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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R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핏줄이 마법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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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R
작품등록일 :
2024.07.14 23:40
최근연재일 :
2024.07.24 07:45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305
추천수 :
34
글자수 :
56,756

작성
24.07.20 12:05
조회
31
추천
5
글자
13쪽

마법사는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거에요.

DUMMY

006.


시간은 평등하다.

악마든, 인간이든 모두에게 주어진 시간은 똑같다.

하나,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어떤 이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기도, 어떤 이는 퇴보하기도 한다.

멀린은 완벽히 전자에 속한 이였다.


“멀린, 내가 첫 수업 때 얘기했지? 생명을 가진 모든 것에겐,”

“마나가 존재한다.”

“그래, 이 들꽃에도 미약하게나마 마나가 존재한다. 눈을 감고 마나의 흐름을 읽어보거라.”

“예, 스승님.”


2주라는 시간, 멀린은 이제 어엿한 마법사가 되었다. 1서클에 해당하는 공격 마법을 다 배우는 데엔 채 일주일이 걸리지 않았다.


“느껴지느냐?”

“예, 바람처럼 마나에도 흐름이 있네요.”

“미약한 마나를 느낄 수 있다면, 자신의 마나를 숨길 수도 있을 것이다. 흘러나오는 마나를 심장 안에 가둬보거라.”

“······이게 마법 수련이랑 관련이 있나요?”

“어허, 스승님 말에 토달지 말고. 마법사는 마나를 수족처럼 다룰 줄 알아야 한다고 하지 않았느냐.”


멀린이 꺼림칙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심장 안으로 마나를 압축하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새어나오면 안 되느니라.”

“예, 근데 이게 도대체 무슨 수련...”

“어허, 쓰읍-!”


멀린이 의문을 가질 만도 했다. 평범한 마법사라면 자신의 마나를 숨길 필요가 없으니까. 아니, 오히려 자신의 마나가 얼마나 짙은지 뽐내고 싶어하는 이들이 마법사란 족속이었다.

하지만 멀린은 평범한 마법사가 아니었다. 악마만이 가질 수 있는 보라색 마나의 소유자라는 걸 들켜서 좋을 건 아무 것도 없었다.

하물며 지금 우리가 가야할 곳에선 더욱 더.


“다 집어넣었느냐?”

“예, 스승님.”


액터가 멀린의 몸을 훑어보았다. 마나의 기척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마법과는 거리가 먼, 열두살 아이의 모습 그 자체였다. 마나 제어도 이제 수준급에 올랐다.

흐뭇한 듯, 고개를 끄덕인 액터가 입을 열었다.


“멀린, 잘 때에도 마나를 뿜어내서는 안 된다. 할 수 있겠느냐?”

“예, 그건 어려울 거 없는데... 마나를 숨겨야 할 이유가 있나요?”


멀린의 질문에 액터는 미묘한 웃음을 얼굴에 띠웠다.


“우리는 수도로 간다, 멀린.”

“네? 수도라 함은...”

“왕궁과 교황청이 있는 곳이지.”


***

“우와-!”


마차 안에 자그맣게 난 창문에 얼굴을 댄 멀린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자신이 나고 자란 베로스 성을 한 번도 떠나본 적 없는 멀린에겐 성 밖의 평범한 풍경도 절경처럼 보였다.


“그렇게 신나느냐?”

“예! 베로스 성을 떠나는 것도 설레는데, 하물며 수도라니요!”

“놀러가는 거 아니니까 너무 들뜨진 말거라.”

“예-!”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반짝이는 눈을 숨기지 못하는 멀린이었다. 뭐, 마나만 잘 숨기면 되는 건가. 액터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조금씩 익숙한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곳에 다시 돌아올 줄이야.'


파문을 당하고, 마법사 협회에서도 제명되었다. 자신의 인생에 수도로 돌아올 일은 두 번 다시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사람 일은 한치 앞도 모르는 것이었다.


