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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R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핏줄이 마법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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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R
작품등록일 :
2024.07.14 23:40
최근연재일 :
2024.07.24 07:45
연재수 :
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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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글자수 :
56,756

작성
24.07.19 08:05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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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어둠을 몰아낼 태양.

DUMMY

005.


촛불 하나로 모든 어둠을 몰아낼 순 없을까.

깜깜한 예배당 안, 양초는 몸을 태우며 빛을 발하고 있었지만, 어둠을 밀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그 어둠 속에 몸을 숨긴 액터가 도둑처럼 발소리를 죽이고 걸어갔다.


'너무 늦었군.'


멀린과 저녁을 먹고 있자니 생전 처음 보는 주민들이 나타나 멀린을 잘 부탁한다며 여기저기서 술을 권했다.

거절하기도 뭐해 받아먹다 보니 시간은 어느새, 자정을 훨씬 넘긴 새벽이 되고 말았다.

이제 사제도 아니건만, 대주교님의 눈치를 왜 이리 보게 되는 건지.

늦어진 귀가 시간에 부모한테 혼날까, 겁에 질린 아이 같은 자신의 모습에 액터가 자조적인 미소를 띠었다.


“늦었구나, 액터.”


그리고 늦은 귀가를 들키는 건,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었다. 액터가 자신의 방으로 향하던 걸음을 어색하게 돌려 대주교에게로 향했다.


“······안 주무고 계셨습니까?”

“늙더니 잠이 없어져서 말이야, 같이 한잔하겠는가?”


포도주 한 병을 들어 보이며 작게 미소 짓는 대주교, 일렁이는 촛불에 비친 그의 얼굴에 깊개 패인 주름이 그가 겪어온 고난을 증명해 주는 듯했다.


“축성 받은 포도주는 주민들의 몫 아닙니까? 파문당한 사제한테 주시다니요.”

“이번 습격 때, 주민들이 많이 죽었다네. 이대로라면 산화될 게 뻔한데, 미운 자식이라도 한 잔 먹여야 되지 않겠는가.”

“······그럼 한 잔 부탁드리겠습니다.”


피보다 진한 적포도주가 벽을 따라 흘러 유리잔을 가득 채운다. 한 모금 마신 뒤, 코로 숨을 내쉬며 포도주의 신성력과 향미를 느낀다.

산화되기 직전 포도주가 갖고 있는 시큼함이 온몸에 퍼져갔다.


“오른손은 괜찮은 건가?”

“대충 치료는 했습니다.”

“멀린한테 당한 상처인가 보군, 그래. 멀린은 어땠는가?”


유리잔을 빙글빙글, 돌리던 액터가 대주교를 쳐다봤다.


“멀린, 그 녀석 위험하더군요.”

“위험하다라······ 그게 무슨 뜻인가?”

“정말 루시퍼의 예언을 이룰 만한 재능입니다. 괜찮겠습니까? 멀린이 마법을 배워도. 솔직히 말하자면 루키우스처럼 될까 봐, 겁이 납니다.”

“루키우스라······ 그래, 그 아이는 어떻게 됐는가?”

“베로나 지역은 이미 루키우스와 그 수하들이 장악했다고 하더군요. 루시퍼의 예언을 이룰 준비를 착실히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루키우스의 얼굴이 계속해서 멀린에게 겹쳐 떠올랐다. 단번에 잔을 비워 내도 씻겨 나가기는커녕, 더욱더 선명하게 떠오를 뿐이었다.

루시퍼를 죽인 원정대의 일원이면서 파문당한 이유,

자신이 악마를 싫어하게 된 원흉,

루키우스.

루시퍼와의 마지막 전투를 앞두고 들린 성에서 만난 아이였다.

악마와 인간의 혼혈아였지만 멀린과 달리 하급 악마의 핏줄이었기에 별 볼 일 없는, 그래, 전쟁의 아픔을 간직하고 태어난 안쓰러운 아이였다.

그랬던 아이에게 마법을 가르쳐 준 건 자신이었다. 악마의 자식은 죽여야 한다며, 칼을 빼든 영웅을 만류하면서까지.


- 이 아이도 전쟁의 피해자일 뿐입니다! 스스로를 지킬 힘이 있다면 남을 해하진 않을 겁니다!


루시퍼와의 마지막 전투에서 살아 돌아온다면 루키우스를 양자로 받아들일 계획이었다.

치열한 전투 끝에 루시퍼의 머리는 땅에 떨어졌고 대악마를 죽인 영웅이 되어 성에 돌아왔을 때, 액터가 마주한 건, 루키우스가 아닌 처참히 죽어있는 주민들이었다.


- 루키우스, 어째서 네가······.


시체엔 자신이 가르쳐준 마법의 흔적이 진하게 남아 있었다. 루키우스가 저지른 짓이 확실했다.


- 액터, 당신이 건넨 선함의 결과가 이것이오.

-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우리는 당신을 재판에 회부할 수밖에 없어. 미안해, 액터.


악마의 자식에게 마법을 가르쳤다. 이것만으로도 이미 중죄였다.

