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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 님의 서재입니다.

흉생기(凶生記)-연생(撚生)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완결

사생
작품등록일 :
2012.12.02 22:16
최근연재일 :
2013.02.08 20:07
연재수 :
109 회
조회수 :
363,295
추천수 :
3,299
글자수 :
624,973

작성
12.12.11 21:38
조회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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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글자
8쪽

정결정분란(定決定紛亂) - 정해진 결과에 따라 정해진 분란이 일어나다. (1)

DUMMY

정결정분란(定決定紛亂) - 정해진 결과에 따라 정해진 분란이 일어나다.


하백촌 배총의 집.


장례가 시작되고 이틀이 지났다. 마을의 사람들이 한참을 저마다 찾아오고 돌아갔지만, 여전히 배총의 집은 여러 사람들이 남아 부산한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죽은 자의 마지막은 어느 때보다 떠들썩해야 한다고 여기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에게 뜻하지 않은 손님이 찾아왔다. 염무와 오위장이었다.


“멈추시오! 장례의 와중이니 외인의 방문은 금하고 있소. 물러가시오.”

조문객을 맞이하던 공양인이 염무의 일행을 보고 그 앞을 막아섰다.

“비키시게. 그저 조의를 표하고자 왔으니 서로 얼굴을 붉힐 필요는 없다 보네만.”

염무가 나서자, 공양인의 주위로 몇몇의 인사가 모여 벽을 만들었다.

“지금까지야 당신들을 두고 보았지만, 촌주께서 가시는 마당에 그대들 같은 흉흉한 인사들을 어찌 안으로 들이겠소. 마음은 고마우나, 이만 돌아가 주시오.”

“그만 두세요.”

공양인이 다시금 거절의 뜻을 말하며 사람들과 함께 더욱 굳건히 벽을 쌓자, 그 소란에 귀 기울였던 배수현이 뒤에서 나타났다.

“어찌 조문을 오신 분들을 그리 대하십니까?······안으로 드시지요.”

하얀 상복을 입고 손에는 작은 연적(硯滴)을 든 배수현이 사람들을 물리고 앞으로 나서 공양인의 태도를 탓하며 염무를 안으로 들이려하자, 공양인이 다시 반발했다.

“그게 무슨 말이냐! 저런 이들을 어찌······.”

“오라버니! 상주는 접니다. 좋은 뜻으로 오신 분들을 그리 대하심은 예가 아닐뿐더러, 오라버니께서 나서실 일도 아닙니다.······제가 모시겠습니다.”

배수현이 공양인의 말을 일축하고는 염무의 일행을 안으로 들이자, 마지못해 옆으로 물러난 공야인이 이를 갈며 안으로 들어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

곧 안으로 들어선 염무 일행은 관에 눕혀진 배총의 얼굴을 보며 가볍게 목례를 하고는 향을 피우고 배수현에게로 다가갔다.

“갑작스러운 일이라 너무 뒤늦게 왔소. 배노야의 명복을 비오.”

“미처 연락도 드리지 못했는데, 이리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경황중이라 그런 것이니, 조금 전의 실례는 용서해 주십시오.”

“아니오, 초대도 없이 찾아왔으니 결례를 범한 것은 이쪽이오. 게다가 이 마을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잘 알고 있고······. 헌데, 어찌 이리 된 게요?”

염무의 물음에, 연적을 쥔 손을 떨며 잠시 침통한 표정으로 침묵하던 배수현이 이를 악문 채 어렵게 대답을 꺼냈다.

“······노환이셨습니다. 일전에 뵈셨을 때도 많은 무리를 하셨던 거였지요.”

“그렇구려. 백유, 그것을······.”

염무가 고개를 끄덕이며 백유를 부르자, 백유가 품에서 작은 보합을 꺼내들었다.

“필요한 곳에 써 주시오.”

“감사히 받겠습니다. 그보다, 이리 오셨으니 식사를 대접하고자 하니, 이쪽으로 오시지요.”

배수현이 보합을 받아들고는 옆방으로 안내하려하자, 염무가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으며 사양했다.

“아니오. 본래 잠시 들러서 인사만 하려 했으니 괘념치마시오.”

“아닙니다. 이 식사는 가시는 분의 마지막 대접이니, 거절치 말아주십시오.”

“······알겠소. 그럼 고맙게 받으리다.”

배수현의 안내로 옆방에 들어선 염무 일행. 그리고 배수현이 물러나고 정갈한 식사가 들어오자, 그것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흠······. 이들을 보니 우리와는 장례절차가 사뭇 다르구나.”

“그렇습니다. 이족이라서 그럴 수도 있고, 촌민의 장례라 그럴 수도 있지만, 적어도 제가 아는 한 이리 소박하게 장례를 치르지는 않지요.”

백유가 밖의 풍경을 보며 동의를 표했다.

