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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이 의 서재입니다.

실직한 마왕성 문지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지하이
작품등록일 :
2022.10.26 12:21
최근연재일 :
2024.05.08 23:16
연재수 :
19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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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9
추천수 :
127
글자수 :
1,467,074

작성
23.02.26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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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0화 길드

DUMMY

50화 <길드>



겨울이 찾아왔다.

몇 개월간 가람왕국은 골렘의 습격으로 무너진 성벽을 완벽에 가깝게 복원하였다.

그러나 무너진 거리와 건물들. 왕궁의 수리와 빈민 정책 등. 왕국은 여전히 골렘의 수습 작업으로 바빴다.

수많은 노동은 모험가의 의뢰로 직결되었는데.

이 기간에 모험가들은 적지 않은 수입을 모을 수 있었다.


“헤헤. 헤헤헤헤.”


그것은 이 모험가에게도 해당이었다.

몇 달 동안 잠자는 시간은 제외하고, 매일같이 일거리에 매진한 인물.

캣니스는 두둑해진 주머니를 보며 흐뭇해하였다.


“이게 그렇게 좋아?”

“네, 좋아요!”


가더는 그녀의 밝은 모습을 보고 웃음 지었다.

아까부터 만지작대던 금화를 테이블 위로 굴렸다.


“이 정도면 충분히 모은 거야?”

“네, 금화 34닢과 은화 72닢. 그리고 동화 7닢을 모았어요.”

“오. 동화 7닢이면 꼬치가 7개잖아!”

“네, 그렇죠···?”


감탄하는 부분이 이상하다.

캣니스는 위화감이 느껴지는 부분이 어디인지 고민했다.


“생각해 보니까··· 문지기님에게 화폐의 가치를 말씀드린 기억이 없네요.”

“훗. 그럴 필요 없어 캣니스. 꼬치를 살 수 있는 동화가 제일 비싸다는 것을 알고 있거든.”

“문지기님. 금화로는 꼬치를··· 아니에요, 지금 설명할게요.”


캣니스는 설명했다.

금화 한 닢은 은화 백 닢. 은화 한 닢은 동화 백 닢.

한참 때아닌 화폐 공부에 주의를 기울이던 때였다.


“캣니스여.”

“엇? 브레드 님?”


브레드 머슬릿이 모험가 길드에 돌아왔다.

지난 몇 개월 동안 처음 마주한 얼굴이었다.

캣니스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서 그를 반겼다.


“브레드 님! 잘 지내셨어요?”

“으음. 잘 지냈냐면 잘 지냈다네. 다만 지난 결심이 흔들릴 정도로 사람들에게 시달린 나날이었군.”


그럴 만도 했다.

그동안 브레드는 왕국의 초청으로 이곳저곳 불려갔다.

처음 보는 귀족가의 초청과 사교계와 파티. 총각들의 은밀한 머슬파티.

애초에 연회 체질도 아니고, 명성을 좇지 않는 그였기에 대부분의 초청은 불편하기만 하였다.


“유일하게 영식들의 은밀한 머슬파티는 즐거웠다네. 하지만 다른 파티는··· 두 번 다시 발도 들이고 싶지 않군.”

“고생하셨어요. 다들 위험에 빠진 왕국을 구한 영웅을 마주하다 보니. 들떠서 더욱 그런 걸 거예요.”

“음···. 내 곤경에 빠진 그대를 구한 것치고는 상당히 괴로운 일을 받은 게 아닐까 싶은데 말이지.”


누구 때문에 참으로 고생했다고 짓궂은 말을 하였다.

농담을 주고받은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봤다.

그러고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어서 와요, 브레드 님. 고생하셨어요.”

“다녀왔네 캣니스여. 그런데 나의 우상은 지금 무얼 하는 건가?”


브레드의 시선이 테이블 한구석을 향했다.


“펴져라···. 펴져···.”

“보시다시피··· 구부린 금화를 다시 원래 형태로 만들고 있어요.”

“음···. 할 말이 많다만 ‘돈으로 장난치지 말게’ 정도로 하도록 하지. 그보다 캣니스여. 저번에 끝내지 못한 이야기를 하러 왔다네.”

“끝내지 못한 이야기요?”

“그대에게 부탁이 있다는 말이네.”

“아, 기억났어요.”


골렘을 파괴한 날 왕궁에서 했던 이야기다.

그때는 금방 다시 이야기할 줄 알았는데. 여러 사정 때문에 지금까지 밀려난 이야기였다.


“지금 이야기할까요? 아니면 장소를 옮길까요?”

“이곳이 좋다네. 아니, 이곳이 아니면 아니 되지. 그리고 자네만 괜찮다면 시원한 맥주를 한잔 마실까 하는데.”

“얼마든지요. 다만 어울려드리지는 못할 거 같아요.”

