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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R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핏줄이 마법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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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R
작품등록일 :
2024.07.14 23:40
최근연재일 :
2024.07.24 07:45
연재수 :
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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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6
추천수 :
34
글자수 :
56,756

작성
24.07.16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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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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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3쪽

각성.

DUMMY

002.


남문에 도착했다. 오는 길에 죽인 하급 악마의 숫자만 해도 열 손가락을 넘어갔다.

멀린의 몸에는 핏자국이 낭자했고 흰자위는 더욱더 까맣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보라색 마나와 까맣게 물든 흰자위. 누구나 보면 악마라고 소리 지를 법한 모습이었다.

그런 그를 마주한 주민들이 떠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머, 멀린이냐?”

“그 모습은 도대체······!”

“나중에 얘기하고 급한 불부터 끄죠, 저희.”


멀린이 고갯짓으로 앞을 가리켰다. 주민들도 이내 정신을 차리고 생과 사, 그 갈림길에 서 있는 사람들다운 표정을 지었다.

저곳에 비하면 성 내부는 천국이나 다름없었다. 부서진 성문 사이로 악마들이 꾸역꾸역, 물밀듯이 밀려오고 있었다.

기사단과 주민들이 어떻게든 막아 내고 있었지만, 뚫리는 건 시간문제로 보였다.


“막아, 뚫리면 다 죽어!!”

“지원, 지원 병력은 없어?”

“지원은 무슨, 여긴 우리들밖에 없다고!”


저들의 목소리엔 죽음을 각오한 결연함 따위는 없었다. 절박함 뿐이었다.

피와 희생으로 되찾은 평화를 뺏길 수 없다는 절박함.

그 소용돌이 속으로 멀린이 들어섰다.


“제가 앞장설 게요, 다들 뒤로 오세요.”


악마의 모습을 한 구세주의 등장에 주민들은 의문을 가질 새도 없이, 멀린의 등 뒤로 황급히 숨어들었다.


“성문 밖으로만 밀어내면 어떻게든 막아낼 수 있겠죠?”

“수성 병기는 충분하니······ 가능하겠느냐, 멀린?”


숨을 고른 멀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머릿수만 많았지, 대다수가 하급 악마였다.


“제가 길을 뚫을 테니 잔당들은 여러분이 처리해 주세요. 축성 받은 창으로 머리만 노리면 쉬울 거예요, 갈게요!”


멀린이 진격을 시작했다. 그의 곡괭이가 닿는 곳마다 악마들의 끔찍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처음에는 악마들도 거센 반격을 했지만, 마나로 온몸을 무장한 멀린의 몸에 생채기 하나 내지 못한 채, 머리가 터져 나뒹굴었다.


“끼, 끼이익······.”


동료의 끔찍한 말로를 본 악마들이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하급 악마들에게 공포와 같은 사사로운 감정은 허락되지 않았다. 군주의 명령만 따를 뿐, 그들에게 감정이나 생각 같은 건 없었다.

그런 놈들이 지금 주춤거리고 있다. 자신들의 군주는 멀리 있었지만, 멀린이 갖고 온 죽음이라는 공포는 살갗에 닿을 만큼 가까운 곳에 있었다.

활로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대로만 가면 남문을 충분히 지켜 낼 수 있을 것이다.


“도, 됐어! 계속 밀어붙여, 멀린!”

“이대로만 가면 돼, 멀린!”


주민들의 목소리엔 절박함이 옅어지고, 희망이 조금씩 섞여 들어가고 있었다. 이제 마지막 한 놈, 이놈만 처리하면 남문을 넘어선 악마들은 모조리 해치운 것이다.

멀린이 하늘 높이 곡괭이를 치켜든 순간, 그 위로 스산한 바람이 스쳐 지나갔다.

몽마들이 나타난 것을 멀린이 직감적으로 알아챘다. 보라색의 마나가 눈에 띄게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퍼억-!


“끼이이에엑-!”


마지막 녀석의 머리통을 터뜨린 멀린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봤다. 우스꽝스러울 만큼 쾌청한 하늘에 인큐버스들이 떠 있었다.


