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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R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핏줄이 마법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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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R
작품등록일 :
2024.07.14 23:40
최근연재일 :
2024.07.24 07:45
연재수 :
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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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글자수 :
56,756

작성
24.07.22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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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새로운 마법.

DUMMY

008.


“그 능력 한 번 기가 막히는 구나. 왕궁 도서관에 펼쳐진 경계는 왕궁 마법사들 한, 두 명이 힘을 합쳐 만든 게 아닌데 말이야.”


벨라포르의 능력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솔몬의 72위 악마 중 하나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왕궁 도서관에 펼쳐진 삼엄한 경계 마법도 그의 앞에선 무용지물이었다.


“밖에 있는 놈들은 우리가 여기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할 거다.”

“밖은 무슨 대낮 같이 밝네요.”

“교황청에 있던 기사단들도 다 우리를 쫓고 있는 모양이다.”

“악마들이 처들어왔을 땐 조용하더니, 웃기는 모냥새군요.”

“내가 말했지 않느냐, 이 곳이 베로스 성보다 더욱 추악하다고.”


멀린이 창문 밖을 쳐다보았다. 성 곳곳에서 환하게 타오르고 있는 횃불들은 마치 밖을 대낮처럼 만들었고, 그 밑에서 사람들은 눈에 횃불보다 밝은 불을 켜고 멀린을 찾고 있었다.

“대악마를 잡아라!“라는 외침이 울려 퍼졌지만, 조용한 도서관 안에 있는 멀린에겐 마치 다른 세상의 일 같이 느껴졌다.

밖과는 다른 이 세상, 추악함 속에도 꽃이 피는 것처럼 왕궁 도서관은 가히 '인류의 보고'라고 불릴 만 했다.

인류가 탄생한 이래, 쌓은 모든 지식이 있다는 곳. 액터의 걸음이 육중해보이는 문 앞에서 멈췄다.


“이 곳이다.”

“여기가 보존 문서고...”

“악마에 관한 책은 이 곳에 다 있을 게다.”


멀린이 문을 올려다보았다. 하나의 큰 대리석을 조각해 만든 문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침입을 허락하지 않을 거 같은 단단함을 뽐내고 있었다.


“이 곳은 직계 왕족도 허가를 받지 않으면 들어올 수 없는 곳이다. 그만큼 경계도 삼엄하지. 가능하겠느냐?”


멀린의 손이 문에 닿았다. 벨라포르의 문양이 한 번 더 강하게 빛나고, 멀린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보라색 마나가 손을 타고 문으로 흘러들어갔다. 미로 같았던 경계들의 아귀가 하나씩 맞아들어가고 하나의 그림이 완성되었을 때, 육중한 문은 단단함을 잃어버리고 침입자들을 허락하고 말았다.


쿠구궁-!


인류의 보고로 가는 문이 열렸다.


“문양을 가진 것만으로 이정도라니, 우리가 루시퍼의 목을 벤 게 기적 같은 일이었어.”

“스승님이 기적을 행했다고 하시는 건가요?”

“뭐, 내 자랑이 조금 섞여있긴 하지.”


멀린과 액터가 조심스레 걸음을 옮겼다. 그들의 걸음마다 먼지들이 어지럽게 피어오르며, 오랜만의 내방객을 환영했다.

꽂혀있는 책들의 면면은 모두가 '왕국의 보물'이라고 불러도 손색 없을 것들이었다. 솔몬이 썼다는 마도서 '레메게톤'부터 '72위 악마에 대한 정보'까지.

시간만 있다면 모조리 다 읽고 싶었지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았다. 자신을 쫓고있는 사람들의 눈도 언젠간 도서관에 닿을 것이다.

손에 들고 도망칠 수 있는 책을 간추려야 한다.

멀린이 빠르게 책들을 훑어가다가, 구석에 처박힌 책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병을 주는 지식, 암 마나와 마법에 관하여.”


햇볕도 닿지 않는 곳에 있었는지 변색조차 되지 않았다.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펼친 책은 첫 장부터 멀린을 기다려왔다는 듯 말했다.


