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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터파수꾼의 서재입니다.

세상끝의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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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터파수꾼
작품등록일 :
2018.04.09 10:30
최근연재일 :
2018.05.02 15:28
연재수 :
9 회
조회수 :
2,263
추천수 :
12
글자수 :
26,119

작성
18.04.15 03:57
조회
190
추천
1
글자
7쪽

제 7화 헌터들의 밤

DUMMY

먼저 한 헌터가 끝에 갈고리가 달린 밧줄을 던졌다. 괴물의 다리 하나가 걸려 넘어지는가 싶더니 이내 괴물에게 밧줄이 딸려간다. 괴력이 있었군. 또 다른 헌터가 다른 쪽 다리에 밧줄을 던져서 걸었다. 그러나 역시 딸려가다 넘어지더니 질질 끌려가다 줄을 놓았다. 또 누군가 그물을 휙 던지니 괴물의 몸과 밧줄이 엉켜 조금 지체되는가 싶었지만 이내 그물을 찢고 나왔다. 발톱이 날카로운 듯 했다.


그런데 이상한 건 아무도 창이나 화살을 날리지 않는다. 왜지? 모두들 괴물을 살피며 이리 저리 움직이기만 할 뿐이다. 리토도 화살을 들고 이리저리 겨누기만 할 뿐 쉽사리 쏘지 못한다.


“아이씨, 작은 건 이래서 안 좋아. 줄, 줄, 더 던져. 그물도 하나 더 던지고”


리토는 계속 소리치고 줄과 줄이 던져지고 얽히고 설키고 그물이 그 위에 던져진다. 또 다시 질질 끌려가다 넘어졌다 일어서는 헌터가 보이고 그물을 찢고 괴물은 다시 나오기를 반복한다.


아 정녕 저것이 헌터들의 싸움이란 말인가. 휙휙 멋지게 긴 칼을 휘저으며 다리를 싹둑,싹둑 잘라내진 못할망정, 멋지게 창을 날려 심장에 정곡으로 박아 넣진 못하는가? 뭐 때문이란 말인가. 장검을 휘둘러 괴물을 조각내고 단검을 날려 심장에 명중시키고 멋지게 돌려차기 한방으로 적을 쓰러뜨리던 그 가상체험관에서 펼쳤던 99.9%의 실력을 써먹을 기회도 없는 건가 살짝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도대체 저들은 뭘 하려는 거지? 생포해야 한다면 그건 내가 알던 헌터와는 정말 완전히 다른 것이 된다. 괴물을 생포하는 게 죽이는 것보다 더 어려울 것이다.


정말 알 수 없는 기이한 대치가 계속 이어지더니 루카가 날쌔게 뛰어가 괴물의 다리 하나를 창으로 세게 때렸다. 괴물의 다리가 살짝 휘청하는가 싶었지만 창이 부러지고 말았다. 괴물의 뒤쪽에서 올가미 하나가 목을 걸어 잡아끌었다. 쟈크와 다른 헌터 한명이 같이 매달려 있었다. 괴물의 몸이 뒤로 살짝 젖혀지자 리토가 화살을 날렸다. 첫 화살은 빗나갔다. 아니 배의 어딘가에 맞았는데 그냥 튕겨져 떨어져 버렸다.


뭐지? 가죽이 엄청 두껍단 말이군. 다음번에 날린 화살이 배의 중심부에 날아가 꽂혔다. 크허허헉, 괴성을 지르는 괴물. 이번엔 루카가 괴물의 등 쪽에서 높이 몸을 날려 괴물을 찼다. 괴물이 앞으로 넘어지면서 화살이 깊숙이 박혔다. 크허허헉, 괴물은 괴성을 지르며 그래도 일어서보려 하고 앞으로 조금 기어가기도 했지만 점점 힘이 빠지는 듯 하더니 바닥에서 크러렁거리며 약간 꿈틀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날이 더 어둡기 전에 끝나서 다행이었다.


헌터들 모두 말이 없었다. 괴물이 마지막 숨을 거두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화살이 박힌 부위에서 거무죽죽한 액체가 계속 흘러나와 땅을 물들이고 있는 게 보였다. 괴물은 그르렁 그르렁, 마지막 숨을 내쉬다가 움직임을 완전히 멈췄다. 횃불을 든 헌터가 괴물 가까이 불을 댔다. 움직이지 않는다.


“후, 죽었어”


리토가 말을 꺼내자 모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모여든 헌터들은 각자 한마디씩 하기 시작했다.


“이상하다. 해진 이후에 괴물이 나타난 적은 없었잖아. 무슨 일이지?”

“그러게”

“이렇게 작은 놈도 오랜만이고”

“맞아 그치만 다행이지 지금 같은 때 큰 녀석이 나왔으면 어쩔뻔 했어”

“그건 그래”


“난 처음에 게이트에서 저게 나왔을 때 뭔가 했어 너무 작은 게 비실비실대며 나와서 구덩이 속으로 픽 쓰러지길래 놀래서는”


라일은 괴물의 비실비실대는 몸짓까지 흉내내며 말을 한다.


