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모라 왕국(5)
온갖 방법을 다 동원했으나 여전히 거울은 백선공주만 아름답다고 하니 미모라왕은 결국 백선공주를 죽이기로 결심했다. 은밀히 사냥꾼을 불러 백선공주를 숲속에 끌고가 죽이라고 명령했다. 그 이후로 백선공주는 어디에서도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그러자 세상의 모든 선이 사라지기라도 한 건지 사람들은 난폭해지고 불평불만이 많아졌으며 걸핏하면 싸움을 일으키고 소동을 피웠다. 평화롭던 마을들은 여기저기서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화제가 잇따르고 싸움이 끊이질 않았다.
물자도 귀한 데다 인심마저 흉흉해지니 이제 더 이상 백선왕국은 아름답고 풍요로운 나라라고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백성들의 원성이 자자하자 미모라 왕은 대신들을 모아놓고 대책을 논의했다.
폭력을 조장하는 자는 무조건 가둬야 한다, 감옥을 더 지어야 한다, 따끔한 본보기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광장에서의 참수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왔다.
미모라 왕은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국호를 바꿔야 한다고 아뢰었다.
“국호를요? 그건 왜요?”
“백선왕국은 백선공주를 생각나게 하기 때문에 백성들이 저토록 날뛰는 것입니다. 이참에 미모라 왕국으로 바꾸신다면 백선공주도 자연히 잊혀질 것입니다.”
“그거 좋은 생각이군요, 아주 좋아요. 그렇게 합시다.”
대신들은 이상하게 여겼다. 예전의 그 화려한 언술을 자랑하던 현명한 미모라 왕은 어디로 갔는가? 갑자기 바보라도 된 것인가? 어째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제안을 아무렇지 않게 수락할 수 있는 것인지 아무도 그 이유를 몰라 서로 눈치만 살폈지만 어쨌든 미모라 왕의 마음에 든 이상 다음날부터 백선왕국은 미모라왕국으로 선포되었다.
이름에 ‘백선’이 들어간 모든 상호, 모든 책, 모든 작품들은 수거되고 페기되었다. 그러다보니 또 자연히 일자리가 조금 창출되기는 했다. 하지만 재정적인 부담은 점점 늘어만 갔다.
간혹 백선공주를 그리워하는 예술가들이 백선공주와 관련한 작품을 만들거나 문장이라도 하나 지을라치면 무조건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려버리고 감시와 탄압을 하니 자연스레 백선이란 이름은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모라 왕이 보는 곳에서만 백선공주가 사라진 것이지 백성들의 마음속에서도 백선공주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꾹꾹 누르고 밟아도 백선공주에 대한 사랑은 제거할 수 없었다. 백성들은 조를 나눠 숲속으로 백선공주를 찾으러 다니기 시작했다. 공식적으로 백선공주는 숲에 소풍을 나갔다가 실종된 것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백선공주는 어디에서도 찾아지지 않았다.
( 6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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