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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터파수꾼의 서재입니다.

세상끝의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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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터파수꾼
작품등록일 :
2018.04.09 10:30
최근연재일 :
2018.05.02 15:28
연재수 :
9 회
조회수 :
2,267
추천수 :
12
글자수 :
26,119

작성
18.04.11 05:14
조회
176
추천
1
글자
7쪽

제4화 신참, 실력 한번 볼까?

DUMMY

“일단 먹자고”

“패찰은 확인한 거지?”

“당연하지”

“근데 저 녀석은 왜 안 먹어?”

“루카 때문에”

“또? 못말린다니까”

“냅둬. 그 자식은 원래 그런 놈인데”

“난 그 자식 때문에 며칠 동안 밥도 못 먹었어. 둥둥 떠 있는 게 다 괴물로 보여서 말이지”


모두들 칼자국 녀석이 날 놀린 것에 대해 떠들어대며 식사를 이어갔다. 그 녀석 이름이 루카란 말이지.


식사가 끝나자 모두 자리에서 일어서고 라일이 소리쳤다.


“야 신참, 이거 치워야지 뭐하는 거냐?”


갑작스럽게 내게로 날아든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땅바닥에 즐비한 빈 그릇들과 냄비가 보였다.


“그래, 근데 이걸....”


내가 다가가 그릇들을 주섬주섬하는 시늉을 하며 난감해하자 소년이 다가왔다.


“나랑 같이 하자. 처음인데 참, 원래 신참이 하는 일이거든”


신참을 반기고 학수고대한 이유를 이제 알겠군, 바로 허드렛일 할 사람이 생겨서 기뻐한 거였군. 맙소사. 평생 해본 적 없는 설거지를 하게 생겼다. 근데 이거 어떻게 하는 거지?


폰시에서는 설거지를 기계가 다 한다. 식탁 위에 차려진 그대로 식사가 다 끝나고 버튼을 누르면 식탁 아래로 전체가 꺼져 들어가서 음식물 쓰레기는 따로 분리배출 됨과 동시에 세척이 이뤄진다. 특별히 버리고 싶지 않은 음식을 내놓는 거 외에는 따로 누가 치우거나 손댈 필요가 없다. 이렇게 비교를 하기 시작하면 아무것도 못할 텐데 하지만 생각이 일어나는 걸 멈출 수는 없지 않은가.


냄비는 국물 한 방울 남김없이 깨끗이 비워져 있었다. 마치 누군가 핥아먹기라도 한 것처럼. 참 눈물겹다. 국물 한 방울도 소중한 삶이라니.


소년은 먼저 냄비에 그릇들을 담기 시작하더니 내가 거들자 한쪽에 두었던 커다란 양동이를 가지고 왔다.


“넌 냄비 들고 따라와”


조금 걸어가자 조그마한 개울물이 흐르고 있었다. 투명하고 맑다.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듣기 좋았다. 이제야 진짜 숲속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그릇들은 여기서 씻고 햇빛 드는 데다 말려”


“물로만 씻는다고?”


“응 여태껏 아무 탈 없이 잘 살았는데? 뭐 문제 있어? 아, 그러고 보니 너 어디서 왔지?”


“파에시”


“으음, 그렇군. 익숙해져야 할 거야. 여기선 깔끔 떨어봐야 너만 손해일 테니.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는 거, 알지?”


소년이 먼저 팔을 걷어 부치고 물에다 휘휘 그릇들을 헹구기 시작했다. 그래, 로마법을 따라야지. 별 수 있나. 나 역시 팔을 걷어 부치고 그릇들을 헹구기 시작했다. 그래도 좀 깨끗하게 닦아내고 싶어서 옆에 풀 한줌을 뜯어내어 그릇 안에서 문질러댔다. 그런 내 모습을 말끄러미 지켜보는 소년. 뭐 이런 놈이 있나 하는 얼굴이다. 어쨌든 난생 처음 해보는 설거지는 잘 끝마쳤다. 한켠의 햇빛 드는 바위 위에다 그릇들을 늘어놓고 잠시 앉아 있었다.


“근데 너는 왜 파에시 같은 데서 살면서 헌터가 되려고 하지?”


소년이 내내 궁금했다는 듯이 질문했다.


“음 사정이 좀 있는데 그게...”


뭐라고 말해야 하지? 집에 있는데 특공대가 쳐들어 왔다고 말하면 나도 모르는 이유를 꼬치꼬치 물을 테고 그러다 보면 비밀이 탄로날 수 있다.


“말하기 곤란하면 안 해도 좋아. 하지만 저 사람들은 좀 집요한 구석이 있으니까 그럴듯한 구실을 하나 만들어두는 편이 좋을 거야. 난 하람시 출신, 리토야”


“난, 레온. 친절히 대해줘서 고맙다”

“고마워하긴 일러. 언제 내가 네 정강이를 걷어찰지 모르니까”

“정강이를? 왜?”