[일생동안 암 마법을 연구했던 볼츠만은 스스로 악마가 되길 자청했다. 에렌이 그의 일을 이어받았고 자살했다. 이제 우리가 암 마법을 배울 차례다, 악마의 길을 걷는 자여.]


죽고 싶지도 않고, 악마가 되고 싶지도 않았지만 그냥 지나치기엔 암 마법에 대한 정보가 꽤나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멀린이 책을 챙겨들었다.


“멀린, 가야겠다. 왕궁 마법사들 중에서도 눈치 빠른 놈이 아직 있나보구나.”


밖을 쳐다보자 횃불은 어느새 도서관을 빙 둘러싸고 있었다.


“가죠, 스승님.”

“벌써 포위가 된 거 같은데 방법은 있느냐?”

“훔치고 도망치는 것까지가 도둑질의 완성 아니겠어요?”


멀린의 몸이 자연스레 어둠에 녹아들었다.


“그거 참, 신기한 마법이구나!”

“...”

“멀린? 벌써 갔느냐?”

“...”

“나는? 멀린...? 멀린?!”


***


베로스 성에 돌아온 멀린의 손엔 책이 한가득이었다. 암 마법에 대한 마도서를 비롯해, 레메게톤과 72위 악마에 관한 정보서까지. 자신의 아비의 정보가 적혀있을 법한 책들은 싹 긁어온 멀린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대주교가 의심의 눈초리를 쏘아붙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이 책들을 어떻게 갖고 온 게냐, 왕족이라도 쉽게 반출해주지 않는 책인데.”

“그게...”

“설마 훔친 게냐! 왕궁 소유의 책들을 훔치는 게 얼마나 큰 죄인진 알고 그런 게냐!”

“고정하시지요, 대주교님.”

“액터, 너도 똑같다! 멀린 데리고 여행을 한다기에 허락해줬더니 수도에 가서 책을 훔쳐와?!”

“죄송합니다...”


액터도 멀린의 옆에 서서 손을 모았다.


“수배령이 떨어질 수도 있는 일이다. 둘 다 짐을 챙기거라, 가서 책을 돌려주고 용서를 빌자. 나도 같이 가서 빈다면 엄벌에 처하진 않을 게다.”

“그게...”

“얼른!”

“...대주교님, 이미 수배령이 떨어졌어요.”


멀린이 대주교와 눈을 마주쳤다가 이내 다시 눈을 내리깔았다. 대주교의 한숨이 깊어졌다.


“그러면 더욱더 서둘러서 수도에 가야겠구나. 빨리 짐을 챙기거라.”

“대주교님, 멀린은 수도에 가면 목이 잘릴 겁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 책을 훔친 게 아무리 중죄라 해도 목이 잘릴 정도의 일은...”

“수도에서 루키우스를 만났습니다.”


액터가 수도에서 있었던 일을 말해주었다. 루키우스를 만난 것부터, 멀린이 대악마의 핏줄인 걸 들켰다는 것까지.

책을 훔친 일따윈 이제 중요한 얘깃거리가 아니었다.


“어떻게 하려고 그랬느냐, 멀린... 수배령이 떨어지면 넌 평생 떠돌이로 살아야 한다, 말이다.”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는 일은 그만큼 가치가 있는 일이니까요, 부디 이해해주세요.”

“오, 이런... 내 아이, 멀린아.”


대주교는 더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무슨 상황에서도 선함을 전해야한다는 게, 자신의 가르침이었으니까. 대주교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늙은 손으로 아이를 토닥여주는 것밖에 없었다.


“곧 수도에서 칙령이 내려올 겁니다. 멀린이 계속 여기 있으면 대주교님과 주민들한테 피해가...”

“조금 더 내 품 안에서 보듬고 내보내고 싶었는데, 세상이 그리 녹록치만은 않구나.”


대주교가 멀린을 쳐다보았다.

