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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터파수꾼의 서재입니다.

세상끝의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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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터파수꾼
작품등록일 :
2018.04.09 10:30
최근연재일 :
2018.05.02 15:28
연재수 :
9 회
조회수 :
2,261
추천수 :
12
글자수 :
26,119

작성
18.04.09 11:33
조회
212
추천
2
글자
7쪽

제 2화 바바돈으로 들어가다

DUMMY

‘사랑스런 아들, 아, 몇 번이나 말하지만 이런 것들은 가난뱅이들이나 써먹을 수 있는 것...’

아버지의 음성이 귓전을 때리는 것 같았다.


헌터는 정말 가난하고 가난한 최하층의 남자들이 주로 선택하는 직업이었다. 하긴 반역죄로 처형당할 아버지와 그 가족이니 살아남은 거라도 감지덕지해야 할 처지이긴 하지만 어제까지는 최상류층의 삶을 살던 내가 갑자기 이런 나락으로 떨어졌으니 어째야 할지 난감하기만 했다. 이것은 가상현실 게임이 아니었다. 실제였다. 홀로그램에 의한 그저 잠깐의 체험과 통증이 아니라 진짜 피를 흘리고 실수라도 한다면 진짜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 받아라”


간수는 작은 패찰 같은 것을 내밀었다. 헌터임을 증명하는 표식이었다.


“선택은 너의 몫이다. 헌터가 되든지 하람시로 가든지. 하지만 알아둘 게 있다. 도망자로서 너는 어디에 가든 너의 신분을 완벽히 숨겨야 할 거다. 네가 폰시에서 왔다는 걸 알면 그들이 먼저 널 죽일 것이다”


“그럼 어디서 왔다고 해야 하지?”

“음, 내 고향 정도면 ...”

간수는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말을 이어갔다.


“내 고향은 파에시다. 그곳은 중류 계급이 모여 사는 도시지. 인공지능으로 관리되는 집들은 아니지만 쾌적하고 널찍한 환경이지. 하람시 인간들은 꿈도 못 꾸는 환경이니까 거기서 왔다고 하면 되겠군. 파에시에서 온 헌터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니까. 단 거기는 인공지능이 떠들어대는 일은 없어. 그러니 저기 들어가서 인공지능이 뭘 해줬네 그런 얘기는 하면 안 되겠지? 저들도 그런 것쯤은 알 테니까 조심하도록 하고. 또 파에시에선 남자든 여자든 모두 일을 한다. 집안일은 집안일만 전담으로 하는 사람들을 따로 두지만 로봇을 살만큼은 부유하지 않아. 하인 수로 얼마나 부유한가를 가늠하지. 어쨌든 파에시는 사람들로만 이뤄진 세상이다. 그 외에는.... 뭐 폰시와 별다를 게 없지 않을까? 음, 나도 폰시에 살아보질 알아서 잘 모르겠군”


10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집도 그런 사람들이 돌아다니며 일을 하곤 했었다. 그러다가 지니가 설치되고 로봇들이 집안일을 대신하기 시작했었지. 10년 전의 상황을 떠올리면 되겠군


“암튼 신분을 들키지 않으려면 되도록 말을 아끼는 게 좋을 거다. 저들은 거의 하층민들의 도시 하람시 출신이지만 다른 건 몰라도 육감이 발달했어. 저들만의 뛰어난 생존 기술이기도 하지. 저런 자들을 속이려면 더욱 노련해져야 할 거야”


간수는 약간 못미더워하는 눈빛으로 나를 훑어봤다. 너 같은 녀석이 하루나 버틸까? 속으로 비웃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태어나서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존재들과 여태까지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사실 나도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뭐 그들도 사람인데 잡아먹기야 하겠나....


“그들을 보통 인간들처럼 봐선 안 된다. 괴물과 싸우는 놈들이다. 괴물처럼 변하지 않으면 괴물을 처치할 수 없는 법이지. 아무도 믿지 마라. 너같은 상류층 인간이 제대로 적응이나 할지 모르겠는데 호세 박사가 무슨 생각으로 널 여기 보낸 건지 참... 그거야 내가 관여할 일은 아니고. 난 널 여기까지 안내하는 게 임무였으니 이제 내 할 일은 끝났다”


나는 검은 구멍처럼 뚫린 숲의 입구를 돌아보았다. 저길 혼자 가라는 건가?


“같이 가는 게 아니었어?”