'애초에 멀린의 스승이 되었을 때부터 내 인생이 다시 요동치기 시작한 건가.'


자신이 수도로 돌아오게 된 이유인 아이를 쳐다보았다. 여전히 빛나는 눈동자, 여자라고 해도 믿을 만큼 아리따운 외모엔 이제 아이 특유의 사랑스러움까지 넘쳐흘렀다.

이 아이는 악마의 핏줄이고, 보라색 마나의 소유자이다. 기본적인 마나 운용과 마법을 가르쳐줄 순 있지만, 멀린이 성장하는 속도에 맞추려면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만으론 부족했다.

그리하여 수도로 온 것이다. 이 곳엔 인류가 만들어진 이래 쌓아놓은 모든 지식을 모아둔 곳이 있으니까.


“스승님! 저희 바로 솔몬교 사도문서고로 가는 건가요?”

“응? 파문 당한 사제가 문서고에 어떻게 들어가.”

“네? 그러면 왕궁 도서관은요?”

“마법사 협회에서도 제명돼서...”

“그러면 저희 어떡해요?!”

“어떡하긴 뭘 어떡해, 몰래 들어가야지. 그러려고 마나 숨기는 법을 배운 거야.”


***


“치, 수도에 온대서 설렜는데 도둑놈들도 아니고 이게 뭐에요!”


허름한 여관에 짐을 푼 멀린이 푹, 눌러쓴 후드를 벗으며 입을 삐죽댔다.


“도둑놈들 맞아, 근데 평범한 도둑들이 아니지. 우린 의적이야.”

“도둑이면 도둑이지, 의적은 또 뭐에요!”

“자, 멀린. 생각해보거라. 귀중한 지식이 있는 곳이라면 모두에게 개방되어야 마땅하지, 그렇지?”

“그건 그렇죠.”

“그런 곳을 사제나 귀족, 왕족들만 들어갈 수 있다니, 이건 너무한 게 아니냐. 우리는 이 불공평한 세상에 경종을 울려주려는 것 뿐이다. 그러니까 답답해도 조금만 참거라.”


액터가 손을 들어 멀린의 후드를 다시 씌워주었다. 멀린은 순순히 그 손길을 받아들이면서도 밖을 향한 시선은 돌릴 생각을 않았다.

말끔한 거리와 휘황찬란한 옷차림의 사람들. 빵 하나에 덜덜 떨며 살아왔던 멀린에게 이 곳은 별천지나 다름 없을 것이다.

액터가 후드 위로 멀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놀러나가고 싶으냐?”

“...그냥 신기해서요.”

“그래, 네 눈엔 여기가 별천지 같아 보이겠지.”

“사람들이 다들 행복해보여요.”

“겉모습만 그렇지, 속은 네 고향보다 훨씬 더럽고 추악한 곳이다.”

“정말요?”


멀린의 순수한 눈동자를 앞에 두고 액터는 어떠한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곳은 정말 추악한 곳이었으니까.


“밤 늦게 나가야하니 지금 눈 좀 붙여두거라. 잘 때에도 마나 숨기는 거 잊지 말고.”


액터도 멀린을 따라 창밖을 쳐다봤다. 이 곳에 어울리는 어둠이 오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었다. 나도 눈을 좀 붙여야겠군, 액터가 헤진 커튼을 치고 침대에 누웠다. 밖에서 들리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기계적인 탓에 기괴한 느낌이 들었다.


***


새벽 한 시, 새벽 공기는 습기를 머금고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고, 어둠은 짙게 깔려있다. 손톱 같은 초승달이 하늘에 걸려있었지만 어둠을 몰아내기엔 힘이 부족했다. 한 마디로 두 명의 도둑이 활동하기엔 천혜의 조건이었다.

후드를 뒤집어 쓴 두 명이 여관 문 앞에 서서 눈을 마주치곤 고개를 끄덕였다.


