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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R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핏줄이 마법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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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R
작품등록일 :
2024.07.14 23:40
최근연재일 :
2024.07.24 07:45
연재수 :
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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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글자수 :
56,756

작성
24.07.17 08:20
조회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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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4쪽

악마는 싫은데,

DUMMY

003.


압도적인 무력 앞에선 모든 건 한낱 재가 될 뿐이다, 설령 그게 마법을 배우지 않은 애송이의 마나라 하더라도 말이다.


쿠구궁-!


악마들은 천천히, 지면을 분쇄하며 다가오는 마나 구체를 두 눈 뜨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대악마의 술식, 블랙체인은 놈들에게 조금의 자유도 허락하지 않았다.


“으아악! 이거 풀어! 풀라고! 난 죽기 싫어!”

“······아무리 그분의 핏줄이라 하더라도, 마법도 배우지 않은 녀석이 어떻게······ 이건 말이 안 되는 거잖아······.”


한 놈은 공포에 질려 미쳐 버렸고, 한 놈은 여전히 얼빠진 표정으로 자신의 몸을 속박한 체인을 바라만 보았다. 

죽음을 대하는 태도는 다를지라도, 결과는 똑같았다.


“흔적도 남기지 말고 멸하라.”

“끄으으아아-”


마나 구체가 두 놈을 집어삼켰다.

놈들이 생의 마지막에 뱉은 비명도 압도적인 무력 앞에선 재로 변하였다.

구체가 지나간 자리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말 그대로 무(無). 자신의 유일한 보금자리였던 텐트도, 엄마도, 남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아, 아아······.”


멀린이 무릎을 꿇었다. 입에선 어미를 잃어버린 짐승의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악마들이 소멸한 자리에선 새빨간 마나가 떠올라 멀린에게로 흘러들어왔다.

인큐버스의 마나와는 비교할 수도 없이 강력한 마나였다.

마나가 흡수됨에 따라 맥박은 거세졌다. 창자가 끊어질 듯이 고통스러운데, 정신은 어찌 된 일인지 더욱더 또렷해지고 있었다.


“······그분, 그분이라고 했다.”


두 악마 놈은 얼핏 봐도 하급 악마는 아니었다. 마법을 쓸 수 있는 악마는 흔치 않다. 그런 놈들이 존칭을 쓸 만한 존재, 그놈이 내 아비인 것인가.


“으윽······.”


놈들의 마나가 다 흡수되었다. 꽤 높은 급의 마나까지 흡수할 수 있는 이 망할 놈의 핏줄은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네놈이 누구든······ 상관없다······.”


멀린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정신은 여전히 또렷했지만, 몸은 돌덩이같이 무거웠다.  눈꺼풀 하나 들고 있기도 힘들었다. 


“멀린! 멀린! 괜찮은 게냐?!”


멀리서 대주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멀린은 손가락 하나 까딱 못하는 상태로 계속해서 중얼거릴 뿐이었다.


“죽인다······. 날, 엄마를 이렇게 만든 네 놈을······, 절대 용서하지 못한다······.”


***


꿈에서 멀린은 루시퍼의 목을 베러 간 영웅 중 한 명이었다. 그놈의 목에 칼을 들이밀고 마지막으로 남길 말이 있냐고 물었을 때, 루시퍼는 이렇게 답했다.


- 나의 심복이 빚어낸 아이가 우리의 세상이 이룩할 것이다. 바로 네가 말이지! 하하!

- 그게 무슨 말이냐, 난 네 목을 베러 온 영웅······

- 네 모습을 봐라, 넌 영웅이 아니라 악마다!


천천히 고개를 돌린 멀린의 시선에 보인 건, 눈이 까맣게 물들어 완벽히 악마가 된 자신의 모습이었다.  


“으아악!”


악몽에서 깨어난 멀린이 손바닥으로 얼굴을 훑어 냈다.

식은 땀이 가득했다. 온몸은 저릿저릿하고 몸에선 피냄새가 진동을 하고 있었다.

떨리는 눈동자로 주위를 둘러보자 예배당이었다. 조금은 익숙한 풍경에 멀린이 얼굴을 감싸쥐며 크게 숨을 내뱉었다.


“후하, 예배당에 들어오자마자 정신을 잃은 건가.”