보라색 눈은 여전히 불타고 있었지만, 그 깊이는 이제 자신이 가늠할 정도가 아니었다. 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어느새 이렇게 커버렸는지... 대주교가 멀린을 한 번 껴안고는 아이를 떠나보낼 준비를 시작했다.

주민들도 이제야 맘을 터놓고 친해진 멀린을 떠나보내야 한다는 사실에 슬퍼했지만, 그를 막아설 방법은 없었다. 악마의 자식을 거둬키운 게 발각된다면 모두가 목이 잘리고 말 것이니까.

그들이 멀린에게 해줄 수 있는 거라곤 좀 더 튼튼한 옷을 지어주거나,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빵을 만들어주는 것밖에 없었다.


멀린이 떠나기로 한 날, 떠돌이가 된 멀린을 도와주기라도 하듯 달마저 구름에 숨은 밤.


“그럼 다녀올게요.”

“꼭 다시 오거라, 멀린. 넌 언제나 내 아이다.”

“예, 대주교님. 부디 평안하세요.”


멀린이 말에 올라탔다. 가난한 베로스 성에 말은 귀중한 가축이었지만, 먼 길을 떠나야하는 멀린에게 주민들이 준비한 마지막 선물이었다.


“이건 내 마지막 선물이다, 멀린.”


멀린의 손에 펜던트가 쥐어졌다. 솔몬교의 심볼이 반짝이는 펜던트, 멀린이 잠시 멍하니 펜던트를 쳐바보다가 이내 목에 걸었다.


“악마의 핏줄이 되어 떠나는 너에게 어울리는 선물은 아니지만, 내가 직접 축성한 펜던트이다. 너의 여행길에 언제나 내가 같이 있을 게다.”

“안 어울리긴요, 제 아비를 죽이고 악마의 핏줄들을 찾아내는 여행길에 딱 어울리는 선물이죠. 감사해요, 대주교님.”

“그래, 건강하게 다녀오거라.”


대주교의 고개가 몇 번이고 작게 끄덕였다. 꼭 건강해야 한다, 라는 다짐을 몇 번이라도 전하듯이.


“네, 건강하게 다녀올게요.”


말이 멀린의 명에 따라 걸음을 옮겼다.

시끄러운 환송식을 하면 수도에 소식이 들릴까, 대주교만이 멀린이 가는 길을 배웅해주기로 했었으나... 주민 모두가 창가에 붙어 조용히 멀린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자신들을 구해준 영웅이 이제 본인을 구원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멀린에게 축복이 있기를.'


모두의 기도를 등에 업은 멀린의 뒷모습은 언제보다 커보였다.

멀린이 떠난 다음 날, 수도에서 칙령이 내려왔다. 대악마의 핏줄이 살아있으니 놈을 죽인 사람한테 막대한 부와 영예를 주겠다는 수배서.

그 곳엔 후드를 쓰고 있는 멀린의 용모와 '액터'라는 이름이 대문짝만하게 적혀있었다.


“참나, 도서관에서도 날 두고 도망치더니. 스승 이름까지 팔았었어? 다음에 만나면 혼을 내줘야겠구만.”


멀린 다음으로 떠날 준비를 끝마친 액터가 수배서를 보고 코웃음을 쳤다. 그리곤 기도했다, 언젠가 꼭 다시 만나서 혼내줄 수 있기를.


***


낮엔 수풀에 몸을 숨긴 채 눈을 붙이고, 밤에는 달빛에 의존해 걸음을 옮긴 나날이 지속되었다. 다 큰 성인들도 지칠 법한 고된 여행길이었지만, 멀린의 얼굴엔 지친 기색이 없었다.


'시체에 둘러쌓여 자던 날에 비하면 이정도야.'


먹을 빵 한 조각이 없어 시체들 사이에서 나무 뿌리를 캐던 어린 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고생 축에도 끼지 못했다.

빵과 육포를 씹으며 책을 볼 수 있다는 건, 상상도 못했던 호사다.


[병을 주는 지식, 암 마나와 마법에 관하여]


이제 2장을 넘기고 있던 참이었다. 1장은 암 속성 마나에 관한 기본적인 얘기였다면, 2장은 본격적인 마법에 관해 적혀 있었다.