“여자들, 여자들을 대피시켜!! 인큐버스한테 잡히면 끝이야!”

“궁병, 궁병들은 뭐 하는 거야!”

“축성받은 화살이 다 떨어졌어, 화살이 있다고 해도 애초에 저 높이에 있는 놈들에겐 닿지도 않는다고······!”


이제야 조금씩 희망이 보였는데······.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는 데에는 한순간이면 충분했다. 주민들에게 필요한 건, 또 한 번의 구원이었다.

그들의 시선이 멀린에게로 모였다.


“······저한테 맡기세요.”

“고맙다, 멀린······ 정말, 정말 고맙다.”


주민들에게 좋은 감정은 없었다. 대주교가 목숨 바쳐 지키려는 곳을 자기도 지키려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인큐버스 놈들이 없는 게 아쉬웠는데 이렇게 직접 나타나 주니 고마울 따름이었다.

멀린이 곡괭이의 형상화를 풀고 날아다니는 몽마를 향해 손바닥을 펼쳤다.

마법을 배운 적은 없었다.

그저 본능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것뿐이었다.

마법을 위해 영창을 할 필요도 없었다, 이건 마법이 아니라 마나 구체를 던지는 것에 불과했으니.

그렇게 있는 힘껏 던진 구체는······.


“끄, 끄아악-!”


인큐버스의 오른쪽 날개를 보라색 화염으로 태워버렸다.

중심을 잃고 땅으로 떨어진 인큐버스를 향해 멀린이 곧장 뛰어갔다.

이미 반송장이 된 인큐버스였지만, 인간을 유혹하는 악마답게 입만큼은 쉴 새 없이 움직여 댔다.


“······흐흐, 누가 보라색 마나를 사용하나 궁금했는데······ 보라색 마나에 역안까지, 이거 영락없는 악마의 자식이구만? 살려만 준다면 네 아비가 누구인지 내가 알아봐 주지. 너도 네 아비를 찾고 있는 게 아니냐?”

“악마들은 사사로운 감정 없이 군주들의 명령만 따른다고 들었는데, 그것도 아닌가 보네. 구차하게 생명을 구걸하다니.”

“그런 건 앙퓌즈 같이 말도 못 하는 최하급 악마들한테나 통하는 얘기고, 흐흐······. 내 목숨이 간당간당한 상황에 군주까지 신경 써야겠어? 어때, 나랑 계약을 맺는 건? 악마랑 계약을 맺는 건 흔한 일이 아니라ㄱ, 억-!!”


퍼억-!

멀린의 주먹이 쉴 새 없이 나불대던 인큐버스의 입가를 짓이겼다.


“이러나저러나 너희들은 참 더러운 족속이군, 내가 아비를 찾고 있는 것은 맞지만, 너 같은 놈이랑 계약을 맺을 만큼 띨빵한 놈은 아니야.”

“커, 커억······ 내 도움이 없다면, 아비를 찾을 수는 있을 거 같으냐? 아니면 인간들이 널 받아 줄 거 같기라도 하느냐? 넌 어디에도 섞일 수 없는 잡종이야, 잡종!”

“세상의 모든 인큐버스를 죽이면 그중에 내 아비도 섞여 있겠지, 안 그래?”

“ㄱ, 그게 무슨······ 억-!”


퍼억, 퍼억-


마나를 두른 멀린의 주먹이 내려쳐질 때마다 인큐버스의 얼굴이 보기 싫게 찌그러졌다.


“그, 그만. ㅈ, 제발.”


퍼억-!!


마지막 한 방으로 끝없이 움직이던 인큐버스의 입도 얌전해졌다.

얼굴에 튄 피를 닦아 낸 멀린이 하늘을 쳐다봤다.

여전히 쾌청했고, 몽마들은 사람들에게 악몽을 심기 위해 쉬지 않고 날아다니고 있었다.

자신에게 원치 않는 생을 주고, 그 생마저 구렁텅이에 시작하게 한 만악의 근원들.

