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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터파수꾼의 서재입니다.

왕국순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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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터파수꾼
작품등록일 :
2018.03.15 10:42
최근연재일 :
2018.12.05 07:14
연재수 :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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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수 :
39,078

작성
18.03.15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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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제3화 왓뜨와네트 전설

DUMMY

어느 한 왕궁에 아름다운 왕비가 살았습니다. 그 왕비의 이름은 왓뜨와네트. 결혼은 하였으나 자물쇠 만들기에 심취한 그녀의 남편 때문에 처녀인 채로 살던 왓뜨와네트는 불행히도 얼마 안 돼 곧 남편도 잃었습니다. 그녀는 특별한 왕족이었기 때문에 모두의 동의를 얻어 남편을 이어 왕으로 취임하게 되었습니다.


그녀에게 남은 건 남편이 죽기 전 만들어준 아름다운 자물쇠가 달린 상자 하나뿐이었습니다. 왓도라의 상자라고 불리우는 것으로 비밀스러이 고이 모셔두었었는데 어느 날 무슨 일인지 왓도라의 상자는 바깥세상을 향해 열리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퍼져 나온 파편들이 백성들의 가슴에 박히게 되었습니다. 백성들은 광장으로 몰려나와 아프다고 호소하며 이 파편을 빼달라고 소리쳤습니다.


그러나 왓뜨와네트는 아랑곳 하지 않았습니다. 왓뜨와네트는 그저 무표정하게 바라보다가 마지못해 말했습니다.


"그 상자는 내 것이 맞지만 그 파편은 내가 넣은 것이 아닙니다. 제대로 관리를 하지 못한 제 잘못을 사과드립니다."


백성들은 그렇게라도 선선히 사과하는 왓뜨와네트에게 살짝 희망을 느꼈습니다. 곧 백성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던 파편들이 사라지리라 생각했습니다. 어떤 사악한 무리에 의해 이 모든 게 퍼졌고 그것을 이제 왓뜨와네트가 알았으니 해결해주리라.... 그러나 파편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깊이 더 점점 통증을 배가시키며 커져만 갔습니다.


그 파편은 왓뜨와네트의 곁에서 일을 도와주던 궁중시녀 순무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알려졌는데 모든 게 순무의 소행이며 왓뜨와네트는 불쌍하게도 이용을 당했다는 것입니다.


여태껏 순무가 시키는 대로 말하고 해주는 대로 입고 먹고 모든 행동을 순무가 시키는 대로만 했다는 것입니다. 욕심 많은 순무는 값비싼 건물을 몇 채나 소유하고 자신의 딸을 위해 온갖 악행을 일삼으며 온갖 곳에 손을 뻗치고 온갖 곳에다 자기의 사람을 심어놓았으며 세상의 좋고 좋은 것은 모두 가지고 있으며 화려한 생활을 하는 반면에 왓뜨와네트는 궁중 깊은 곳에 만 갇혀 살았고 싸구려 옷에다 마음대로 할 수도 없는 제한된 생활을 했다는 것입니다. 써주는 대로 말하고 하라는 것만 하고 순무가 말하지 않은 것을 하는데 몹시 겁을 냈다고 주변인 모두가 말했습니다. 사람들을 만나는 것조차 겁을 내 관료들이 만나달라고 해도 절대 만나주지 않아서 모두 이상히 여겼다는 것입니다.


처음에 사람들은 왓뜨와네트를 동정하기도 했습니다. 왕궁에서 고이 자라 너무 세상 물정을 몰라서, 어릴 적 조실부모하고 믿고 의지할만한 사람이 없어서 그런 악독한 무리에게 휘둘린 것이리라. 남편도 자식도 없이 혼자 살아가려니 어쩔 수 있었겠어라는 등등.


왓뜨와네트를 제외하고 모든 주변의 사람들이 잡혀가서 조사를 받고 심판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순무가 어떤 재주로 홀려서 왓뜨와네트를 휘어잡고 있었나를 조사하고 왓뜨와네트를 이용하여 얼마나 많은 나라의 재산을 착취하고 빼돌렸나를 추궁하였습니다. 그러자 순무는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내가 아무리 왕을 맘대로 부렸겠습니까? 그 상자는 궁궐의 문 속의 문 속의 문 속의 문 ...잠깐 하, 문을 지나고 지나고 또 지나서 도착해 또 방 속의 방 속의 방 속의 상자 속의 상자 속의 상자 속의 상자 속에, 아이구, 숨차라. 그런 깊디 깊은 상자 속에 감춰져 있는 건데 내가 그걸 어찌 감히 수시로 열어보고 파편을 넣을 수 있겠냔 말이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자물쇠의 열쇠는 여왕님이 가지고 있었고 그것만은 절대 남에게 넘기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그 상지를 열어주던 건 왓뜨와네트님이란 말이지요. 나는 그저 왕궁을 떠날 수 없는 여왕님을 대신해서 모든 것을 나르고 사람들을 만나서 여왕님의 뜻을 지시하던 심부름꾼에 불과하단 말입니다."