이곳까지 온 기억은 확실히 난다, 자신을 업은 대주교님의 체온부터 자신을 걱정해 주는 주민들의 목소리까지 생생하게 떠오른다.

주민들이 날 걱정하다니,

꿈같은 상황이었지만, 꿈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나 생생했다. 

그렇다면 엄마도 죽은 게 맞는 거겠지,


“으윽······.”


몸을 일으킨 것만으로도 고통이 상당했다. 멀린이 찌푸린 표정으로 두 손을 모으곤 솔몬교의 심볼 앞에 무릎을 꿇었다.

부디 그 곳에선 엄마의 삶을 송투리째 망쳐 놓은 악마도, 그놈의 핏줄을 이어받은 자식도 없길 기원하며, 멀린은 꽤 오랜 시간 그 곳에 있었다.


툭툭.


자리에서 일어난 멀린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삶의 이유였던 엄마는 이제 이곳에 없다. 그렇다면 난 뭘 위해서 살아가야할까.


“그분······.”


답은 정해져 있었다. 난 내 아비를 죽여야 한다. 엄마의 삶을 망가트린 것으로 모잘라 남은 생을 빼앗아 가고 내 삶마저 어두운 구렁텅이에 처박아 놓은 그놈을 죽여야 한다.

하지만 그러기엔,


“아는 게 너무 없어.”


하급 악마의 핏줄이 아닌 건 알았다. 인큐버스와 두 악마의 마나까지 흡수한 거 보면 높은 서열의 악마일 것은 분명했다만 그게 끝이었다.    

두 악마 놈을 살려 놓고 어떻게든 정보를 얻어냈어야 했는데······.

멀린이 인상을 찌푸렸다.

들은 거라곤 내 아비가 엄마를 죽이라고 했던 것과 자신이 루시퍼의 예언 후보 중 한 명이라는 것 뿐. 그리고.

지옥의 문을 여는 마법이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이 일었다. 마법을 배운 적은 없었지만, 놈들을 죽일 때, 마법을 사용한 적은 있었다.

멀린이 자신의 손을 쳐다봤다. 그때 느낌을 다시 한번 되살릴 수 있다면······.

숨을 고르고 자그마하게 영창했다.


“게이츠 오브 헬.”


정적, 멀린이 아까보다 더 크게 소리를 냈다.


“게이츠 오브 헬!”

“타르타로스의 문을 열려는 인간은 또 처음 보는군. 아, 인간이 아닌가? 하하!”


이번엔 정적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마법이 성공한 것도 아니었다. 타르타로스의 문 대신 나타난 건 정체불명의 남자였다.


“······.”

“사람을 봤으면 인사라도 하지 그래? 악마 새끼들은 원래 그렇게 예의가 없나?”


나이는 많아 봐야 30대 초반.

붉은 머리에 붉은 눈동자는 차가운 느낌을 내비쳤지만 비죽거리는 입가와 무례한 말투는 영락없는 양아치의 모습이었다.


“누구시죠?”


멀린은 그렇게 말하면서 손 위에 마나 구체를 띄웠다. 남자의 거친 언행 때문만은 아니었다.


'마나가 짙다.'


가만히 있는데도 남자의 몸에선 짙은 농도의 마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마법의 '마'자도 모르는 자신이 봐도 이 남자가 상당한 실력자라는 건 단박에 알 수 있었다.

 

“그 구체가 대주교님이 말씀하신 보라색 마나구만.”

“대주교님이랑 아시는 사입니까?”

“뭐, 그렇지. 흠, 확실히 신기한 마나네.”


경계 태세인 멀린에게 여유롭게 다가오는 태도, 몸에 배인 듯, 약하게 스며 나오는 피냄새까지. 확실히 평범한 사람은 아니었다.

대주교님의 이름이 나오지 않았다면 진즉에 놈의 얼굴을 향해 마나 구체를 던져 버렸을 거다.

멀린이 마나 구체를 소멸시키고 꾸벅, 고개를 숙였다.


“실례했습니다, 대주교님 지인분이신 줄 모르고. 사제님이신가요?”

“대주교님의 부탁으로 온 거긴 하다만, 파문당했으니 사제라고 하기는 뭐하고. 앗, 마나를 더 보고 싶었는데 말이야.”

“그렇군요. 그럼 이만.”