하물며 그놈이 자신에게 배운 마법으로 사람을 죽였다면 '죽음' 말고는 죄를 씻어낼 방법은 없었다.

'사형'이 확실시되는 재판, 그 재판에서 자신을 감싸 준 게, 지금 눈앞에 있는 대주교였다.


- 솔몬교의 사제들은 전쟁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루키우스 또한 악마에게 당한 피해자임을 알아 주십시오.

- 대주교! 액터 사제의 어리석은 행동으로 성의 주민들이 몰살된 건 알고 하는 얘기인가?

- 액터 사제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게 아닙니다. 다만, 사형은 너무하다는 얘기를 드리고 있는 겁니다. 액터 사제가 이곳에서 죽는다면 그 어떤 사제들이 피해자를 위해 나서겠습니까. 부디 선처해 주시길 바랄 뿐입니다.


대주교의 진심 어린 변호와 액터가 루시퍼를 죽인 원정대의 일원임을 감안해 사형이 아닌 파문으로 결정 났다. 주민들의 반발을 생각해 대외적으론 '악마의 술식 사용으로 인한 파문'으로 발표했지만, 진실은 이러했다.

그렇게 생명을 부지한 자신이 다시 한번 악마의 핏줄을 가르치려 하고 있었다.

또다시 루키우스처럼 되진 않을까, 두려움이 취기와 함께 물밀듯이 밀려 왔다.


“지금 대주교님이 하시려는 일은 상당히 위험합니다. 교단에서 안다면 강하게 죄를 물을 것입니다.”

“난 멀린의 선함을 믿는다네.”

“저 또한 루키우스를 믿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아시잖습니까.”

“악마들의 습격 때, 멀린은 성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 자신을 그렇게 죽도록 괴롭힌 주민들을 위해서 말이야. 자기 말로는 날 위해서 그랬다곤 하지만 그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지.”

“······.”

“오늘 봤으니 알 것 아닌가, 멀린의 선함이 어떤 결과를 이끌어 냈는지.”


성의 주민들 모두가 멀린을 아끼고 있었다. 대주교가 건네준 선함은 멀린이 주민들을 지키게 만들었고, 주민들은 멀린을 사랑하게 되었다.

정말, 정말 분노의 연쇄 작용을 끊어낼 수 있는 것인가······.


“악의 순환을 끊을 수 있는 건 오로지 선함이라네. 누군가에게 건네준 선함이 땅바닥에 버려지고 짓밟히더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진심을 다해 선함을 전하는 것밖에 없는 게야.”


대주교가 술잔을 비워 냈다.


“이제 그만 들어감세.”


후, 대주교의 입김에 촛불은 꺼졌지만, 창밖에서 밝아 오는 새벽의 어슴푸레한 빛에 마냥 어둡지만은 않았다.


“벌써 해가 뜨는군.”


액터가 자연스럽게 창밖을 쳐다봤다. 그 뒤로 대주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액터, 멀린은 촛불이 아니라 모든 어둠을 몰아낼 태양이 될 걸세.”


***


어둠을 몰아낼 태양이라, 대주교의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블랙 체인.”


멀린의 오른손에서 수가닥의 체인들이 뻗어 나왔다. 각자의 마나를 가진 채 꿈틀거리고 있는 체인들.

액터도 들어본 적이 있었다. 일반 마법이 아닌 대악마의 술식, 블랙 체인에 묶이면 죽은 거나 마찬가지니, 잘 피하라고.

블랙 체인의 파훼법은 아직 밝혀진 게 없다. 왕궁 마법사들도 풀지 못하는 술식이다. 그런 술식을 마법의 '마'자도 모르는 녀석이 손쉽게 구현했다. 어느 정도의 재능을 갖고 태어났는지, 가늠이 안 될 정도다.


“멀린, 수업 시작한 지 어느정도 됐지?”

“으음······,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이제 한 두 시간 정도 지난 거 같아요.”

“하하······, 두 시간이라······.”


멀린이 블랙 체인을 써 본 적 있다길래, 헛소리 말라고 꾸짖은 게 두 시간 전이었다. 그리고 지금 기본적인 마나 운용을 배운 멀린은 대악마의 술식을 자기 수족처럼 부릴 수 있게 되었다.


“이번엔 어떤 느낌이었느냐, 멀린.”

“저번처럼 피가 들끓는 게 아니라 마나가 뿜어져 나오는 느낌이었어요.”

“그 느낌을 잊지말거라, 마법사는 마나를 수족처럼 다룰 줄 알아야 한다.”

“예, 스승님.”


멀린의 심장엔 벌써 서클이 생겼다. 서클은 재능 있는 마법사들도 수년간, 수련을 해야 나서야 생기는 것인데, 멀린은 2시간 만에 서클을 만들어 냈다. 성장 속도가 너무 빨랐다.


“마나의 근원은 심장이다. 마법사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해야 한다, 특히 너는 악마의 마나를 가졌으니 더욱더! 조금이라도 흥분한다면 마나가 폭주하고 말 게다.”

“엄마를 죽인 녀석들을 마주했을 때처럼 말이죠?”

“······그래.”


