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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터파수꾼의 서재입니다.

왕국순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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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터파수꾼
작품등록일 :
2018.03.15 10:42
최근연재일 :
2018.12.05 07:14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1,419
추천수 :
1
글자수 :
39,078

작성
18.03.15 11:38
조회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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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제4화 짱데렐라 스캔들

DUMMY

화려한 왕궁 파티인 줄 알고 왔는데 모여 있는 사람들은 낯설고 이리떼처럼 사나운 눈매를 하고 있었다. 짱데렐라는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몰랐다. 사람들이 일순간에 몰려들어 질문을 퍼붓기 시작했다.


왜 그러신 겁니까? 네? 선데렐라는 지금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왜 선데렐라의 신분을 훔쳐서 왕자에게 접근하고 선데렐라인 것처럼 행동한 것입니까? 이봐요, 밀지 마요. 좀. 아, 거기 앞에 좀 비켜요. 거기, 거기, 어이!!


몰려든 기자들이 무너지면서 짱데렐라는 깔려 넘어질 뻔했다. 어떻게 간신히 도망쳐 나왔으나 장인의 손길로 한땀 한땀 발에 꼭 맞게 만들어낸 소중한 푸르다 구두가 한쪽 벗겨지고 말았다. 그걸 찾을 새도 없이 짱데렐라는 황급히 그 자리를 벗어났다.


그녀의 손을 이끌어 숨겨줄 왕자님은 어디에도 없었다. 광장의 시계가 뎅그렁 뎅그렁 울리기 시작했다. 12시. 모든 마법이 풀린 시간이었다.



*****



기병들이 푸르다 구두 한 짝을 들고 집집마다 수색하며 짱데렐라를 찾기 시작하였다.


‘왕궁 내의 모든 여자들은 모두 나와 이 신을 신도록 하시오.’


그러나 꼭 맞는 신발 주인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다락방에 꼭꼭 숨어있던 짱데렐라는 결국 들켜서 강제로 신발을 신게 되었다. 맞춤 구두였기에 꼭 맞으니 발뺌 할 새도 없이 끌려가 왕자 앞에 꿇어 앉혀졌다. 왕자가 근엄한 목소리로 물었다.


“니가 그 유명한 짱데렐라인가? 선데렐라인 척 하며 나와 곧 결혼할 거라 했다지? 그러면서 사람들에게 돈을 뜯어내고 온갖 금품을 취하였다지? 어디서 그런 배짱이 나왔을까? 들키면 참수당할 것을 모른 것이더냐? 그보다 선데렐라는 어디에 숨겨두었느냐? 바른 대로 고하라.”


왕자는 눈을 부릅 뜬 채 짱데렐라를 다그쳤다.


“제가 선데렐라인데요.”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는 짱데렐라에게 왕자의 매서운 말이 날아들었다.


“니가 선데렐라가 아닌 것은 내가 누구보다 잘 안다. 네가 선데렐라를 감금하고 온갖 곳에 부려 먹으며 학대한 사실을 모를 줄 아느냐? 어서 당장 선데렐라 있는 곳을 대지 못하겠느냐? 그 착한 선데렐라를, 나의 선데렐라를 감히 너 따위가 농락하고... 아 불쌍한 사람, 이제라도 내 빨리 왕궁에 데려다 보호해 줄 것이다. 어서 말하라."


짱데렐라는 눈물을 보이며 훌쩍이기 시작했다.


“저는 그저 선데렐라 언니가 시켜서... 옷과 구두도 맘대로 해도 좋고 호박마차나 타고 놀러 갔다 오라고 해서... 그래서 그냥 철없는 마음에 그만...”


“어허, 아직도 거짓말을? 네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거로구나. 고문을 해야 입을 열겠느냐?”


왕실의 고문은 잔혹하기로 소문이 나 있었기에 짱데렐라는 벌벌 떨며 말했다.


“아, 아니 진짜, 진짜입니다. 그러니까 이건... 아, 이건 언니가 절대 비밀로 해달라고 한 건데요.... 선데렐라 언니는 왕자님이 못생겨서 싫다고 했어요.”


왕자는 갑작스런 자신의 외모 얘기에 깜짝 놀라 신하들을 둘러보았다. 모두가 웃음을 참고 있는 게 티가 났다. 왕자 앞에서는 모두가 잘 생겼다고 추어주었지만 왕자는 실제로 못생겼기 때문이다. 왕자로서는 난생 처음 들어본 말이기도 했다.


“뭐라고? 어디서 그런 말도 안 되는 말을....감히, 네가 감히...”

왕자는 얼굴이 시뻘개져 말도 제대로 이어나가지 못했다.