“허락해준 마음만으로 괜찮다네. 지금은 취하고 싶은 게 아니라 이 끔찍한 포도 향기를 지우고 싶은 것뿐이니.”

“아하···. 파티가 유독 체질에 안 맞으셨나 봐요?”

“나 같은 자에게는 달콤한 포도주보다 보리 맥주가 피에 맞는 법이니.”


‘됐다!’라고 가더가 소리쳤다.

잠시 그를 바라봤다가 고개를 돌렸다.


“후후. 지금은 그래도, 나중에는 포도주가 아니면 손도 못 댈걸요?”

“···허허, 그건 참 짓궂은 농담일세 캣니스여.”


브레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정말로 포도주에 진절머리가 난 듯싶었다.

그는 오랜만에 영혼의 단짝을 찾으려는 듯이 접수처 쪽으로 손을 흔들었다.


“바네샤여 부디 시원한 맥주 한잔을!”

“흥!”

“으응?”


그런데 주문을 받아야 할 바네샤가 고개를 돌렸다.

브레드는 당황스럽기도 하고 머쓱하기도 하여. 들었던 손을 뻘쭘하게 다시 내렸다.


“이건 예상하지 못한 일이군···.”

“두 분. 싸우신 건가요···?”

“그런 적 없다네. 차라리 그랬으면 이유라도 알 텐데 말이지.”


두 사람이 바네샤가 토라진 이유에 대한 의문에 휩싸인 사이, 붉은 머리 종업원이 대신해서 맥주를 들고 나타났다.


“여기. 제가 대신 가져왔어요.”

“오, 고맙군, 셰인이여. 한데 바네샤가 왜 저리 기분이 상했는지 알고 있는가?”

“으음··· 글쎄요···.”


질문을 받은 셰인이 어색하게 눈동자를 굴렸다.

일단은 부정했지만, 애매한 행동이 짐작 가는 부분이 있음을 알려주었다.


“셰인 님. 아무도 모르게 저희만 알고 있을게요. 바네샤 님의 기분이 나쁜 이유가 저희 때문이지 않을까 걱정되어서 그래요.”

“으음··· 저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캣니스까지 부탁하자. 셰인은 몸을 숙이고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녀는 말을 하는 동안에도, 텅 빈 접수처를 계속 곁눈질했다.


“사실 며칠 전부터 묘한 분위기가 있었어요. 몇 주 전에 클레인 씨가 왕실 연회장을 다녀온 이후부터 유독 저러시죠.”

“왕실 연회장이요?”

“네. 그때 클레인 씨와 집무실에서 언쟁이 있으셨어요. 제가 얼핏 듣기로는 브레드 씨와······”

“어라. 그런 일에 신경 쓸 시간이 있었어?”

“아.”


비밀스럽게 이야기하던 셰인의 안색이 하얗게 질려갔다.

아주 짧게 ‘아.’ 한마디를 뱉었지만, 그것은 단말마와 같은 종류의 것이었다.

삐그덕, 삐그덕. 그녀의 목이 고장 난 인형처럼 삐걱거리며 뒤로 돌아갔다.

그녀의 뒤에서 어두운 갈색 머리카락이 눈앞에 드리웠다.


“어머, 그동안 한가했나 봐? 우리 신입이 이렇게 한가하게 모험가랑 잡담이나 하고 있고?”

“바, 바네샤 씨···.”


유난히 높은 목소리. 그 안에서 정체 모를 불길함이 있었다.

셰인의 발자취로써의 직감이 위험하다고 경종을 울려댔다.


“있잖아 셰인. 아직 왕실과의 모험가 보수 협상이랑 오늘치 왕국 건물 관련 서류가 아직 안 끝났거든? 그런데 이제 슬슬 너도 이쪽 일을 배워야 할 때라고 생각하는데?”

“루, 루나 씨가 서류 작업은 천천히 배우라고 하셨는···.”

“아니. 내가 보기에는 가능해. 이미 한가롭게 일을 끝내고 잡담이나 하고 있잖아?”


겉으로는 다정하지만. 피부를 소름 돋게 하는 손길이 어깨에 얹어졌다.

바네샤는 딱딱하게 굳은 셰인에게 상냥하게 일러주었다.


“응. 할 수 있지?”


바네샤의 눈매가 곱게 접혔다. 하지만 반달을 그리는 눈매와 다르게 조금도 웃지 않는 갈색 눈동자가 존재했다.


“우리 셰인은 잠깐 들은 목소리도 기억하잖니? 어때? 할 수 있지?”

“흑··· 네······.”


셰인은 맹수 앞의 참새처럼 몸을 움츠렸다.

그녀는 구슬 같은 눈물을 흘리며 터덜터덜 본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하여간에 방심을 못해.”


캣니스는 흠칫 놀랐다. 하지만 이내 평소와 같은 미소로 갈무리했다.

그녀가 놀란 이유는 셰인과 같았다.