멀린이 대화를 어떻게든 끝내고 남자에게서 멀어지려고 했지만, 성치 않은 몸 탓에 영 속도가 나질 않았다.

결국 남자한테 붙잡히고 말았다.


“어어, 어딜 가시나? 대주교님의 부탁이 너랑 관련된 건데 말이야.”

“······네?”

“엑터라고 한다, 너한테 마법을 가르쳐 주러 왔다. 아, 꼬맹이랑 악마는 질색인데 말이야. 꼬맹이 악마를 맡게 되었으니, 웬.”

“······그게 무슨?”


마법을 배우고 싶은 생각은 있었다. 상급 악마인 아비를 죽이려면 그만한 실력이 있어야 하니까. 하지만 대주교님 밑에서 신성 마법을 배우고 싶었는데······.

지금 내 앞에서 스승이라고 자신을 칭하는 사람은······.


“스승님이 악수를 청하는데 제자가 그렇게 멀뚱멀뚱 서 있는 법이 있나? 악마들 법은 그런가 보지? 흐흐.”


아무리 봐도 나보다 더 악마 같은데?


***


- 멀린, 정말 미안하다. 사과를 받아달라는 뜻이 아니다. 나도 그 정도 염치는 있다. 그저 꼭 사과를 하고 싶었을 뿐이다.

- 미안하다, 멀린.

- 미안하구나.


예배당에서 나온 멀린이 맞닥뜨린 건 무릎을 꿇고 있는 성의 주민들이었다. 주민들에게 좋은 감정이 있을 린 만무했다.

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 것도 대주교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함이었다.


- 괜찮아요, 다들 일어나세요.


하지만, 멀린은 주민들을 일으키고 그들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악마는 사람들의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악을 건드리고, 그것에 휘둘리는 꼴을 가장 바라고 있다.'


대주교의 가르침처럼 그들도 악마에게 놀아났을 뿐이라고, 멀린은 그렇게 생각했다.


- 내 아내와 아이는 전쟁 말미 때, 악마들에게 당했다. 내 눈 앞에서 죽었지, 가족을 지키지 못하는 무력한 내가 너무 싫었다. 그 분노를 너한테 풀어 냈구나. 멀린, 너도 나와 같은 피해자일 뿐인데······.


주민들 모두가 상처를 갖고 있었다.

악마에게 가족을 잃지 않은 주민은 한 명도 없었다.

다른 성에서 온 어떤 이는 인큐버스의 아이를 밴 아내를 자신의 손으로 직접 죽여야만 했다.


- 내 아내는 죽는 그 순간에도 나한테 사과를 했어, 악마의 아이를 배서 미안하다고······. 이 성에 와서 너를 보았다, 난 도대체 내 아내를 왜 죽였어야 했나, 싶더군. 널 미워하지 않고는 도저히 버틸 수가······ 정말 미안하다.


소중한 누군가를 잃어버리는 심정을 이제는 너무나 잘 안다.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으면 숨을 쉴 수 없을 거 같은 그 기분도 뼈에 사무칠 만큼 잘 이해하고 있다.

그렇기에 멀린은 주민들을 용서할 수밖에 없었다.

그 뒤로, 멀린과 사람들은 빠르게 일상을 회복하려 노력했다.

보금자리를 잃어버린 멀린을 자신들의 집에서 재웠으며 성을 지키다 떠난 이들을 다 같이 기렸다. 어머니의 시신을 찾을 순 없었지만, 텐트 근처에서 찾은 옷가지 몇 개로 장례를 치렀다.

그 과정에서 주민들이 큰 도움을 준 건, 멀린에게 용서를 구하기 위한 그들 나름의 노력이었다.

인간은 강인했다.

앙퓌즈처럼 날카로운 앞다리를 가지지도, 인큐버스처럼 사람을 홀릴 수도 없었지만, 인간은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존재였다.

멀린도 인간으로서 그들의 걸음에 맞춰 차근차근히 나아가고 있었다.


“멀린! 어딜 그리 급하게 가느냐! 여기 와서 빵이라도 좀 먹고 가지!”

“아, 죄송해요. 오늘 첫 수업이라서 늦으면 안 되거든요! 다음에 들릴게요!”


후다닥, 뛰어가는 멀린의 뒷모습을 보다가 주민 한 명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첫 수업?”