끼익-


아귀가 맞지 않아 삐걱거리는 문을 조심히 열고 첫 발을 내딛었을 때, 멀린의 목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새벽의 추위 때문은 아니었다.

언젠가 이런 비슷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다. 언제일까, 열심히 머릿속을 뒤적이던 멀린은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왜 그러느냐, 멀린? 화장실 가고 싶은 게냐?”

“스승님...”

“그러게 화장실 다녀오라니까, 저기 저 골목 들어가서 몰래...”

“그게 아니라,”

“왜? 설마 큰 거야?”


멀린이 고개를 저었다. 이 느낌, 악마의 핏줄인 자신만이 느낄 수 있는 이 느낌. 머릿속을 뒤져서 찾아낸 이 느낌의 근원지는 엄마를 죽인 악마 놈들을 처음 마주했을 때의 그것과 똑같았다.

멀린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하늘을 쳐다봤다.


“놈들이 오고 있어요.”

“그게 무슨 소리냐. 악마들이 오고 있다는 얘기냐? 악마의 마나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데, 아니! 아무리 악마라고 하더라도 수도에 처들어오는 미친 짓은 쉽사리 할 수 없을 터인데.”

“악마들만이 오고 있는 게 아니에요, 인간들이, 인간의 피가 섞여있어요.”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당최...”

“왔어요!”


액터는 말을 끝맺지 못하곤 하늘을 쳐다봤다. 초승달을 가린 밤하늘의 짙은 구름들 사이로 흐릿하게나마 인형들이 보였다.


“설마...”

“어떤 놈들인지 아세요?”

“수도에서 가장 가까운 반 왕정세력..., 인간의 피가 섞여있고, 그 중에서 수도를 선제 공격할 수 있는 미친 놈...”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액터가 멀린을 쳐다봤다. 떨리는 동공처럼, 떨리는 목소리로 액터가 뱉은 말은,


“루키우스, 이 미친 놈.”


자신의 옛 제자였다.


쉬익-!

쉬익-!


구름 속에 몸을 숨기고 있던 악마들이 나타났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멀린, 여관으로 돌아가서 숨어있거라! 내가 아는 루키우스라면, 정말 수도를 공격할 셈일 게다!”

“스승님, 악마들이 처들어온 거라면 저도...!”

“여기서 네가 악마의 핏줄인 걸 들키면 넌 평생 쫓기는 신세가 되는 게다!”

“하지만...!”

“얼른, 멀린! 스승의 말에 토달지 말거라!”


액터가 멀린을 집어넣듯이, 여관에 넣어놓고는 어디론가 황급히 달려가버렸다.

여관 안의 작은 창문으로 보는 바깥 세상은 낮과는 영 딴 판인 모습이었다. 두둥, 두둥, 북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고, 사람들의 머리 위로 악마들이 날아다녔다.


“나도 나가서 도움을...”


멀린이 밖으로 뛰쳐나가려다말고 걸음을 주춤거렸다.


'마나를 못 쓰는 나는 짐만 될 뿐인데...'

'그렇다고 마법을 쓰면 악마의 자식인 게 들통 난다.'

'교황청에서 대주교님하고 스승님에게 악마의 자식을 키운 죄를 물을 수도 있다.'

'도대체 난...'


멀린이 어떠한 선택도 못 내리고 있을 때, 거리에선 거미 모습을 한 마수 '나바루스'가 벽을 타고 모습을 드러냈다.

걸음이 느린 사람은 나바루스의 거미줄을 피할 방법이 없었다.


“꺄아악-! 누구 없어요? 살려주세요, 제발!”


비명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멀린이 밖으로 뛰쳐나갔다. 깊게 생각하지 않은 즉각적인 행동이었다. 마나도 쓰지 못 한다. 손에 든 거라곤 여관에서 가져나온 식칼 한 자루가 다였지만, 멀린은 위험에 빠진 사람을 무시할 만큼 모진 사람은 못 되었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얼른 거미줄을 끊어드릴게요”

“...꼬마야, 너라도 도망가거라. 마법사들이 아니면 이 거미줄을 끊지 못 해.”