중원엔 다양한 민족이 살고 저마다 풍습이 다르지만, 장례의 경우, 사정이 허락하는 한 대체로 화려하고 엄숙하게 치러지는데, 이곳은 유달리 소박하게 장례를 치르고 있었다. 사람은 많지만 그저 서로 떠들고 술잔을 나누고, 음식을 만들뿐, 화려한 꽃도 음악도 없었다.

“그나저나 갑자기 그리 죽다니······, 그 참······.”

“어디 마음에 걸리시는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내가 사람의 천수를 보지는 못하지만, 이리 쉽게 갈 사람이라 생각하진 않았지.”

“얼핏 보았을 뿐입니다만, 특별히 시신에 이상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저쪽에서 노환이라 판단했으니 외상은 없었을 것이고, 독이라면 시신에 흔적이 남았겠지요.”

백유가 대답하며, 적주를 보며 동의를 구하자 적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받았다.

“제가 봐도 독의 흔적은 없었습니다.”

“그럼 정말로 노환이려나.”

“꼭 그렇지는 않을 수도 있습니다.”

“무슨 뜻이더냐.”

“저들이 특별한 능력이 있음을 아시지 않습니까? 다른 방법이 있을 수도 있지요.”

“망자는 저들의 수장이 아니더냐. 저들의 능력으로 그를 죽이긴 어렵지 않겠느냐?”

“그렇긴 합니다만, 애초에 배노인이 병세가 깊었으니 여럿이서 그를 제압하자면 불가능하다고 할 수도 없겠지요.”

“흠······. 그 이야기는 나중에 계속 해야겠구나. 저들이 우릴 그리 좋게 보고 있지는 않으니.”

백유가 배총의 사인을 언급하면서 주위를 기막(氣膜)으로 감쌌지만, 소리 없이 입만 움직이는 이들을 멀리서 지켜보는 눈이 있으니 더 이상 괜한 의심은 사양하고 싶었던 염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식사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무어라 하는지 아시겠습니까?-

멀리서 염무 일행을 지켜보는 공우상의 앞에 앉은 황율이 전음을 날렸다.

-음······. 저들의 태도를 봐서는 별다른 의심은 안 하는 것 같습니다만, 저리 기막을 치고서 대화를 나누니······.-

-그나저나, 저런 고수들이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것인지······.-

-그러게 말입니다. 저런 무공을 보니, 처음의 계획을 쓰지 않기를 잘 한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더욱 대단한 고수들인 것 같으니······.-

-말씀대로 이쪽이 훨씬 좋은 결과가 아닌가 합니다. 듣기로는 은거를 하려 들어왔다기에 처음에는 무슨 죄라도 짓고 낙향한 것이 아닌가 했지만, 살펴보니 그도 아닌 것 같고······. 이러니저러니 해도 황실과 부딪히면 좋을 일이 없지요, 아무리 증거가 있다 해도 말입니다.-

-그렇지요. 본래는 저들을 황실과 다른 세력으로 공표하고 음지에서 활동하는 악한으로 포장할 생각이었습니다만, 아무리 봐도 그저 그런 무부들이 아닙니다. 이리보자면 당시 맥주가 나서서 다툼을 막은 것은 오히려 다행이었다고 봐야겠지요.-

