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모라 왕국(7) -완
불려온 사냥꾼은 온 백성 앞에서 정체를 밝히게 되었다. 사냥꾼이 모자를 벗자 출렁한 은빛 머리칼이 길게 늘어뜨려졌다. 아....?!
사냥꾼은 남성이 아니라 중년의 여성이었다. 이로서 ‘사냥꾼 여왕 아들설’은 사라졌다. 궁궐에서 일하는 힘센 사내들은 차례차례 불려나와 자신이 한 일들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주로 종이더미를 나르던 자들이었다. 또한 대신들은 발빠르게 백선공주를 찾는 방을 사방에 붙이도록 명령하였다. 이로써 어느 정도 미모라 왕의 소문들은 대부분 헛소문이라고 인식되게 되었다.
그러나 얼마못가 또 다른 문제가 터져나왔다. 이번에는 사냥꾼의 말(馬)이 문제였다. 값비싼 말을 뇌물로 받았고 그 이유가 사냥꾼의 딸을 위해서였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 말 때문에 온 나라의 당근값이 치솟았던 것도 모두 알게 되었다. 게다가 그 사냥꾼이 미모라 왕의 권력을 앞세워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다닌 것이 드러났다.
조금 사그러드나 싶었던 분노가 다시 치솟았다. 온 나라가 들썩일만큼 더 야단법썩이었다. 겨우 그깟 사냥꾼의 말 한 마리 때문에 우리가 썩어빠진 당근이나 먹었는가, 멀건 감자수프로 배를 주렸는가 원성이 하늘을 찔렀다.
그런데 이 즈음부터 갑자기 미모라 왕은 두문불출하면서 침실에서 일체의 출입을 하지 않기 시작했다. 아무리 백성들이 들고 일어나도 꿈쩍을 하지 않았다. 더 깊이 더 꽁꽁 숨어버리는 듯했다. 이건 또 무슨 일이란 말인가. 또 다시 온갖 의혹들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에 온 백성들이 들고 일어나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순간이 왔다. 왕궁의 모든 것들이 내어지고 샅샅이 수색되었다. 미모라왕은 어디로 갔는지 흔적도 없었다. 그러나 마침내 창고 한 구석에서 헝겊에 뒤덮인 거울을 찾아내자 비로소 모든 진실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되었다.
거울은 모든 것을 보여주었다. 미모라 왕의 악행과 그동안의 사냥꾼의 행실을. 백선공주를 숲속에 끌고 가 죽이라고 하는 미모라 왕의 얼굴이 나타났을 때는 백성들 모두 놀라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사냥꾼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바람에 마음 약한 그가 백선공주를 살려주는 장면에선 백성들 모두 깊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숲속 깊은 곳 일곱난쟁이와 함께 살고 있는 백선공주를 보고 백성들은 안도의 눈물을 흘렸다.
곧이어 얼굴이 호박처럼 커진 채 침실에 틀어박혀 있는 미모라왕의 얼굴이 다시 보이자 백성들은 수군거렸다. 뭐지? 얼굴이 왜 저래? 그것은 줄기세포 주사의 부작용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다가 부기가 빠지자 그 얼굴은 쭈글쭈글해져서 100살 먹은 노파처럼 변했다. 거울속의 미모라왕의 얼굴을 보던 백성들이 여기저기서 한숨을 내뱉었다.
미모라왕은 차마 그 모습으로 다시 사람들 앞에 나설 용기는 없고 마지막으로 백선공주에게 복수하겠다는 일념으로 독사과를 들고 숲으로 들어갔으나 그만 뱀에게 물려죽고 말았던 것이었다.
그 장면을 보고 애석해하고 안쓰러워하는 백성들도 있었으나 대부분 백성들은 인과응보라고 생각했다.
후에 백성들은 숲속 일곱난쟁이 집에 가서 백선공주를 모셔와 왕으로 추대하였다. 미모라 왕국은 다시금 백선왕국으로 돌아왔다. 백성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었다. 어제의 못 견디겠던 가난도 오늘은 견딜만 하였다. 왜냐하면 다시 예전처럼 풍요롭고 아름다워지리라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끝)
- 작가의말
이렇게 길게 쓰려던 것은 아니었는데 길어지고 말았네요.
재미 있으셨으면 추천 한번 꾹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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