔찍한 현장이 펼쳐져 있었다.


'마나 양 하나는 왕궁 마법사들도 한 수 접고 들어가겠군, 이렇게 마나를 써대고도 숨 하나 헐떡이지 않다니.'


마나의 양과 순도 등, 타고난 재능은 마법사 중에서도 최상위 클래스였다. 잘만 다듬으면 정말 악마들의 씨를 말릴 수 있는, 혹은 루시퍼의 예언을 이룰 재목임엔 확실했다.

확실히 흥미가 가는 아이였다. 그렇다고 이 시험을 쉽게 통과시켜 줄 생각은 아니었지만.


콰광-!


이번에도 멀린의 마나 구체를 손쉽게 피해 냈다. 움푹 파인 땅이 거슬리긴 했지만, 정확도가 떨어지는 탓에 피하는 데에 어려움은 없었다.


“정확도에 신경을 조금 더 써야겠어. 설마 내가 이 구덩이에 발을 걸려 넘어진다는, 그런 요행을 바라는 건 아니겠지? 하하!”


구덩이에서 사뿐하게 뛰쳐나온 액터가 멀린을 보며 웃었다.

이제 남은 시간은 길어 봤자 5분.

태양은 서쪽 지평선에서 마지막 불꽃을 빨갛게 태우고 있었다. 멀린도 그에 맞춰 마지막 공격을 준비하는지, 아까보다 몇 배는 큰 마나 구체를 손에 들고 있었다.


“그게 마지막 한 방인가?”


크기만 크다 뿐, 아까와 다를 거 없는 평범한 마나 구체였다. 처음에 보여 줬던 공격은 그저 요행이었나? 전투 센스가 좋다는 건 내 오판일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 때 즈음, 구체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천천히, 하지만 육중한 소리를 내며.


쿠우웅-!


분명히 정통으로 맞으면 아무리 자신이라 하더라도, 치명상을 입을 정도의 파괴력이었지만······.


“너무 느려.”


저 정도 속도로 다가오는 공격을 못 피할 바보는 없었다, 속박 마법에 당한 거면 또 몰라도.

자욱하게 피어난 흙먼지 속, 액터는 멀린의 기척을 살피며 손쉽게 공격을 피해 냈다.


“마지막 공격도 무위에 그쳤구나.”


아까와 같이 자욱한 흙먼지 사이로 기습 공격을 하려는 시도도 없었다.


'아쉽군, 좋은 재목이었는데.'


시야를 가리던 부유물들이 천천히, 땅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제 이 먼지가 가라앉고 나면 시험은 멀린의 실패로 끝나고 말 것이다.

하나 흙먼지가 가라앉고 액터가 처음 마주한 건, 실의에 빠진 멀린이 아니라,


“윽-!”


저녁의 붉은 노을이었다.

흙먼지 속에서 제한돼 있던 시야가 열리자마자 들이닥친 강렬한 햇살은 액터의 두 눈을 찡그리게 하는 데엔 안성맞춤인 무기였다.

그리고,


“이게 제 마지막 공격이에요.”


멀린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평소보다 작은 크기의 마나 구체였지만 전과는 달리, 빠르고 정확하게 액터를 향해 날아갔다.


슈웅-!


“이 놈이-!”


일단 몸을 움직여 첫 번째 구체를 피해 내는 데엔 성공했지만, 완전하지 않은 시야로 두 번째 구체까지 피해 내기엔 무리였다.


퍼엉-!!


완벽한 유효타.

액터의 몸에서 보라색 화염과 연기가 일었다가 이내 바람에 흩어져 사라졌다.


“스승님, 괜찮으세요? 제가 힘조절을······.”

“제자라는 게 스승을 죽이려고 하다니, 역시 악마답군.”


액터가 오른손을 털어 내며 멀린을 쳐다봤다.


“햇빛으로 시야를 방해한 다음 공격한다라······. 노린 거냐?”


멀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햇빛을 가려 줄 건물도 없으니 나무 몇 그루만 부순다면 햇빛을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땅에 꽂은 마나 구체도 일부러 한 거겠군.”

“스승님의 동선을 제한시켜야 햇빛이 내리쬐는 곳으로 몰 수 있으니까요.”

“······핫.”


기가 차는군, 이 한순간을 위해 그 정도 마나를 쏟아붓는다는 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인지, 이 꼬맹이는 알지도 못 한다.

방대한 마나 양과 타고 난 전투센스가 없다면 생각할 수도 없는 전술이다.


후우.

액터가 다시 입을 열었다.


“시험은 합격이다. 축하한다, 꼬맹이.”

“야호-! 같이 저녁 먹으러 가요. 광장 쪽에 맛있는 빵집이 있어요!”

“그래, 그래. 그 빵집 얘기 한 번만 더하면 백번째다. 먼저 내려가 있거라, 여기 정리하지 않고 가면 대주교님한테 혼날 거 같으니. 정리만 하고 금방 따라가마.”

“네-! 알겠습니다! 금방 오세요!”


우다다, 신나게 뛰어가는 멀린.

그 모습에 액터가 기가 찬 듯, 코웃음을 치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일곱 시간 동안 쉬지 않고 마나를 쓴 주제에 아직도 체력이 남아도나 보군.”


아직도 저릿거리는 오른손을 쳐다봤다. 미세한 골절인가, 며칠 간은 오른손을 쓰지 못할 거 같다.

마나를 한 곳에 집중해 막아 내지 않았다면······ 몇 시간은 정신을 잃었을 거다.

액터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제자의 공격을 맞고 기절하는, 그런 추태는 보이지 않았으니 다행인 건가.


“정제된 마법도 아닌 그저 마나 구체일 뿐인데, 말도 안 되는 파괴력이군.”


액터가 주위를 둘러봤다. 성치 않은 손으로 이곳을 다 정리할 생각을 하니 자연스레 한숨이 터져 나왔다.


“스승이 정리를 한다 하면 도와주는 게 제자의 예의이거늘, 배고프다고 호다닥, 도망가고. 쯧쯧. 역시 악마 놈들은 안 돼.”


두 번 다시 악마와 엮이지 않겠다고 다짐했거만, 이번엔 악마의 피를 이어받은 제자가 생겨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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