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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치치

초능력이 우리에게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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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무치치
작품등록일 :
2023.09.16 17:59
최근연재일 :
2023.10.04 12:00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663
추천수 :
19
글자수 :
58,289

작성
23.09.16 18:03
조회
133
추천
4
글자
10쪽

1회 악어

DUMMY

“아니 부장님, 그걸 거기다가 넣으시면 어떻게 합니까?”

“예? 아 죄송합니다. 제가 그 문서를 옮겨 놓는다는 게 그만 깜빡했습니다.”

“긴 말 필요 없고 옮겨 놓으세요.“

오너의 아들은 20대 후반으로 이제 처음 직장 생활을 그의 아버지, 창업주가 만들어 놓은 회사에서 내게 싫은 소리를 또 하고 있었다. 오늘 아침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신경질적인 목소리는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이제 이 정도면 그냥 알아듣고 조용히 물러 나주시는 것도 미덕이에요. 미덕! 미더덕이 아니고 미덕!”


40대 초반의 나는 위기의 부장이다. 오너에게 충성해서 부장까지는 꽤 빨리 진급을 했지만 이 중견 그룹에서 새 혈통이 지휘봉을 잡기 시작한 이후로 고생문이 훤하게 열려 있었다.

땀을 비가 오듯 흘리면서 문서를 치우는 동안, 나를 돕는 두 명의 남녀가 있었다. 내 팀원들이다. 30대 노처녀인 이 과장과 20대 김 대리.. 이 두 친구들이 고마웠다.


“고맙네”

“뭘요 부장님, 그거 이리 주세요. 제가 나머지 알아서 치울게요.”

이 과장이 말했다.


나는 이혼을 한지 일 년 정도 지났다. 아이도 없이 헤어졌는데 사실 결정적인 계기는 강아지 장난감이었다. 강아지 모양의 장난감이 아니라 강아지가 갖고 노는 장난감이다. 워낙 사이가 좋지 않았던 부부였지만 아이까지 없다 보니, 아내가 산 강아지는 아내에게는 자식과 같은 존재였다.

나는 애당초부터 강아지를 사람처럼 몰입해서 키우는 아내가 못마땅하였고 늘 대면 대면하게 강아지를 대하였다. 이 강아지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 하나가 없어진 것이 시작이었다. 사무실에서 새로 온 대표의 과제를 수행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던 나는 아내의 신경질적인 문자에 화가 나고 있었다.


[당신. 강아지 장난감 치운 거 아니에요?]

[내가 왜? 나 안 치웠어요]

[당신 말고 그걸 치울 사람이 누구 있다고. 거짓말 말고 빨리 가져와요.]

[난 아니야. 내가 왜 그걸?]

강아지 장난감이 없어져서 큰 난리가 났었다.


집에 들어와서 옷을 벗고 가방을 내려 놓고 정리를 하였다.

그제서야 나는 내 서류 가방 속에 그 장난감이 떨어져 들어간 것을 알게 되었다.


“어? 여기 있는데?”


아내는 내 말에 격분을 하였다.

사실 그 장난감은 빨래대 위에서 말리고 있었고 내 서류 가방 사이로 우연히 떨어진 것이었다. 내 잘못도 아니었다.


내 해명에도 악을 쓰면 대들어 대는 아내와 나는 그날 상황을 파악은 하였지만 우리 사이의 깊은 골을 메울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이혼 서류를 준비하여 우리는 결국 남남이 되었다.

더 이상 의심하고 화를 내고 참고 그런 것들이 임계점을 지났다고 생각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잠시 다시 생각을 하다 정신을 차려 보니 나는 서류를 정리해주고 돌아서는 이 과장의 뒷모습을 보고 있었다.

달라 붙은 치마에 날씬한 허리. 성숙한 가슴.

나도 모르게 욕정이 생기는 것을 느꼈다.


‘정신 차려, 박 부장!’

나는 내 스스로가 초라하게 느껴졌다.


일년이 넘은 동안 나는 혼자 독수공방을 하면서 회사에서는 젊은 사장에게 구박을 받으면서 살고 있었다.


솔직히 내가 이 회사를 다니게 된 것은 대기업에서 호기 좋게 뛰쳐나와 아무 데나 가서 다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그 과장 시절에서 시작되었다.

생각과 달리 여기 저기서 보기 좋게 면접 탈락을 하던 그 때에 손을 내밀어준 장 회장님. 그 분에게 은혜를 갚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아무 불평도 없이 나는 계속 그의 회사를 위해 충성을 다했었다. 그 분도 나에게 여러가지 미션을 통해 성장할 기회를 주고, 특별히 많은 연봉 등으로 보상을 해주었다.