바네샤의 서늘한 눈빛이 그녀에게도 향하였기에···.


“크흠. 잘 들어요, 브레드 씨. 제가 화가 난 건 브레드 씨와 아무런 관련이 없어요.”


캣니스에게는 다행히도. 바네샤는 브레드와 이야기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하나 조금 전에는 내 인사를 무시하지 않았던가.”

“그건··· 다른 일이 생겨서요. 아니다. 비염이 도져서 미처 못 봐서 그런 거였어요.”

“허허. 바네샤여, 날씨가 추워지니 몸 관리에 힘쓰시게. 아니면 나와 함께 운동하는 것도 괜찮겠지.”


잘 이어가던 대화가 일순 멈췄다.


“브레드 씨와 운동이요···?”


놀란 목소리였지만 질색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오히려 분홍빛의 무언가가···.


“흐응···?”

“왜 그래 캣니스?”

“아니요. 왠지 모르게 알 거 같아서요.”


캣니스는 재밌는 광경을 본 듯이 히죽거렸다.

가더는 그녀의 의미심장한 말에 미간을 찡그렸다.


“알 거 같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문지기님은 몰라도 되는. 그런 게 있어요~”

“···그런 거야?”

“그런 거예요~”


그런가 보다 하고 다시 동전 세는 일에 집중하였다.

그와는 다르게 바네샤는 대화 상대에게 집중 못 하였고 말이다.


“캣니스? 가더에게 이상한 소리 하지 말아줄래···?”

“후후. 응원할게요, 바네샤 님.”


바네샤는 눈매를 좁혀서 캣니스를 바라봤다. 이내 할 말을 잃고 한숨을 쉬었다.


“몸이 많이 안 좋은 건가?”


그러다가 걱정스러운 눈길을 보내는 브레드와 마주하였다.

흡, 숨을 삼키고는 말을 쏟아냈다.


“어. 어쨌든 괜한 신경 쓰지 마세요! 제가 화가 난 건 브레드 씨가 아니라 클레인 때문이니까요!”

“바네샤여. 무엇 때문에 싸운 건지 모르겠지만 얼른 클레인과 화해를···”

“아뇨. 그건 절대 안 돼요. 그쪽이 먼저 걸어온 싸움. 절대로 질 수 없어요.”


클레인의 이름이 언급되자 단호할 정도로 딱 잘라 말하였다.


“절대로! 절대로 화해 안 할 거니까요!”

“그, 그래. 그대가 그러하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브레드가 어쩔 수 없이 한발 물러섰다.

당사자가 화해하기 싫다는데 어떻게 하겠는가.

그러자 바네샤는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불만 가득했던 얼굴이 화사하게 폈다.


“그렇죠? 그러니까 브레드 씨는 평소처럼 저를 대해주시면 돼요. 항상 그랬듯이 평.소.처.럼.요. 그리고··· 혹시 운동 날짜는 어떻게······”

“그런데 바네샤여. 저쪽은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은가?”

“네? 저쪽이요?”


대화가 끊기자 불만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브레드의 손끝을 따라서 접수처를 바라보자. 조금 전까지 폈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바네샤 씨···!”


애처로울 정도의 목소리를 연신 내는 셰인.


“저게 또 와서 괴롭히네!”


얼마 전부터 모험가 길드에 찾아와서 행패를 부리는 주정뱅이 귀족에게 시달리던 것이다.

바네샤는 곧장 소매를 걷어 올리고 걸음을 옮겼다.


“이봐요! 이러는 것도 한두 번이지···”

“허허···.”


브레드는 그녀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며 맥주잔을 기울였다.

이미 미지근하게 식은 맥주지만 천천히 음미하였다.


“생각해보니 잠시 이야기가 다른 길로 샜군.”

“아, 맞다. 그랬었죠.”


본래에 그가 찾아온 이유는 수다를 떨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다시 본래의 대화 상대인 캣니스와 마주 봤다.


“그. 뭐냐···. 내가 찾아온 이유는 이거라네.”


브레드는 품속에서 길드의 날인이 찍힌 서류를 내밀었다.

그것은 모험가라면 자연스럽게 아는 일.


“나와 길드를 만들지 않겠는가?”


모험가 길드의 하위 길드 창설에 대한 제안이었다.




제 작품이 마음에 들었다면 추천과 좋아요 잊지마세요-!


작가의말

빠진 회차가 있어서 재 업로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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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57화 옛 인연 23.04.05 60 0 20쪽
67 56화 베르 23.04.01 54 0 13쪽
66 55화 길드 23.03.29 55 0 22쪽
65 54화 길드 23.03.25 60 0 16쪽
64 53화 길드 23.03.11 58 0 12쪽
63 52화 길드 23.03.08 59 0 12쪽
62 51화 길드 23.03.01 58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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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48화 끝나지 않은 위험 23.02.17 63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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