누군가에게 자신과 같은 아픔을 겪게 하고 싶진 않았다.

조금 더 빠르고 정확하게 놈들을 죽여야 한다. 짧게 숨을 내뱉은 멀린이 다시 한번 더 마나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때,

죽은 인큐버스의 몸에서 검붉은 마나들이 뿜어져 나와 멀린에게로 향했다.


“이건······.”


상급 악마들이 자신보다 낮은 서열의 악마들을 죽이고 마나를 갈취한다는 건 들어본 적이 있다. 하지만 자신은 분명히 인큐버스와 같은 급의 핏줄을 가지고 태어났을 터인데······.


상황을 파악하기도 잠시.

가까운 곳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쉬익, 쉬익-!”

“우리 엄마한테 오지 마! 이 더러운 악마 놈들아!”


깊게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어느새 멀린에게 다 흡수된 인큐버스의 마나는 날개 모양을 한 채, 그의 어깻죽지에 매달려 있었다.

펄럭, 펄럭-

멀린이 날개짓을 시작했다, 자신의 아비일지도 모를 빌어먹을 놈들을 향해.


***


습격은 끝이 났다. 성을 지켜냈지만, 주민들의 표정은 마냥 밝지만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고 힘들게 재건한 건축물들은 대부분 무너져 버렸다.

처음부터 모든 걸 다시 쌓아 올려야 할 판국에 주민들의 한숨은 깊어져 갔다.


“그래도 이 정도로 끝난 게 다행이야, 멀린이 없었으면 어떻게 됐을지······.”


주민 중 한 명이 상상도 하기 싫다는 듯 몸서리를 치며 말했다.


“맞아, 멀린이 없었다면 다 죽었을 거야.”

“깔끔하게 죽기라도 하면 다행이죠, 여자들은 악마의 아이를 배고, 헙-!”

“악마의 핏줄이 우릴 구해준 건 벌써 까먹은 거야?”

“죄송해요, 말실수했네요. 멀린에게 감사 인사라도 전해야 하는데······ 멀린이 없었다면 전 이미 인큐버스한테 당했을 거예요.”

“······우리도 참 우습군, 당장 오늘 낮에만 해도 성안에 들어온 멀린을 그렇게 때렸는데 말이야. 우리 인사를 멀린이 받아 줄까, 싶군.”


주민들이 한순간에 조용해졌다. 곳곳에서 한숨이 터져 나오더니 이내 누군가 멀린의 행방을 물었다.


“근데, 멀린은 어디로 간 거야?”

“자기 어머니를 보러 간다더군.”

“그곳까진 악마들이 들이닥치지 않았어야 할 터인데······.”

“시체밖에 없는 곳에 그놈들이 무슨 볼일이 있겠어? 괜찮을 거야.”


살아남은 주민들 모두가 성 바깥쪽, 그 너머를 바라보았다.


***


성 외곽에선 멀린이 엄마를 향해 뛰어가는 중이었다.

시간이 지나 인큐버스의 날개는 소멸했지만, 날 듯이 걸음을 옮기며 박차를 가했다.

주민들의 말대로 이곳에 악마들이 올 연유는 없다만, 이상하게 심장이 두근거렸다.


“엄마, 엄마! 괜찮으세요? 저 왔어요······. 엄마?”


목적지에 도착한 멀린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었다. 악마의 핏줄을 타고 태어난 원죄일까.

텐트가 있어야 할 곳엔 인간형 악마 두 놈과 엄마가 있었다. 엄마는 목이 잘린 채, 싸늘하게 식은 뒤였다.


대롱대롱.


그놈의 손에 들린 엄마의 얼굴은 언제보다 평온해 보였다. 아니,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자신이 태어났을 때부터 엄마는 언제나 넋이 나간 표정으로 '그분'만을 애타게 찾아왔으니까.

엄마는 죽어서야 평온을 얻었다.

하지만 이렇게 평온을 얻길 바란 건 아니었다. 자신의 옆에 조금 더 있어 주길 바랐다. 언젠가 축성받은 포도주가 아닌 성녀의 성수를 가져다줄 터이니 살아만 있길 바랐다.