그렇게 회사를 이끌던 그 회장님이 치매에 걸려 판단 능력을 잃어 버리게 되자. 사모는 얼른 자신의 유일한 혈육인 아들을 경영 전면에 내세웠다. 아들은 그냥 말 그대로 패밀리일뿐 회사의 사업인 의료기기 사업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다. 이 회사는 중견 기업으로 사업인 의료기기에 대해 잔뼈가 굵은 베테랑들이 많은 회사였는데 그 아들은 애초에 의료 사업 따위에 관심이 없었고 외아들로 귀하게 자랐으며 그냥 여느 부잣집의 버르장머리 없는 도련님이었다.


나는 영업을 담당하는 팀장으로 일을 하고 있었지만 곧 새로운 대표에 의해 새 팀장을 모시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이혼을 한 것도 사실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박 부장,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 말아” 회장의 오른팔이었던 재무 담당 전무였다.

“예 전무님.”

전무는 이사 진급에 누락된 나를 위로하고 있었다.


“나도 이제 회장님이 떠나셨으니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전무는 담배를 깊게 들이 내쉬면서 말했다.


“전무님은 더 계셔야지요. 그래야 회사가 바르게 ... “

전무는 대답 대신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었다.


무언가 예감을 한 것이실까 전무님은 그 주를 마지막으로 회사에서 경질이 되었다.

대표의 친구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나 역시 하루 하루가 가시 방석인 상황이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회사 인근에 있는 공원을 한바퀴 돌았다. 저수지가 크게 자리하고 있고 그 주변으로 산책로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었다. 오리들도 살고 있고 큰 잉어들도 있어서 철새들도 종종 날아드는 곳이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지가 막막하기도 했다. 여기 이 회사에 계속 버티는 것은 어려울 것 같고, 그렇다고 다른 직장을 구하기에는 내가 해 온 분야가 너무 좁은 분야라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다시 회사로 복귀하고 자리에 앉자 마자 득달같이 전화벨이 울렸다.

그 대표의 인터폰 콜이었다.


“네, 사장님”

나는 다이어리와 펜을 들고 들어섰다.


대표는 골프 퍼팅 연습을 하고 있었다. 내가 있는 쪽을 돌아보지도 않고 말했다.

“거기 자리에 좀 앉으세요. 잠시만요.”


대표는 한참을 퍼팅 연습을 더 했다. 아마 한 이십 분을 더 그렇게 한 것 같았다.

“잠시만..”


대표는 대표실 안에 있는 화장실에서 손을 닦고 나왔다.


“아.. 부장님. 미안합니다. 제가 내일 라운딩이 있어서요. 이번에는 꼭 이겨야 하거든요.”

“예.”

“흠.. 보자. “

대표는 파일 철을 하나 들쳐 보고 말을 이어갔다.


“부장님이 입사가 2007년이니까 이제 16년? 16년 되신 거네요 그죠?”

“예 맞습니다.”

“어떻게 저희 아버지 돌아가시고 난 뒤에는 진급도 좀 어려우셨고. 그렇지요?”

“아 아닙니다.”

“뭐.. 제가 말을 돌려서 하지 잘 못해서요. 그냥 말씀드릴게요.”


나는 역시 짐작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느꼈다.


“제가 여기 회사를 다시 멤버를 좀 바꾸고 세우려다 보니까. 부장님과 같은 분들이 후배들을 위해서 좀 용단을 내려주셔야 할 것 같아요.”

“.....”

“그래서 퇴직금에다가 적절히 서운하시지 않게 드리는 것으로 하였으면 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캬아.. 역시 부장님은 시원시원하시다니깐. 자 그럼...”


대표가 내민 손을 맡잡아 악수를 하면서 그의 눈을 쳐다 보았다.

아주 오랜만에 보는 그의 눈. 악어의 눈빛, 경멸하는 듯한 그러나 속으로 그 경멸감을 억지로 누르고 나이 차이에 대한 예우를 억지로 하는 그런 눈빛...


그렇게 나는 내가 몸을 담았던 회사를 그날부터 그만두게 되었다.


이런 기분이 더러운 날이면 생각나는 친구가 있어 불러내었다.

“기운내라.. “


친구가 술잔을 채워 주었다.


“뭐 나는 그래도 창업멤버 정도 된다고 그래도 사장이 불러서 이야기한 거고..”

“그래. 맞어. 치사한 방법 쓰는 회사는 가관인 경우 많더라.”


