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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R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핏줄이 마법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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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R
작품등록일 :
2024.07.14 23:40
최근연재일 :
2024.07.24 07:45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301
추천수 :
34
글자수 :
56,756

작성
24.07.23 13:05
조회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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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고블린을 척살하자.

DUMMY

009.


'땅으로 흘려보낸 마나를 녀석들 발 밑에서 가시로 형상화 시킨다.'


마나는 마법사의 수족이다. 땅으로 흘러 들어갔다 해도 어떤 속도로, 어디를 향해 가는지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마나의 흐름을 예민하게 느끼며 정확한 위치에 도착했을 때, 가시로 형상화 시킨다.


“블랙 스파이크.”

“끼이이에엑-!!”


고블린들은 구멍투성이가 되던 순간에도 자신들의 발밑에서 죽음이 다가온 걸 눈치 채지 못하고 절명하였다.


“한 번에 죽일 생각은 없었는데.”


마나를 너무 주입한 것일까, 멀린의 앞에 피어난 가시 나무의 크기는 울창한 숲 속에서도 돋보일 크기였다. 고블린들은 갈기갈기 찢겨져 생전의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가 돼버렸다.

어린 아이가 마주하기엔 잔혹한 광경이었지만, 멀린의 얼굴엔 조금의 거리낌도 없었다. 그저 튄 피를 훑어내며 속삭일 뿐이었다.


“손발만 묶어놓을 생각이었는데..., 다음엔 마나를 조금만 주입해야겠어.”


조금만 더 다듬으면 자신이 원하는 대로 마법을 사용할 수 있을 거 같았다. 몇 번 더 시험할 기회가 있으면 좋으련만, 멀린이 입맛을 다시고 있을 때, 다시 한 번 인기척이 들렸다.


'남은 고블린들이 있었나?'


실험 재료는 많을 수록 좋은 법이다. 아까보단 마나를 조금 줄여서, 놈들의 손발을 뚫는다. 까매진 멀린의 눈은 소리가 들려온 곳을 놓치지 않으려 빛났다.


부스럭-, 부스럭-


몇 번의 인기척 뒤, 들려온 건 고블린의 기분 나쁜 울음소리가 아닌 강아지 짖는 소리와 인간의 음성이었다.


“컹컹-!!”

“레오, 냄새를 맡은 게냐? 역시 이쪽이었구나, 아까 이상한 보라빛이 보이더니.”


멀린이 마나를 순식간에 가두곤 인기척을 죽였다.


'그냥 지나가라, 제발.'


지금의 광경을 들키면 골치 아파진다. 이 시간에 어린 아이 혼자, 보호자도 없이 숲에 있는 것만으로도 의심을 살 수 있는데, 그 앞에 잔혹하게 죽은 마수들의 잔해까지 있다면..., 최악의 상황엔 저 둘을 죽여야 할 수도 있다.


'제발, 그냥 가주세요.'


인간처럼 살기 위해, 인간이 되기 위해 여행길에 오른 거였다. 인간을 죽인다면..., 멀린이 눈을 질끈 감았다. 목에 걸린 펜던트를 손에 쥐고 하늘에 애타게 빌어봤지만, 신은 이번에도 멀린을 외면했다.


“컹컹-!! 컹컹-!!”


멀린을 앞에 두고 맹렬하게 짖는 강아지와,


“레오, 잘했다! 더러운 마수들! 네놈들은 멀쩡히 돌아가지 못한...다...?...누구...? 고블린은 아닌 거 같은데...”


빛나는 화살촉을 멀린에게 겨눈 사냥꾼까지, 멀린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내가 두 번 다시 예배 드리나 봐라.'


멀린이 하늘을 원망해봤지만 이미 상황은 벌어졌다. 이 사람을 죽이지 않을 방법은 없을까, 멀린의 사고가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가속되었다.

때마침, 희미했던 달빛마저 구름에 가려져 숲에는 짙은 어둠이 깔렸다. 마수들의 잔해는 잘게 찢겨졌으니 이 어둠 속에선 알아보긴 힘들 거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예배를 몇 번만 더 드려볼게요.'


빠르게 태도를 변환한 멀린이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컹컹-! 컹컹-! 강아지는 계속 짖어댔지만 사냥꾼은 멀린의 표정을 보고 누그러진 태도로 몸을 낮춰 멀린과 눈을 마주했다.


“이 야밤에 이 곳에 어린 아이가 어쩐 일로... 이 숲에 마수가 얼마나 많은 줄 아느냐? 다친 곳은 없는 게냐?”

“흐윽, 흐윽... 제 아버지를 찾아 떠나는 길이었어요.”


뭐, 거짓말은 아니니까. 멀린이 고개를 떨구며 눈물 한방울을 쥐어짜냈다.


“오, 이런... 전쟁통에 아비를 잃어버렸나 보구나. 이름은 어떻게 되니?”

“액..., 아니, 멀린이에요.”


