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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터파수꾼의 서재입니다.

세상끝의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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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터파수꾼
작품등록일 :
2018.04.09 10:30
최근연재일 :
2018.05.02 15:28
연재수 :
9 회
조회수 :
2,266
추천수 :
12
글자수 :
26,119

작성
18.04.10 02:56
조회
227
추천
2
글자
7쪽

제3화 정말 헌터냐?

DUMMY

왜 발소리가 들리지 않았지? 놀라 돌아보니 아무도 없고 성벽 위쪽의 한 아치에서 화살을 겨누고 있는 내 또래의 남자가 보였다.


“여긴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나는 두 손을 든 채로 한손에 든 헌터 패찰을 좀 더 높이 들어올렸다.


“난 헌터가 되려고 왔어”


“헌터가 된다고? 라일, 라일”


소년이 뒤쪽의 누군가를 부르자 누군가 한쪽에서 튀어나와 내 등에 칼날을 들이대는 게 느껴졌다. 등줄기가 뻣뻣이 굳는 느낌이었다. 이런 건 체험관에서도 체험해본 적이 없었다.


그가 내 손 안에 든 헌터 패찰을 빼앗아 살펴보더니 무기를 내린다. 화살을 든 소년도 팔에 힘을 빼고 활을 내렸다.


“오랫만에 신참이 왔군. 요즘은 헌터도 인기가 없어 아무도 오려고 하지 않는데 말이지”


라일이라는 자가 헌터 패찰을 돌려주고는 씨익 웃었다. 앞니 하나가 없다. 키가 작달막하고 겉늙어 보인다. 아무리 못해도 삼촌뻘은 돼 보인다. 저 녀석은 나이든 어른한테 반말을 찍찍하고 예의를 삶아먹었나? 뭔가 헌터가 귀해서 이렇게 쉽게 받아들여지는 건가? 잔뜩 겁을 주던 간수의 말과는 다르게 뭔가 싱거운 느낌마저 들었다.


화살을 겨누었던 소년이 아래쪽으로 내려와 내 앞에 섰다. 내 허리춤에 꽂아놓은 단검을 보더니 한마디 거든다.


“좋은 단검이네. 너의 주특기가 단검술이야? 그건 좋지 않은데 괴물은 가까이서 붙기엔 너무 위험하거든. 다른 거 뭐 잘하는 게 있는 거지?”


“그, 그야 두루 두루”

“그치? 단검만 쓸 줄 안다고 헌터 패찰을 내줬을 리가 없겠지. 가자”


소년이 움직이니 라일이라는 자도 따라 걷는다.


뭐야 얘가 대장인거야? 여긴 체계가 어떻게 돼 있는 거야 대체.


그들과 조금 더 숲 깊숙이 걸어가니 야영지 비슷한 곳이 나타났다. 헌터들이 모여 사는 곳인 모양이었다. 대체 이런 데서 사람이 어떻게 산다는 것인지 입이 벌어질 지경이었다. 원래는 텐트였을 것으로 보이는 천들은 너덜너덜해져서 겨우 꼴만 갖췄을 뿐이지 바람이나 날벌레들을 막아주진 못할 듯 보였다. 거기서 생활하는 헌터들이란 자들의 행색도 거의 TV에서 보던 노숙자 수준이었다.


난 평소에 호기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많은 자료들을 찾아대곤 했었다. 성실한 지니는 저장된 세상의 모든 자료들을 뒤져 내게 영상들을 띄워 보여주곤 했었다. 폰시에서 일어나는 일만이 아니라 파에시나 하람시를 구경하는 것이 재미있었기 때문에 그것은 또 하나의 내 여가생활이 되었었다. 그것 역시 아버지의 핀잔을 듣는 것 중에 하나였지만 가상체험관에서 구식 무기를 휘두르는 것보다는 낫다고 판단하셨는지 따로 잔소리 프로그램을 깔아두거나 하진 않았다.


그 덕분에 폰시에서 쓰지 않는 물건들의 사용법이나 용도도 대충은 알고 있었다. 때때로 하람시의 노숙자들을 볼 때마다 저게 정말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인지 가상 공간을 보여주는 건지 헷갈리곤 했었다. 비좁은 도로에 아무렇게나 누워 있는 더러운 사내들. 뗏국물이 줄줄 흐르는 얼굴로 구걸하는 아이들.


지금 눈앞에 보이는 헌터라는 자들은 그들과 별다를 바 없어 보였다. 나와 함께 들어선 두명을 제외하고 그곳에는 네명이 더 있었다. 모두 나이는 대략 라일과 엇비슷해 보였고 내게 활을 겨눈 소년과 내가 가장 어렸다. 이게 다인가? 이 정도로 괴물을 해치울 수 있는 건가? 생각보다 적은 인원에 또 한번 놀랐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헌터들에게 소년이 간단하게 새로 온 헌터라고 소개했다.


