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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하 님의 서재입니다.

무녀의 남자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판타지

어라하
작품등록일 :
2016.05.20 15:35
최근연재일 :
2016.07.08 18:27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2,196
추천수 :
2
글자수 :
89,179

작성
16.06.24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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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무녀의 남자 7

DUMMY

유주가 정신을 차린 곳은 강릉시내 병원 응급실 이었다. 지난밤 한결의 신고를 받은 119 구급대에서 다음날 아침 한결이 부모님의 신고를 추가로 받고 한결의 스마트폰 위치추적을 해서 눈발이 조금 약해진 사이 GPS 신호가 탐지된 폐교로 와서 두사람을 발견 했다는 것이다. 다행히 유주는 손발에 약한 동상 증상이 있을 뿐 별다른 문제는 없다고 한다.




당분간 안정하시면 바로 퇴원 가능하실거예요. 연락 드렸으니 오늘 저녁에 보호자분이 오실거예요.




저.. 한결 선배는요?




아! 같이 계시던 남자분이요?




간호사가 응급실 칸막이로 쳐진 커튼을 반쯤 걷어주자 한결이 옆침상에 누워 유주를 빤히 바라보고 있다.




뭐야~ 실망인걸. 이제서야 내 생각이 난거야?




천진난만한 한결의 모습을 보자 유주는 별안간 울컥 눈물이 쏟아진다. 항상 당당하고 시크하기만 하던 유주의 눈물을 보자 한결도 당황해서 갑자기 몸을 일으키려다 수액주사 바늘이 빠질뻔 해서 결국 간호사의 제지로 다시 몸을 누인 두사람은 한동안 아무 말을 하지 않았지만 간호사가 자리를 뜨자 서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천천히 손을 뻗어 손을 마주 잡는다.




저녁 무렵 한결의 아버지인 이목사와 유주의 어머니가 병원에 도착했다. 공교롭게도 두사람이 같은 기차를 타고 오는 바람에 병원 도착도 비슷한 시간이 되게 되었다. 물론 부모님들도 대충 상황은 어느정도 알고는 왔지만 이 상황이 누구에게도 마뜩찮은건 마찬가지였다.




특히나 한결의 아버지인 이목사는 더욱 그랬다. 지난번 수호목 사건도 있었기에 아들인 한결이 무당의 딸과 이러고 있다는게 특히 못마땅했고 혹시나 이 일이 교인들에게까지 알려지면 난처해 질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한시라도 빨리 한결을 데리고 여길 떠나냐 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이목사의 재촉에 한결은 예정보다 일찍 퇴원 수속을 밟고 퇴원을 준비중인 한결과 유주는 서로 눈빛만으로 서로를 배웅 할 수 밖에 없었지만 내색하지 않았고, 한결이 이목사와 함께 먼저 병원을 떠나고 유주 역시 엄마가 퇴원 준비를 마치자 돌아갈 준비를 한다.






23장




동거






집으로 돌아온 이목사는 한결을 서재로 불러 독대를 하고 있다. 한동안 그렇게 두 사람 사이에는 침묵만 흐르고 방안의 분위기는 잔뜩 가라앉아 무겁기만 하다. 그 무거운 침묵을 먼저 깬 것은 이목사 였다.




내일부로 합창부는 그만두겠다고 얘기하고, 너는 수능결과 나오기 전이라도 이번 주 내로 서울로 올라가라. 있을 곳은 내가 알아봐 줄테니..




합창대회가 2주도 안남았는데, 지난 1년 동안 같이 연습해 온 친구들에게 지금 그만둔다고 할 수는 없어요. 그리고 서울은 가더라도 오리엔테이션이 있는 내년 봄에나 올라 갈 생각 입니다.




애비 말을 허투루 듣지 마라!! 이건 부탁이 아니라 명령이다.




..따를 수 없습니다.




너 이녀석! 진실로 마귀가 씌였구나. 지난 19년 동안 애비말을 한번도 거스른 적이 없던 네가..! 결국 그년, 무당 딸년 때문인거냐?




유주를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이 자리가 어디라고 감히 무당 딸년을 감싸!!




흥분한 이목사가 집어던진 책상위 액자가 한결의 이마에 정통으로 맞고 바닥에 떨어져 유리가 산산조각이 난다. 그 액자는 이목사와 한결, 그리고 환희가 같이 찍은 유일한 가족사진이었다.




그렇게 네 멋대로 할려면 이 집에서 나가라! 너에겐 아무것도 줄 것이 없다. 이 집에선 티끌 하나 들고 나갈 생각도 마라.




