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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하 님의 서재입니다.

무녀의 남자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판타지

어라하
작품등록일 :
2016.05.20 15:35
최근연재일 :
2016.07.08 18:27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2,194
추천수 :
2
글자수 :
89,179

작성
16.07.01 00:07
조회
267
추천
1
글자
8쪽

무녀의 남자 8

DUMMY

25장




코마




유주가 한결이 소식을 듣게 된 것은 다음날 오후가 지나서 였다. 전날 밤 귀가하지 않았던 한결을 기다리느라 뜬눈으로 밤을 지새다시피 했지만 한결이 휴대폰은 꺼진 상태인데다 따로 연락할 도리조차 없던 유주가 한결의 소식을 듣게된건 뜻밖에도 학교에서 한결과 같은 교회를 다니는 준섭에게서 였다.




유주는 얘기를 듣자마자 마치 정신나간 여자처럼 한결이 입원중이라는 근처 도시의 큰 병원까지 찾아 갔지만 한결의 얼굴조차 볼 수 없었다. 그건 이목사와 이목사가 교회청년 서너명이 아예 입원실 근처로는 유주가 접근조차 하지 못하게 막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제발~ 부탁드려요! 그냥.. 그냥.. 얼굴만 한번 볼 수 있게 해주세요 부탁해요~




유주가 병원 복도에 주저 앉아 울부짖고 있다. 입원실 앞에는 한결의 아버지인 이목사와 교회 사람들이 진을 치고 유주의 출입을 막고 있다. 한결은 현재 의식불명 상태로 뇌사상태라고 했다. 유주는 제발 한결의 얼굴만이라도 보게 해달라고 울면서 애원했지만 한결의 아버지인 이목사는 단호하게 그런 유주의 얼굴조차 보기 싫다는듯 뒤돌아 외면하고 매몰차게 거절한다.




이 사단이 다 저 무당 딸년 때문이라구! 두번 다시 내 눈에 안뜨이게 해~




이 목사의 말에 건장한 교회청년 두명에게 강제로 질질 끌려 나가는 유주는 끝까지 이목사의 바지가랑이를 붙잡으며 매달려 울부짖는다.




이목사에게 쫓겨나 병원밖에서 몇시간이나 한결이 입원중인 병원 창문만 한참을 바라보며 서서 울고 있던 유주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났는지 어디론가 달려가기 시작한다.




유주가 찾아온 곳은 당골 무녀, 어머니였다. 갑자기 찾아와선 아무런 얘기도 없이 계속 울기만 하던 유주가 어느정도 진정이 되자 한결이 얘기를 어머니에게 털어 놓기 시작한다. 한결과의 만남부터 동거와.. 그리고 한결이 갑작스런 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이야기까지..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고개만 끄덕이며 유주의 이야기를 듣기만 하던 유주의 어머니 무녀가 비장한 표정으로 유주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한다.




잘들어라.. 이것이.. 바로 너의 운명.. 우리 집안 여자들의 무병이다.. 너의 아버지가 그랬고, 너의 할아버지도 그랬듯이.. 우리집 여자들이 사랑한 남자들은 모두 죽게 되어 있는게 바로 우리 집안의 내력인 무병(巫病) 이다.. 그건 어떤 방법으로도 피할 수 없단다.




그.. 그럼 한결 선배가 저렇게 된게.. 저 때문 이라고요..?




미안하구나. 네 탓은 아니야. 이 어미가 너에게 그런 저주받은 운명을 너에게 물려준 탓이지.. 모든게 다 이 어미탓이다..




무녀의 눈에서도 굵은 눈물이 떨어진다.




엄마 부탁이예요~ 살려 주세요~ 한결선배 아무 잘못도 없단 말이예요. 저 땜에 한결 선배 죽으면 안되요~




유주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반쯤 실성한것처럼 엄마에게 무작정 매달리고 있었다. 그게 가능한 것인지 여부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지금은 이렇게 통곡하고 매달릴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바로 무녀인 어머니였을 뿐이다. 그렇게 한동안 딸의 통곡을 가만히 지켜보던 무녀가 유주의 울음이 조금 잦아들자 조용히 이야기를 꺼낸다.




그 사람이 네게 그렇게 소중한 사람인거니? 세상에서 가장 소중을 것을 잃더라도 꼭 살리고 싶을 정도로?




유주는 엄마인 무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아무말 없이, 하지만 단호한 표정으로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 유주는 한결이를 살릴 수 있다면 무슨짓이라도 할 수 있을것만 같았다.




그런 유주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 보던 무녀는 비장한 목소리로 재차 되묻는다.




너의 모든걸 버리고,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그래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거지?




