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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R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핏줄이 마법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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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R
작품등록일 :
2024.07.14 23:40
최근연재일 :
2024.07.24 07:45
연재수 :
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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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6,756

작성
24.07.2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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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루키우스.

DUMMY

007.


멀린이 다크니스 볼을 생성했다. 한 개, 두 개, 세 개..., 마지막엔 열 두 개에 달하는 다크니스 볼이 멀린의 주위에 부유하고 있었다.

기본적인 마법이었지만, 각각이 가지고 있는 파괴력은 '기본'의 수준을 월등히 뛰어넘는 것들이었다. 왕궁 마법사들도 쉽사리 선제 공격을 날리지 못하고 멀린의 동태를 살폈다.


“보라색 마나의 소유자이다, 1서클이라고 얕보지 마라.”

“예!”


누구도 먼저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 나바루스들만이 거미줄에 걸린 먹잇감을 낚아채기 위해 벽을 오르내릴 뿐이었다.

잠깐의 대치 상황 끝에 먼저 움직인 건, 멀린이었다.


피융-!


멀린이 손이 움직이자 다크니스 볼이 빠르고 낮게 흙먼지를 일으키며 날아갔다. 왕궁 마법사들은 방어를 위해 체계적으로 움직였지만,


“쉴드!”

“소일 쉴드.(Soil shield)”


퍼엉-!


“끼이이엑-!”


다크니스 볼의 목적지는 그들이 아닌 나바루스였다. 끔찍한 소리를 내며 쓰러진 나바루스의 몸에서 검붉은 마나가 뿜어져 나와 멀린에게로 향했다.

나바루스의 마나를 흡수하는 멀린의 모습을 본 왕궁 마법사들은 못 볼 걸 봤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마수의 마나까지 흡수하다니, 확실히 평범한 악마는 아니구나. 크리스, 준비해라. 악마를 정화한다.”

“예-!”


솔몬교의 심볼을 목에 걸고 있는 마법사가 앞으로 튀어나왔다. 그의 몸에서 밝은 빛의 마나가 흘렀다, 흰자위가 까맣게 물든 멀린이 비죽거리며 말했다.


“명의 마나인가? 눈앞에서 사람들이 죽어가도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당신들이 갖기엔 너무 과분한 거 같군.”

“악마 새끼가 조잘조잘대기는, 한 번에 심장을 꿰뚫어주마! 홀리 애로우-!”


멀린의 심장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는 빛의 화살, 방어 마법따윈 배운 적이 없었다. 아니, 배울 필요가 없었다. 멀린이 가진 파괴력은 상대방의 공격 또한 파괴할 정도였으니.


피융-!


퍼엉-!


멀린의 손짓에 따라 날아간 첫 번째 다크니스 볼은 상대방의 공격을 완벽하게 상쇄시켰다. 밝은 빛의 마나와 보라색의 마나가 뒤섞여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아름다운 불꽃을 보여주고 사라졌다.

남은 다크니스 볼은 10개, 멀린은 지체하지 않고 빠른 속도로 총공격을 강행했다.


“쉴드를 더욱 두텁게 해라-! 크리스는 두 번 째 화살을 준비하도록!”

“예!”


7개의 다크니스 볼은 왕궁 마법사들의 발을 묶는 용도로, 나머지 3개는 땅에 처박아 흙먼지를 일으켰다.

골목을 자욱하게 가린 흙먼지, 왕궁 마법사들은 잔뜩 긴장한 채 사방으로 쉴드를 쳤지만 후속 공격을 날아오지 않았다.


“마지막 공격을 준비하는 게냐! 하하! 그래봤자 1서클 마법사일 뿐이지. 우리가 공격을 강행하면 네 놈의 목숨은 파리 목숨과 다를 게 없을 거다!”


하지만 시야가 트인 뒤에 보인 건, 최후의 공격을 준비하고 있는 멀린이 아니라 나바루스의 거미줄을 이용해 하늘을 날듯이, 멀어져가는 멀린이었다.

한 손엔 주민을 꼭 껴안고 밤하늘을 날아가는 녀석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 같이 아름답기까지 했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마법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급 악마의 마나를 흡수해 자신의 능력처럼 사용하는 악마라...”

“녀석에 대해 아시는 게 있으십니까?”

“크리스, 너는 교황청에 가서 보고를 올려라.”

“예? 뭐라고 보고를...”

“이 천치 같은 놈! 하급 악마의 마나를 흡수해 사용하는 걸 보고도 모르는 게냐! 놈은 솔몬이 봉인했던 72위 악마 중 한 명이라고! 당장 수배령을 내려야 할 거 아냐!”

“ㅇ, 예! 알겠습니다!”


거리는 엉망진창이었다. 놈이 만든 구덩이는 1서클의 마법이 만든 거라곤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커다랐다.


“누가 보면 메테오라도 쓴 줄 알겠군.”

