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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순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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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터파수꾼
작품등록일 :
2018.03.15 10:42
최근연재일 :
2018.12.05 07:14
연재수 :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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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수 :
39,078

작성
18.03.16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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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쪽

제5화 순진왕자의 비애

DUMMY

처음 미투에 순진왕자가 거론되었을 때 사람들은 의아했다. 저렇게 남부러울 것이 없는 순진왕자가 왜 그런 짓을 했지? 순진왕자를 음해하기 위한 정치공작이라며 나라가 술렁거렸다.


작지만 부유한 왕국의 외동 왕자인 순진왕자는 정말 남부러울 것이 없었다. 재력도 풍부한데다 연예인 뺨치게 잘 생긴 외모다 보니 자연히 인기가 많았다. 젊은데다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왕자를 두고 신데렐라가 되고 싶은 여인들이 꼬이는 건 당연한 이치였다. 서로 왕자의 애인이 되겠다고 아우성이다 보니 누구를 골라야 할까 고민일 정도였다.


취향에 따라 선택한 여인들과 가벼운 로맨스를 즐기지만 순진왕자의 마음속에는 진정한 사랑을 갈망하는 마음이 있었다. 선택된 여인들은 단번에 신데렐라로 급부상하지만 순진왕자는 절대로 자신의 아내가 될 여인과만 잠자리를 하겠다고 다짐한 바가 있어 선물은 안길지언정 잠자리를 함께 하진 않았다. 그리하여 많은 여인들이 잠시 순진왕자 곁에 머물다 떠나갔다. 그러다보니 순진왕자는 뜻하지 않게 온갖 억측과 함께 카사노바로 이름이 드높게 되고 말았다.


그러던 차에 순진왕자의 마음에 든 여인이 있었으니 왕궁에서 일하는 시녀였다. 순진왕자는 그녀에게 첫눈에 반하여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다른 여자들과는 달리 그녀를 품에 안고 싶다는 생각도 강하게 들었다. 순진왕자는 시녀를 은밀히 쫒아다니며 구애하였다. 볼 때마다 선물도 안겼다. 그러다가 어느 밤에 방에 들어온 시녀에게 사랑을 고백하며 와락 끌어안았다. 시녀는 별다른 반항을 하지 않았다. 순진왕자는 그것이 시녀도 자신이 싫지 않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그날 밤 순진왕자는 시녀를 내보내지 않았다. 그리고 이후에도 자주 시녀를 찾았다.


순진왕자는 시녀와 결혼까지 하고 싶었다. 그녀를 사랑하지만 왕실에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을 알기에 고민이 깊어졌다. 그러던 사이 시간은 흐르고 갑자기 왕권이 위협당하게 되었다. 숙부의 아들이 왕위를 호시탐탐 노리면서 순진왕자가 왕위를 이을 자격이 없다며 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나라를 들썩이게 하는 미투 열풍에 갑자기 순진왕자의 이름이 들먹여지고 있었다. 카사노바의 명성에 걸맞게 ‘미투’ 하고 나선 여인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


순진왕자는 억울했다. 자신이 품은 여인이 아닌 것을 알기에 단호히 모두 아니라고 억울함을 호소하긴 했지만 아무도 믿는 것 같지 않았다. 그러고 나선 여인들의 숫자가 너무 많다는 게 그렇게 보이도록 했다. 나라가 발칵 뒤집혔고 왕은 노발대발하여 그런 일에 연루된 순진왕자를 질책했다.


“저는 저 여인들을 안지 않았습니다,”


순진왕자는 진심으로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결백을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왕의 명령에 의해 순진왕자와 한번이라도 만났던 적이 있는 모든 여인들이 궁으로 모여 들었다.


여인들 중에는 순진왕자가 자신을 데리고 놀다 버렸다고 생각해서 분노를 품고 거짓말로 미투 하는 여인도 있었고 그래도 사귀는 동안 따뜻이 대해주고 선물도 많이 주고 아껴줬다고 생각한 쪽은 아무 일도 없었다고 솔직히 말하며 좋은 분이라고 편들어주기도 했다.


거짓말 하는 여인들과 진실을 말하는 여인들이 비슷비슷한 숫자여서 더 골치가 아팠다. 누구 말을 믿어야 하는가!


이때 조용히 시녀가 앞으로 나섰다. 모두들 시녀의 갑작스런 등장에 깜짝 놀랐다. 시녀 따위가 감히, 그런 반응을 보이는 대신들도 있었다.


“저는 왕자님께 여러 번 성폭행 당했습니다.”


시녀는 조용히 말했다.

모두가 충격에 휩싸였지만 누구보다도 가장 놀란 것은 순진왕자였다.


“아닙니다. 저 여인을 안은 건 맞지만 그건 사랑해서였습니다. 결혼할 생각입니다. 지금까지 말하지 못한 것은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서 망설였던 것입니다. 허락해주신다면 정말 저 여인과 결혼하고 싶습니다.”


순진왕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시녀가 대답했다.


“저는 그 일로 사랑하던 남자와도 헤어졌습니다. 제가 순결을 잃었다며 그는 저를 떠났습니다.”


“왜 거절하지 않았는가? 왜 이제야 말하는가? 진작 왕에게 아뢨으면 될 것이 아니었는가?”


왕을 옹호하는 신하 중의 한명이 엄하게 추궁했다.


“저는 일자리를 잃으면 집에 계신 노부모님과 동생들을 부양할 수 없습니다. 저희 같은 가난뱅이들이 이 왕국을 떠나서 어디서 살아갈 수 있단 말입니까? 왕궁의 시녀가 되는 것도 힘든 일이고 성 밖에 나가봐야 저 같은 여인이 할 일은 뻔한 것이라 왕자님이 하시는 대로 따랐을 뿐입니다. 저는 순진왕자님이 좋은 분이라고 생각하지만 더 이상 노리개로 살고 싶진 않습니다. 저는 그냥 궁중 일을 하면서 조용히 살아가고 싶습니다. 제발 저를 쫒아내지 말아주십시오.”


시녀는 울기 시작했다.


백성을 끔찍이 아끼는 왕은 왕자라고 해서 이런 일이 용서받아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왕족을 이런 불미스런 일로 얽힌 시녀와 결혼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순진왕자는 왕위 계승 자격을 잃었다. 숙부의 아들이 차기 왕이 될 것이었다. 순진왕자의 사랑은 시녀에게서도 버림받고 결혼도 허락받을 수 없는 것이었다. 그의 잘못된 사랑은 결국 모든 걸 잃게 하고 말았다.


카사노바 순진왕자의 사랑은 두고 두고 사람들에게 회자되면서 남성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있다고 한다.


작가의말

진정한 미투는 남성 여성에게 모두 이로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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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미모라 왕국(4) +2 18.03.20 98 0 5쪽
8 미모라 왕국(3) 18.03.20 71 0 4쪽
7 미모라 왕국(2) 18.03.20 75 0 4쪽
6 미모라 왕국(1) 18.03.20 158 0 2쪽
» 제5화 순진왕자의 비애 +2 18.03.16 82 0 6쪽
4 제4화 짱데렐라 스캔들 18.03.15 76 0 7쪽
3 제3화 왓뜨와네트 전설 18.03.15 78 0 9쪽
2 제2화 저주 받은 왕좌 18.03.15 94 0 2쪽
1 제1화 왕이시여 제발! 18.03.15 248 0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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