유주는 지금 이순간은 오직 한결이 생각 뿐이었다. 어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한결이를 살릴 수만 있다면 자신의 목숨이라도 대신 내놓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마치 인어공주가 목소리를 잃으면서도 인간이 되고자 했던 왕자에 대한 그런 절박한 사랑이 바로 이런 것 이었을 것이리라.




알겠다.. 그 남자를 살릴 방법이 딱 하나 있다. 그러나 ..다시는 그 사람을 만나면 안된다. 너의 운명에서 그 사람을 놓아 주어야 한다. 그러자면 지금 당장 이 마을을 떠나 다시 돌아오지 말아라. 다시는 이 어미를 볼 수도 없다. 그래도 좋다면 그 남자를 살릴 수 있다. 다시는 그 사람을 만날 수 없어도 살리고 싶다면..




눈물이 범벅이 된 얼굴로 유주는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미처 생각할 겨를도 없이 무조건 그렇게 하겠다고, 거듭 고개를 끄덕인다. 유주에겐 지금 한결이를 살릴 수 있는 일이라면 못할 짓이 없었다.




그렇다면 다시는 고향소식도 알려고 하지말고 또 돌아와서도 안된다.. 그리고 유주야.. 꼭 이거 하나만은 기억해 다오. 이 어미가 살면서 세상에서 가장 잘한일 하나를 꼽으라면, 그건.. 바로 너를 낳은거.. 라는 거 라는 사실을..




그 길로 유주는 옥탑방에 들르지도 않고, 아무것도 챙기지 않은 빈손으로 터미널에서 출발하는 가장 빠른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싣는다. 한결을 살릴 수만 있다면, 이것만이 그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면 무슨짓이라도, 어떤 희생이라도 치를 각오가 되어 있었다.




한편, 당골의 무녀는 유주를 떠나 보낸 후 차분히 대수대명(*한국 무속에서 제액을 전이 시키는 주술행위) 의식을 치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굿을 하기 위한 모든 채비를 마친 무녀는 천천히 20년 가까이 자신이 머물러온 당집을 둘러 보며 자신의 손때가 묻은 제기와 장군상등을 어루만지며 작별 준비를 한다.




무녀는 요란한 요령을 흔들며 신을 부르는 의식을 시작하고 혼신의 힘을 다해 격렬하게 위 아래로 뜀뛰기를 하면서 격렬한 춤을 추며 대수대명 의식을 거행한다. 그녀의 이마에 굵은 땀방울이 맺혀갈 무렵 촛불이 갑자기 거칠게 타오르며 몇배로 커지더니 주변으로 옮겨 붙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일체의 동요도 없이 무녀의 춤은 멈추지 않고 요령을 더 크게 흔들며 무녀의 춤사위는 더욱 격렬해져가고 그럴 수록 불길도 따라 더욱 격렬히 타오르다가 결국 불길이 무녀의 몸으로 옮겨 붙어 오지만 무녀의 춤은 멈출 줄 모른다. 이윽고 거센 불길이 당집 전체를 삼켜버려 당집은 온통 큰불에 휩싸이고 만다.




돈 한푼 없이 무작정 서울로 상경한 유주는 당장 먹을것은 물론 잘 곳 조차 없었다. 매서운 겨울날 여기저기 일자리와 잠자리를 알아 보곤 있지만 거절 당하기 일쑤고 좀처럼 잠자리와 일자리를 얻는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겨우 허름한 식당에서 간신히 허드렛일 자리를 얻어 가게안에서 작은 전기장판 하나에 의지해 잠자리도 겨우 해결하지만 유주는 왠지 계속 피곤한 모습이다.




매일매일 무거운 쟁반을 들고 배달도 다니고 홀과 부엌을 청소하는 도중에는 꾸벅꾸벅 졸다가 야단을 맞기도 하는데, 그러는 와중에 갑자기 그녀의 주변 사람들이 유주를 보고 경악을 하면서 놀라서 소리를 지른다. 유주 역시 갑작스런 현기증과 함께 심한 복통을 느끼고 비틀 거리다 겨우 벽을 잡고 가까스로 서서 자신의 다리를 내려다 보니 허벅지 사이로 검붉은 피가 흐른다. 그걸 바라보며 유주는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26장




"어떠한 과정도 이유 없는 것은 없다. 모든 것은 그 이유를 가지며 그것이 필연 입니다."





오늘따라 라흐마니노프 카페로 향하는 유주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2년만인가 정말 오래간만의 방문이기도 했거니와 오늘은 정말 근래에 보기 드물게 걷기에 좋은 날씨였다. 사거리 횡단보도를 건너 저 모퉁이를 돌아 쭈욱 올라가면 라흐마니노프 카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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