액자에 맞은 한결의 이마에서 한줄기 핏줄기가 이마에서 뺨을 타고 흘러 바닥으로 한두방울씩 떨어진다. 바닥에 내팽겨쳐져 깨져버린 가족사진 액자를 한결이 깨진 유리를 걷어내고 챙겨 든다.




이것만 가지고 나가겠습니다... 부디 건강 하십시요.




한결은 꾸벅 정중하게 머리를 굽혀 마지막 인사를 하고나서 그대로 집을 나선다.




당집으로 돌아가는 어머니를 배웅하고 혼자 자취중인 옥탑방으로 돌아온 유주는 씻고나서 젖은 머리를 드라이기로 말리고 얼굴에 수분크림을 바르며 마악 잘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그때 노크 소리가 들리자 찾아올 사람이 없는 늦은 시간이라 유주는 잔뜩 긴장한다.




누구..세요?




나야, 이한결..




..한결 선배?




문을 열고 이마에 상처를 입은 한결이 이 추위에 외투도 없이 서 있는 모습을 보자 아연실색해서 유주가 자기도 모르게 탄식같은 소리를 내뱉는다.




대박이네요..




뭐가?




아니.. 아니요. 왠지 무슨 상황인지 알거 같아서요..




..나 오늘 하루만 재워 줄 수 있어?




일단.. 들어 오세요. 그 상처부터 어떻게 해야 할거 같아요.




오면서도 이래도 되나 싶긴 했지만 이 추운 겨울 밤, 사실 갈데라곤 유주의 차취방 뿐인지라 염치불구하고 하루만 신세질 생각으로 찾아오긴 했지만 막상 두말없이 받아주는 유주가 너무 고맙다. 유주 역시 한결의 이마의 상처와 옷차림만으로도 한결의 집에서 어떤 일이 벌어진건지 대충은 짐작 할 수 있었기에 거절할 수 없었다.




아.. 갑작스러워서.. 집이 좁아서 좀 창피하네요.




너무 염치 없어서.. 지금 내 입장에선 받아주기만 해줘도 감지덕지인데




좁지만 깔끔하게 정리된 여자의 방이라 그런지 먼저 이런저런 화장품 냄새가 한결의 코끝을 간지른다. 유주가 응급약이 든 상자를 꺼내와 한결의 상처를 소독하고 연고를 바르고 밴드까지 붙여주는데 한결은 괜히 엄살을 부리며 오버스럽게 아픈척을 한다. 아무래도 젊은 남녀가 단둘이 한방에 있게 되다보니 그래야 지금 이 쑥스러운 상황을 조금이나마 무마해 보려는 것이리라.




유주가 어머니가 오면 쓰던 이부자리를 자신의 이불 옆에 펴주고 한결을 똑바로 바라 보지도 못하고 쭈뼛쭈뼛하자 한결이 먼저 능청스럽게 이불속으로 들어가 눕는다.




여기가 내자린가? 이불도 뽀송뽀송하고 제법 편한데~




유주도 천천히 자기 이부자리 안으로 들어가 눕는다.




..내일부터 일자리를 알아 볼게. 이렇게 오래가면 아무래도 니가 너무 불편할거 같으니.




유주는 아무 의미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곤 다시 긴 침묵이 두 사람 사이에 이어진다. 유주는 자신의 심장 소리가 마치 확성기를 대고 듣는것처럼 너무나 선명하게 들려 그것을 한결이 혹시나 눈치채지 않을지 안절부절이고, 한결 역시 옆 이부자리의 사소한 움직임 작은소리 하나에도 민감하게 느껴진다. 그렇게 두사람 모두 모든 감각이 곤두서 있어서 피곤했지만 유주도, 한결도 쉽사리 잠들 수 없었다.




그날 밤 두사람은 그렇게 밤새 뒤척이다 새벽에야 잠시 선잠이 들었고 그 와중에 한결은 아침 일찍 일자리를 알아 본다고 나가고 유주는 평소처럼 오전엔 집안 정리를 하고 오후에는 편의점 알바를 하러 갔다가 밤 11시가 되어 교대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옥탑방 불은 꺼진채 그대로 였다.




아침 일찍 나간 한결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돌아오지 않을 지도 모른다. 는 생각도 들었다. 아버지와 다시 화해를 했을 수도 있고 다른 잠자리를 알아 보았을 수도 있을테니. 알 수 없는 묘한 실망감 같은게 스쳐 지나갈 무렵, 뒤에서 후다닥 달려 올라오는 소리가 들리고 한결이 헐레벌떡 올라와 숨을 몰아 쉰다.