“아, 아아······.”


멀린의 입에서 비명과도 같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이제 자신의 옆에 남아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놈들도 그제서야 멀린을 알아차렸다.

엄마의 머리를 들고 있는 녀석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저 마나부터 외모까지······ 그분의 핏줄이 여기 있는 게 맞았군!”

“이런 외진 곳에 핏줄을 남겨놓으시다니, 그분은 대체 무슨 생각이실까요?”

“언제나 우리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으시는 분 아니겠느냐, 하하.”


그놈들은 멀린의 등장에도 아랑곳 않고 태연하게 대화를 이어 갔다. 오히려 재미난 상황이라는 듯, 히죽히죽 웃기까지 했다.


“이, 개새끼들······!”


분노에 휩싸인 멀린의 눈은 한순간에 검게 물들었고, 마나는 일렁거리다 못해 악귀의 모습으로 형상화했다.

잠시 멀린을 지켜보던 악마 중 한 놈이 먼저 입을 열었다. 웃음기 없이, 처음으로 진지한 얼굴을 한 채였다.


“저놈, 폭주하는 거 같은데요? 어떻게 할까요?”

“그분은 어미만 죽이라고 하셨다. 괜히 나서지 말거라.”

“하지만, 여기서 처리하는 게······ 저 정도 마나양과 순도면 장차 저희의 대계를 방해하는 놈이 될 수도······.”

“저놈도 우리의 후보 중 한 명이다, 루시퍼 님의 예언을 잊었단 말이냐? 가자꾸나.”

“······예, 죄송합니다.”


두 놈이 대화를 마친 순간, 멀린의 손에서 마나 구체가 완성되었다. 인큐버스를 죽일 때와는 차원이 다른 크기였다.


퍼어엉-!!


강렬한 소리를 내며 놈들에게 날아가는 마나. 그 압도적인 크기 앞에 악마들은 도망갈 채비를 서둘렀다. 


“마나양과 순도 하나만큼은 그분의 핏줄 중 최고인 거 같네요. 제대로 맞으면 군주들도 몸 성히는 못 돌아가겠어요.”

“······저놈이 마법을 배운 상태였다면, 우리도 위험했겠군. 빨리 돌아가도록 하지.”

“옙, 게이츠 오브 헬(Gates of Hell)”


악마의 영창이 끝남과 동시에 명계 최하층의 지옥, 타르타로스로 향하는 청동문이 나타났다.

저 안에 발을 들이게 해 주면 저놈들을 두 번 다시 못 본다. 멀린의 몸에 흐르는 피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피는 분노를 연료로 들끓기 시작했다. 들끓은 피는 멀린의 손바닥에서 뿜어져 나와 검붉은색의 체인이 되었다.

마나를 가진 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체인들. 멀린의 입이 자연스레 영창했다. 


“블랙 체인(Black Chain)”


목표를 절대 놓치지 않는 대악마의 체인은 무수한 가닥으로 갈라지며 놈들을 향해 빠르고 정확하게 날아갔다.


“ㄱ, 그분의 술식을 네가 어떻게, 감히!”


피하려고 하는 모든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대악마의 술식은 검은 오라가 되어 악마들을 포박했다. 

거대한 마나 구체는 자신에게 닿는 모든 것을 불태우고 무너트리며 어느새, 악마들의 눈앞까지 와 있었다.


“자, 잠시만!”

“네놈들 설마 살아 돌아갈 생각은 아니었지?”

악마들의 얼굴에 처음으로 죽음의 공포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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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핏줄이 마법천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 보라색 태양. 24.07.24 14 1 13쪽
9 고블린을 척살하자. 24.07.23 2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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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어둠을 몰아낼 태양. 24.07.19 32 4 13쪽
4 시험은 영악하게. 24.07.18 31 4 12쪽
3 악마는 싫은데, 24.07.17 34 4 14쪽
» 각성. 24.07.16 32 5 13쪽
1 혼혈아. 24.07.15 42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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