“오우”

“웬일”

“야 드디어 신참이다”


각자 한마디씩 뱉어냈다. 뭔지 반기는 분위기다. 뭐가 반가운 걸까 점점 궁금해졌다.


“소개는 차차 하기로 하고. 일단 음식부터 먹자. 배고파 돌아가시겠다”


소년이 지저분해 뵈는 우묵한 접시와 수저를 던지듯이 내게 건네주고 먼저 헌터들 속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내가 멍하니 서 있자 오라고 손짓을 한다. 가서 옆에 앉으니 모닥불 위에서 끓고 있는 커다란 냄비 속에서 정체불명의 뭔가 건더기가 든 국물을 한 국자 떠서 접시 위에 얹어주었다.


“먹어”


도무지 식욕이 일지 않는 모양과 빛깔이다. 냄새는 그렇게 나쁘진 않았지만 먹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럴 것이 100배 농축 영양바를 먹은 지가 얼마 안 됐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래도 이들과 친해져야 할 듯 하기에 입에 국물을 한 숟갈 떠 넣었다.


“어때? 먹을만 하지?”


소년이 친근하게 물었다. 보기보단 맛은 괜찮았다.


“응, 괜찮은데?”


그때 불쑥 뺨에 흉터가 길게 그어진 한 남자가 끼어들었다.


“괴물의 다릿살이야. 다행이네 먹을만 하다니. 클클. 앞으로 계속 먹어야 할 텐데 입맛에 안 맞으면 어쩌겠어”


괴, 괴물을 먹는다고?


갑자기 먹었던 것이 올라와 접시를 내던지고 다른 쪽으로 뛰어가 게워냈다.


모두가 낄낄거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소년이 나무랐다.


“왜 그래? 먹을 것도 부족한데 아까운 거 다 쏟았잖아. 꼭 놀려야 직성이 풀리냐? 야, 괴물 같은 건 못 먹어 이리 와”


“아니야. 사실 지금 배가 고프진 않아. 나중에 먹을게”


“그러든지 그럼”


모두들 정신없이 숟가락질을 하기 시작했고 더 이상 나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저런 자들이 헌터라고? 최하층이긴 하지만 난 뭔가 더 멋진 존재들을 상상하고 있었는데 너무나 실망스러운 모습이었다.


적어도 헌터라면 높은 깃을 세우고 바람에 흩날리는 외투 자락, 아니 망토라도 흩날리며 멋지게 서 있어야 하는데.... 거지떼도 저것보단 낫겠다. 그들의 일원이 돼야 한다는 것이 더욱 우울해졌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울창한 나무들에 가려 하늘도 빠꼼 빠꼼 구멍 뚫린 듯이 보일 뿐이었다. 차라리 하람시로 갈 걸 그랬나? 조금 후회가 되었다.


먼저 식사를 끝낸 두명이 몸을 일으키더니 서둘러 자리를 떠나는게 보였다. 칼자국 사내와 다른 한명이었다.


“ 빨리 오지 않으면 국물도 없을 거라고 전해줘”


한 헌터가 가는 두명에게 말한다.


“ 그랬다간 네놈 팔이 잘려나갈걸?”

칼자국 사내가 씹어뱉듯이 대꾸하고 멀어져갔다.


누가 또 있단 말인가? 얼마후 두명이 사라진 곳에서 새로운 두명이 나타났다. 그들 중 한명이 먼저 나를 발견하더니 둘러앉은 사람들 쪽을 향해 물었다.


“저 녀석은 뭐야? ”

"새로 왔어. 헌터가 되겠다고"

"그래? 오늘 간만에 몸 좀 풀어보겠는데? "


몸, 몸을 푼다고? 뭘 하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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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가 더뎌서 죄송합니다. 18.04.14 513 0 -
9 제8화 모닥불가에서 18.05.02 156 0 8쪽
8 제 7화 헌터들의 밤 18.04.15 191 1 7쪽
7 제 6화 첫 징소리, 괴물 출현 18.04.12 178 1 7쪽
6 제 5화 헌터들이 사는 법 18.04.11 202 1 7쪽
5 제4화 신참, 실력 한번 볼까? 18.04.11 176 1 7쪽
» 제3화 정말 헌터냐? 18.04.10 228 2 7쪽
3 제 2화 바바돈으로 들어가다 18.04.09 213 2 7쪽
2 제1화 무너진 일상 18.04.09 244 2 8쪽
1 프롤로그 18.04.09 637 2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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