그 당시, 멀린이 폭주했다는 건 대주교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 다만 멀린이 안 좋은 기억을 떠올릴까 봐, 조심하고 있었는데 멀린이 꽤나 담담하게 먼저 그 얘기를 꺼냈다.


'담대한 건지, 상처를 많이 받아 무뎌진 건지. 마법사로선 좋은 성격이긴 하다만 안쓰러운 건 어쩔수 없군······.'


후우, 액터가 작게 한숨을 내쉬곤 땅바닥에 털썩 주저 앉았다.

원래 공격 마법은 천천히 가르쳐 줄 생각이었지만, 계획 수정이다. 뛰어난 제자는 월반을 시켜 줘야 하는 법이지.


“멀린, 앉아 보거라. 이제부터 공격 마법을 가르쳐 줄 것이다.”

“예!”


멀린의 동그란 눈이 호기심을 잔뜩 담아 반짝였다. 그에 맞춰 액터도 활활 타오르는 불을 손바닥 위에 만들어 냈다.


“우와-!”

“마나에는 크게 6가지 속성이 있다, 섞여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략적으로 보자면 명과 암, 물과 불, 토지와 나무지. 나는 그중 불이다. 네 마나는 무엇일 거 같으냐?”

“암 아닐까요?”

“그래, 악마가 명일리는 없겠지. 하하!”


회심의 농담을 던져 봤지만, 멀린의 눈은 미동도 없이 불을 지켜볼 뿐이었다.


“쳇.”

“앗, 더 보고 싶었는데요. 스승님.”


멀린의 말을 무시한 액터가 수업을 이어 나갔다.


“명 속성 마나는 기본적으로 정화와 치료에 특화되어 있다. 물과 불, 토지와 나무는 말 안 해 줘도 알겠지. 속성마다 특성이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암은 무엇일까?”

“으음······.”

“암은 파괴와 살육이다.”


암을 제외한 다른 속성의 마나는 인간의 실생활에 꽤나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었다.

당장 자신만 해도 오늘 아침에 빵집에 들려 불을 붙여 주고 왔다.

하나, 암은 그렇지 않다. 애초에 악마만이 가질 수 있는 마나로 파괴와 살육 등, 공격 마법에만 특화되어 있는 속성이었다.


“그런 표정 지을 거 없다, 이 혼란스러운 세상에 가장 필요한 건 파괴일 수도 있으니.”

“예, 스승님······.”

“눈을 감아 보거라.”


멀린이 눈을 감았다.


“마나를 느껴라, 그리고 상상해라. 네 머리 위로 암의 구체를 만든다는 이미지를 상상하는 것이다.”

“예.”

“네가 던져대던 마나 구체랑은 다른 것이다. 너의 명령을 따를 수 있는, 독자적인 마나를 가진 구체를 만들어 내야 한다.”


볼(Ball), 가장 기본적인 공격 마법이지만 시전자에 따라 그 강력함은 천차만별이다. 액터가 처음 마법을 배웠을 때, 만들어 낸 볼은 다섯 개였다. 그 정도로도 희대의 천재가 나타났다며 호들갑을 떨었었는데 멀린은 과연 몇 개를 만들어 낼지, 액터의 호기심이 동했다.

일단 한 개, 멀린의 머리 위에 독자적인 마나를 가진 채 회전하고 있는 다크니스 볼(Darkness ball)이 떠올랐다.


“계속 만들까요, 스승님?”

“만들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많이 만들어 보거라.”

“예.”


두 개, 세 개, 네 개······ 다크니스 볼이 빠른 속도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각각이 가지고 있는 파괴력은 더욱더, 강해지고 있었다. 멀린은 지금 이 순간에도 눈에 띄게 발전하고 있었다.


'멀린, 너의 한계는 도대체 어딘 게냐.'


이미 액터의 어린 시절 기록이었던 5개는 가뿐히 넘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각각의 위력은 여전히 강하다. 아니, 만들수록 더 강해지고 있어. 도대체 이게 무슨······.‘


여섯 개, 일곱 개, 다크니스 볼은 그 개수를 더할수록 약해지기는커녕, 회전력을 비롯한 모든 게 강해지고 있었다.

멀린이 열 번째 다크니스 볼을 만들어 냈을 땐, 그 파괴력은 액터의 마나를 일렁일 정도가 되었다.


“10개구나, 멀린.”

“그만할까요? 더 만들 수 있을 거 같은데.”


액터는 7서클 마법사였다.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라고 봐도 무방했다.

자신도 어릴 때부터 천재 소리를 들으며 커 왔는데, 그 기록을 배로 깨부순 것도 모자라 더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하하, 하하하-!”


액터가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그 의미를 모르는 멀린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여태까지 만들어 낸 다크니스 볼을 합친 것보다 더 큰 11번째 다크니스 볼을 만들어 냈다.


“이건 또 뭐냐, 멀린!”

“그냥, 세레머니랄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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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을 몰아낼 태양. 24.07.19 33 4 13쪽
4 시험은 영악하게. 24.07.18 32 4 12쪽
3 악마는 싫은데, 24.07.17 34 4 14쪽
2 각성. 24.07.16 32 5 13쪽
1 혼혈아. 24.07.15 44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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