하.. 왤케 빨라? 멀리서 보이길래 따라 잡을려고 뛰었는데 늦었네..




..왜요?




너 오기 전에 불 켜 놓고 기다릴려고 했거든. 늘 불꺼진 집에 혼자 들어오는거 싫었을거 같아서




그렇게 끔찍하게 싫진 않았거든요~




오늘부터 읍내 고기구이집에서 일하기로 했어. 너 일하는 편의점에서도 멀지 않아. 오전 10시부터 밤 10시 까진데, 원래 첫날은 가불 안해 주는건데 당장 차비도 없다 하니 조금 해주셨어.




유주는 한결이 돌아온 것이 왠지 싫지 않고 묘한 안도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집안으로 들어 서면서 한결이 손에 들고 있는 봉투를 밥상을 펴고 내려 놓는다.




맥주랑 양념치킨~




맙소사~ 우리 학생이잖아요




난 범생이 아니라~ 집에서도 가끔 몰래 마셨는데, 마시면 잠도 잘 오고.




두사람은 간단히 씻고 밥상에 양념치킨을 펼쳐놓고 마주앉아 양념치킨을 안주삼아 맥주 한캔씩 들고 홀짝홀짝 들이키고 있다.




마실 줄 아는데?




사실 엄마하고 맥주 한캔씩 마시면서 밤새 얘기하고 한 적이 있어요




유주가 한결의 이마의 상처를 힐긋 쳐다보며 미안해 한다.




저 때문인거죠. 그 상처..?




그거완 별개야. 언젠가는 아버지 그늘에서 벗어나려면 어차피 거쳐야 할 일이었어. 단지 그 계기가 너 였을 뿐




정말 괜찮으신거예요? 집에서 나오더라도?




집에 있으면 선택의 여지 없이 신학교를 가야 했을거야, 아버지는 내가 목사가 되기를 바라시거든. 하지만 나는 따로 하고 싶은 일이 있어. 실용음악이나 피아노를 전공하고 싶거든.. 작곡도 공부하고 싶고.




맞아요~ 선배는 음악을 하시면 정말 잘 하실거 같아요.




고마워. 한명이라도 이해하고 응원해 주는 사람이 있으니 왠지 더 힘이 나는걸.




잠자리에 들고나서 불이 꺼지고도 두 사람의 이야기는 밤 늦도록 계속 되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야기가 끊기고 어색한 침묵이 길어지자 조심스레 한결이 손을 뻗어 유주에게 내민다.




손.. 잡아도 돼?




갑작스런 한결의 돌발행동에 유주는 잠시 당황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아무말 없이 슬그머니 손을 내주자 한결이 깍지를 끼고 꼬옥 잡는다. 한결도 유주도 상대에게 심장박동 소리가 들릴까 걱정 스러울 정도로 빠르게 뛰기 시작하며 오늘따라 잡은 손은 더 뜨겁게 느껴진다.




한동안 그렇게 손을 잡고 있던 한결이 느닷없이 몸을 돌려 유주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겹친다. 유주도 한결도 첫키스였다. 처음엔 놀라서 잠시 밀쳐내려고 하던 유주의 저항도 잦아들고 이내 뜨겁게 호응하며 한결의 키스를 적극적으로 받아 들이기 시작한다.




처음 서로에 대해 가졌던 편견이나 오해도 모두 털어낸 두 사람에겐 이제 거칠 것이 없었다. 두려움 같은 것도 더이상 없다. 유주의 입술을 탐하면서 한결의 손이 어느새 유주의 가슴과 허벅지를 더듬기 시작한다. 유주의 몸에서 작은 떨림이 느껴졌지고 연신 가볍게 밀쳐내기는 하지만 강하게 거부하지는 않는다.




어느새 유주의 티셔츠는 벗겨져 머리맡으로 던져지고 한결이 유주의 등뒤로 브래지어 후크를 벗겨내려고 하자 유주가 한결의 손을 붙잡고 잠시 한결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면서 마지막 저항을 해보지만 이윽고 서서히 손에 힘을 빼고 한결이 하는대로 몸을 맡긴다.




한결이 천천히 몸을 일으켜 유주의 몸을 가리고 있는 마지막 한조각, 팬티마저 끌어내리니 한결의 눈앞에 태어날 때 모습 그대로의 유주의 알몸이 드러난다.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던 한결도 자신의 몸을 가리고 있던 옷을 모두 벗어 버리고 그렇게 둘은 한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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