“그러니까 제가 그런 게 아니고 선데렐라 언니가 그랬다고요.”


“네년 말은 믿지 못하겠다. 당장 나의 선데렐라에게 확인해야겠다. 어디 있느냐?”


“실은 숲속 비밀 아지트에. 언니는 진짜 사랑에 빠졌답니다. 그래서 다른 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대요. 무도회도 집안일도 다른 사람을 만나는 일조차 하기 싫다고 해요. 아무래도 늙은 요정이 노망이 났는지 이상한 마법을 부려 놓은 게 틀림없어요. 꼼짝도 하지 않아요. 정말 이상해졌다니까요. 정말입니다. 저는 진짜 억울해요. 저도 좋지만은 않았어요. 언니 대신 이것저것 처리하고 힘든 일을 다 한 것도 저고 언니를 위해선 뭐든지 해야 했다고요. 그게 죽을죄인지는 모르겠어요.”


왕자는 짱데렐라의 말을 믿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여자가 거짓말을 하는 게 틀림없어 보였다. 그 착한 선데렐라가 설마 그럴 리가 있겠는가? 이런 여자의 거짓말에 속아서 선데렐라를 의심하고 싶지 않았다.


“그곳이 어디인지 안내를 하거라. 당장”

“그치만 언니가....”

“시끄럽다. 당장!”


왕자는 짱데렐라의 안내를 받아 숲속 비밀아지트로 갔다. 으슥한 숲속 한가운데 아담한 동굴이 있었는데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도록 숨겨져 있는 곳이었다. 조심 조심 동굴로 다가간 왕자는 그만 못 볼 것을 보고 말았다.


왕자는 자존심이 상하고 배신감과 분한 마음에 조용히 돌아와 며칠 밤낮을 술만 마셔댔다.


첫 번째 왕궁 무도회 이후 선데렐라와 왕자는 사랑에 빠졌고 왕실의 반대도 무릅쓰고 겨우 결혼 허락을 받아놓은 상태였다. 근데 어떻게 그럴 수 있단 말인가!


처음 나라 안에 떠도는 흉흉한 소문을 들었을 때도 왕자는 믿지 않았었다. 선데렐라가 사람들에게 왕자 이름을 팔며 돈을 뜯고 다닌다는 소문이었다. 정말 그런 여자와 왕자가 결혼하는 게 맞냐고 물어오는 민원이 쇄도한다는 것이었다. 사실을 확인해보니 짱데렐라라는 이복동생이 그러고 다닌다는 걸 알았을 때는 차라리 안심하기까지 했는데 이런 더 큰 배신을 하고 있을 줄이야. 왕자는 참을 수가 없었다. 믿었던 만큼 배신감도 큰 법.


왕자는 비밀 동굴로 군사를 보내 선데렐라를 잡아오게 했다. 선데렐라는 다소곳이 앉아 눈물을 흘리고만 있었다.


“난 우리가 사랑한다고 믿었소. 날 배신한 이유가 뭐요... 정말 내가 못생겼기 때문이라면 그동안은 왜 아닌 척 한 거지? 그 남자는 언제 만나 거요? 무도회에 오기 전이요, 후요? 언제요?”


왕자는 선데렐라의 고개가 꺽어지길 바라는 듯이 거칠게 마구 흔들어댔다. 선데렐라는 아무 말 없이 계속 울기만 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한마디를 간신히 내뱉었다.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


이후 조사 결과 밝혀진 사실 중에는 놀랄만한 의약품 목록이 있었다. 이 여자가 원래 곰이라서 사람이 되려고 했었나 싶게 많았던 마늘주사제 쑥주사제는 둘째 치고 눈에 띄는 것이 비할그라였다. 364정씩이나 ... 1년 365일.... 그런데 한 알은? 순진왕자를 만난 날엔 필요 없어서? 알다가도 모를 미스터리라고 사람들은 오랫동안 수군거렸다고 한다.


작가의말

구두 한짝을 남겨놓고 떠난 어떤 ‘죽을 죄를 지었다’던 여인이 포토라인에 섰던 뉴스를  보다가 떠오른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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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미모라 왕국(3) 18.03.20 71 0 4쪽
7 미모라 왕국(2) 18.03.20 75 0 4쪽
6 미모라 왕국(1) 18.03.20 159 0 2쪽
5 제5화 순진왕자의 비애 +2 18.03.16 82 0 6쪽
» 제4화 짱데렐라 스캔들 18.03.15 77 0 7쪽
3 제3화 왓뜨와네트 전설 18.03.15 79 0 9쪽
2 제2화 저주 받은 왕좌 18.03.15 94 0 2쪽
1 제1화 왕이시여 제발! 18.03.15 248 0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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