이 일이 알려지자 백성들의 분노는 더욱 커졌습니다. 그럴 수가... 어떻게 그런 일이... 절망한 백성들이 계속 광장에 몰려나와 초를 밝히고 왕은 물러나라고 외쳤습니다. 한쪽에서는 여왕을 사모하는 무리들이 일어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온통 혼란의 일색이었습니다. 이런 저런 추잡한 소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돌아다니며 왓뜨와네트를 나락으로 끌어내렸습니다. 여왕을 음해했다는 이유로 또는 풍자했다는 이유로 잡혀가거나 폭행을 당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차츰 설마 설마했던 이야기들이 사실로 하나하나 밝혀져 가면서 왓뜨와네트는 벼랑끝에 몰린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추종자들은 "바람이 불면 촛불은 꺼집니다." 라며 왕을 위로하였습니다. 왓뜨와네트는 별 걱정 없이 촛불이 꺼지기를 기다렸습니다. 이제 날씨가 추워지면 광장은 텅 빌 것이라 생각하며 견디리라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수족 같던 순무가 잡혀가서 곁에 없으니 조금 불편하였지만 영지버섯이 있어서 그나마 버틸 수 있었습니다. 영지버섯은 순무가 써주는 연설문 없이도 대신 말하여 주기를 잘 하였습니다.


아직 남아 있던 추종 세력들은 회의를 엽니다. 여왕의 아버지 탄신일 100주년을 맞이하여 광장 한복판에 거대한 동상을 건립하여 사람들이 못 모이게 하자, 시중의 양초를 모두 수거하여 없애버리자, 양초 공장을 폭파하자, 아니다 양초 공장을 사들여서 판매를 중지하자, 사람들을 바쁘게 만들어서 광장에 못 나오도록 하자는 방안도 나왔지만 너무 많은 사람이 동시다발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인력으로는 어렵겠다고 결론내렸습니다. 왓뜨와네트는 생각 끝에 또 백성 앞에 나와 말하기를,


“아무리 뭐라든 아직 난 이 나라의 왕이란 말입니다. 왕으로서 예우를 해주시오. 앞으로 어떤 음해성 발언도 엄단하겠습니다. 그리고 저기 더 크고 요상한 상자가 있으니 엄정히 수사하도록 하십시오.” 라고 근엄하게 말하였습니다.


평소엔 느릿느릿하던 근위병들은 갑자기 바쁘게 그 상자를 뒤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국민들은 더 이상 왓뜨와네트를 동정하지도 않았습니다. 무슨 말을 해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제 한 말을 지키지 않았고 다음날 한 말이 어제 말과 또 다르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무리 날씨가 추워도 국민들은 계속 광장에 나와서 더 크게 소리쳤습니다. 그리고 예전에 했던 왓뜨와네트의 말들이나 행동 역시 다시 도마에 올랐습니다.


“빵이 없으면 케잌을 먹으면 되잖느냐.”

“구명조끼가 있는데 왜 다 죽는 것이냐? 그 구명조끼를 만든 자들을 잡아들이라.”

“추우면 광장에 안 나오면 되지 않는가? 왜 나와서 사서 고생들을 하는 것인가? 추위로 고생하는 백성들에게 토끼털 코트를 하사하면 원망이 좀 가실까?”

“새우선 유가족들은 왕궁 근처 길도 못 다니게 하라. 그리고 앞으로 새우는 절대 상에 올리지 말도록 하라.”


이런 말들을 전해들은 백성들은 더욱 분노하였습니다. 그러나 왓뜨와네트는 백성들이 광장에서 떨고 있든 말든 얼어 죽든 말든 상관없다는 채로 침묵한 채 그냥 저냥 시간만 가기를 기다렸습니다. 새우선 침몰 때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데도 시간이 흐르자 모두 잊어버렸듯이 또 그럴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안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백성들의 목소리는 점점 커져가기만 했습니다. 그러자 점차 왓뜨와네트의 편이었던 사람들도 하나 둘 떠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몰릴 대로 몰려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빠진 어느 날 아침, 마침내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왓뜨와네트는 사람들을 깜짝 놀래켰습니다. 하룻밤 새에 왓뜨와네트의 머리가 하얗게 세어버렸던 것이었습니다.


왓뜨와네트는 눈물을 떨구며 용서를 구했습니다. 아름다운 용모와 초췌하게 변해버린 모습에 일부 백성들의 마음은 애잔해졌습니다.

그러나 백성들 대부분은 이미 늦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너무 많은 삶이 그동안 피해를 입었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가슴의 파편 때문에 고통 받았습니다.


드디어 처형일 아침이었습니다.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조용히 걸어 나와 단두대에 선 왓뜨와네트.... 마지막으로 모여선 사람들을 조용히 돌아보고는 더 이상 아무 말 없이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습니다.


모인 군중들 중에 여왕을 사모하는 무리들은 울부짖으며 왓뜨와네트의 흰 머리칼을 서로 가지겠다고 마지막으로 아우성쳤습니다. 욕설을 퍼부으며 언젠가 왓뜨와네트님이 부활하여 너희들을 처단하리라 저주를 퍼부었다는 것이 이 전설의 전말입니다.


작가의말

201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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