그 친구가 전한 것들은 나이가 좀 든 차부장급을 나이가 어린 팀장 밑에 배치하고 모욕감을 주는 것이다. 처음에는 아침 팀 회의할 때 참여시키지만 아무런 일 지시를 주지 않는다. 다른 팀원들에게만 주고 왕따를 시키는 셈이다. 아무런 일을 안주니 하루 종일 할 일이 없다. 거기서 더 버티면 아침 팀 회의에 참석하지 말라고 한다. 자기들끼리 회의하고 자기들끼리 밥도 먹으니 혼자 외톨이로 살아간다는 것이다.

거기서 더 버티어내면 지방 공장으로 보낸다. 전공이나 경력과 아무 관련이 없는 곳에 보낸다. 그야말로 기계 기름밥만 수십년 먹은 기술자들 틈으로 보낸다. 거기서 또 몇달을 버티면 그제서야 이 핑계 저 핑계를 붙여 권고사직을 하는 회사도 있다고 했다.

미국은 사람을 말로 해고할 수 있다. 그래서 ‘노동 유연성’이 높다고 말한다. 쉽게 자르고 쉽게 뽑을 수 있으니 일꾼으로서 값어치가 없으면 빠르게 도태된다.


친구와 마신 술에 취하기라도 했으면 좋겠는데 취하지도 않았다.

‘아.. 잠을 자려고 부러 술을 마신 건데..’


잠이 못들면 새벽 내내 분한 감정을 누르고 이 채널 저 채널을 돌리면서 시간을 때워야했었다.


꿈 속에서 악어가 한 마리 나타났다. 지하 보도를 지나 내가 집으로 가야 하는데

그 악어 한마리가 지하 보도 건너편에서 나를 노려보고 있다. 그 눈빛이 낯이 익다.

피해서 가기에는 악어가 제법 덩치가 크다. 나는 주변을 둘러 보았다. 마침 긴 쇠 파이프가 하나 버려져 있다. 그래 일단 저것이라도..

나는 한 손에 그 파이프를 꽉 쥐고 그 건너편의 빛나는 악어의 눈을 노려보면서 걸어 들어 갔다.

비가 그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곳곳에 작은 웅덩이들이 있다.


‘스악...’

악어가 경고를 하듯 큰 소리를 냈다.


5m, 4m, 3m ...


악어가 내게 달려든다. 나는 마치 스페인의 투사처럼 살짝 그 공격을 피해 쇠 파이프로 그의 등을 내리 찍었다. 기회는 단 한번이다.

‘카아악...’


다행히 한 번에 악어의 몸을 관통한 파이프는 그대로 땅에 박혀 몸부림치는 악어의 몸 속에 남아 있었다.


꿈에서 깨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 작성자
    Lv.22 하윌라
    작성일
    23.09.17 17:16
    No. 1

    기대됩니다^^
    악어의 몸통에 남아있는 파이프를 상상하니, 살짝... 무섭기도.....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18 이무치치
    작성일
    23.09.17 19:56
    No. 2

    감사합니다. 제가 우리나라와 외국의 범죄 사건 내용을 읽다 보니 참 마음이 힘들었었습니다. 꿈에 나올 정도였지요.. 괜한 주제를 잡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잔혹한 일들이 많았습니다. 계속 더 찾고 좋은 글로 보답 드릴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6 ka****
    작성일
    23.10.07 22:33
    No. 3

    초능력이 생겼다.
    도전적인 작품 제목이군요. 초능력은 어떤 종류이며, 심란한 인생을 겪었던 40대 남자는 초능력을 가지고 무엇을 할까. 독자의 호기심을 달구는군요. 작품 서술하는 공식이라든지 문장을 보니, 작가는 순문학 습작을 했던 유전자가 보이는군요. 판타지에서 꼭 성공하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인생역전을 꿈꾸는 40대 남자의 인생 이야기...... 선작, 추천 누르며 재밌게 읽고 갑니다. 힘차게 건필하세요.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8 이무치치
    작성일
    23.10.07 23:57
    No. 4

    감사합니다 건필하시고 좋은 주말되시길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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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이 우리에게도 생겼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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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회 김 이사와 어느 PD (완결) 23.10.04 19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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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1회 벌레 23.10.02 28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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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회 뚫어 뻥 +2 23.09.30 29 1 9쪽
8 8회 마녀 +2 23.09.29 30 1 9쪽
7 7회 헐크의 등장 +2 23.09.28 39 1 9쪽
6 6회 아귀와 노예들 +2 23.09.27 42 1 9쪽
5 5회 전기 뱀장어의 등장 +4 23.09.22 57 2 9쪽
4 4회 두목의 최후 +4 23.09.21 62 3 9쪽
3 3회 깡패들을 처리하다 +4 23.09.20 71 2 9쪽
2 2회 초능력이 생기다 +4 23.09.19 91 2 11쪽
» 1회 악어 +4 23.09.16 134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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