아마 수배서엔 스승님의 이름이 적혀있을 거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멀린은 자신의 이름을 솔직하게 말했다, 약간 버벅대긴 했지만 어린 미소년의 말을 사냥꾼은 별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


“그래, 일단 나랑 같이 가자꾸나. 이 근처에 사냥꾼들의 오두막이 있다. 어린 아이가 밤을 지새우기엔 이 숲은 너무 위험하단다.”

“흐윽, 흐윽... 네, 감사해요.”

“그래, 네 말은 내가 끌어줄 테니 따라오거라. 달빛이 없으니 발밑 조심하고.”


멀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냥꾼, 멀린, 강아지의 동행이 시작되었다.


“컹컹-! 컹컹-!!”

“저 녀석이 왜 저러지? 원래 사람을 참 좋아하는 아이인데... 레오! 그만 짖고 따라오거라! 이제 집에 가자!”


강아지는 멀린에게 나는 피냄새를 맡은 것인지. 아니면 멀린에게 악마의 피가 섞여있단 걸 알아챈 것인지 끊임없이 짖어댔지만,


“이름이 레오랬나? 친하게 지내자, 너땜에 들통 나면 안 되잖아. 응?”

“끼이잉...”


강자에게 복종하는 동물의 특성상, 까매진 멀린의 눈을 보고 꼬리를 말았다.


“멀린? 거기 무슨 일 있느냐? 빨리 따라오지 않으면 또 길을 잃어버릴 게다.”

“예-!”


순식간에 본래의 하얀 눈자위로 돌아온 멀린을 보고 “아저씨, 이 아이는 위험해요!“ 라고 짖고 싶었지만 레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조용히 따라갈 수밖에.


***


사냥꾼의 오두막은 작지만 아늑했다. 화로에는 어떤 재료를 넣었는지 모를 스튜가 끓고 있었고, 약한 불씨는 작은 오두막을 데우기엔 안성맞춤이었다.

전체적으로 투박하면서도 포근한 느낌을 주는 장소였다, 멀린의 앞에 서있는 사냥꾼처럼. 아깐 어둡기도 하고, 눈물을 짜내야하는 탓에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 했다.

밝은 곳에 와서 보는 사냥꾼의 얼굴은 대주교님처럼 온화하지도, 스승님처럼 날카롭지도 않았다. 투박하면서도 강인해보이는 그에겐 이유 모를 포근함이 있었다.


“얼굴에 피가 묻었구나, 어디 다친 게냐?”

“아, 아까 나뭇가지에 긁혔나 봐요.”

“상처에 좋은 약초가 있는데. 어떠냐, 붙여줄까?”

“아뇨, 깨끗하게 씻기만 하면 덧나지는 않을 거에요.”

“그래, 저기 물 길어놓은 것이 있다.”


멀린이 사냥꾼의 손짓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나뭇가지에 긁힌 상처가 아닌, 고블린의 피를 씻어낸 멀린이 자리에 앉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스튜 한 그릇이 앞에 놓여졌다.


“먹으면 몸이 좀 녹을 게다. 아직 겨울은 안 왔다만 밤의 숲은 아이가 버티기엔 쌀쌀했을 것이니. 허허!”

“아..., 감사합니다.”


멀린이 스튜를 한 숟갈 떠먹었다. 여전히 무슨 재료로 만든 건진 알 수 없었지만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따뜻함은 굳어있던 멀린의 몸을 녹이기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다.

한숟갈을 더 퍼먹곤, 멀린이 입을 열었다.


“은인이신데 성함도 못 여쭤봤네요.”

“그러고 보니 그렇구나! 내 이름은 자칼이다. 보시다시피 사냥꾼이지, 지금은 상황이 여의치 않아 마수 사냥만 하고 있지만... 허허!”


“자칼님이시라, 잘 어울리는 이름을 갖고 계시네요.“ 멀린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시다는 게...? 원래는 마수 사냥을 안 하셨나요?”

“원래 이 산엔 동물들이 많았단다. 사냥꾼들의 마을도 꽤나 번성할 정도였지. 근데... 전쟁이 끝나고 나서 갑자기 고블린들이 많아지더니, 동물들이 씨가 마르고 마수를 피해 사람들도 하나, 둘 떠나갔지.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동료들도 방금 전, 고블린들한테 당하고 말았단다.”

“...괜한 걸 물어봤네요, 죄송해요.”


자칼은 쓸쓸한 미소를 지으면서도 “너의 잘못이 아닌데, 사과를 왜 하느냐. 다들 영광스럽게 죽었으니 괜찮단다.“라며 멀린을 다독였다.


“이제 남은 건 나와 이 녀석 뿐이지. 그래, 레오. 예쁜 자식. 이 녀석이 마수 냄새를 기가 막히게 맡는단다. 허허!”


자칼이 레오를 쓰다듬었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에선 주종 관계를 넘어, 생사를 함께한 자들의 끈끈함이 느껴졌다.


“자칼 님은 이 곳을 떠나지 않으실 건가요? 말씀대로라면 이 곳은 이제...”