“하지만 결국, 우리를 보고 도망친 거 아닙니까? 대악마를 쫓아내다니, 대단한 성과입니다!”

“왕궁 마법사라는 놈들이 이렇게 사리분별을 못 해서야.”

“예?”

“네 놈의 쉴드를 봐라.”


툭, 하고 손가락을 대자 소일 쉴드는 파도에 쓸린 모래성처럼 순식간에 무너져내렸다.


“이, 이게 무슨... 제 마법은 완벽히 성공했습니다!”

“네 놈이 못했다는 게 아니다. 녀석의 마법이 너무 강했을 뿐이지. 녀석이 우리를 죽이려고 덤벼들었다면, 여기서 살아남은 녀석은 몇 없었을 게다.”

“고작 1서클의 기본 마법이었습니다! 제 소일 쉴드는 방어 마법 중에서도 상위에 속하는...”


바보 같은 녀석의 바보 같은 변명은 더이상 듣고 싶지 않다. 밤하늘을 올려다 본 남자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혼란의 시대가 또 올 것만 같군.”


***


“여기 숨어계시면 안전하실 거에요.”

“가, 감사합니다. 정말...”


주민을 안전한 곳에 내려다 준 멀린이 작게 웃었다. 그를 바라보는 주민의 눈빛엔 악마를 마주한다는 두려움은 없었다.


“그럼 전 이만.”

“혹시... 성함을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제 이름이요?”

“ㄱ, 그게 나쁜 뜻으로 물어보는 게 아니라...”


“저를 구해주신 분의 이름정도는 꼭 알고 싶어서요.“ 라는 주민의 말에 멀린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액터, 제 이름은 액터에요.”

“액터님... 정말 감사합니다! 평생 액터님을 위해 기도 올릴게요!”

“네! 제 이름은 액터에요! 꼭 기억해주세요!”


혹시 모르니까, 신분까지 완벽히 위장한 멀린이 나바루스의 거미줄을 이용해 밤하늘을 날아갔다.


“감사합니다! 액터님!”

“예!”

“금방 조용해질테니까 무서워말고 여기 꼭 숨어있어, 알겠지?”

“네에... 액터 오빠.”


액터의 이름을 빌려 주민들을 구한 멀린이 종탑에 올라 성 주위를 쳐다보았다. 거리에 있는 악마들은 거의 다 정리한 거 같았다.

이제 이 사태의 원흉인 루키우스를 찾아내야 할 차례였다.


'스승님은 루키우스를 만나러 가신 걸까.'


스승님과 루키우스 사이에 있던 일은 대충 들어서 알고있다. 워낙 강한 분이니 걱정은 안 해도 되겠지만...


'생각보다 마음이 여리셔서...'


녀석을 쉽게 처리하진 못하실 거다. 멀린이 달빛에 의존해 스승을 찾으려고 눈을 빛냈을 때,


콰광-!!


붉은 마나와 보라색 마나가 충돌해 섬광을 뿜어냈다.

스승님과 루키우스다!

멀린이 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


섬광이 피어져 나온 곳의 상황은 멀린이 예상한 그대로였다.


“루키우스, 제발 정신 좀 차리거라! 넌 그 새끼한테 놀아나는 것 뿐이야!”

“옛정을 생각해서 당신을 죽이지 않고 있는데, 그 분을 한 번만 더 그렇게 부른다면 저도 참지 않겠습니다.”


루키우스는 몰라도 한참 모르고 있었다. 옛정을 생각해서 상대방을 죽이지 않는 건, 자신이 아닌 액터였다. 루키우스를 죽일 수 있는 상황이 수십번은 더 있었다.

액터는 그저 마지막으로 선의를 보이는 것 뿐이었다. 멀린이 악의 순환을 끊어낸 걸 보았기에, 루키우스도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루키우스는 악에 너무나 짙게 물들어있었다, 멀린의 역안보다도 까맣고 진하게. 녀석이 악을 씻어낼 방법은 이제 없었다. 같은 악마의 핏줄인 멀린에겐 그게 너무나 선명하게 보였다.

둘의 만남에 끼어들고 싶진 않았지만, 루키우스가 갖고 있는 악의 순환을 끊어낼 방법은 자르는 것 뿐이다.


멀린이 작게 영창했다.


“블랙 체인.”


체인은 순식간에 루키우스의 몸을 포박했다. 녀석이 마나를 내뿜으며 발버둥 쳤지만 체인은 루키우스의 몸을 더욱 더 조여올 뿐이었다.

둘 사이에 모습을 나타낸 멀린이 입을 열었다.


“너의 핏줄론 내 체인을 끊지 못 해.”

“...이게 뭐하는 짓이야! 네 모습을 보아하니 나랑 똑같은 처지인 거 같은데! 아아, 그래! 발레포르 님에게 들은 적이 있어. 너 그 분의 자식이지? 너랑 내가 힘을 합치면 루시퍼님의 예언을 이룰 거라고, 그러셨어!”