그 말대로 거미줄은 끊기기는 커녕, 흡집조차 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멀린의 손은 멈출 생각을 않았다.


“마법사들이 곧 올 거에요. 여기는 수도잖아요, 왕궁 마법사들도 많을 거고...”

“흐윽, 흐윽... 왕궁 마법사들은 우리를 도와주지 않는단다.”

“그게 무슨 말이세요, 마법사는 사람들을 위해 존재하는 걸요.”

“이 곳은 달라, 이 곳은...”


'그게 무슨 말이죠?' 라고 묻기 전에 인기척이 들려왔다. 멀린이 고개를 들어 확인하자 멋들어진 제복과 넘쳐흐르는 마나를 가진, 누가 봐도 왕궁 마법사인 거 같은 무리가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있었다.


“저기요, 아저씨들! 마법사 맞죠? 여기도 사람이 있어요! 좀 도와주세요!”

“귀족이십니까?”


급하게 달려온 마법사들은 멀린이 뒤집어 쓰고 있는 더러운 후드를 보곤 쯧, 하고 혀를 찼다.


“쳇, 아니군. 꼬마야, 우리는 왕궁 마법사들이다. 네가 도와주고 있는 사람은 이미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니 너까지 마수한테 잡히지 말고 숨어있거라.”

“그게 무슨 말이에요! 여기 사람이 있다고요!”

“꼬마야, 우리는 귀족과 왕족들을 위해서만 움직인다.”

“도대체 그게 무슨...”


멀린은 분명히 자신이 인간을 상대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이 놈들도 악마와 다를 게 없는 족속이었다.

멀린이 천천히, 하지만 또렷하게 말했다.


“마법사는 인류를 위해 존재하는 거에요.”

“하하, 그건 재능을 타고 나지 못한 마법사들에게나 통하는 얘기지. 우리는 국가의 중요 자원인 왕궁 마법사들이다. 우리의 임무는 왕족과 귀족들을 지키는 거다, 평범한 너희가 아니라.”

“이대로 놓아두면 이 사람은 죽는 거 알잖아요, 당신들 손짓 한 번이면 이 거미줄을 끊을 수 있단 것도!”

“주민들도 우리의 위세 안에서 평온한 일상을 누렸으니 된 거 아니겠느냐. 다른 성들이 악마와 목숨을 걸고 싸울 때, 수도는 평화로웠다. 주민들도 그 대가를 치뤄야할 때가 온 거지.”


액터가 말한 대로 이 곳은 너무 추악했다. 인류를 위해 존재해야 할 마법사는 특권층을 위한 개가 되어있었고, 악마에게서 주민들을 보호해야 할 교황청은 아직까지 잠잠하기만 하다.

멀린이 눈을 감았다. 뒷일이 무서워 마나를 쓰지 못한다면 난 악마와 다를 게 없는 인간일 것이다.


“후우...”


숨을 내쉬고, 심장 안에 가둬놓았던 마나를 폭팔시켰다.


“그 마나는 도대체..., 악마다! 인간형 악마가 여기 있다!”

“악마들은 사람의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악함을 건드리고, 그것에 놀아나는 꼴을 바란다. 이거 딱 당신들 같지 않아요?”

“서클을 가지고 있는 악마는 또 처음 보는군, 다들 긴장해라.”


멀린이 눈을 떴다. 흰자위가 까맣게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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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보라색 태양. 24.07.24 15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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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어둠을 몰아낼 태양. 24.07.19 33 4 13쪽
4 시험은 영악하게. 24.07.18 32 4 12쪽
3 악마는 싫은데, 24.07.17 34 4 14쪽
2 각성. 24.07.16 32 5 13쪽
1 혼혈아. 24.07.15 44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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