흐릿한 달빛을 조명으로, 멀린이 천천히 책장을 넘겼다.


'스승님 말대로 확실히 공격 마법 일변도군.'


상위 마법으로 올라가면 모르겠지만, 멀린이 구사할 수 있는 1서클의 마법에선 모든 게 다 공격 마법이었다.


'지금은 블랙 체인이 있으니 상관없지만, 공격을 도와줄 수 있는 마법이 더 있으면 좋겠는데...'


블랙체인은 대악마의 술식, 자신보다 급이 낮은 악마들은 체인을 풀 수 없겠지만, 같은 급이나 혹은 그 이상의 악마들도 체인을 끊어내지 못할 거라고 장담할 순 없다.

한 번의 사소한 실수가 죽음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실전에서 체인이 끊어진다면..., 뒷일은 상상하기도 싫다.


'지금 당장 쓸 만한 마법이 없을까.'


빵을 삼킨 멀린이 계속해서 책을 읽어갔다. 그러던 와중에 눈에 띈 마법 하나.


“1서클, 블랙 스파이크(Black Spike).”


[땅에 암 마나를 흘려보낸 뒤, 목표물이 있는 곳에서 스파이크로 형상화한다. 마나는 못이 되어 적을 꿰뚫는다.]


적혀있는 설명은 간단했지만, 간단한 마법은 절대 아니었다. 땅에 마나를 흘려보내는 건 차치하더라도 마나를 형상화하는 건 1서클 마법사들이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하나, 멀린이라면 얘기가 달랐다. 멀린은 마법을 배우기도 전에 마나를 형상화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이 마법이면 상대를 묶어놓을 수도 있겠어, 여차하면 고문할 때에도 쓸 수 있겠는데.”


대주교의 말대로라면 이 세상엔 살아있는 캠비온들이 꽤 많을 거다. 그들에게서 정보를 얻어낼 때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악마들의 계획은 뭔지, 내 아비는 누구인지.


툭툭,


자리에서 일어난 멀린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람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달빛도 그리 밝지 않았다. 마법 연습하기엔 딱 좋은 상황. 멀린이 심장에 가둬놓은 마나를 순환시켰다.

보라색 마나가 몸에서 빠져나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 때, 수풀이 흔들리는 소리가 났다. 멀린이 황급하게 마나를 다시 가두고 주위를 둘러봤다. 사람이 봤다면 골치 아파지는데...


부스럭, 부스럭-


“혹시 사람이세요?”

“그르르----!”


수풀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다행히도 고블린들이었다. 방금 전투를 끝마치고 왔는지, 피칠갑을 한 모습에 손엔 활을 들고 있었다.


'고블린이 활을 쏜다는 건 들은 적이 없는데... 마수 사냥꾼들을 죽인 건가.'


“그르르르-!!!”


전투의 흥분이 아직 가시지 않았는지, 고블린들이 괴성을 지르며 전투 태세를 취했다.


“그래, 너희들 잘 만났다. 마법 연습하고 싶었는데.”


멀린이 가둬놓은 마나를 다시 폭파시키듯이 내뿜었다. 까맣게 물드는 흰자위, 멀린의 전투력을 본능적으로 느낀 고블린들이 주춤거렸지만, 멀린은 이미 땅으로 마나를 흘려보내고 있었다.


“그르르르--?”

“블랙 스파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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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 보라색 태양. 24.07.24 15 1 13쪽
9 고블린을 척살하자. 24.07.23 27 1 12쪽
» 새로운 마법. 24.07.22 27 1 13쪽
7 루키우스. +1 24.07.21 28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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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어둠을 몰아낼 태양. 24.07.19 32 4 13쪽
4 시험은 영악하게. 24.07.18 31 4 12쪽
3 악마는 싫은데, 24.07.17 34 4 14쪽
2 각성. 24.07.16 32 5 13쪽
1 혼혈아. 24.07.15 42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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