“그 분은 도대체 누굴 말하는 거지?”

“너도 우리 쪽으로 오면 다 알게 될 거야! 그러니까 어서 이거 풀어, 응? 빨리!”


루키우스의 표정에 처음으로 죽음의 공포가 떠올랐다. 사실 멀린을 처음 마주한 순간부터 알고 있었다. 이 녀석과 나의 핏줄은 급이 다르다는 걸. 몸에 흐르는 악마의 피가 멀린에게 복종하라고 소리 쳤다.


“복종할게, 아니! 복종하게 해주십시오! 루키우스가 당신을 군주로 모시겠습니다!”


자신보다 훨씬 강한 액터를 앞에 둘 때에는 당당했지만, 대악마의 피를 이어받은 멀린에겐 복종하는 것마저 허락을 구하고 있다.

이 녀석에겐 이제 인간의 모습이 남아있질 않다, 죽음만이 루키우스에게 남은 유일한 평온의 길이었다.


“스승님, 이 녀석은 더이상...”

“...죽이거라, 놈이 속죄할 수 있는 방법은 이제 그거밖에 없구나.”

“예, 다크니스 볼.”


멀린의 머리 위로 하나의 큰 다크니스 볼이 만들어졌다.


“저랑 똑같으니 아시지 않습니까! 악마의 자식들이 살아남기 위해선 악마의 세상이 도래해야 한다는 걸! 액터, 아니, 스승님! 저 분 좀 말려보세요!”

“루키우스, 넌 그 때 주민들을 죽이면 안 됐다. 나와 네가 속죄할 수 있는 방법은 죽음밖에 없구나.”


액터가 말을 끝내고 멀린을 보았다. 그의 고개가 작게 끄덕였다.


쿠구궁-!


다크니스 볼이 웅장한 소리를 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으아악! 살려줘! 발레포르께선 내가 루시퍼의 예언을 이룰 거라ㄱ...”


루키우스는 마지막 말도 끝맺지 못 하고 다크니스 볼에 휩싸였다. 그의 육신은 한 톨의 먼지도 남지 않고 소멸되었지만, 허공엔 루키우스가 섬겼던 악마, 발레포르의 문양이 떠올랐다.

하급 악마의 마나를 흡수한 적은 몇 번 있었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놀랄 법도 했지만, 멀린은 아주 자연스럽게 문양에게 다가갔다. 지금의 멀린에겐 열 두 살 아이의 모습은 없었다. 악마의 후손인 캠비온, 그 생태계 최상단에 위치한 강자의 모습만이 존재했다.

문양은 자연스럽게 멀린의 몸에 이식되었다.


“발레포르...”


멀린의 머리속으로 흐릿하게나마 발레포르의 정보가 스며들어왔다. 솔몬이 봉인한 72위 악마들 중 하나, 사자의 몸에 당나귀의 머리를 가진 기괴한 모습이며 도둑질을 관장한다.


“도둑질이라...”


멀린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루키우스는 문양만을 남기고 사라졌다. 군주를 잃은 악마와 인간들은 전의를 상실하고 돌아갈 것이다. 이제 이 곳에 남은 건, 옛 제자를 잃어버린 스승뿐이었다.

멀린이 액터에게 조심스레 다가갔다.


“스승님.”

“그 모습은 무엇이냐, 멀린. 마나를 숨기라고 하지 않았느냐.”

“제가 언제 스승님 말 잘 따른 적이 있나요.”

“이 놈이나, 저 놈이나 스승 속 썩이는 건 똑같구나.”


액터가 작게 미소를 지었다, 멀린도 따라 미소를 입에 걸어보았다.


댕, 댕, 댕-!


종이 울렸다. “대악마가 이 곳에 있다! 잡아라!“ 사람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이 곳에서 중요한 건, 주민들의 안전이 아닌 자신들의 성과가 되어줄 대악마의 포획이었다.



“수배령이 떨어졌나 보구나, 이제 네 녀석도 고생길 시작이다.”

“어차피 제 아비를 찾아 떠날 생각이었어요.”

“여전히 한 마디도 지지 않는구나, 가자.”


멀린과 액터가 후드를 뒤집어 쓰곤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멀린, 갑자기 그 쪽으론 왜 가는 게냐!”

“문양도 얻었는데 한 번 써먹어 봐야죠! 이 고생을 했는데 책도 없이 가면 억울하잖아요?”

“그정도면 루키우스도 하늘에서 인정할 게다. 아, 저정도는 되어야 도둑의 악마를 섬기는구나, 하고!”


멀린의 이마에서 발레포르의 문양이 환하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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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시험은 영악하게. 24.07.18 32 4 12쪽
3 악마는 싫은데, 24.07.17 34 4 14쪽
2 각성. 24.07.16 32 5 13쪽
1 혼혈아. 24.07.15 43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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