“왜, 그 며칠 전에 나타난 빨간 머리 남자 있지 않은가. 그 사람한테서 마법을 배운다더군.”

“어허, 그 남자 관상이 영 아니올시다던데. 멀린을 잘 가르치겠어?”

“그래 봬도 루시퍼를 죽인 원정대의 일원이라더군. 실력 하나만은 왕궁 마법사들도 한 수 접고 가는 모양이야.”


주민 한 명이 빵을 뜯다가 놀란 눈을 하고는 되물었다.


“오호라······ 근데 원정대에 마법사라곤 사제밖에 없지 않았는가? 아무리 봐도 사제처럼은 안 보이던데······.”

“파문당했다더군.”

“엑? 어째서?”

“악마라면 앞뒤 안 가리고 일단 죽이고 보던 사람이었는데 어디 홀렸는지, 악마의 술식을 사용했다나, 뭐라나······.”

“멀린, 저 녀석 조심해야겠는데······.”


이제야 조금 밝아진 아이인데 또 상처를 받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주민들은 멀린의 뒷모습을 애처롭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


예배당 뒤쪽 공터, 원래라면 사제들이 숙식을 해결하던 건물이 있었지만, 이제는 무너지고 폐허밖에 남지 않았다.


“어차피 다 부서졌으니 더 부순다고 뭐라 할 사람은 없겠지.”


액터가 첫 수업 장소로 이곳을 선택한 이유였다. 

저 멀리서 열심히도 달려오는 꼬맹이가 보였다. 액터도 나무 그늘에 뉘어 놓았던 몸을 일으켰다.


“허억, 허억······ 안녕하세요!”


저번에 봤을 때보다 많이 밝아진 듯해 보였다.

그땐, 세상 모두를 불태울 거 같은 눈을 하고 있었는데 지금 숨을 고르는 모습을 보아하니 영락없이 열두 살 아이 같아 보였다.

조금씩 새어 나오는 보라색 마나만 빼면 말이다.

액터가 인사도 받지 않고 대뜸 물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뭐라고 했지?”

“······지각? 근데 저 지각은 안 했는데······.”

“저번에도 말해 줬는데 까먹었나 보군. 내가 제일 싫어하는 건 악마랑 꼬맹이다. 근데 넌 뭐지?”

“악마 꼬맹이요······.”

“대주교님에게 빚진 것이 있어서 네 스승이 되어달라는 부탁을 받아들이긴 했지만, 난 원래 내 맘에 드는 놈 아니면 안 가르쳐 줘. 근데 넌 내가 싫어하는 건 다 갖고 있단 말이지.”

“······.”

“자, 그럼 여기서 첫 번째 문제. 넌 어떻게 해야 할까?”


약간의 정적, 우물쭈물하는 멀린을 앞에 두고 액터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어허, 이 쉬운 문제도 못 풀면 앞으로 힘들겠는데? 그래, 첫 수업이니 서비스다, 이 스승님께서 문제의 답을 친히 알려 주마.”

“예!”

“실력으로 자신을 증명해 보거라. 오늘 해가 질 때까지 내 몸에 생채기 하나라도 낸다면 내 모든 걸 알려 주마.”

“예? 실패하면 어떻게······.”

“뭐, 대주교님 부탁이 있으니, 마나 운용이나 기본적인 마법은 가르쳐주겠지만······ 그 이상은 기대하진 마.”


한낮의 해가 두 사람 머리 위에 걸렸다.


“마나 구체를 던지든, 마나로 감싼 주먹을 날리든.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 봐라. 소문 들어서 알겠지만, 난 악마 새끼들은 절대 안 봐줘. 시작할까?”


악마 꼬맹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의 마나가 크게 일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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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보라색 태양. 24.07.24 15 1 13쪽
9 고블린을 척살하자. 24.07.23 28 1 12쪽
8 새로운 마법. 24.07.22 27 1 13쪽
7 루키우스. +1 24.07.21 29 4 12쪽
6 마법사는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거에요. 24.07.20 32 5 13쪽
5 어둠을 몰아낼 태양. 24.07.19 33 4 13쪽
4 시험은 영악하게. 24.07.18 32 4 12쪽
» 악마는 싫은데, 24.07.17 35 4 14쪽
2 각성. 24.07.16 32 5 13쪽
1 혼혈아. 24.07.15 44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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