“물론 아니지. 난 헌터 같은 건 할 수 없다. 난 고향으로 돌아간다. 그게 호세 박사의 조건이기도 했고”


“하지만....”

“들어가면 얼마 안가 그들을 만나게 될 거다. 행운을 빈다”


간수는 오토봇에 오르려다가 생각난 듯이 돌아서서 말했다.


“아 참 그 안에서는 오토봇은 소용이 없다. 거기는 특수한 에너지장이 형성 돼 있어서 모든 전자장치가 먹통이 된다고 들었다. 오토봇은 어디 다른 데 숨겨놓도록 해. 그들이 문명 생활을 못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지. 그럼”


간수는 오토봇을 타고 멀어져가다가 한 개 점이 되었다. 나도 들은 적이 있다. 괴물이 출몰하는 숲은 문명이 미치지 않는 곳이었다. 헌터들이 있다는 것은 처음 듣는 얘기지만 헌터들이 거기 산다면 그 괴물과 맞서 싸우는 헌터들의 싸움 도구는 분명 구식 무기일 것이었다. 그 기술 또한 원시적인 것이리라. 이럴 때를 대비해서 그 가상체험을 즐겨 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이제 그것을 써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체험관에서 99.9%의 승률을 자랑하던 실력이라도 현실에서 얼마나 발현될지는 알 수 없었다. 숲에 들어가자마자 죽을 지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지하 감옥에서 탈출했더니 괴물의 숲이야? 이게 탈출시켜준 건가? 슬그머니 호세 아저씨에 대한 원망도 들었다. 하지만 어디로 갈 것인가. 사실 하층민을 위한 도시나 이 숲이나 거기서 거기일 것이다. 반역자의 자식이 갈 수 있는 곳은 그곳들뿐이다. 호세 아저씨의 판단이 맞을 것이다. 나는 헌터 패찰을 꽉 쥐었다.


나는 오토봇을 숨길 곳을 찾아 조금 돌아다녔다. 신발 두 개가 놓일 정도의 크기니 숨기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바위들 틈 잘 안 보이는 곳을 골라 숨겨두고 돌로 잘 채워놓았다.


다시 숲 입구. 막상 숲으로 들어가려니 자신이 없었다. 한참을 서서 바라보고 있자니 입구가 마치 시커멓게 입을 벌리고 있는 괴물 아가리 속 같다.


그래, 어차피 처형당했다면 사라졌을 목숨이다. 난 어차피 어제의 레온처럼은 살 수 없다. 내일의 레온은 헌터다. 헌터 레온. 나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숲으로 걸어 들어갔다.


새소리도 들리지 않고 날아다니는 날벌레조차도 눈에 띄지 않는다. 기이한 느낌이 드는 숲이다. 아주 조용하고 음험하다. 나뭇잎조차도 숨을 죽이고 있는 것 같은 그런 곳이다. 단검이라도 빼어들고 가야 하나? 조용하다는 건 공격자의 발소리도 쉽게 구분할 수 있다는 거겠지, 단검은 그때 빼도 늦지 않으리라. 그 정도 순발력은 자신 있었다.


계속 걷다보니 반쯤 무너진 성벽이 보였다. 커다란 사각 돌로 쌓아올려진 그야말로 고대 유적지 같은 성이다.


이건 뭐지? 이런 돌로 만들어진 것들은 박물관 체험관에서나 보던 건데 ..... 나는 신기해서 가까이 다가가 돌을 만져보았다. 차가운 돌의 감촉이 전해져 왔다. 대체 언제적 성벽일까? 안쪽으로 들어가 이리 저리 살펴보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목소리 하나가 날아들었다.


“넌 누구냐 어디서 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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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가 더뎌서 죄송합니다. 18.04.14 513 0 -
9 제8화 모닥불가에서 18.05.02 155 0 8쪽
8 제 7화 헌터들의 밤 18.04.15 190 1 7쪽
7 제 6화 첫 징소리, 괴물 출현 18.04.12 177 1 7쪽
6 제 5화 헌터들이 사는 법 18.04.11 202 1 7쪽
5 제4화 신참, 실력 한번 볼까? 18.04.11 176 1 7쪽
4 제3화 정말 헌터냐? 18.04.10 227 2 7쪽
» 제 2화 바바돈으로 들어가다 18.04.09 213 2 7쪽
2 제1화 무너진 일상 18.04.09 244 2 8쪽
1 프롤로그 18.04.09 636 2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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