“근데 보니까 괴물이잖아. 그래서 징을 쳐댔지”


“잘했어 구덩이에서 빠져나오기 전에 헌터들이 모인게 다행이야 라일, 쟈크 한눈팔지 않아줘서 고맙다”


리토의 칭찬에 쟈크는 멋쩍게 웃고 라일은 빠진 앞니가 보이도록 활짝 웃었다.


헌터들은 널려 있는 그물과 줄의 잔해들을 거두어들이기 시작했다. 더 어두워지기 전에 서둘러 정리하려고 모두들 분주했다. 나는 여기저기 널려 둔 무기들을 주워 모았다.


리토와 루카는 괴물을 옮길 준비를 하고 있었다. 괴물을 다시 쿡쿡 찔러 보고 이리 저리 건드려 보고 있었다. 혹시 되살아날지도 몰라 그러는 것 같았다. 괴물이 꿈쩍도 않자 그제서야 각자 무기며 줄 따위를 한아름씩 든 헌터들을 제외하고는 나머지들에게 괴물의 팔다리를 하나씩 잡게 하고 모두 야영지로 돌아간다. 나도 찢어져 너덜너덜해진 그물과 무기를 한아름 들고 쫒아갔다.


괴물을 보관해두는 장소는 따로 다른 쪽에 마련돼 있었다. 거기다 두었다가 대장이 한번씩 구매자들에게 운반해간다고 했다.


“썩지 않아?”

“단단한 껍질에 싸여 있고 아까 흘러내린 액체가 거의 체액의 전부라고 보면 돼. 그러니까 썩을 건 없지. 오랫동안 놔둬도 괜찮아”


“그렇구나”


“아무튼 괴물 구경을 하긴 했네. 온 첫날 괴물을 만나다니 너한텐 좋은 건가? 땅바닥에 그림 그려서 설명해줘야 하나 했는데 잘 됐군. 오늘은 좀 쉬고 내일 괴물에 대해서 좀 설명해줄게”


다시 냄비가 걸리고 멀건 국이 끓었다. 아까처럼 둘러앉아 모두들 식사를 했다. 나도 많이 움직여서 그런가 배가 고파서 군말 없이 한 그릇을 비웠다. 처음 입에 댔을 때보다는 훨씬 풍미가 느껴진다. 배가 고파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부지런히 숟가락질을 하는 나를 헌터들이 한번씩 흘끔거렸지만 모두 별 말은 없었다.


숲속의 밤은 캄캄했다. 하늘엔 별 몇 개가 떠 있을 뿐 사방이 고요하고 새카매서 무서울 지경이었다. 모닥불 근처만 환해서 조명을 밝힌 무대 같았다.


모두들 해가 진 이후의 괴물 첫 출현에 대해서 걱정하는 것 같았다. 그런 일이 처음이라는 건 앞으로 또 그럴 수 있다는 것이며 한밤중에도 나올 수 있다는 얘기였다. 구식 무기로 싸우는데다 제대로 된 조명도 없이 횃불에 의지해 괴물과 싸우는 건 헌터들에게 엄청 큰 부담이기도 했다. 이 새로운 사태에 대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 의논하기 시작했지만 그들도 별 뾰족한 수가 없는 듯 보였다.


“일단 교대를 좀 더 타이트하게 해야겠어. 밤엔 망루에 가만히 있으면 졸기 쉬우니까”


리토의 말이 끝나자 헌터들 사이에서 아우, 하는 한숨소리가 몇몇 터져나왔다. 달콤한 잠을 그만큼 더 빼앗기게 되니 그럴만했다.


“여태까지는 졸아도 상관이 없었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어. 한순간도 게이트에서 눈을 떼면 안돼”


언제 출몰할지도 모를 괴물을 기다리며 망루에서 밤을 지새워야 하는 헌터들은 이제 어둠의 공포가 한층 더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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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가 더뎌서 죄송합니다. 18.04.14 513 0 -
9 제8화 모닥불가에서 18.05.02 155 0 8쪽
» 제 7화 헌터들의 밤 18.04.15 191 1 7쪽
7 제 6화 첫 징소리, 괴물 출현 18.04.12 177 1 7쪽
6 제 5화 헌터들이 사는 법 18.04.11 202 1 7쪽
5 제4화 신참, 실력 한번 볼까? 18.04.11 176 1 7쪽
4 제3화 정말 헌터냐? 18.04.10 227 2 7쪽
3 제 2화 바바돈으로 들어가다 18.04.09 213 2 7쪽
2 제1화 무너진 일상 18.04.09 244 2 8쪽
1 프롤로그 18.04.09 637 2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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