-허허, 그리 보자면 부맥주의 선견지명이 빛을 발했다고 봐야지요. 덕분에 저들과 충돌 없이 좋은 결과를 맺지 않았습니까?-

-아직 많이 부족한 녀석입니다. 후일 맥주가 된다 해도 황장로께서 여러모로 보살펴주셔야지요.-

황율이 공양인을 칭찬하며 잔을 들자, 공우상이 싫지 않으면서도 겸양을 하며 마주 잔을 들었다. 그리고 앞날을 영광을 서로에게 축언하며 잔을 입가로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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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원망희망(願望希亡) - 희망을 원하니, 죽음을 바라다. (1) +8 13.01.31 2,205 26 9쪽
105 혼청혼우(混淸昏遇) - 혼탁함을 벗어나니, 어둠을 만나다. (2) +6 13.01.30 2,297 27 19쪽
104 혼청혼우(混淸昏遇) - 혼탁함을 벗어나니, 어둠을 만나다. (1) +6 13.01.29 2,770 23 16쪽
103 항원중주(抗願仲誅) - 희망을 막으니, 살을 베인 것 같다. (4) +8 13.01.28 2,107 24 22쪽
102 항원중주(抗願仲誅) - 희망을 막으니, 살을 베인 것 같다. (3) +6 13.01.26 1,953 20 13쪽
101 항원중주(抗願仲誅) - 희망을 막으니, 살을 베인 것 같다. (2) +8 13.01.25 2,038 32 13쪽
100 항원중주(抗願仲誅) - 희망을 막으니, 살을 베인 것 같다. (1) +10 13.01.24 2,041 24 16쪽
99 총모자충(叢謨刺忠) - 음모가 모이니, 진심을 찌르다. (4) +11 13.01.23 2,163 24 12쪽
98 총모자충(叢謨刺忠) - 음모가 모이니, 진심을 찌르다. (3) +4 13.01.22 1,951 27 14쪽
97 총모자충(叢謨刺忠) - 음모가 모이니, 진심을 찌르다. (2) +5 13.01.21 2,110 29 19쪽
96 총모자충(叢謨刺忠) - 음모가 모이니, 진심을 찌르다. (1) +8 13.01.19 2,073 28 9쪽
95 희망필사(希望弼死) - 바라고 기원하니, 죽음을 돕다. (4) +9 13.01.18 2,071 29 15쪽
94 희망필사(希望弼死) - 바라고 기원하니, 죽음을 돕다. (3) +8 13.01.17 2,128 26 9쪽
93 희망필사(希望弼死) - 바라고 기원하니, 죽음을 돕다. (2) +6 13.01.16 2,292 32 11쪽
92 희망필사(希望弼死) - 바라고 기원하니, 죽음을 돕다. (1) +10 13.01.15 2,266 29 12쪽
91 정결배난측(定結培難測) - 정해진 결과가 예측을 더욱 어렵게 하다. (4) +8 13.01.14 2,209 27 13쪽
90 정결배난측(定結培難測) - 정해진 결과가 예측을 더욱 어렵게 하다. (3) +13 13.01.12 2,559 26 13쪽
89 정결배난측(定結培難測) - 정해진 결과가 예측을 더욱 어렵게 하다. (2) +6 13.01.11 2,086 27 14쪽
88 정결배난측(定結培難測) - 정해진 결과가 예측을 더욱 어렵게 하다. (1) +4 13.01.10 2,154 24 8쪽
87 위목위아(爲目僞我) - 목적을 위해 동지를 속이다. (2) +6 13.01.08 2,044 25 10쪽
86 위목위아(爲目僞我) - 목적을 위해 동지를 속이다. (1) +4 13.01.08 2,096 26 13쪽
85 이용이숭위(利用以崇位) - 높은 지위에 올려 이용하다. (3) +6 13.01.05 2,224 26 11쪽
84 이용이숭위(利用以崇位) - 높은 지위에 올려 이용하다. (2) +5 13.01.05 2,008 27 10쪽
83 이용이숭위(利用以崇位) - 높은 지위에 올려 이용하다. (1) +3 13.01.05 2,111 25 11쪽
82 욕심유변심(慾心誘變心) - 욕심이 변심을 부르다. (2) +4 12.12.25 2,229 24 11쪽
81 욕심유변심(慾心誘變心) - 욕심이 변심을 부르다. (1) +3 12.12.25 2,146 25 10쪽
80 과거작연(過去作緣) - 과거가 인연을 만들다. (4) +3 12.12.22 2,229 23 8쪽
79 과거작연(過去作緣) - 과거가 인연을 만들다. (3) +3 12.12.22 2,120 23 9쪽
78 과거작연(過去作緣) - 과거가 인연을 만들다. (2) +2 12.12.22 2,195 23 9쪽
77 과거작연(過去作緣) - 과거가 인연을 만들다. (1) +2 12.12.22 2,316 26 16쪽
76 재출도(再出道) - 다시 길을 나서다. (3) +7 12.12.18 2,207 25 8쪽
75 재출도(再出道) - 다시 길을 나서다. (2) +2 12.12.18 2,371 25 16쪽
74 재출도(再出道) - 다시 길을 나서다. (1) +4 12.12.18 2,322 24 10쪽
73 골육지계(骨肉之計) -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다. (5) +15 12.12.15 2,364 21 10쪽
72 골육지계(骨肉之計) -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다. (4) +5 12.12.15 2,264 23 21쪽
71 골육지계(骨肉之計) -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다. (3) +5 12.12.15 2,561 23 8쪽
70 골육지계(骨肉之計) -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다. (2) +4 12.12.15 2,334 22 14쪽
69 골육지계(骨肉之計) -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다. (1) +7 12.12.15 2,545 26 19쪽
68 정결정분란(定決定紛亂) - 정해진 결과에 따라 정해진 분란이 일어나다. (4) +10 12.12.11 2,412 26 15쪽
67 정결정분란(定決定紛亂) - 정해진 결과에 따라 정해진 분란이 일어나다. (3) +7 12.12.11 2,408 23 14쪽
66 정결정분란(定決定紛亂) - 정해진 결과에 따라 정해진 분란이 일어나다. (2) +4 12.12.11 2,478 24 11쪽
» 정결정분란(定決定紛亂) - 정해진 결과에 따라 정해진 분란이 일어나다. (1) +3 12.12.11 2,215 23 8쪽
64 비사청비사(秘事請悲事) - 서로의 비밀이 비극을 부르다. (5) +6 12.12.10 2,514 23 17쪽
63 비사청비사(秘事請悲事) - 서로의 비밀이 비극을 부르다. (4) +6 12.12.10 2,388 25 11쪽
62 비사청비사(秘事請悲事) - 서로의 비밀이 비극을 부르다. (3) +4 12.12.10 2,681 2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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