“생명이 다한 땅이지. 허나, 나고 자란 땅을 어찌 쉬이 떠나겠느냐. 우리 아버지도, 어머니도 이 곳에 묻혀있단다. 이 곳을 지키다가 죽어 이 곳에 묻히는 게 나의 마지막 바람이다.”

“아...”

“아버지, 어머니는 천수를 다하고 돌아가셨으니 그런 표정 지을 거 없다, 허허!”


둘의 얘기는 멀린이 스튜를 다 비우고도 오랫동안, 밤 늦게까지 계속 됐다. 달도 잠들었을 시간, 자칼은 오두막이 떠나가라 코를 골고 있었지만 멀린의 눈은 말똥말똥했다.

오랜만에 맞는 편안한 잠자리에 그간의 여독이 몰려올 법도 했지만 머리속에선 하나의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이 숲에 갑자기 마수가 많아진 게 우연은 아닐 텐데.'


루키우스가 수도에 처들어왔을 때도 나바루스 같은 마수들을 대동했었다.

이 곳에 마수가 많아진 이유가 있을 거다. 그게 악마와 관련돼있든, 캠비온과 관련돼있든. 알아볼 만한 가치는 충분했다.

멀린이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밥값은 해야지.'


오랜만에 받아본 타인의 호의, 자칼은 대가를 바라고 베푼 게 아니었지만 스튜가 너무 따뜻했다. 그 값은 하고 가야할 거 같았다.


“레오, 일어나볼래?”


주인을 따라 코를 골고있던 레오에게 다가갔다. 단잠에서 깬 레오가 멍한 눈빛으로 멀린을 쳐다봤지만, 이내 멀린의 말에 꼬리를 흔들었다.


“네가 마수 냄새를 그렇게 잘 맡는다며? 우리 고블린들 다 잡으러 가자. 자칼 아저씨도 좋아하실 거야.”


***


고블린들을 다 죽인다고, 자칼 아저씨의 동료들이나 떠나간 마을 사람들이 돌아오진 않을 거다. 하지만 복수란 건, 이미 떠나간 사람들을 위해 하는 게 아니다. 남아있는 사람이 이대로는 못 살 거 같아서 하는 거지, 멀린은 그 마음을 너무나 잘 안다.


“컹컹-!”


레오가 커다란 바위 절벽 앞에서 짖으며 몸을 움직여댔다. 레오의 몸짓을 보아하니 여기가 목적지인 거 같은데...


“그냥 바위 같은데... 진짜 여기 맞아, 레오?”

“컹컹-!”

“강아지 말 알아듣는 마법은 없나..., 여기 그냥 네가 좋아하는 곳 아냐?”

“크르릉-! 컹컹-!”

“미안, 미안. 화내진 마. 한 번 확인해볼게.”


멀린이 걸음을 옮겨 바위 앞으로 바짝 다가가자 바위 틈 사이로 강한 공기의 흐름이 느껴졌다. 안쪽에 꽤 커다란 공간이 있는 거 같았다.


'바람을 타고 흘러드는 냄새는 고블린의 체취인가? 역하네.'


얼굴을 찌푸리며 바위에서 얼굴을 뗀 멀린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곳곳에서 생명체들의 배설물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자칼 아저씨가 동물은 씨가 말랐다고 했으니...'


고블린 똥이구나! 멀린이 레오를 돌아보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레오도 칭찬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꼬리를 흔들며 멀린에게 몸을 부볐다. 멀린을 무서워하던 레오도 이제 멀린을 자신의 동료로 여기고 있었다.

하늘에선 새벽 동이 트려는지, 푸른 빛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야행성인 고블린들을 기습하기엔 완벽한 조건이었다.

문제는 이 바위를 어떻게 치워버리냐는 것인데...


“이대로 통째로 날려버릴까?”


루키우스를 소멸했던 크기의 다크니스 볼이라면 이대로 쓸어버릴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분명히 보라색 마나를 목격한 사람들이 생길 것이다.

수배령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보라색 마나를 마구잡이로 쓸 수는 없다.


“이대로 쓸어버리면 정보도 못 얻을 거고..., 흠... 어떡하면 좋다.”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아...! 혹시!”


이정도 크기의 바위라면 제아무리 고블린들이라도 물리적으로 옮기진 못할 것이다.


“아무리 인간보다 힘이 세더라도..., 한 두 번이면 몰라. 매번 옮기진 못할 거야. 그치, 레오?”

“컹컹-!”

“그렇다면 다른 방법을 썼다는 건데.”


고블린들이 마법을 썼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은 없지만, 시도해볼만한 방법이 있었다.

멀린의 이마에서 벨라포르의 문양이 빛났다.


“도둑질의 대악마는 못 뚫는 문이 없거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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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시험은 영악하게. 24.07.18 32 4 12쪽
3 악마는 싫은데, 24.07.17 34 4 14쪽
2 각성. 24.07.16 32 5 13쪽
1 혼혈아. 24.07.15 43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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