“여긴 한치의 실수도 용납 못해. 작은 실수만으로도 동료들의 목숨이 왔다갔다 하니까 실수할 때마다 정강이를 걷어차 주지. 훈련 때마다 난 마구 걷어차. 하하”


“아, 그래?”

좀 오만한 건가 정말 이 녀석이 대장인 건가 헷갈리게 한다


양동이에는 깨끗한 물을 한가득 채우고 그릇들을 거둬 야영장으로 돌아가니 헌터들이 모여들었다.


“자 신참 실력을 한번 봐야지. 누가 상대할래?”


“여기가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니까 말이지 밖에선 아무나 헌터 패찰을 만들어 주더라도 여기선 아무나 헌터로 살 수 없지 그럼 그럼”


다들 얼굴에 번들번들한 웃음을 띄우고 바라보고 있다.


“신참, 너는 뭘 제일 잘하지?”

리토가 물었다.


“이것저것 연마하긴 했는데 보고 싶은 걸로 골라”

내가 그렇게 말하자 모두들 서로를 보고 웃는다.


“어쭈, 제법 쓸만한가?”

“자신 있나본데? 패기 하나는 헌터감이네”

“격투가 좋겠어 봉술이 좋겠어?”

“봉술로 하지”


한명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아까 몸 좀 풀어보겠다고 말하던 그 헌터다. 어디선가 예고도 없이 아무렇게나 다듬은 길쭉하고 굵은 막대기 하나가 날아왔다. 내가 한 손으로 턱 잡으니 누군가 오우, 탄성을 내지르고 서로들 시선을 마주치고는 흥미롭게 지켜본다.


상대로 나온 헌터는 막대를 휘휘 팔자돌리기를 하면서 몸을 푼다. 나도 앞쪽에서 크게 돌려서 팔목을 풀었다. 상대 헌터가 먼저 공격에 나섰다. 그의 폼으로 보아 타격할 위치는 내 왼쪽 어깨쯤 될듯하다. 나는 재빠르게 몸을 틀어 그의 막대를 든 팔을 쳐내고 그의 목에 막대를 겨눴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모두들 어안이 벙벙해져 있었다. 저만치 날아가 있는 헌터의 막대기. 맥없이 목에 막대기가 겨눠진 채 끝나버린 싸움.


“어 뭐야?”

“쟈크, 너 언제 그렇게 실력이 형편없어진 거야? 실망했어”

“루카 네가 상대해”


다들 자기 동료의 어이없는 패배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리토는 아무 말 없이 눈을 반짝이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루카가 앞으로 나섰다. 그는 특이하게 왼손잡이다. 공격 포인트가 다르겠군. 이번에는 서로 상대를 의식하며 살짝 제자리에서 탐색전이 길어졌다. 내가 먼저 공격을 시도했다. 재빠르게 몸을 돌리며 루카의 오른쪽으로 파고들면서 막대를 날렸다. 그것을 루카의 막대가 막아냈다. 틱, 틱 틱 나무 막대가 부딪치는 소리가 몇 번 들리다가 서로의 막대가 엇갈린 채 대치했다. 루카의 뺨에 있는 흉터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루카는 힘이 센 편이었다. 오래 대치하면 밀릴 것 같았다. 나는 멀찌기 몸을 뒤로 날려 떨어졌다. 다시 공격 포인트를 찾아 탐색하다가 이번엔 루카가 먼저 치고 들어왔다. 그때 허점이 보였다. 저기다. 힘이 과도하게 들어간 그의 왼팔과 막대가 가까스로 내 얼굴을 스치고 틀어지자 그의 어깨가 그대로 드러났다. 따악, 어깨를 치고 연이어 왼쪽 무릎 뒤를 치니 한쪽 무릎이 무너졌다. 연타치기는 내가 즐겨 쓰던 방법이었다.


모두들 이런 사태에 할 말을 잃은 모양이었다. 주위가 조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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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가 더뎌서 죄송합니다. 18.04.14 514 0 -
9 제8화 모닥불가에서 18.05.02 156 0 8쪽
8 제 7화 헌터들의 밤 18.04.15 191 1 7쪽
7 제 6화 첫 징소리, 괴물 출현 18.04.12 178 1 7쪽
6 제 5화 헌터들이 사는 법 18.04.11 202 1 7쪽
» 제4화 신참, 실력 한번 볼까? 18.04.11 177 1 7쪽
4 제3화 정말 헌터냐? 18.04.10 228 2 7쪽
3 제 2화 바바돈으로 들어가다 18.04.09 213 2 7쪽
2 제1화 무너진 일상 18.04.09 244 2 8쪽
1 프롤로그 18.04.09 637 2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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